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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15
S#1. 별장 앞 (14부 62씬)
끼이이익---- 별장 앞까지 돌진해 오는 도현의 차!
기습적인 공격에 잠시 별장문 앞에서 흩어지는 사내들!
순간 빠르게 차에서 내려 별장을 향해 걸어가는 도현!
달려와 도현의 앞을 막아서는 사내들!
비켜! 밀치고 들어가려는 도현!
막아서며 공격태세를 갖추는 사내들!
사내들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도현!
도현을 향해 일제히 달려드는 사내들!
수적으로 밀리는 도현, 결국 상대편 사내에게 강하게 한방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
지이잉..... 이명, 그리고 두통과 함께 시작되는 전조증상!
공격을 멈추고 어리둥절 바라보는 사내들!
세기 : (머릿속에서 들리듯, E) 비켜. 넌 감당 못해!
도현 : (머리를 감싸 쥔 채로 괴로워하며, E) 아니, 내가 해.
세기 : (E) 나한테 맡기면 훨씬 편해질 텐데?
도현 : (E, 이를 악물고 버티는) 아니. 이건 내 싸움이야. 내가 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는 도현, 다시 별장을 향해 가는데,
그런 도현의 뒤에서 각목을 휘두르는 사내!
퍽---! 도현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사내의 각목!
헉---! 호흡이 정지되는 순간, 섬광처럼 떠오르는,
어린 리진 : (E) 가지 마....나랑 놀자....
S#2. 플래시백 (14부 63씬 편집)
일어서 있는 어린 도현의 손을 붙잡고 있는 어린 리진의 얼굴(!)
일각에서 바라보며 서있는 성인 도현.
도현 : (어린 리진의 얼굴을 확인하고, 충격으로 멍한) 오리진씨....?
어린 리진 : (헤어지기 싫은) 혼자 있음 무섭단 말야.... 근데 너랑 같이 있으면 안 무서울 거 같아.
어린 도현 : 내가 여기 온 거 아빠한테 들키면 니가 혼나. 내일 밤에 다시 올게. 매일 매일 올게.
어린 리진 : 정말 올 거야? 꼭 와야 돼.
어린 도현 : 응. 기억해. 매일 밤 10시. 우리가 약속한 시간.
어린 리진 : (무서움과 아쉬움을 참고,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웃으며, 끄덕이는)
S#3. 별장 앞 (14부 64씬)
순간 눈가가 확 붉어지는 도현, 그 이마 위로 주욱— 그어지듯 흘러내리는 핏줄기.
그대로 무릎이 꺾이더니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리며 그대로 정신을 잃는 도현의 모습에서.
S#4. 별장 / 방 안 (14부 61씬 변주)
암막 커튼이 쳐있어서 몹시 어두운 실내.
바닥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리진. 그 위로,
세기 : (F.C-1부 59씬) 기억해.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
도현 : (F.C-8부 60씬) 잘 기억해두세요. 2015년 1월 29일. 오후 10시. 첫 상담 시작 시간.
어린 도현 : (E) 기억해. 매일 밤 10시. 우리가 약속한 시간.
순간 의식이 돌아온 듯 까딱.... 움직이기 시작하는 리진의 손가락에서.
S#5. 리진의 꿈 (지하실 / 새로 찍어야 하는 장면)
장난감 기차는 레일 위에 정지되어 있고,
고장 난 로봇인형이 혼자서 지하실 바닥 위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품에 낡은 곰인형(나나)을 안은 채 크레파스로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어린 리진.
곰인형 그림 밑에 ‘I’m Nana‘라고 쓰고 있다.
이때, 벽에 처박혀있던 뻐꾸기시계가 10시를 알린다.
순간 얼른 지하실 문을 돌아보는 리진. 얼굴이 상처투성이다!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는 지하실 문. 그 위로,
어린 리진 : 왜 안 와....나 무섭단 말이야. (눈물 그렁해지며 울먹이는데)
S#6. 별장 앞 (낮)
바닥에 쓰러져 있던 도현, 마치 그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꿈틀 몸을 움직여 힘겹게 일어선다.
피투성이가 된 처참한 얼굴로 비틀비틀 힘겹게 별장을 향해 걸어가는 도현. 그 위로,
(*이하 플래시컷들은 도현이 리진을 생각하는 것들만)
지순영 : (E) 요건 우리 리진이 영어 발표회 날, 예쁘지?
# 인서트 (14부 28씬)
지순영과 함께 미소 지으며 어린 리진의 사진을 바라보던 도현.
사진 속 어린 리진의 얼굴에서.
# 인서트 (새로 찍어야 할 컷)
맞아서 피멍(!)이 든 얼굴로 어린 도현과 함께 벽 위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며, 천진하게 웃는 어린 리진.
# 현재
별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도현의 두 눈이 확 붉어지고.
# 인서트 (14부 63씬/3부 34씬)
‘가지 마... 나랑 놀자’하던 어린 리진.
‘너, 이름이 뭐야? 가지마. 나랑 놀자.’ 하던 성인 리진.
# 현재
붉어진 눈에 차오른 눈물이 후두두둑 떨어지는 도현.
# 인서트 (14부 63씬/6부 56씬)
‘근데 너랑 같이 있으면 안 무서울 거 같아’하던 어린 리진.
‘나는 이상하게 지하실하고 불은 무섭드라. 근데 너랑 있으면 안 무서울 것 같아.’ 하던 성인 리진.
# 현재
얼굴이 일그러지며 가슴이 찢어지는 도현.
# 인서트 (14부 63씬/3부 32씬)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 어린 리진.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 하던 성인 리진.
# 현재
거의 흐느낌 같은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 도현.
별장 앞까지 다가온 도현 앞을 가로막아서는 사내들.
사내들을 헤치며 집요하게 별장 쪽을 향해가려는 도현.
결국 도현을 잡아채서는 주먹을 날리는 사내1.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 도현.
그렇게 쓰러지면 또 다시 비틀비틀 일어나 오직 별장을 향해 걸어가는 도현.
그런 도현을 향해 달려드는 사내들.
‘놔! 이거 놔! 다 죽여버릴거야! 다 죽여버릴거야!’ 마치 절규처럼 소리치며 사내들에게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도현.
사내 : ......(한쪽에서 지켜보고 서 있다가, 일이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지자,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S#7. 달리는 신화란의 차 안 (낮)
직접 운전을 하며 핸즈프리로 통화 중인 신화란.
신화란 : (!!!)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해! 미행 안 붙었다고 했잖아! (흥분했다가, 이성을 찾고는) 일단 그놈이 어떤 놈인지,
무슨 목적으로 그 여자앨 데려가려고 하는지, 신원파악하고, 경찰 붙기 전에 철수해. (으름장)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이 일이랑 전혀 관계없는 거야, 알아? 만일 일이 커지면, 약속대로 당신들이 다 뒤집어쓰는 거라고!
(핸즈프리를 확 빼버리고는, 도망치듯 거칠게 차를 유턴시키고)
S#8. 별장 앞 (낮)
사내 : (휴대폰을 끊고는, 수하들을 향해) 야, 놔두고, 흩어져!
