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은 20년 동안 한결같이 무대를 지킨 한국 뮤지컬계의 큰언니다. 불혹에 접어든 나이지만 여전히 왕성한 혈기로 노래하고 춤추는 그는 과연 뮤지컬 배우의 운명을 타고난 듯하다.
1969년생 | 뮤지컬 <시카고> <맘마미아> <듀엣> <아이러브유> <사랑은 비를 타고> <비밀의 정원> <프로듀서스> <딸에게 보내는 편지> <지킬 앤 하이드> <토요일 밤의 열기> <캬바레>
정미래 기자 | <맘마미아>가 한창 공연 중인데 4월에 시작하는 <소리도둑> 연습도 맹렬히 하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다. 최정원 | <맘마미아>의 도나 역은 트리플 캐스팅이라서 난 3월까지만 하고 4월 5일부터 <소리도둑>에 출연한다. 원래 겹치기 안 하는데, <맘마미아> 서울 공연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 <소리도둑>을 계약해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창작 뮤지컬을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에 <소리도둑>을 놓칠 수 없었다. 바쁘지만 행복하다.(웃음)
정미래 기자 | 단 한 번 망설임도 없이 <소리도둑>을 택했다고 들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최정원 | <에이미>(Amy)라는 호주영화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정미래 기자 | 아, 그 영화 TV에서 본 적 있다. 극장에선 1998년인가 개봉했지? 너무 감동적이었다. 최정원 | 정말 감동적이지. 아빠의 죽음을 목격한 소녀가 말을 잃게 된 후 노래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는 스토리를 한국적으로 풀어냈다.
정미래 기자 | 그럼 <소리도둑>에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나? 최정원 | 아빠의 사고 이후 말을 못하게 된 소녀 ‘아침’이의 엄마인 ‘인경’ 역할이다. 실제로 딸을 가진 엄마로서 가슴에 와 닿는 인물이다.
정미래 기자 | 슬픈 뮤지컬일 것 같다. 포스터에서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던데. 최정원 | 슬프면서 재미있다. 벙어리가 된 소녀를 위해 각양각색의 이웃이 하나로 뭉쳐 노래를 하며 기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그려진다. 호주영화에서 가져온 것이긴 하지만, 뮤지컬 <소리도둑>은 우리 이야기다. 한국 정서가 많이 가미됐다. 무엇보다 음악이 너무 훌륭하다. 지금까지 내가 공연한 창작 뮤지컬 중에서 단연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명한 외국 뮤지컬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천사의 발톱> <미친 키스> 등의 강렬한 창작물을 만들었던 조광화 감독과도 처음 하는 작업이라서 기대가 크다.
정미래 기자 |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작품을 동시에 연습해야 하는데, 힘들진 않나? 최정원 | 전혀. 오히려 활력이 생긴다. 같이 연습하는 후배가 “누나 뭐 좋은 거 드셨어요?”라고 물어볼 정도다.(웃음) 그동안 창작 뮤지컬에 목이 말라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이거 10년 만에 하는 창작물이다. <맘마미아>처럼 유명한 해외 뮤지컬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작품에 내가 맞춰가는 거지만, 창작 뮤지컬은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내가 직접 인물과 음악과 안무를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 작업이 너무 좋다.
정미래 기자 | 국내 창작 뮤지컬은 최근 들어 많이 제작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대학로에 연극 포스터보다 뮤지컬 포스터가 더 많이 붙어 있다. 최정원 | 그런데 커다란 성공을 거둔 작품은 별로 없지.
정미래 기자 | 창작 뮤지컬이 잘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최정원 | 창작 뮤지컬은 집을 짓는 것과 똑같다. 겉보기만 멋있게 짓는 게 아니라, 오래 살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짓는 게 중요하다. 무대에 잠깐 올려졌다 잊히기보다 몇십 년이고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뮤지컬이 되어야 하지. 그러려면 스탭과 배우들의 열정이 가장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소리도둑>은 감이 좋다. 내 딸아이로 출연하는 아역배우가 내 역할을 맡을 수 있을 때까지 롱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한국도 <맘마미아>처럼 많이 사랑받는 뮤지컬이 나와줘야 한다.
