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김경후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독서중입니다,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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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김경후시인의 시집<오르간,파이프,선인장>에 실려있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내맘대로 되지 않고 '손을 묶은 것처럼 어찌할 도리 없어 꼼짝 못'할 때가 있지요.그 시간들은 다 타들어간 꽁초처럼,곧 사라질 재로 만든 구두를 신은 것처럼,바다절벽에 서있는 마음처럼 불안하겠지요.
아무리 애쓴다고,대책을 세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닐 때는 시처럼 그냥
"속수무책束手無策"
이라는 책을 독서 중이라 생각하고 견뎌냈으면 좋겠습니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존재와 사건>에서'지금은 한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한계 바깥을 사유하고 꿈꾸는 자는 삶자체가 다르다. 보다 자유롭고 무한한 삶을 살게 된다.'라고 했지요.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힘든 시간은 지나갈 것이고 "천방백계千方百計"할 날도 찾아오겠지요.(감상/어향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