순간, 바닥에 패대기쳐진 도현에게 무차별한 발길질을 선사하고 있던 사내들,
도현을 그대로 바닥에 내버려두고는 신속하게 차에 오르고.
별장 앞을 뜨는 두 대의 차.
차들이 뿜어내는 흙먼지 속에 죽은 듯 쓰러져있는 피투성이 도현.
S#9. 별장 / 방 안 (낮)
죽은 듯 쓰러져 있다가 어느 순간 가만히.... 눈을 뜨는 리진.
눈만 굴려 주위를 살펴보면 낯선 공간. 그리고 깜깜한 어둠...
순간 벌떡 일어나 방문을 향해 달려가는 리진. 문손잡이를 돌려보지만, 굳게 닫혀있는.
리진 : !!! (순간 덜컥 겁이 나는, 탕탕탕!! 문을 두드리며) 여보세요!! 밖에 아무도 없어요? 열어주세요! 이것 좀 열어주세요!!!
소리치던 그때, 섬광처럼 퍼뜩 떠오르는,
# 인서트 (지하실 / 새로 찍어야 하는 씬)
겁에 질린 얼굴로 탕탕탕! 지하실문을 두드리고 있는 어린 리진. (*이때는 아직 얼굴에 상처 없고, 예쁜 옷차림. 학대 초창기)
어린 리진 : 열어주세요! 이 문 좀 열어주세요!
# 현재
리진 : !!! (떠올리고는, 혼란스러움에 눈빛 흔들리며, 마음의 소리, E) 뭐지....? 이건 또 뭐야....?
충격으로 멍...해지다가 천천히 호흡이 가빠지는 리진! (*심리적 과 호흡 증후군입니다)
얼른 방안 여기저기를 뒤져 적당한 봉투 하나를 찾아내더니,
두 손으로 봉투 입구 잡고, 입과 코에 갖다 붙이고는 허억....허허억....호흡을 가라앉히는 리진. 그 위로,
어린 리진 : (E) 정말...올 거야?
S#10. 별장 앞 (낮)
흙바람이 불고.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임이 없는 도현. 그 위로.
어린 도현 : (E) 내일 밤에 다시 올게. 매일 매일 올게.
어린 리진 : (E) 꼭 와야 돼.
순간 꿈틀 몸을 움직이는 도현. 힘겹게 비틀 일어서고....
S#11. 별장 / 방 안 (낮)
입과 코에 봉지를 댄 채 호흡을 고르고 있는 리진.
이때, 벌컥 문이 열리며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순간,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들고 있던 봉투를 던져버리고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얼른 구석으로 가서 숨듯이 앉는 리진.
세운 양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팍 묻어버리는데(*마치 어린 리진처럼),
어린 도현 : (E) 늦게 와서 미안.
리진 : ......?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면)
피투성이가 된 채, 방문 앞에 서있는 도현!
리진 : (놀라) 차도현씨.....? (심상찮음을 느끼고 달려가 붙잡으며) 뭐야, 왜 피투성이가 된 건데?
도현 : (의식 혼미한 채로) 늦게 와서... (눈가 확 붉어지며) 미안....
리진 : .....!
도현 : (그대로 정신을 잃으며 리진 품안에 안기듯 쓰러지는)
리진 : !!! (얼결에 도현을 안은 채로 놀라) 차도현씨! 차도현씨! (울음 터지며) 차도현씨!!!!
S#12. 별장 앞 (낮)
끼이익--- 별장 앞에 와서 멈춰서는 리온의 차!
빠르게 차에서 내려 별장을 향해 뛰어가려는데,
뒤이어 달려와 리온의 앞을 가로막듯이 해서 멈춰서는 안실장의 차!
안실장 : (차에서 내려 다짜고짜 리온의 멱살을 잡고는) 누구야, 너! 누구야!!!
리온 : (그 멱살을 확 뿌리치며) 리진이 오빱니다! 저 안에 내 동생이 있어요! (하는 순간)
리진 : (E) 차도현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차도현씨!!!
안,리온 :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S#13. 별장 / 방 안 (낮)
달려오다가 그대로 멈칫 서는 리온.
보면, 피투성이가 된 도현을 안은 채 울부짖고 있는 리진!
안실장 : (뒤이어 달려와) 부사장님! (부르며 도현에게 달려가고)
리온 : ......! (리진의 울부짖는 모습에)
리진 : (리온을 발견하고는) 리온아, 119 불러! 빨리 119 불러!!! (소리치는데서)
S#14. 강한 병원 / 응급실 복도 (낮)
스트레처카에 실려 응급실로 가고 있는 도현이고, 그 옆에 붙어 따라 뛰고 있는 리진.
응급실 의료진들 뛰어오면, (*현장에서 적당히 수정해주세요)
리진 : (아는 의사다) 일단 바이탈 체크부터 하고, 골절 가능성도 있으니까 씨암 (C-ARM : 이동식 X-RAY촬영 장비) 확보해.
가끔 로라제팜하고 알프라졸람 복용하고 있으니까 참고하고,
아는 의사 : (OL, 함께 뛰며, 놀라) 오선생, 니가 왜 여깄어? 존스홉킨스 간 거 아니었어?
리진 : (버럭) 지금 수다 떨 때야? 빨리 살리라고 저 사람!
아는 의사 : 야, 너 흥분했다. 들어오지 마. 들어오지 마? (간호사에게) 오선생 못 들어오게 하세요.
(하고는 도현의 스트레처카와 함께 응급실로 사라지고)
응급실문이 닫히면, 눈물 흐르거나 말거나 내버려 둔 채로 응급실 쪽만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이고,
일각에서 그런 리진을 바라보며 서있는 리온의 표정.
S#15. 강한 병원 / 응급실 (낮)
의식을 잃은 채 침대 위에 누워있는 도현에게 달라붙어 링거줄을 매달고, 이마의 상처를 봉합하는 의료진들.
S#16. 강한 병원 / 응급실 근처 대기실 (낮)
불안한 표정으로 대기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리진.
그 앞으로 불쑥 내밀어지는 캔 음료. 보면 리온이고.
리진 : ......고마워. (받아서, 뜯지 않고 손에 들고만 있는)
리온 : ......(보다가, 옆에 앉아, 리진의 손에 들린 캔 음료 따서 리진 손에 들려주고, 자신의 음료도 따서 한 모금 마시고는)
너도 진료 좀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많이 놀랐을 텐데.
리진 : 난 괜찮아.
리온 : ......(보다가) 그렇게 걱정 되면 여긴 내가 있을 테니까 넌 들어가 좀 쉬어.
리진 : 아냐. 내가 있어야 돼. 내가 저 사람 주치의잖아.
리온 : (좀 화나서) 넌 저 사람 마음에 생긴 상처 담당이잖아! 몸에 난 상처까지 담당해야 돼? 그건 니 전공도 아니잖아!
리진 : (울컥해서) 나 때문에 다친 거잖아.
리온 : 누가 그래 너 때문이라고! 확인된 바 있어? 오히려 저 사람 때문에 니가 납치됐을 확률이 더 높잖아!
리진 : 누가 그래 저 사람 때문이라고! 확인된 바 있어?
리온 : (울컥 터지며) 넌 저 사람만 걱정되고, 널 걱정하는 내 마음은 안중에도 없냐!!!
