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 많은 정원가들이 첫손에 꼽는 책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카렐 차페크의 정원 에세이집. 1929년 프라하에서 처음 출판되어 전 세계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거의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정원 애호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오늘의 책으로 읽히고 있는 가드닝 분야의 독보적인 고전이다.
열두 달이라는 계절의 한 바퀴를 거치는 동안 정원에서, 또 정원가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정원을 가꿔본 이들 모두가 깊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카렐 차페크 특유의 위트 어린 시선으로 펼쳐져 있다. 또한 정원을 넘어 삶을 성찰하는 작가의 철학적 메시지가 책을 읽어갈수록 묵직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이다.
카렐 차페크는 프라하에 살면서 그의 형 요제프 차페크와 오랫동안 정원을 함께 가꾸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은 카렐 차페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따뜻하고 재치 넘치는 그림은 형 요제프 차페크의 작품이다. 책에는 고전의 향기가 묻어나는 초판 오리지널 삽화를 그대로 수록했다.
이 책은 한국어로 두 차례 출판된 적이 있으나 오랫동안 절판되어 많은 독자들이 재출간을 간절히 기다려온 책이기도 하다. 십여 년 만에 다시 출간된 이번 에디션은 완전히 새로운 번역과 편집을 거쳐 만들어졌다.
목차
정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간은 어떻게 정원가로 다시 태어나는가
정원가의 1월
씨앗
정원가의 2월
가드닝 기술
정원가의 3월
새싹
정원가의 4월
노동절
정원가의 5월
단비
정원가의 6월
채소밭 정원가들
정원가의 7월
식물학 챕터
정원가의 8월
선인장 키우는 사람들
정원가의 9월
흙
정원가의 10월
가을의 아름다움
정원가의 11월
준비
정원가의 12월
정원가로 살아간다는 것
저자 소개
저 : 카렐 차페크 (Karel Capek)
체코의 극작가·소설가. 체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G.K.체스터턴보다 자유롭고, 조지 오웰보다 낙천적인, 체코의 몽테뉴(「데일리 텔레그래프」). 카프카,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의 길을 낸 작가로 체코 SF의 대부로 불린다. 1890년 1월 9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보헤미아 북동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명문 아카데미 김나지움을 전 과목 A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프라하 카렐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베를린과 파리의 대학들을 오가며 수학했고, 미국 실용주의를 수용, 1915년 25세의 나이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체코의 대표적인 일간지 『리도베 노비니』에서 편집자 겸 기고가로서 평생에 걸쳐 활동하였으며 일생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철학적ㆍ풍자적인 작품들을 썼다. 일찍이 현대사회의 병폐에 눈을 돌렸던 그는, 희곡 『R.U.R』(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1920)과 『곤충극장』(1921)을 통해 사회적 병폐를 통렬하게 풍자하였다. 『R.U.R』은 기술의 발달이 거꾸로 인간을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을 경고한 작품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로봇’이라는 말은 이 작품에서 유래했다. 『곤충극장』은 화가이며 작가인 그의 형 요제프 차페크(1887~1945)와의 공동창작으로, 현대생활의 획일주의·물질주의를 풍자한 걸작이다. 같은 시기의 장편소설 『압솔루트노 공장』(1922)과 『크라카티트』(1924)는 후일의 『도롱뇽과의 전쟁』(1936)과 더불어 SF(과학소설)적 수법으로 현대를 비판하여, 사회적 SF의 선구적 작품이 되었다. 단편 소설집인 『오른쪽-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1929)은 추리소설 형식으로 쓰인 작품이다. 철학소설 3부작인 『호르두발』(1933), 『별똥별』(1934), 『평범한 인생』(1934) 같은 철학적·신비적 작품과 『위경 이야기들』 같은 상상 저널리즘을 구현한 소설도 썼다. 1930년대 후기 작품에는 정체성, 자아, 인간 동기 등에 대한 탐구가 나타나 파시즘과 나치즘을 경고하는 『첫 번째 구조대』(1937), 『하얀 역병』(1937), 『어머니』(1938) 등을 썼다.
