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소금이 열리는 붉나무 ▒▒▒
요즘 가을산에 가면 가장 먼저 붉게 단풍이 물드는 붉나무가 있다. 라고 지었을 정도로 가을산의 단풍전령인 것이다.
붉나무는 옻나무과에 딸린 잎지는 중간키나무로 단풍잎보다도 더 진한 것처럼 붉다고 해서 불나무라고도 하고 북나무 또는 뿔나무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염부목(鹽膚木)이라고 쓰는데 열매에 소금처럼 짠 맛이나는 가루가 달리기 때문이다. 열매에 익을 무렵에 하얗게 달라붙어 있는 가루가 몹시 시면서도 짠 맛이 난다.
또 잎에 울퉁불퉁하게 생긴 벌레주머니가 생겨 그 속에 자잘한 벌레들이 많이 들어있는데 이것을 오배자 또는 염부자라고 하며 약이나 염료로 쓴다.
나무에서 짠 맛이 나는 것은 오직 붉나무 뿐이다. 물에 넣고 주물러서 그 물을 소금 대신 쓰거나 간수 대신 두부를 만드는 데 썼다.
붉나무는 옛부터 경사스러운 일에는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이다.
관에 넣는 지팡이를 붉나무로 만들었다. 시체를 화장한 뒤에 뼈를 줍는 젓가락도 붉나무로 만든다.
붉나무 지팡이를 금강장이라고 한 유래는 불가에서 붉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영목이라 부르고 수행할 때 일체의 번뇌를 불살라 버리는 영험이 있다고 하여 스님들이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닌 데서 비롯되었다.
불가에서는 붉나무를 호마목(護摩木)이라고 하고 부처를 모신 불단에 칠한다라는 뜻인 누루데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 불교의 한 종파에서는 붉나무에 불을 붙여 태워서 부처님한테 비는 의식을 하는데 붉나무를 태우면 폭탄이 터지는 듯한 매우 큰 소리가 난다. 이 소리에 놀라서 온갖 잡귀들이 도망간다고 한다.
1월 그믐날에는 쌀가루로 주판알 모양의 큰 경단을 세 개 만들어 있다. 이것을 귀신의 눈이라고 하며 이렇게 하면 귀신이 와서 보고 나는 눈이 두 개인데 이 놈은 눈이 세 개나 있으니 도저히 당해낼 수 없겠구나 하고 도망을 가 버린다고 한다. 이 쌀 경단을 지방에 따라서는 입춘날에 대문 밖에 걸어 놓기도 한다.
또 일년 중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는 정월 초이튿날에 산에 가서 붉나무를 잘라서 도조신을 만들기도 한다. 얼굴 부분만 껍질을 벗기고 먹으로 눈, 코, 입을 그리고 남자는 수염과, 이마의 주름도 몇 개 그린다.
두었던 장식물들과 함께 불을 태워 없앤다. 이 행사를 돈도태우기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못된 귀신들이 모두 물러가고 한 해 동안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한다.
정월 초이튿날에 베어 온 붉나무로 크고 작은 두 자루의 칼을 만들어 신을 모신 사당에 모셔 두었다가 보름날 아침에 아이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며 벌레를 쫓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이 때 쌀, 보리, 밀, 조, 수수, 콩, 팥의 일곱 가지 곡식을 갈아서 섞은 가루를 칠색향전이라고 하여 사방에 뿌리며 집 주위를 맴돌면서 [뱀이나 지네는 멀리 멀리 가라. 나는 대장간의 대장장이다. 허리가 잘리고 싶지 않거든 어서 사라져라~!]하고 주문을 외운다. 이렇게 하면 일년 내내 뱀이나 나쁜 벌레같은 것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1월 14일에는 붉나무를 잘라 큰 젓가락을 만든다. 껍질을 벗기고 깎아서 쓴다. 붉나무 젓가락으로 팥죽을 먹는 시늉을 한 뒤 그 젓가락을 신을 모신 사당에 모셔 두었다가 간장을 달이는 첫불을 지필 때 태우면 장이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붉나무에 대한 민속이 그다지 없는 반면에 일본에는 붉나무에 대한 민속이 매우 많다.
흔히 뿔나무라고 부르는 붉나무는 잎 모양이 옻나무를 닮았고 잎을 꺾으면 흰 진이 나온다. 잎에 달린 울퉁불퉁하고 울긋불긋하게 생긴 벌레집을 오배자라고 하여 옛날부터 피를 멎게 하거나 염증을 치료하는 데 널리 썼다. 어렸을때 가을이 되면 오배자를 딴 기억이 난다.
붉나무는 가을에 빨갛게 물드는 단풍이 아름다워서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정원수나 가로수로도 널리 심는다. 붉나무 단풍은 단풍나무 못지 않게 빛깔이 곱고 오래 간다.
붉나무 꽃에는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중요하다. 붉나무 꿀은 빛깔이 맑으며 맛과 향기가 좋고 약효가 높다 하여 보통 꿀보다 곱절이나 비싼 값을 받는다. 몇 년 만에 한 번씩 유난히 붉나무 꽃이 많이 피는 해가 있다.
붉나무는 열매에 소금이 열리는 이상한 나무이다. 가을철에 익는 열매에 하얀 가루 같은 것이 붙어 있는데 혀로 ?아 보면 맛을 보면 소금처럼 짜면서도 매실처럼 신맛이 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산 속에서 살 때 소금이 떨어지면 붉나무 열매에 붙은 가루를 모아서 소금 대신 썼다. 붉나무 열매에 붙어 있는 소금은 소금의 독성이 완전히 제거된 가장 이상적인 소금이라 할 수 있다.
이 소금을 간수 대신 써서 두부를 만들면 두부 맛이 천하일품이다. 대신 써야 한다. 두부를 만들 때 쓰는 간수에는 상당히 센 독성이 있어서 옛날 시어머니한테 구박을 받던 며느리가 간수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더러 있었다. 간수로 콩의 단백질을 엉기게 하여 두부를 만든 다음 물에 담가서 간수를 씻어낸다고 하더라도 두부 속에 간수가 약간 남아 있기 마련이므로 두부를 많이 먹으면 간이 망가지기 쉽다.
이름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식물이 진짜로 있느냐면서--
붉나무는 잎이나 줄기, 껍질을 진하게 달여도 역시 짠 맛이 난다. 상처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좋다. 특히 화상에 붉나무에서 얻은 흰 진을 바르면 흉터를 남기지 않고 잘 낫는다.
붉나무 껍질과 잎은 급성이나 만성 장염에 특효약이라 할만하다. 잎을 잘게 썰어서 물엿처럼 될 때까지 진하게 달여서 먹으면 신통하다고 할 만큼 잘 낫는다.
설사가 나거나 곱똥을 누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 배에 가스가 차고 속이 더부룩하며 가끔 아랫배가 아픈 증상 등에 효험이 크다. 흔히 만성 대장염은 병원에서도 못 고치는 병이라고 하지만 잘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흔한 나뭇잎 같은 것으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과학은 자연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 붉나무로 급성이나 만성 대장염을 치료하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① 붉나무잎에 10배쯤 물을 붓고 1시간 동안 센 불로 달여서 1차 추출액을 두 가지 액을 합쳐 졸여서 물엿처럼 될 때까지 졸인다.
② 붉나무껍질 15그램, 백출 6그램, 건강 쑥 목향 각 4그램을 한 첩
③ 붉나무 줄기와 잎 마른 것 75그램에 물 750밀리리터를 붓고 1-1.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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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형희[산야초] 원문보기 글쓴이: 김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