리진 : ! (화내는 모습에 놀라서 보면)
리온 : 니 마음대로 해. 니가 언제 내 말 들었어? (마시던 캔을 거칠게 휴지통에 팍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가버리고)
리진 : 리온, (부르려다가 말고, 그대로 바라보는 채로) ......
S#17. 강한 병원 일각 (낮)
울컥 치솟는 감정을 억누르며 병원 밖으로 나오는 리온인데,
안실장 : (E) 별장이 그 분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리온 : (멈칫, 서는)
보면, 한쪽에서 휴대폰으로 누군가(*6부에서 의뢰했던 심부름센터 센터장 정도라고 치고)와 통화 중인 안실장.
안실장 :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닙니까? (몇 번을 확인했다는 대답에 괴로운,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일단 알겠습니다. 행동대장으로 나섰던 남자 신분 좀 알아봐주시고,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꾸몄는지 조사해보세요.
네. (끊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는데)
리온 : (E, 담담히) 그래서, 별장 소유주가 누구랍니까.
안실장 : !!! (돌아보면)
리온 : (서늘해진 표정으로 다가오며)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제 동생을 납치한 겁니까?!!! (소리치는 데서)
S#18.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낮)
신화란 비밀리에 사내와 휴대폰 통화 중이다.
신화란 : !!! (얼굴이 창백해지며) 아...아이디 엔터 부사장 차도현? (하늘이 무너지는)
화....확실해? 미행 붙었던 사람이 차도현이란 사람이 확실하냐고. (잠시 멍...했다가, 뺵)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꼬리가 만리장성이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밟혀!!! (한 손으로 이마 감싸 쥐고는, 진정하려 애쓰며) 당분간 숨어 있어.
코빼기도 보이지 마. (눈빛 서늘해져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이 일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야. 알아들어?
(전화 끊고는, 불안함에 부들부들 떠는 위로)
리온 : (E, 알만하다는 듯) 말할 수 없는 비밀인가 보군요.
S#19. 강한 병원 일각 (낮)
마주보고 선 안실장과 리온.
리온 : 필사적으로 감춘다는 건, 제법 큰손이 움직였다는 뜻일 테구요.
안실장 : (담담히) 아직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리온 : (OL)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알아보죠. 그만한 정보력은 있으니까요. (하고는 가다가, 우뚝 멈춰 서더니)
제가 짐작이 틀렸길 바랍니다. 만일 그렇다면... (눈빛 서늘해지며) 제가 무슨 짓을 하게 될지 저도 모르니까요.
(서늘한 표정인 채로 가고)
안실장 : (일이 커질 것 같아 미쳐버리겠고)
S#20. 강한 병원 / 주차장 (낮)
서늘한 눈빛으로 거칠게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오르는 리온.
운전석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단축키를 누른다.
리온 : (착신되면, 앞만 정시한 채) 형님, 저 오메갑니다. 한 가지만 더 알아봐주셨으면 하는데요, (에서)
S#21. 강한 병원 / VIP 병실 (밤)
이마에 봉합 거즈 붙이고, 링거줄을 매단 채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도현이고,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리진.
이때, 벌컥 문이 열리더니 가운 차림으로 다급히 들어서는 석호필.
리진 : (일어나며) 교수님.
석호필 : 어떻게 된 거야 이게. 페리박이 벌인 일이야? 아니면 신세기야?
리진 : 아직 잘 모르겠어요.
석호필 : (속상해서 보다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잠깐 나와 봐.
리진 : 아니 저는 여기,
석호필 : 아, 저번에 상담하기로 했잖아. 차군은 좀 자게 두자고. (먼저 나가고)
리진 : ......(도현을 한 번 봤다가, 따라 나가고)
두 사람 나가고 나면... 그제야 가만히 눈을 뜨는 도현. 천장만 바라보는 채로 천천히 붉어지는 눈.
석호필 : (E) 또 기시감을 느꼈다고?
S#22.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밤)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 석호필과 리진.
리진 : 네. 이번엔 꽤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석호필 : (기막힌) 허허허... 오선생이 차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키가 될 줄 알았더니,
반대로 오선생의 기억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묘한 인연이네. 정말 묘해.
리진 : 어쨌든, 신군에게는 있고, 차군에게는 없는 기억 속에 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한 거 같아요.
석호필 : 접점을 찾았나?
리진 : 아직은요. 하지만 신군은 차군이 기억을 잃어버린, 일곱 살 때 쯤 생긴 인격일 가능성이 크니까,
그쯤 언젠가 만났을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떠올려보려구요. 제가 잃어버렸던 기억을.
석호필 : 응? 차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게 아니고, 오선생의 기억을?
리진 : 네. 만일 차군과 제가 어린 시절의 언젠가 만난 적이 있다면... 둘 중 한 사람만이라도 기억을 떠올리면,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차군의 마음이 조각난 이유를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구.
석호필 : 오선생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차군을 위해서 오선생의 기억을 떠올려 보겠다?
리진 : (웃으며) 함께 극복해보기로 했거든요. 지하실 공포증이든, 힘든 일이든, 유년시절의 기억이든.
그렇게 서로 치유하는 거죠 뭐.
석호필 : ......(좋아하는구나....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S#23.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문 앞 (밤)
언제부터인가 방문 앞에 서서 듣고 있는 도현.
가만히.... 뒤를 돌아 복도를 걸어가는데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고.
S#24. 쌍리 / 2층 거실 (밤)
역시 찢어지는 심정으로 2층 계단으로 들어서는 리온.
거실 테이블에 홀로 앉아 설 부침개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지순영을 발견하고는 멈칫 선다.
리온 : 뭐 하세요 혼자?
지순영 : (무거운 표정으로 혼자 생각에 골몰했다가, 그제야 알아채고 보며, 웃는) 우리 아들 어디 갔다 와?
리온 : 리진이 데려다 주고 왔어요. (맞은편에 와 앉으며) 갑자기 웬 자작술?
지순영 : (웃으며) 몸살기가 있는 거 같길래 잠깐 눴다 일어났는데, 꿈자리가 어수선하잖아.
리온 : 뭐, (부침개 하나 집어 먹으며, 짐짓 장난스럽게) 우리 지여사님 첫사랑이 특별출연이라도 하셨나?
지순영 : 아니....죽은 친구.
리온 : (멈칫, 보면)
지순영 : 느이 외할머니가 찬모로 있던 부잣집의 외동딸인데, 찬모 딸인 날 친구처럼, 친자매처럼 잘 대해줬어.
부잣집으로 시집 가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부음이 날아들더라. 그 뒤로 못 봤거든.
리온 : (보다가, 미소로) 엄마한테 새해 인사하러 왔나보다.
지순영 : ......(소주잔을 가만히 바라보며 있다가) 리온아.
리온 : 왜요. (웃으며) 술친구 해드려요? 잔 가져올까요? (일어나려는데)
지순영 : (OL) 리진이가.... 지가 입양된 거 알드라?
리온 : (멈칫, 표정)
지순영 : 그 착한 게 그동안 다 알고도, 말을 안 하고 있었나봐. 아는 척하는 게 미안했겠지...괜히 배신하는 거 같구.
