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포를 돌아보고 다시 남쪽으로 5분정도 내려가니 거진항이다.
거진항은 38도선 이북(북위 38˚ 26')에 위치한 건설부지정 제2종 항만이다. 접적지구라는 입지적인 조건 등으로
오지 어촌으로만 여겨왔던 이곳은 지난 1973년 거진면이 읍으로 승격되면서 항구 주변에 현대식 고층건물이
들어서 상업도시로 면모를 갖추어 동해북부 어업전진기지로 성장해 가고 있다.
5백여년전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중 이곳에 들렀다가 산세를 훑어보니 꼭 클 '거(巨)'자와 같이
생겨 큰나루 즉 거진이라 불리고 있다는 전설이 뒷받침하듯 거진항은 태백산맥 줄기의 구름이 해안을 에워싸고
있어 오래전부터 천혜의 어항으로 발달해왔다. 거진은 오징어가 가장 호황하던 1970년대 당시 인구는 2만5천명
이었으며 1981년 부터 소도읍 가꾸기 사업을 실시하여 초라한 옛 모습을 찾을 길 없는 현대도시로 탈바꿈했다.
1930년대엔 120호의 작은 어촌으로 현재의 항구는 긴 백사장이었으며, 어선은 소향 전마선으로 연안 2마일내에
당일 출항하는 1일 어업으로 노를 저어 고기를 잡았다.
겨울에는 명태, 여름에는 연안에서 등잔불을 켜고 오징어를 잡았고, 가을에는 멸치잡이가 흥행했었다. 이곳은
해방전 많은 양의 정어리가 잡혀 이것을 처리하기 위해 일본사람의 정어리 처리 공장이 3개소나 있었으나 해방후
갑작스런 정어리 흉어로 지금은 그 자취가 없어졌다. 당시 어민의 생활은 영세했으며 잡아온 고기는 판로가 없어
인근 농촌에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곡식과 교환하는 생활방식을 취하였다. 거진항의 발전은 명태가 유도했다고들
말한다. 이 지방엔 명태주산지로 별미음식이 다양하다. 신선한 명태 아가미만을 따내 무우채와 함께 버무린 "명태
서거리", 차좁쌀로 버무린 "명란식혜" 등의 별미 음식이 많다.
어선 출허때마다 만선을 기원하는 성황굿은 특유의 별미음식을 차려놓고 무사고와 풍어를 빌어오면서 풍어제로
바뀌었으며 예나 지금이나 풍어를 바라는 어민들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주요 어종은 명태, 문어, 광어, 전복, 해삼,
멍게 등이 많이 잡히며 자연 성게알인 운단을 체취하여 멀리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한다.
영동고속도로 개설 한계령, 진부령도로 확포장 등으로 해산물의 판로가 좋아 어민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거진항 풍경
광어, 도미 등의 살을 떠서 곱게 썰어 실고추, 기름, 통깨 볶은 것, 다진 마늘 등으로 양념하고 그 위에 고추장을 얹어 놓고 물을 탄 회를
물회라고 하는데 거진항에서는 잡어를 주로 재료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