정미래 기자 | <맘마미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2~3월은 공연계 비수기인데도 <맘마미아>는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최정원 | 관객들이 너무 즐거워한다. 앙코르도 많이 나오고. <맘마미아>는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작품인 것 같다. 특히 중년 관객들이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보러와 신나게 놀고 간다. 그런 걸 보면 뿌듯해진다.
정미래 기자 | <맘마미아>의 매력을 꼽자면? 최정원 | 가장 큰 건 음악. 아바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가지고 기막히게 재미있는 스토리를 구성한 것이 사랑받는 이유다. 또 젊은이가 아닌 중년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정미래 기자 | <맘마미아>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9월쯤 개봉한다던데. 최정원 | 메릴 스트립이 주인공이지. 근데 메릴 스트립은 노래는 잘 못하더라.(웃음) 두 키나 내려서 불렀더라고. 하지만 훌륭한 연기로 잘 풀어낸 것 같다. 영화와 공연은 어디까지나 다르니까. <맘마미아>를 영화로 어떻게 풀어냈을지 너무 기대된다.
정미래 기자 | 요즘 ‘무비컬’이라고 해서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유행처럼 많이 제작되고 있다. 최정원 | <오페라의 유령>이나 <드림걸즈> <시카고> 같이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듯이, 좋은 스토리를 가진 영화가 뮤지컬로 재탄생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물론 유행에 편승해서 대충 만든 뮤지컬은 사양한다. 뮤지컬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내야 제대로 된 무비컬이지.
정미래 기자 |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뮤지컬의 인기가 굉장히 높아졌다. 이제 거의 완벽하게 대중화를 이뤘다고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뮤지컬을 열정적으로 찾게 된 이유가 뭘까? 최정원 | 한국이 원래 가무의 나라잖아. 춤추고 노래하는 걸 즐기는 민족이지. 음악이 흐르고 흥겨운 안무가 있는 뮤지컬을 안 좋아할 수 없다. 그런 잠재된 욕구가 작품의 질적 향상과 함께 폭발한 거 같다. 뮤지컬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은 끊임없는 연습이다. 뮤지컬은 절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여러 배우들이 땀 흘려 연습하고 호흡을 맞춰 탄생하는 앙상블의 힘,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두 달, 세 달 모여서 연습하는 과정이 무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야만 관객에게 희열을 선사할 수 있다. 나 역시 배우이자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정미래 기자 | 뮤지컬이 대중화돼서 그런지 요즘엔 가수나 배우들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뮤지컬 배우들이 영화 출연을 하기도 하고. 최정원 | 공연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상업적인 목적으로 스타를 캐스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그들이 무대에 와서 잘하면 기꺼이 기립박수를 쳐주겠지만, 연습량이 부족해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후배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100번 연습한 노래와 1,000번 연습한 노래는 다르다고.
정미래 기자 | “요즘 젊은 배우들은 무대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고 쓴 소리 한 인터뷰 기사를 봤다. 최정원 | 내가 뮤지컬 시작할 때는 영화 <실미도> 같았다. 한 공연을 위해 2~3년을 모여서 레슨만 받았지. 무대에 대한 갈망만으로 힘든 기간을 버텼다. 그런데 지금은 작품 수가 너무 늘어나다 보니 무대 경험이 별로 없는 어린 배우가 쉽게 주인공이 된다. 어렵지 않게 무대에 오른 친구들과 2~3년을 간절히 무대만 바라봤던 사람들의 마음은 당연히 다를 것이다. 나는 무대에 누워 있는 걸 좋아한다. 공연하기 5시간 전에 극장에 도착해서 무대에서 눈을 감고 누워서 텅 빈 객석을 가득 메울 관중들을 생각한다. 무대는 그렇게 소중한 것이다.