리온 : ......
지순영 : 어디까지 기억이 났는지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너한테는 따로 무슨 말 안 해?
리온 : ......(표정 위로)
리진 : (E) 나 또 악몽 꿨단 말이야. 이번엔 기절까지 했단 말이야.
# 인서트 (13부 42씬)
리진 : 그 사람한테 전이 된 걸까? 자꾸 악몽을 꾸고, 기시감을 느끼고, 혼란스럽고, 프로답지 못한 감정도 생기고...
리온 : ......(있다가, 웃으며) 아니요. 아무 말...없던데요?
지순영 : 리온이 너한테도 말 못했으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서 많이 힘들었겠네, 우리 딸.... (눈가 젖어들고)
리온 : (가슴이 먹먹한데)
지순영 : 엄만... 어릴 적 일들 리진이가 기억 못했으면 좋겠어....암 것도 모른 채로 그냥 우리 딸내미로 살아주면 좋겠어....
근데... (한숨이 터지며) 왜 이렇게 불안하니.
리온 : .......(엄마의 촉인가? 짠하게 엄마를 보는데서)
S#25. 강한 병원 / VIP 병실 (밤)
석호필과의 면담을 끝내고 안으로 들어서던 리진. 빈 침대를 발견하고는 멈칫 선다.
설마...해서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리진, 잽싸게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간다.
S#26. 강한 병원 / 옥상 (밤)
환자복 위에 외투를 걸쳐 입은 도현, 옥상 난간 앞에 서서 어린 리진의 사진(*쌍리에서 훔쳐 온 사진)을 보고 있다.
(INS) 사진 속, 해맑은 어린 리진의 모습 위로,
어린 리진 : (E)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
가슴이 찢어지는 도현. 두 눈을 꽉 감는다.
잠시 후 눈을 뜨는데 이미 충혈 된 눈. 망설이다가 사진을 든 손을 허공으로 내민다.
그래도 더 망설이다가...사진을 허공에 놓아버린다.
바람에 날아가는 사진...그렇게 리진을 떠나보내려는 도현인데....
리진 : (E-14부 31씬) 그러니까, 내가 함께 할게요.
순간, 울컥하는 심정으로 다시 사진을 잡아채려는 도현!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어 사진을 잡아채는 순간,
리진 : (E) 안 돼---!!!
도현 : !!! (소리에 돌아보는 순간)
달려와 뒤에서 도현의 허리를 감싸 안고 바닥으로 뒹굴며 도현을 난간에서 떼어놓는 리진.
리진 : 요섭이 너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안 죽겠다고 했잖아! 당분간 죽을 생각 없으니까 안심하라고 했잖아!
도현 : (심장이 쓰리고)
리진 : 죽고 싶으면 죽어. 근데 내일 죽어. 내일도 똑같이 힘들면, 그 다음날 죽어. 그 다음날도 똑같이 고통스러우면
그 다음다음날 죽어도 안 늦어. 그렇게 하루씩 더 살아가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와.
그때 안 죽길 정말 잘했다 싶은 날이 온다고.
도현 : (미쳐버리겠고)
리진 : (애원하듯) 제발 차군 좀 살게 내버려 둬, 응? 그 동안의 노력이 아깝지 않게, 살아보게 해줘.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행복해질 가능성까지 뺏는 건 너무 하잖아.
도현 : (울컥해서 보다가) 저...안 죽습니다, 오리진씨.
리진 : ! (눈물 그렁해서 보며) 차군?
도현 : 저 안 죽어요. (울컥하는 심정 누르며) 할 일이 있어서.... 지켜줘야 될 사람이 있어서...
언젠가 할 일을 다 마치면, 그 사람한테 꼭 해줄 말이 있어서...못 죽어요. 이제.
리진 : ......! (그제야 털썩 주저앉으며 안도) 안 죽겠다는 말이 이렇게 감동적인지 처음 알았네.
(도현의 외투 앞자락을 양손을 가만히 쥐고, 고개를 도현의 가슴팍에 갖다 대며, 울먹)
살아준다는 말이 이렇게 안심이 되는 말인지....처음 알았다구 내가.
도현 울컥하는 심정으로 리진을 안으려다가 멈칫한다.
손에 쥐고 있는 어린 리진의 사진에 시선이 가는 순간,
차마 리진을 안지 못하고 그대로 손을 내리는 도현.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언제부터인가 일각에서 서서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서있는 요섭!
(*죽지 않겠다는, 죽지 못한다는, 도현의 말을 들은. 융합의 전조)
S#27. 강한 병원 일각 (밤)
도현과 리진이 산책을 하듯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도현 : 정말....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릴 생각입니까?
리진 : ? (보며) 어떻게 알았어요?
도현 : 정말....나 때문에...내 기억을 떠올려주기 위해.... 오리진씨의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릴 생각입니까?
리진 : (멈춰서 보며) 어떻게 알았냐구요, 내가 기억이 없다는 거. (하다가, 퍼뜩) 교수님이랑 하는 말 엿들었어요, 설마?
도현 : 그거....안 하면 안 되겠습니까?
리진 : 네?
도현 : 오리진씨는...과거의 기억이 없어도 지금 현재 아주 잘 살아가고 있고...오리진씨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아주 많이 있는데....
과거의 기억까지 필요합니까?
리진 : (씩 웃으며, 어깨로 어깨를 툭 치며) 함께 극복하자면서요.
도현 : 나를 위한 거라면...멈춰주세요. 그냥...이대로 살아가주세요.
리진 : (검지로 도현을 가리키며, 짐짓 밝게) 에에에— 겁먹었구나? (도현의 얼굴을 밑에서 올려다보듯 하며) 왜요?
우리가 안 좋은 일로 얽혀 있을까봐 겁나요?
도현 : (마음이 쓰리고)
리진 : 염려 말아요. 한 가지 분명한건, 내가 신군의 첫사랑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거거든.
신군은 곧 차군이니까, 내가 차군의 첫사랑일지도 모른다 말이지. 또 알아요? 뭔가 괜찮은 추억이 숨겨져 있을지?
떠올리면 아주아주 기분이 좋아질 만한.
도현 : (미쳐버릴 것만 같은)
리진 : 그러니까 함께 떠올려보자구요. 이왕이면 아주아주 좋은 기억이었으면 좋겠다, 그쵸? (하는 순간)
도현 : (결국 참지 못하고 그대로 리진을 품에 안아버린다, 터지는 눈물)
리진 : (놀라) 뭐야? 울어요? 설마 우는 거야? 아니 왜? 대체 어느 부분에 감동을 받아서?
리진을 안은 채로 소리 없이 오열하는 도현.
뭔가 이상하지만....말없이 토닥토닥 가만히 도현의 등을 두드려주는 리진.
두 사람의 모습에서....F.O
S#28. 산사 외경 (아침)
고즈넉한 곳에 자리한 아담한 산사.
바람이 불 때마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맑은 소리를 내고.
S#29. 산사 내 법당 (아침)
누군가의 위패 앞에 서서 합장을 하고 있는 지순영.
어느 순간 가만히.... 눈을 뜨고는 불단 위의 위패를 바라본다.