작품 활동을 하는 동시에 「나로드니 리스티」, 「리도베 노비니」와 같은 체코의 유력 일간지의 편집자로 일했고, 체코 민주주의와 반(反)파시즘의 선봉장이자 문화적 선각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일곱 차례나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나치스 독일에 저항하는 정치 성향 때문에 끝내 수상자가 되지는 못했다. 독일이 프라하를 점령하기 몇 달 전인 1938년 12월 25일 인플루엔자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림 : 요제프 차페크 (Josef ?apek )
20세기 초 체코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무대 미술가와 극작가로도 활동했으며,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도 독창적이고 빼어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일간지 [나로드니 리스티]와 [리도베 노비니]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간간이 예술평론을 썼다.
동생 카렐 차페크와 창작의 아이디어를 늘 함께 나누었고, 몇 편의 작품을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다. 『정원가의 열두 달』을 비롯해 카렐 차페크의 여러 책에 재치 넘치는 삽화를 그렸다. 1939년 반反파시즘 활동으로 체포되어 베르겐-벨젠 수용소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역 : 배경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Texas A&M 대학 영문학 박사연구원으로, 20세기 이후 문학과 현대 탈식민주의 여성 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가 있다.
책 속으로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변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은 정원에 비가 내리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햇살이 비치면 그건 정원을 밝게 비추는 햇살이다. 저녁이 되면 정원이 휴식을 취하겠구나 생각하며 기뻐한다.
--- 「정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중에서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상상을 해볼 것이다. 자신이 만약 독재자가 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나라면 첫날부터 수많은 것들에 대해 규제와 탄압을 시작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라즈베리 칙령을 내리고자 한다. 울타리 근처에 라즈베리 덤불을 놓는 사람은 무조건 오른손을 절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아니 대체 어떤 정원가가 이웃 정원의 라즈베리가 자기 정원 만병초 한가운데를 뚫고 불쑥 솟아나는 꼴을 참을 수 있단 말인가? 라즈베리 덤불은 땅속으로 몇 마일이고 뻗어나간다. 어떤 울타리나 벽, 참호, 철조망, 경고문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채소밭 정원가들」 중에서
훌륭한 정원가나 농원 주인은 보통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바른생활 사나이. 역사에 남을 만한 범죄를 저지른 적도, 전쟁에서 공을 세우거나 정치적 업적을 남긴 적도 없다. 죽어서 혹시 이름을 남긴다면 새로운 품종의 장미나 다알리아, 사과 정도에나 붙게 될 것이다. 사실 그런 건 익명이나 다름없고 또 다른 이름에 가려져 거의 불릴 일조차 없는 허울뿐인 명예지만, 정원가들에겐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 「정원가의 9월」 중에서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 그러면 친구여, 그대는 저 구름들조차 우리 발밑의 흙만큼 변화무쌍하지도 아름답지도 경외할 만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흙」 중에서
지금 해내지 못한 일들은 4월에도 일어날 수 없다. 미래란 우리 앞에 놓인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싹눈 속에 자리하고 있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지금 우리 곁에 자리하지 않은 것들은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할 수 없다. 단지 땅속에 숨어 있기에 새싹을 보지 못하듯, 우리 내부에 자리하고 있기에 우리는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 「준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세계 많은 정원가들이 첫손에 꼽는 책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카렐 차페크의 정원 에세이집. 1929년 프라하에서 처음 출판되어 전 세계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거의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정원 애호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오늘의 책으로 읽히고 있는 가드닝 분야의 독보적인 고전이다.
열두 달이라는 계절의 한 바퀴를 거치는 동안 정원에서, 또 정원가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정원을 가꿔본 이들 모두가 깊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카렐 차페크 특유의 위트 어린 시선으로 펼쳐져 있다. 정원가의 기쁨과 욕망, 기대, 좌절, 조바심, 안달의 마음 등이 생생하고 유쾌하게 그려져 있으며, 정원을 넘어 삶을 성찰하는 작가의 철학적 메시지가 책을 읽어갈수록 묵직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이다.
글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따뜻하고 재치 넘치는 그림은 그와 많은 작업을 함께 했던 형 요제프 차페크의 작품이다. 책에는 고전의 향기가 묻어나는 초판 오리지널 삽화를 그대로 수록했다.
