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애인은 부부겠지요. 당신은 여당, 나는 야당. 당신은 짜장면, 나는 짬봉, 당신은 산으로 나는 바다로. 우리는 닮은게 하나도 없는데 부부가 되었습니다. 로또 당첨이라고도 하지요. 맞는 번호가 하나도 없으니까. 늘 로또 종이는 희망을 주다가 그냥 쓰레기 통으로 들어갑니다. 일치하는 게 하나도 없으니 맞춰서 살아가야합니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열애의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서로가 편하게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마주하고 자는 것은 신혼의 달콤함이 주는 불과 몇 년, 아니 몇 개월일 수도 있겠지요. 잠에서 깨어나 등을 보면 생각합니다. 우리가 꾸는 꿈은 다르다. 하지만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 악몽이라고 느끼지만 그게 또 어디 그런가요. 저 사람 없으면 나는 뭔가,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짠하기도 합니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벽이 주는 느낌은 단절이죠. 보이지 않는 벽. 그 벽 위로 곰팡이가 피고 습기가 찹니다. 그런 벽 위에는 당신이, 혹은 내가, 서로의 가슴에 박은 못(상처)이 견디고 있습니다. 단 하루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은 날도 있죠. 그러나 당신은 평화당, 나는 자유당을 말합니다. 서로에게 못이 되어 찌르지만 벽은 그 못을 받아들이며 또한 살아갑니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말로는 아무리 해도 답이 없습니다. 당신은 안, 나는 밖. 그러나 둘이 어울려 하나가 되면 안밖이 됩니다. 우리는 서로를 견디고 견뎌야합니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당신은 어둠, 나는 한낮. 그러나 우리는 한 침대를 공유합니다. 뉴스는 끊임없이 벽을 세우는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여당은 야당이 없으면 안 되고, 야당은 여당이 없으면 안 되겠지요. 서로의 잘잘못을 가리며 성장해야 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벽이 되면 곰팡이가 피고 그 상처는 서로에게 굽은 못처럼 박혀 빠지지도 않습니다. 과연 서로를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사과하고 배려하는 일은 없을까요? 하나의 벽을 공유하며 문을 만들고 창을 열어 공감할 수는 없을까요? 뉴스만 틀면 나오는 반목, 질시. 저는 어디에 서야하는지 깜깜해질 때가 있습니다. 줄다리기의 한 중간에 매어진 손수건 같습니다. 제목이 애인이라 천만다행입니다. 사랑이란 식었다가 뜨거웠다가를 반복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