지순영 : (그리움이 묻어나는, 애틋한) 왜 그래...무슨 일 있어? 왜 자꾸 슬픈 얼굴로 꿈에 찾아오는 건데.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아니면 뭐 걱정되는 일 있어? 말해봐....뭐가 그렇게 걱정되는 데에....
하고 보면, 불단 위에 놓인 위패에 적힌 ‘閔恕延’ 그 위로,
지순영 : (E, 반가워서, 버럭) 야! 민서연!
S#30. 플래시백 (쌍리 홀/21년 전/낮)
젊은 지순영이 유선 전화기로 통화를 하고 있다.
지순영 : 귀국하자마자 우리 가게 한 번 들른다며? 왜 안와? 우리 애 아빠랑 같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민서연 : (F, 떨리는 목소리) 순영아, 부탁이 있어.
지순영 : (뭔가 이상하고)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민서연 : (F) 내 딸 좀....내 딸 좀 구해줘.
지순영 : (놀라서) 딸이라니? 너한테 딸이 있었어?
민서연 : (F) 아무래도 우리 딸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아. (울먹임이 묻어나지만, 이성을 찾으려 애쓰는)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순영이 너뿐이야. 그러니까....부탁인데 성북동 집에 가서 내 딸 좀 데려가줘.
그 사람들 손에 두면 안 돼.
지순영 : (혼란스러운) 뭔 말인지 당최....알아듣게 설명을 좀 해봐.
민서연 : (F) 비행기 시간이 다 돼서, 설명할 시간이 없어. 구해줘 내 딸. 그럼 내가 닷새...아니 삼일 안에 돌아와서 꼭 데리러 갈게.
부탁한다, 순영아. (전화 끊기고)
지순영 : (어쩐지 불안해서) 서연아. 얘, 서연아....!
S#31. 산사 내 법당 (아침)
지순영 :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온다 그랬음 어떻게든 왔어야지... 그렇게 허망하게 가는 법이 어디 있어....
니 딸은 지켰어야지. 지켜줬어야지....니 딸이, 아니 우리 딸이 얼마나 예쁘게 잘 컸는데....
잘 생긴 남자 친구도 생겼는데....그것도 못 보고....
울컥해서 눈가가 붉어지는 지순영이고,
언제부터인가 그런 지순영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
S#32. 산사 일각 (아침)
지순영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몸을 돌려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남자!
남자 : (착신되면) 접니다, 사장님.
S#33. 승진그룹 / 로비 (아침)
출근길. 기준과 함께 로비를 걸어오고 있는 차영표.
차영표 : (휴대폰 통화 중) 틀림없어?
기준 : ? (옆에서 걷고 있다가 보며)
사내 : (F) 네. 확인해본 결과, 1994년부터 지난 21년 동안 민서연씨의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었습니다.
차영표 : 알았어. 일단 누구한테든 들키지 않게 각별히 조심하고, 설사 들키더라도
난 이 일이랑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걸 명심해. 내 말 뜻 알지? (휴대폰 내밀면, 따르던 비서가 받아 들고)
기준 : (호기심으로) 무슨 일이예요? 아버지 비밀회선까지 가동된 걸 보면, 범상한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차영표 : 불실적지패야(不失敵之敗也).
기준 : 적이 패할 기회를 놓치지 마라. 갑자기 손자병법은 왜요.
차영표 : 오늘 상대의 약점을 놓치게 되면 훗날 저들에게 나의 약점을 잡히게 된다는 뜻이다.
기준 : 상대의 약점은 큰집 거실에서 실시간으로 감상했으니 대충 뭔지 짐작하겠고,
(아버지를 보며 미소로) 아버지한테도 들키면 안 될 약점이 있는 겁니까?
차영표 : 거대한 기업을 굴리면서 먼지 하나 안 묻힐 수야 있나. (하고는, 말 돌리듯) 채연이 우울증은 해결이 됐니?
기준 :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어머니가 달래보시겠대요. (에서)
S#34. 레스토랑 (낮)
각각 메뉴판을 펼쳐들고 마주 앉아있는 채연과 윤자경.
윤자경 : (메뉴판 보는 채로) 나 요전 날 이 호텔 로비에서 너 봤다.
채연 : (멈칫 보면)
윤자경 : (여전히 시선은 메뉴판) 말도 못하게 취해서는 도현이한테 안겨 나가드라?
채연 : ......!
윤자경 : (그제야 메뉴판 탁 덮고, 채연을 보며) 지선이 맞선 땐 그냥 웃고 넘겼지만 이번 건 죄질이 좀 그렇지 않니?
채연 : (기분 상하며) 죄질이요?
윤자경 : 이 호텔에 우리 누군지 모르는 사람 없구, 니가 누구 피앙센지두 다 알 텐데, 다른 남자랑,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그건 좀 아니지 않니? 아무리 소꿉친구래도, 기준이 육촌동생인데 말이야. 안 그래?
채연 : (질리고 성가신) 기준 오빠가 누굴 닮아 그렇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나 했더니, 오늘 보니까 아줌말 많이 닮았네요.
윤자경 : 조용히 넘어가자. 나 하나 눈 감으면 될 일이구, 너 사리분별 못하는 애 아니니까, 두 번 다신 그런 실수 안 하겠지.
(압박에 가까운) 나, 너 믿는다. (다시 메뉴판 드는데)
채연 : ......(보다가) 아니요, 아줌마. 저 믿지 마세요.
윤자경 : (탁 보며) 뭐?
채연 : (자조적으로) 저도 저를 잘 못 믿겠는데 아줌마가 어떻게 절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 믿으신다고 하면, 그건 위선이죠.
윤자경 : (기막힌, 입 좀 벌어져서 보다가) 맹랑하구나, 너.
채연 : 이 문젠 제 식대로 정리할게요. (무릎 냅킨 치워 테이블 위에 올리며) 아줌마도 저랑 같이 식사할 기분 아니실 거 같구...
저 먼저 실례할게요. (백 집어 들고, 목례하고는 나가고)
윤자경 : (허, 기막히고, 어이없고, 괘씸한)
S#35. 채연의 집 / 거실 (낮)
휴대폰을 귀에 붙인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백진숙.
백진숙 : (좋게 좋게) 얘, 니가 잘못 본 거겠지. 아님 둘 사일 오핼 했거나. (휴대폰 귀에서 뗐다가 다시 붙이며)
아우 얘, 소리 좀 지르지 마. 소리 안 질러도 다 들린다구, 글쎄! (좀 오르기 시작하며) 야, 딸을 어떻게 키웠냐니!
딸을 딸로 키우지 그럼, 망아지로 키우냐? 니 아들만 잘났니? 내 딸도 니 아들만큼이나 잘났어, 야!
(허! 기막혀서) 그래 깨! 이 약혼 깨구 말자구!!! 나도 아쉬울 거 없어!!! (에서)
S#36. 기준의 사무실 (낮)
소파 테이블 위로 약혼반지 케이스를 내려놓고는 기준 앞으로 밀어주는 채연.
기준 : (미간 꿈틀)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채연 : 긴 말 안 할게. 변명도 안 할 거구. (눈가 붉어져서 보며) 우리...파혼 하자.
