“당신은 얼마나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뜬금없이 받았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할까요? 얼마나 행복한가를 따지기 이전에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에 대한 판단마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비운의 주인공인 듯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아주 작은 일에 기뻐하며 더 없는 행복을 느끼기도 하니까.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가 바로 ‘행복지수’다. ‘행복’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고 상대적인 가치를 수치로 측정한다는 것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행복지수라는 것을 측정해 봄으로써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며 살아가야 할 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행복지수’는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Rothwell)과 카운셀러 코언(Cohen)이 만들어서 2002년 발표한 행복공식에서 기인한 말이다. 로스웰과 코언은 18년 간의 연구 끝에 행복은 개인적 특성인 P(personal), 생존조건인 E(existence), 고차원 상태를 의미하는 H(higher order) 등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발표했다.
개인적 특성인 P에는 인생관, 적응력, 유연성 등을 말하고, 생존조건인 E에는 건강, 돈, 인간관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H는 야망, 자존심, 기대, 유머 등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 조건 중에서 생존조건인 E가 개인적 특성인 P보다 5배 중요하고, 고차원 상태인 H는 E보다 3배 더 중요하므로, 그 유명한 행복지수 공식은 P + (5 x E) + (3 x H)가 된다. 행복지수 공식이 결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행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가 결코 한 쪽에 치우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 특성과 생존조건, 그리고 고차원 상태 등이 잘 어우러진 상태가 ‘행복’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 같다.
‘행복지수’를 논할 때 늘 거론되는 나라가 바로 방글라데시다. 높은 인구밀도에 세계최빈국이지만 행복지수는 늘 높게 측정되는 나라다. 왜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행복한가의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분명한 것은 행복의 척도가 분명히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삶의 여러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43.6명, 33분.’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4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시간으로 따져보자면 33분 만에 한 명꼴이다. 지난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자 수는 1만5,906명에 달한다.
지난 1995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자살은 사망원인 중 계속 9번째였다. 하지만 2005년부터는 사망원인 분류에서 4번째 원인으로 뛰어 오르면서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이를 증명하듯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자살률은 8년째 1위이며, 10만명당 31.7명(2011년)으로 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다. 10~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 20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자살이라는 통계도 있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의 자살도 최근 10년새 4배가 늘어 자살공화국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10대 청소년은 학교문제, 20대는 취업난, 30대는 부채, 40대는 질병 및 배우자와의 갈등, 50대 이상은 질병 및 부채 등이 주요 자살 원인으로 조사됐다.
평택시 역시 경기도 평균보다 약간 높은 자살율을 보이고 있으며, 2010년 쌍용차사태 이후로도 매년 약 1% 전후로 증가하고 있다.
국립서울병원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비와 수사비용, 조기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면 자살에 따른 국가적 손실만도 연간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보령시의회는 각종 사회문제에 따른 자살이 증가되고 있는 가운데 생명존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취하고 정책적 지속성으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보령시 생명존중문화 조성 및 자살예방 조례안’을 의결했다.
보령시의 경우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자살에 대한 지역 사회 차원의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자살예방대책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자살위험에 노출된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보령시는 생명존중문화 조성 및 시민 자살예방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 등을 마련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했다.
특히, ‘보령시 자살예방센터’를 설치 운영하여 상담 및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등 홍보·교육을 지원하고, 자살시도자 또는 그 가족 등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완화되도록 상담 등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자살 통계 분석, 자살 예방 홍보 및 교육, 자살예방 기관·단체 등에 대한 지원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례제정은 삶의 기본권인 생명존중 문화 확산은 물론 보령시민을 위한 수준 높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평택시의 경우에도 평택보건소와 정신겅강증진센터가 공동으로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청소년 생명사랑 틴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틴틴교실을 통해 청소년의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키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있다.
또한 평택시 건강증진센터가 주축이 되어 '생명사랑 지킴'이라는 제목으로 자살위험에 노출된 대상자를 발견하여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인력인 케이트키퍼(Gate keeper)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와는 별도로 자살자를 줄인 서울시 노원구의 사례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본받아야 할 교범이다. 노원구의 사례는 자살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노원구는 자살을 줄이기 위해 생명존중이라는 윤리학적 용어에 매몰되지 않았다. 노원구는 자살을 사회학적 문제로 보고 접근했다. 가난, 질병, 실직, 채무, 파산, 성적 비관, 해고 등 거의 사회적 문제에서 발생됐다는데 착안했다.
15만명의 독거 어르신, 기초생활수급자, 실직자 등 6만여명을 선별, 이중 약10%인 자살 위험군을 조기 발견하는 시스템인 ‘우울증 선별검사’도 실시했다. 이와 별도로 노원구청은 경찰서, 소방서, 병원, 교육청, 고용센터 등 유관기관과 MOU를 체결했다.
독거노인이나 자살위험군에 속한 청소년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치유했고, 동네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통장에게 복지도우미 역할을 부여해 자살 위험군 조기 발견을 통해 자살을 미리 예방한 것도 주효했다. 노원구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0년도 자살상담 건수가 58건인 반면 2011년도에는 2,308건으로무려 39배의 상담건수가 증가했으며, 자살자도 2009년 180명에서 2011년 128명으로 30%나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살예방사업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은 노원구가 서울시 평균 자살률인 26.1명에 비해 3.2명이나 많았으며 이틀에 한 명꼴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서였다. 노원구의 사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복지가 떨어지고 행정력이 미비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70%이상이 신병비관과 생계곤란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대부분이 직업이 없거나 일용직인 경우가 많았다는 노원구의 사례에서 우리 평택시도 많은 부분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시민 누구라도 절망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지금보다 좀 더 촘촘히 짜야할 시점이며, 지역사회 구성원 역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자살은 남의 일이 아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워 극단의 선택을 하는 이웃이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뒤돌아볼 때다. 내 주변 어디엔가 소외받고 있는 이웃은 없는지. 한 마디의 위로와 따뜻한 배려가 소중한 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