정미래 기자 | 얼마 전에 패션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가 <아이코닉 아메리카 북> 책 발간을 기념해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 전시’를 했는데, 갖고 있던 뮤지컬 대본을 그곳에 전시했다. 그동안 공연했던 뮤지컬 대본을 다 소장하고 있나? 최정원 | 다 모았다. 24작품 되더라. 재산이지 재산. 내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게 뮤지컬 영화 <싱잉 인 더 레인>인데, 이번 행사에서 <싱잉 인 더 레인>의 커다란 오리지널 포스터도 전시를 했다. 전시가 끝나고 그 포스터를 선물로 받아서 너무 기뻤다. 집에 곱게 붙여놨다.(웃음)
정미래 기자 | 뮤지컬 배우가 된 지 20여 년이 흘렀다. 최정원 | 내년이면 딱 20년 된다.
정미래 기자 | 처음 무대에 섰을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 최정원 | 내가 시작했을 때는 뮤지컬이 지금처럼 대중적인 문화가 아니었다. 하지만 관객 호응만큼은 지금과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무대에만 서면 항상 설레고 떨리고 너무너무 행복하다.
정미래 기자 | 작년 말에 조승우와 함께 네티즌이 뽑은 최고의 뮤지컬 남녀 배우로 각각 선정됐다. 늦었지만 축하한다. 최정원 | 고맙다. 조승우 씨가 39% 나왔고, 내가 41.5%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미래 기자 | 수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네.(웃음) 최정원 | 하하. 사실 내가 좀 공주병이 있다. 내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거지. 나는 남들이 “최정원 최악이다”라고 말해도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 설문조사가 대단한 명예를 가져다준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 예매를 통해 공연을 본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트로피를 받은 것보다 기분이 좋았다.
정미래 기자 | 더 기분 좋은 말 해볼까. 한국의 여자 뮤지컬 배우로는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여배우 중에서는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최정원 | 내가 쉬지 않고 계속 뛰고 있어서 그런가?(웃음) 딸아이 낳을 때 빼고는 무대를 안 떠났으니까.
정미래 기자 | 후배 양성에도 신경 좀 써야 되는 거 아닌가? 최정원 | 웬걸, 능력 있는 후배들 많다. 다만 춤, 노래, 연기를 골고루 잘하는 배우들이 더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정미래 기자 | 예전에 뮤지컬 하다가 영화 출연도 하게 된 배우를 만났는데, 자신은 춤은 잘 못 추고 노래 부르는 게 더 좋다고 말하더라. 최정원 | 요즘 그런 경향이 좀 있긴 하다. 노래만 잘하는 배우, 춤만 잘 추는 배우, 연기를 특출나게 잘하는 배우 등으로 나눠지지. 작품도 마찬가지다. 춤이 강조된 뮤지컬이 있는 반면, 노래 위주로 만들어지는 작품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라면 어떤 작품이 들어와도 뛰어나게 해낼 수 있을 정도로 골고루 능력을 키우는 게 바람직하지.
정미래 기자 | 그것의 원동력은 아무래도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최정원 | 맞다. 난 고등학교 다니다 뮤지컬을 선택한 후 학교를 포기할 만큼 열정적으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정미래 기자 |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나? 최정원 | 전혀. 물론 똑같은 노래와 안무를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하는 연습은 정말 지치고 외롭다. 그러나 노력과 인내의 시간을 이겨내고 나면 맛있는 열매가 생기기 마련 아닌가. 완벽하게 연습을 마치고 무대에 올라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으면 고된 연습 시간은 다 잊어버리고 달콤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박수를 받고 커튼이 내려질 때면 ‘내일은 더 잘할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외친다.(웃음)
정미래 기자 | 그 열정과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 최정원 |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내가 다섯 살 때부터 가수들 모창을 했다고 한다. 어른들이 노래 좀 해보라고 하면 김수희, 윤시내 흉내를 냈단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다섯 명 이상이 모이지 않으면 노래를 안 불렀다고 한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그 때부터 박수소리를 좋아했던 것 같다. 내가 뮤지컬 시작할 때만 해도 배우들이 출연료를 제대로 못 챙기는 경우가 좀 있었다. 그래도 나는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돈을 못 받고도 계속 공연을 했다. 정말 순수하게 좋아서 한 것이기 때문에 20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것 같다.
정미래 기자 | 정말 뮤지컬 할 운명이었나 보다. 최정원 | 맞다. 운명.
