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극장보다는 집에서 영화를 주로 보는 편이지만, 의뢰인만은 개봉날을 기다려 극장을 찾았다.
하정우와 박희순을 매우 좋아라 하는 편인데 이 두 배우의 조합이라니, 그것만으로도 극장을 찾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두 배우의 불꽃튀는 연기력과 그들이 펼칠 법정 공방이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정작 영화의 촛점은 장혁에 맞춰져 있었고
두 배우는 장혁이란 원톱을 도와주는 미드필더나 윙백 정도의 비중만 차지하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엔 두 배우의 투톱에 장혁은 그냥 비중있는 조연정도인 줄로 착각)
기대했던 법정 공방 부분은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었고, 하정우가 분한 변호사나 박희순의 검사 연기는 내가 가졌던 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오히려 별로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장혁의 뛰어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정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추격자, 국가대표, 황해 같은 흥행작 보다는 비스티보이즈란 영화에서 그가 보여줬던 능글맞고 비루한 제비족 역할때문이었는데,
의뢰인에서의 약간 껄렁껄렁하면서 진지한 변호사의 모습은 배역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박희순은 검사연기를 하면서 어느정도 카리스마를 뿜어내긴 하지만, 초창기 세븐데이즈나 작전에서 보여줬던 찬사가 절로 나오는 연기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두 배우가 연기를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두 배우의 연기는 훌륭한 편이었지만, 전작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얘기다.
어찌됐든간에 주연을 맡은 세 명의 연기자가 워낙 출중한 배우들인지라, 영화는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전개된다.
전반부 내내 복선 혹은 조각난 사건의 편린들을 잘 버무려 놓은 뒤
후반부에 이르러 퍼즐 조각 맞추기 처럼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은 꽤나 흥미로웠고, 많은 분들이 예상했다는 결말이 나에겐 큰 반전으로 다가왔다.
도가니 돌풍때문에 흥행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던 괜찮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별점은 ★★★☆/5개 만점)
사족: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유사한 느낌의 외국 영화와 영화 속 주인공역을 멋드러지게 소화한 한 배우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스포일러때문에 영화와 배우는 말씀드리기 힘들고 두 영화를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왠만한 분들은 모를거 같은 힌트를 드리자면 찾아보니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1996년 작품이네요. 영화 안 보신 분들은 검색하지 마세요. 영화의 재미가 반감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