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간 지리산 실상사를 다녀왔다.
부드러운 햇살을 가득 내려쬐고있는 풀들을 봤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기넘치는 맑은 컬러를 띄었다. 행복해보였다. 멋진 산 능선들에 둘러싸여 흐르는 계곡과 푸릇푸릇한 풀과 나무들이 가득한 실상사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고,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별다른 걸 하지 않고, 특별한 게 없어도 이런 멋진 풍경과 함께하니 풍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레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이런 자연 속에서 산다면 아무리 화가나도 금방 풀리거나 둥글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마다 마늘쫑 뽑기 울력을했다. 공동체의 협력과 단합을 몸소 느낄 수 있는 활동이었다. 쏙쏙 뽑히는 마늘쫑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함께 울력해서 뽑으니 바구니에 마늘쫑이 금방금방 쌓였다 뿌듯하고 재밌었다. 이른 아침부터 햇살을 받으며 노동을 하니 하루가 활기찼다.
마을 탐방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건 마을 사람들이 필요 없는 물건을 가져와 놓고 자유롭게 가져가는 무인 나눔 마켓이다. 마을 사람들의 정과 서로간의 믿음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 공간이 마을마다 하나씩 있다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거 같아 요즘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에서 배운 점은, 갈등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 마음을 참지 않고 잘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실상사 활동가들이 거주하는 화림원에서는 서로에게 불만이 있으면 사소한 것이라도 다 말하며 대화하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정말 안 맞고 매번 싸우지만 불만이 생길 때마다 꼭 둘이 같이 차를 마시며 얘기를 하고, 그렇게 싸우면서도 정어리님께서 아프셨을 땐 낙지님께서 옆에 붙어서 계속 간호를 해주셨다는 정어리님과 낙지님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였다. 가족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니와 매번 부딪히고 싸우지만 언니가 아프면 걱정된다. 너무 짜증나고 싫어도 누가 언니를 무시하는 건 싫다. 언니가 어떤 짓을해도 화는 날지언정 언니라는 존재 자체를 싫어하진 않을 것 같고 언니도 내가 어떤 사람이든지 간에 날 진심으로 싫어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런 존재가 있어서 든든하다. 진정한 관계란 이런 게 아닐까. 나도 똑같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서로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것이 아닌 어떤 모습이든 포용하는 것. 상대의 좋은 부분만 좋아하는 것이 아닌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함께 맞춰나가는 것.. 이것이 건강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실상사 탐방을 통해 자연과 함께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고 배려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쟜다. 여기서 살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