기준 : (낮고 서늘하게) 너 자꾸 이러는 이유가 뭐야. (터지며) 이번이 몇 번째냐고 대체!
내가 우스워 보여? 다 받아주니까 재미 들렸어?
채연 : (OL) 갖고 싶은 사람이,
기준 : (멈칫 보면)
채연 : 생겼어.
기준 : ! (굳고)
채연 : (눈물 확 고이며) 내 거 만들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두 마음 품고 오빠랑 이러는 거.... 잘못하는 거잖아.
그러면 오빠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잖아.
기준 :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착했어?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내 걱정을 해줬냐고!
채연 : 면죄부 받을 생각 없어. 오빠까지 껴안구 진흙탕에 빠지는 거 까진, 양심상 못하겠어서 그래. 미안해. (일어나 나가면)
기준 : (쳐다보지도, 붙잡지도 않은 채, 화를 누르며 앉아 있다가, 일어나 약혼반지 케이스를 냅다 집어던지고는) 차도현, 이 개자식!
S#37. 강한 병원 외경 (낮)
S#38. 강한 병원 / 로비 (낮)
리온 리진의 물건을 담은 쇼핑백을 손에 들고, 휴대폰 통화를 하며 걸어오고 있다.
리온 : 나 지금 병원이야. 집에 두고 간 가방이랑, 옷 챙겨왔으니까, 잠깐 나와 가져가.
리진 : (F) 어? 나 지금 입원준비물 챙기러 차도현씨 집으로 가는 중인데? 이제 다 와 가는 중인데, 어떡하냐? 엇갈렸다.
리온 : ......(서운함 감추고) 알았어. 그럼 차도현씨한테 맡기고 갈게.
리진의 대답 듣지도 않고 끊어버리는 리온.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는데, 다시 울리는 휴대폰.
리온 : (저도 모르게 차갑게 받으며) 왜. 뭐 따로 할 말 있어?
그리섬 : (F) 나야. 그리섬 반장.
리온 : ! (순간 멈춰 서며) 아, 형님. 뭣 좀 알아냈습니까?
그리섬 : (F) 알아보고 말 것도 할 거 없이 너무 쉽던데? 신화란이라고,
리온 : ! (이름을 듣는 순간 이미 표정 굳는 위로)
그리섬 : (F, 앞대사와 바로 연결해서) 부동산 쪽에서는 알아주는 투기꾼인데, 그 지역 땅 대부분이 그 여자 소유더라고.
물론 그 별장까지 포함해서.
리온 : (표정 서늘해지는데서)
S#39. 강한 병원 / VIP병실 (낮)
역시 서늘해진 표정으로 안실장을 바라보고 있는 도현.
도현 : 어머니가....확실합니까?
안실장 :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지만) 네. 행동대장으로 나섰던 사내의 휴대폰 번호를 심부름센터 쪽에서 입수했는데,
사모님과의 통화내역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마지막 통화 시간이 오리진씨가 납치당했던 시점과...일치합니다.
도현 : (터지려는 분노를 가까스로 다스리는)
안실장 : (그런 도현이 위태로워 보여) 부사장님?
도현 : (벌떡 일어나더니 링거줄을 뽑으며) 지금 바로 퇴원합니다. 수속 좀 밟아주세요.
안실장 : 뭘 어쩌시려는 겁니까?
도현 : (벌써 환자복 단추 풀기 시작하며) 일단 어머니를 만나야겠습니다.
안실장 : 일단 몸부터 추스르신 후에 천천히,
하는데, 사이드 테이블 위에 놓인 도현의 휴대폰이 울리는.
액정화면에 뜬 이름 <오메가 작가>이고.
도현 : (받으며) 네. 오리온씨. 차도현입니다. (멈칫, 표정) 지금이요?
S#40. 강한 병원 일각 (낮)
이미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도현, 저만치 뒷모습으로 기다리며 서있는 리온을 발견하고 다가가는 순간,
그대로 멱살을 잡아 벽에 갖다 붙이는 리온.
리온 : (서늘한) 내가 분명 경고했었지! 당신 때문이면 가만 안둔다고!
도현 : (알고 왔구나, 할 말이 없는, 반항 않고 그저 괴로운 심정으로 보는)
리온 : (멱살 더 바짝 틀어쥐며, 터지는) 그래서 내가 넌 안 된다고 했잖아! 넌 자격이 없다고 했잖아!! 넌 승진가의 아들이니까!!
도현 : (멈칫, 하는 위로 떠오르는, 세기의 기억)
# 인서트 (10부 54씬)
리온 : 그러는 넌 더 자격이 없지. 너는... (세기의 귓가에 대고 작지만, 낮고 서늘하게) 승진가의 아들이니까.
세기 : ......! (순간, 그대로 굳어버리고)
# 현재
도현 : ......! (그때의 세기와 같은 심정을 느끼며, 주먹을 꽉 쥐고)
# 인서트 (10 56씬)
세기 : ......(저주처럼 느껴지는, 주먹을 꾹 쥐는 눈가에 살기가 서리는)
# 현재
리온 : 앞으로 더 이상 인연을 만들지 말라고 말했잖아!!!! 왜 내 경고를 무시해! 왜! 왜!! 왜!!!
도현 : (세기처럼 눈가가 붉어진 채로, 리온이 흔들면 흔들리는 채로)
리온 : (붉어진 눈으로 노려보는데서)
S#41. 도현의 집 / 드레스룸 (낮)
리진 보스턴백 안에 도현의 옷가지들을 이것저것 집어넣고 있다.
리진 : (대충 챙겨놓고, 가방 안을 바라보며 혼잣말) 이 정도면 이삼일 정도 지내는데 무리 없으려나?
가늠하듯 고개를 갸웃하며 가방 안을 바라보다가, 오케이, 얼추 됐다 싶어 가방을 닫고, 옷장 문을 닫으려다가 멈칫,
옷장 구석에 놓인 커다란 상자를 발견한다.
호기심이 생기는 리진, 상자를 꺼내 열어보면,
예전에 세기가 호텔에서 리진에게 선물했던 장난감(*5부 13씬)들!
새삼 반가워져서 바라보는 리진의 얼굴 위로,
세기 : (E-5부 13씬) 좋아했잖아.
리진 : (E-5부 13씬) 누가? 내가? 언제?
S#42. 플래시백 (5부 13씬 몽타주처럼 편집)
-곰인형을 선물하던 세기. 아니야 이거?
-방안을 돌던 기차. 이것도 아니야?
-두둥 천장에서 내려오던 <미녀와 야수> 걸개그림. 그럼 이건 어때?
-상자 안에서 꺄울 튀어나오던 인형.
-디쉬커버를 짠짠 열 때마다 등장하던 베어브릭, 원숭이 인형, 알사탕 반지 등등.... 참으로 어린이틱한 선물을 선사하던 세기.
S#43. 도현의 집 / 드레스룸 (낮)
떠올리며 반가운 추억처럼 웃음이 생기는 리진.
문득 상자 안의 물건들을 꺼내보다가 장난감 기차를 발견하고 미소로 바라보는 순간,
어린 도현 : (E) 내일 밤에 다시 올게. 매일 매일 올게.