평생 정원을 손수 가꾼 체코 문학의 거장
카렐 차페크는 희곡 『R.U.R.』을 통해 ‘로봇robot’이라는 말을 최초로 쓴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발랄한 구어체로 현대적인 체코 문학을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체코인들 대다수는 주저 없이 카렐 차페크를 꼽는다고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작품 세계 때문에 그토록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듯하다.
작가이면서 평생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카렐 차페크를 설명하는 말들은 매우 많다. 그러나 그 많은 말들 앞에 놓일, 그의 일상의 뿌리가 되는 정체성은 아마도 ‘정원가’라는 세 글자일 것이다. 그는 프라하에 살면서 형 요제프 차페크와 오랫동안 정원을 함께 가꾸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은 카렐 차페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실제 선인장 애호가였으며 고산 꽃과 희귀종 식물 수집에 열을 올리고 새로 발견한 교배종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던 못 말리는 정원 덕후였다.
미국의 작가 벌린 클링켄보그는 이 작품을 소개하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차페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정원가의 열두 달』은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다소 주변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는 그들이 가드닝을 단지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차페크를 비롯한 정원가들은 오히려 인생을 가드닝의 일부분으로 여기는데 말이다.”
많은 이들이 재출간을 간절히 기다려온 책
이 책은 한국어로 두 차례 출판된 적이 있으나 오랫동안 절판되어 많은 독자들이 재출간을 간절히 기다려온 책이기도 하다. 십여 년 만에 다시 출간된 이번 에디션은 완전히 새로운 번역과 편집을 거쳐 만들어졌다. 정여울 작가를 비롯해 이 작품을 특별히 아끼는 이들이 재출간을 응원하며 추천의 말을 보내주었고, 미하엘라 리 주한체코문화원 원장과 이명석 문화비평가가 책 서두에 각각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안내의 글을 써주었다.
추천평
카렐 차페크의 글은 힘차고 간결하며 아름답다. 체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로 불리는 그의 소설도 아름답지만, 『정원가의 열두 달』은 카렐 차페크의 꾸밈없는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반갑고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정원가의 꿈, 언젠가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가득한 정원을 가꾸어 사랑하는 이들을 초대하고 싶은 꿈을 자극한다.
- 정여울 (작가)
카렐 차페크가 전하는 열두 달의 정원 이야기에서 그는 내내 분주하다. 어느 한 계절 빈둥거릴 틈 없이 정원을 오가며 부모의 마음으로 노심초사 식물을 돌보다가, 눈이 쌓인 12월이 되어서야 잠시 여유로운 마음으로 빈 정원을 바라본다. 그 모습은 그대로 우리의 삶이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차페크의 유쾌한 에피소드들 밑엔 그에 관한 심오한 메시지가 감춰져 있다. 세계 많은 정원가들이 첫 손에 꼽는 책. 가드닝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 이원영 (서울식물원 원장)
한 번이라도 정원 일에 빠져보았다면, 혹은 그런 사람을 주변에 두었다면, 차페크 씨의 말 하나하나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이 태어난 지 거의 백 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정원가의 교본으로 손색이 없다.
- 이명석 (문화비평가)
안간힘을 쓰다 나가떨어질 때쯤 흥미진진한 아름다움이 돌아오는 정원과 그곳에서의 열두 달, 자연의 '비밀스럽고 분주한 몸짓'에 대한 수기. 특히 흙을 만질 일이 별로 없는 도시민들에게 정원에서 고생해보고픈 로망을 한껏 북돋아주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 정수진 (공간식물성 대표)
오랫동안 삽화가로 일하면서 생긴 버릇이 있다. 책을 보며 이 장면을 내가 그리면 어떨까 하고 자꾸만 이미지를 그려가며 읽게 된다. 『정원가의 열두 달』을 읽으며 자유롭고 경쾌한 그림에 눈을 두게 되었다. 아무리 보아도 거의 백 년 전에 나온 이 책의 그림보다 더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그릴 자신은 없다. 시적인 표현으로 가득한 글을 읽으며, 그림도 함께 천천히 즐기시길 권한다.
- 김중석 (그림책 작가)
체코인들에게 가장 대표적인 체코 작가가 누구인지 묻는다면 한 명도 빠짐없이 카렐 차페크라고 말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읽기 시작하면 글이 끝나기 전엔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 미하엘라 리 (주한체코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