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문학에 새로운 빛이 비춰졌다. 한국 고유의 바둑시가 영어로 번역된 것이다.
바둑은 수천년 동안 우리 조상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한국은 수많은 바둑문학 유산을 가졌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바둑에 관한 시는 풍요롭다. 그럼에도 우리 바둑시는 우리나라 바둑인들에게조차 잘 알려져 있지 못했다.
저자 곽정 씨는 고려왕조시대부터 조선왕조시대까지 투명하고 절제된 언어로 묘사된 한국의 바둑시를 엄선해 영어로 번역했다.
시를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원체 어려운 일이거니와 바둑에 대한 깊은 통찰, 시적 감수성, 뛰어난 영어 실력을 두루 갖춘 사람이 해내야 했다. 또 용기도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이 작업은 귀중했다. 저자는 “선조들의 바둑사랑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고자 용기를 냈다”고 말한다.
‘인생 백년이 한판의 바둑과 같고' 책 제목은 생육신의 한사람이며, 한민족이 낳은 천재시인인 금오 김시습의 바둑시의 일부다 이 책에 실린 시의 작자들은 한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적 인물들이 총망라한다.
그들의 시에는 한결같이 바둑이 들어있다. 한 편의 시 속에 술과 노래, 풍류, 우정, 인생, 삶의 질곡, 그리움 등이 뚝뚝 묻어난다. 그늘진 시원한 곳에서 시 한 편을 읽으면, 어느덧 시공을 초월하여 조상들과 대화를 하며, 인생을 관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허초희와 함께 흰룡을 타고 날며, 김시습, 원천석, 조식의 시를 읽고, 은둔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엿보게 된다. 김삿갓, 김종직, 손순효의 시를 읽으면 치열한 바둑의 내면세계가 펼쳐진다. 바둑은 사대부들에게 단순한 놀이를 벗어나 서로간의 소통의 장이며, 인생의 관조이고, 치세와 병법의 수단이었다.
김구선생은 문화강국이 진정한 강국이라고 설파하셨다. 이제 우리의 최고 지적자산인 바둑이 이 시집을 통해서 전 세계에 알려질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