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커피는 수도없이 많이 마셔왔다. 우리나라 전통차는 어디로 갔을까? 검은 눈물의 사연과 함께 온 커피를 그렇게 애용하게 되었을까?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가 먹고 살기위해 커피나무의 열매를 까는 일. 저렴한 삯을 받고 그 고난으로 얻어진 커피임을 안다면 마음이 쓰라릴 것이다. 전설의 그 검은 눈물보다 더 검은 눈물이 흐를 것이다란 생각을 한다.
커피 한 잔의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흔하디 흔하게 커피를 마셔 보았지만 이렇다 할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남들이 다 해보았다는 러브스토리 조차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좋든 싫든 먹어 본 커피지만 좋은 기억을 떠올릴 수 없다니 먹먹하고 답답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제야 떠오른다. 설빔을 위해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앞당겨 온 딸과 사위가 외손자를 데리고 왔다. 두 돌이 가까와 오는 외손자는 참 앙증맞게 새배를 하고 떠났다. 사위는 가면서 ''장모님~제가 친구와 설에 외국여행을 갑니다. 정아를 잘 부탁합니다.'' 하고 카톡으로 왕복으로 예매한 차표를 보내주었다. 3박4일 여정이 끝나면 딸아이는 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친구와 홍콩여행을 다녀 온다고 한다. 항상 현재형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다.
그래서 올 설은 이곳 서울에서 보내게 되었다. 방문을 들어서니 온갖 장난감과 아기책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런 애를 데리고 그 많은 전은 어찌 부쳤는지?'' ''남편이 봐 주었지. 애가 매달리고 그랬지. 시아버님 생신도 바로 설 전이고 고모네랑 나눠 먹을려구 많이 했어.'' 라고 답하는 딸아이다.
그렇게 요리를 잘해도 한 끼 정도는 밖에서 사먹는다. 간장게장을 사먹고 서울 어린이 대공원엘 갔다. 넓기도 넓었지만 유리벽에 갇힌 이름모를 동물들은 만족하지 않은듯 하다. 까칠한 몸에 봄을 재촉하는 햇볕에 나른 잠을 자고 있다.꼭 우리네 인생 같다. 겨울에 헐벗은 나목 같은 우리 모습을 보는듯 했다. 오늘은 뚝섬엘 갔다. 내 기억속에는 부모와 놀은 기억보다 동무들과 골목을 누비며 놀은 기억이 많다. 어린이 위주로 꾸며진 놀이터는 아이들의 웃음과 재잘거림으로 온통 메워졌다. 호기심이 많은 외손자다 큰아이들에게 뒤질새라 온갖 기구들을 다 만져보고 싶고 오르내리고 싶어한다. 바람은 불고 몸은 젊을때 같이 않아 뼈마디가 저려온다. 카페 앞 한강물은 아이 뒤쪽에서 반짝반짝 윤슬을 마구 뿌려댄다.
이제야 떠오른다. 딸아이가 결혼 하기전이다. 대학교 3학년 알바할 때이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너무 달아 자기가 직접 음식을 해 먹겠다고 하였다.기숙사에서 같이 기거를 할때는 누구는 너무 깔끔해 샤워실에 머리카락 한 올도 께름칙해 하고, 또 한 명은 도무지 청소엔 신경 안쓰고 쏙 들어 갔다가 이불에서 쏙 나오는 학생도 있다고 하였다. 혼자 사니 그렇게 마음이 편한가 보다. 오빠가 아버지를 닮아 너무 야물어 꼭 필요한 돈만 부쳐 주었다. 한번은 서울 물가가 얼마나 비싼데 그 돈으로 식사비 다 해결 하겠냐며 고등어도 한 판씩 사서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 두고 떼서 요리해 먹는 딸아이다. ''학생들이 음식을 사주어도 자주 먹지 말거라. 그 부모들을 생각하면 그 점은 경계해야 해.'' 하고 노파심에 말하곤 하였다. ''아이들이 카드를 쓰면 증거가 남으니까 현찰을 써~'' 라고 말하는 의미는 뭘까? 그런 와중에도 혹 돈이 부족할까 몰래 여비를 부쳐주었다.
문제는 원룸도 볼겸 놀러 오라고 해 결혼하고는 처음으로 서울땅을 밟았다. ''알바하는 곳으로 안내 하였다. ''왜 이곳으로?'' 1층이 던킨 도너츠 알바하는 곳이다. 사장님보고 오늘 한 두시간 일찍 마쳐 달라고 했더니 ''왜 그러냐?'' 물어서 엄마가 온다고 말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이곳으로 모셔 오너라.'' 하였다는 것이다. 십 층도 넘는 곳에 오르니 근사한 양식 코스요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온지도 얼마되지 않은 딸아이의 일 솜씨에 감탄했나 보다. 중3때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제과제빵 조주 케잌 등 모두를 섭렵한 딸아이에게서 도움을 받기도 한듯 음식값을 절대 받지 아니하였다. ''딸아이가 간이 큽니다.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 간편식을 차린다고 알바를 그만 둔다고 하잖아요.'' 하였다. 나중에는 혼인 할 거라고 하니 정 그러면 필요할 때 부르면 한 번씩 와 도와 달라고 청하는 것이었다.
그때 외에도 가만히 생각 해보니 딸아이는 동대문 근처 호텔에서 ''에프터눈 티 세트 3단 케이크''를 예약했다. 아주 오묘한 커피와 함께 모정을 나누었던 기억이 새록 훈훈하게 떠올랐다. 결혼을 해서도 이렇게 불러서 커피 한 잔의 추억보다 더 진한 사랑을 때때로 안겨준다. 더 바랄 것이 없다. (20260218)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