정미래 기자 | 설 특집 MBC <행복 주식회사 만원의 행복>에서 배우 오정해의 지인으로 잠깐 출연해서 연습하는 모습 보여준 게 적잖이 화제가 됐다. 최정원 | 물구나무서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하면서 목 푸는 게 시청자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웃음)
정미래 기자 | 마치 ‘생활의 달인’을 보는 것 같았다.(웃음) 최정원 | 예전엔 러닝머신 위에서 노래하기도 했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훈련들이다. 남편이 말하길, 내가 아직도 새벽 4시쯤에 자다가 일어나서 목소리가 잘 나오는지 확인하고 다시 잠든다고 한다.
정미래 기자 | 그 방송을 보면서 정말 타고난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했다. 최정원 | 노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윗몸일으키기 하면서 노래 부르는 거, 정말 배가 찢어지게 아프다. 그러나 정말 죽을 만큼 아프다고 느끼는 순간 한 번 더 윗몸일으키기를 하면 바로 그때 실력이 는다. 자기가 원하는 역할의 대사와 노래를 항상 연습해놓는 것도 중요하다. 뮤지컬 막 시작할 때 <가스펠>이란 작품을 했었는데, 선배들 시중들고 연습실 청소하면서 주인공의 노래를 다 외웠다. 그런데 정말 기막히게도 공연 9일 전에 주연을 맡은 언니가 사고를 당한 거다. 부랴부랴 오디션을 봤지. 결국 내가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때 주인공이 짧은 머리여야 해서 오랫동안 길렀던 머리카락을 스포츠머리로 싹둑 잘라냈지.
정미래 기자 |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최정원 | 준비만 완벽하게 돼 있으면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뒤로 아끼는 후배들한테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 역할 충분히 연습해두라고 말한다.(웃음)
정미래 기자 | 얼마 전에 MBC 드라마 <비포&애프터 성형외과>에 출연한 거 보고 깜짝 놀랐다. TV 드라마는 처음 아닌가? 최정원 | 그거 봤나? 내 생애 첫 드라마였다.(웃음) 그동안 여기저기서 섭외는 많이 들어왔지만 무대에서만 연기를 하고 싶어서 모두 거절했었다. 그런데 <비포&애프터 성형외과>는 한 에피소드에서만 잠깐 등장하면 되고, 또 뮤지컬 배우 역할이라서 큰마음 먹고 출연하게 됐다.
정미래 기자 | 드라마 찍어보니 어떻던가? 최정원 | 탤런트들이 이렇게 사는구나, 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됐다. 촬영 중간에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길었다. 또 뮤지컬 공연은 1부터 10까지 순서대로 탁탁 진행되지만, 드라마는 극의 흐름대로 촬영을 하는 게 아니니까 참 낯설더라. 워낙 코믹한 역할이라서 웃다가 NG도 많이 났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 촬영하고 나서 더욱더 절실히 깨닫게 됐다. 역시 난 뮤지컬만 해야 한다는 걸.(웃음)
정미래 기자 | 영화 출연 제의도 많았을 텐데. 최정원 | 많았지. <쉬리> 때도 연락이 왔었고.
정미래 기자 | 좋은 영화라면 출연해볼 수도 있지 않나? 최정원 | 모르겠다. 정말 괜찮은 뮤지컬 영화가 나오면 한번 도전해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공연장이 제일 좋다. 영화, 드라마와 달리 공연은 배우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무대를 이끌어가고 관객을 움직이는 건 결국 배우다. 공연은 절대 편집을 할 수 없으니까. 그 순간 최선을 다해서 보여주지 않으면 끝이니까. 그리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 그게 좋다.
정미래 기자 | 언제까지 무대에 설 건가? 최정원 | 벚꽃은 가장 아름다울 때 떨어지지 않나. 아마도 배우 최정원의 최고작이라 칭할 만한 공연을 멋지게 하고 나면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난 매번 새 작품을 할 때마나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공연이 끝나면 뭔가 아쉬워서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니 내가 무대를 떠날 날이 언제가 될지, 과연 그 날이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웃음)
사진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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