리진 : ......! (멈칫했다가,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면)
어느 새 리진의 주변을 빙 둘러 생긴 장난감 기차 레일.
그 위를 천천히 달리고 있는 장난감 기차.
그리고... 리진의 맞은 편에 앉아있는 어린 도현(*얼굴은 보이지 않고)!
어린 도현 : 미안. 내일 또 몰래 올게.
리진 : (기시감에 멍...한 채로)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 대신 내가....멋진 거 보여줄게.
어린 도현 : (호기심) 멋진 거 뭐...?
하는 순간, 바닥에 내려놓았던 리진의 휴대폰이 울리는!
퍼뜩 놀라 휴대폰 쪽을 돌아보면, 액정화면에 뜬 ‘울아빠’.
다시 어린 도현 쪽을 바라보면, 이미 기차레일도, 어린 도현도 사라지고 없는 텅 빈 드레스룸.
뭔가에 홀린 듯 잠시 멍...해 있다가,
계속 울리는 휴대폰벨 소리에, 정신을 수습하고 받는 리진.
리진 : 어, 아빠, 왜요?
S#44. 쌍리 2층 거실 + 도현의 집 드레스룸 (낮)
오대오 : 리진이 너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깐 집에 좀 들러야겠다.
리진 :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오대오 : 아무래도 니 엄마가 명절 때 과로를 한 모양야. 몸살로 드러눴는데 의사 딸 엄마가 병원엔 죽어도 안 가시겠단다. 귀찮다구.
리진 : (속상해서) 아 왜에. 얼마나 아픈데? 열은?
오대오 : 열은 그닥인데, 약 먹은 병아리마냥 시들시들해. 의사 딸 좋다는 게 뭐냐. 주사통 들고 잠깐 들렀다 가, 응?
리진 : (벌써 일어나며) 그러엄. 가야지. 바로 갈게요.
휴대폰 들고, 나가려다가 어쩐 일인지 멈칫 서는 리진.
천천히 시선을 돌려, 어린 도현이 앉아있던 곳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그 위로,
리온 : (E) 일곱 살 때...갑자기 쌍둥이 여동생이 생겼습니다.
S#45. 강한 병원 일각 (낮)
한 바탕의 드잡이를 끝내고, 마음을 가라앉힌 채 적당한 곳에 나란히 앉아있는 도현과 리온.
리온 : (담담히) 동생은...입양 이전의 기억이 전혀 없었습니다. 자신이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기억도 없었어요.
도현 : ......
리온 : 가끔 밤에 악몽을 꿨는데, 그때마다 제가 그 꿈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바꿔줬습니다.
지하실을 끔찍이도 무서워했는데, 그때마다 저도 같이 무서워하는 척 해줬습니다.
도현 : ......
리온 : 동생이 잃어버린 기억 속에 어떤 아픔이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그랬던 거 같아요. 떠올릴까봐. 기억해 낼까봐.
그래서 다시 아파할까봐.
도현 : .....(먹먹해지고)
리온 :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부모님의 대화를 엿듣게 됐는데... 거기서 승진이라는 재벌가의 이름을 알게 됐습니다.
어쩌면 동생이 승진가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직감했죠.
도현 : ......(미어지는)
리온 : 그래서 승진가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차도현씨에게 접근했던 겁니다.
제가 먼저 동생의 기억을 찾아보고, 덮을지 말지를 결정하려고....
도현 : ......
리온 : 그런데 동생이...리진이가....차도현씨를 만난 뒤로 스스로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어요.
지금 제 머릿속에선 경고음이 들립니다. 막아. 여기서 더 가면 위험해. 모두 불행해져.
도현 : .....(괴롭고)
리온 : 이대로 계속 차도현씨 옆에 있게 되면... 리진인 언젠가 모든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리진이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누군가는 오늘처럼 일을 꾸미겠죠.
도현 : ......(괴로운 채로)
리온 : 부탁드립니다. 차도현씨가 리진이를 보내주세요. 제 말은 더 이상 듣질 않습니다.
도현 : ......(가슴이 찢어지고)
리온 : 리진이를 끊어낼 수 있는 건 이제...차도현씨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고개 숙이며) 부탁드립니다.
도현 : ......(찢어지는 마음으로 있다가) 오리온씨.
리온 :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들어 보면)
도현 : (역시 붉어진 눈으로 보며) 그럼....제 부탁도 하나 들어주시겠습니까?
리온 : ......(보는데서)
S#46. 쌍리 / 부부의 방 (낮)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지순영이고.
엄마의 팔에 꽂은 링거줄의 수액을 조절해주고 있는 리진.
리진 : 이거 내가 특별히 제일 비싼 영양제로 가져 온 거니까, 중간에 뽑지 말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맞아야 돼?
지순영 : 내가 무슨 중환자도 아니고, 니 아빠 오바는 암튼.
리진 : 아, 이럴 때 의사 딸내미 써먹지, 언제 써먹어? 뒀다 장 담글 거야?
안 그래도 맨날 바빠서 정작 엄마아빠 건강은 신경도 못써줬는데, 이거라도 생색 좀 내자.
지순영 : (피식) 생색내는 거야?
리진 : 그러엄, 생색이지. 나 되게 비싸. 주치의 계약금도 얼마나 많이 받았는데? 아무한테나 왕진 가고 그러는 사람 아니거든요?
지순영 :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주며) 어이구, 이렇게 똑똑하고 예쁜 것이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리진 : (애교) 어디서 나오기인. 엄마 심장에서 놔왔지이.
지순영 : ......! (찡해지고)
리진 : ......(맑게 웃어 주는데)
지순영 : ......(찡해서 보다가, 가만히) 리진아.
리진 : 왜요. 엄마.
지순영 : (일어나 앉고는 딸을 보며) 친부모가 누군지....알고 싶지 않아?
리진 : ......!
지순영 : 알고 싶지 않아?
리진 : (눈가 붉어져서 미소로) 나중에... 나중에 궁금해지면 물어볼게요.
지순영 : (딸 머리카락 넘겨주며) 그래. 그러자. 궁금해지면 그때 하자.
리온 : .....(언젠가부터 문가에 서서 바라보는 모습 위로)
리온 : (E) 제발...부탁드립니다...차도현씨...리진이의 행복을....우리 가족의 행복을 뺏지 말아주세요.....
리온 : ......(울컥하는 표정에서)
S#47. 서태임의 저택 외경 (밤)
S#48.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밤)
겁에 질려 창백해진 얼굴로 안실장을 바라보며 서있는 신화란.
신화란 : 도, 도현이가 나, 나를 갑자기 왜 보자고 하는 건데?
안실장 : 글쎄요. 사모님이 짐작하시는 그 이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신화란 : !!! (빼도 박도 못할 상황임을 알겠는, 차라리 뻔뻔해지기로) 그래서, 도현이 상탠 좀 어때. 많이 다쳤어?
안실장 : 입원해 계시다가 오늘 퇴원하셨습니다.
신화란 : 그러게, 왜 끼어들어서는 일을 크게 만들어? 조용히 넘길 수도 있는 일을. 속상해 진짜.
(짐짓 당당하게) 어디야. 어디로 가면 되는데? (에서)
S#49. 도현의 집 앞 (밤)
안실장의 차가 와서 선다.
안실장 내려서 뒷좌석 문을 열어주면, 차에서 내리는 신화란. 불안한 눈빛으로 도현의 집을 바라보는 데서.
S#50. 도현의 집 / 거실 (밤)
안실장과 함께 짐짓 당당하게 거실로 들어오는 신화란. 처음 오는 아들의 집을 둘러본다.
신화란 : 그렇게 오자오자 해도 못 오던 아들 집을 이렇게 오게 되네.
(소파에 털썩 다리 꼬고 앉으며) 그래서 우리 도현인 어딨다구?
하는데, 서재 문을 열고 나오는 도현.
순간 당당하던 기색 오간데 없이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는 신화란.
신화란 : 도...도현아. 엄마 왔어.
도현 : 들어오세요. (하며 문을 열어놓은 채로 서재 안으로 들어가고)
신화란 : (심호흡 한 번 하고는 따라 들어가는)
안실장 : (걱정스럽게 보는데서)
S#51. 도현의 집 / 서재 (밤)
도현 온기 없는 차가운 눈빛으로 신화란을 바라보고 있다.
신화란 아들의 낯선 눈빛에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다.
도현 : (온기 없이 담담한) 왜 그러셨어요?
신화란 : (절절 매며) 엄마가, 엄마가 잘못했어.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어, 어제 니가 엄말 무슨 죄인 몰듯 하니까
완전 핀이 나가서는.... (하다가 도현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놀라) 어머, 어디 좀 봐봐. 흉 지겠네. 속상해 죽겠어 진짜...
(상처를 만지려고 하면)
도현 : (그 손을 차갑게 쳐내는)
신화란 : (흠칫) .....!
도현 : 오리진씨가 죽은 민서연씨의 딸이기 때문입니까?
신화란 : !!! (의외다) 도, 도현이 너도 알고 있었어? 알면서도 옆에 둔 거였어?
도현 : (터지며) 제 질문에 대답부터 하세요!
신화란 : (움찔하고)
도현 : 오리진씨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대체 어머니한테 무슨 큰 잘못을 했기에 강제 납치까지 하신 겁니까!!!
신화란 : (펄쩍 뛰듯) 납치라니? 그건 오해야! 난 그저 걔가 무슨 의도로 너한테 접근한 건지, 조용히 불러서 물어보려던 것뿐이야!
깜쪽같이 지 정체를 감추구 도둑고양이처럼 니 곁에 숨어들어서는 대체 뭘 캐내려 한 건지,
무슨 목적으로 너한테 들러붙었는지, 그걸 알아보고 싶었던 것뿐이라구!
도현 : (터지며) 오리진씨는 자기 정체를 숨긴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신화란 : (왜냐면? 묻듯이 보면)
도현 : (울컥 올라오며) 그 아인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니까.
신화란 : !!! (멍해져서) 기억을....못해?
도현 : (눈가 붉어지며)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자신이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니까....
신화란 : !!! (저도 모르게) 잘됐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우, 정말 다행이다.
도현 : !!! (순간 바위처럼 굳어버리는)
신화란 : 난 또 걔가 과거의 일을 빌미로 잡고 너한테 해코지라도 할까봐,
도현 : (OL) 당신이....사람입니까?
신화란 : (쿵! 충격으로 보며) 도현아.
도현 : (절규하듯) 그러고도 한 사람의 어미입니까 당신이?!!! (소리치는데서)
S#52. 차준표의 병실 (밤)
서태임 침대 위에 누워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그러다가...떨리는 손으로 가만히 아들의 손을 쓸어잡는다. (*여기서는 회장님의 모습보다 그저 어머니인)
서태임 : 불효막심한 놈....집 떠나 6년을 떠돌며 내 가슴에 못을 박더니... 그걸로 모자라서 이십년이 넘게 이리 누워만 있어?
(울컥해져서) 대체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할 참이야...
차준표 : ......(죽은 듯 잠들어 있는 모습 위로)
서태임 : (E) 준표가....준표가 돌아왔다구?
S#53. 플래시백 (21년 전/ 서태임의 저택 거실/ 낮)
충격으로 멍....한 얼굴로 안방 문을 열고 나오는 서태임.
(*지금처럼 냉철한 기업가의 모습이 아닌, 재벌 마나님으로서 단아한 모습)
현관 앞에 서 있는 차준표를 보고는, 기쁨과 서러움에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서태임.
서태임 : (다가가 아들의 어깨를 때리며) 왜 이제야 왔어...왜....
차준표 : (어쩔 수 없이 눈가 붉어지며) 죄송합니다. 어머니....
서태임 : 일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육년을...어떻게 소식 한 자락 없이 그렇게 숨어 살아....에미가 널 얼마나 찾아 헤맸는데...
대체 어디서 어떻게 지냈던 거야....밥이나 제대로 먹구 지낸 거야? (아들의 얼굴을 만지며 하염없는 눈물 흘리다가)
어서....들어가자, 들어와. (하며 팔을 끌어당기다가 멈칫, 시선 아래로 향하고)
그 시선에, 차준표 뒤에 숨듯이 꼭 붙어 서 있던 어린 도현!
차준표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멀뚱히 서태임을 올려다본다.
서태임 : !!! (도현을 보며) 이 아이는.....?
차준표 : 제 아들이에요. 내년에....학교를 가야 돼서....호적이 필요해요.
서태임 : 니 아들...? (놀라서 어린 도현을 봤다가, 다시 차준표를 보면)
차준표 : 네.... (하며 고개 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표정이 서늘해지며) 저 여자가 왜...여기....있습니까?
그 시선 따라가 보면, 언제 나왔는지 서태임의 뒤편에 당혹스런 표정으로 서 있는 민서연(*고고하면서 명민한 이미지).
그리고 엄마 뒤에 숨듯이 치맛자락을 붙들고 서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어린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리진!
차준표, 차가운 분노로 민서연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천천히 시선 내려 어린 리진을 보고 묘하게 비틀리는 표정.
차준표 : (어린 리진에게 서늘한 시선 둔 채) 누굽니까, 저 아인....
서태임 : 누구긴 니 자식이지. 서연이가 미국에서 낳아 데리구 들어왔어.
차준표 : (비식) 내 아이....? (서늘한 시선 들어 민서연을 보면)
민서연 : ......(시선 피하듯 고개 외로 돌리는)
차준표 : (배신감에 눈빛 서늘해지며 광기를 띠고)
어른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교차 따윈 전혀 모른 채
그저 호기심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는 어린 도현과 리진의 모습에서.
S#54. 차준표의 병실 (밤)
서태임 : (남편에 대한 애증으로 눈물이 고이며) 그때 니 아버지가 민서연 그 아일 다시 집에 들이지만 않았어도....
조금만 널 너그러이 품어줬어도...그 아이가 준표 니 자식이기만 했어도...이 모든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대체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차준표 : (잠든 채로) ......
도현 : (E) 마지막으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S#55. 도현의 집 / 서재 (밤)
도현 : 승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헛된 야망, 욕심, 다 내려놓고, 저와 미국으로 떠나시겠습니까?
신화란 : (하늘이 무너지는) 무, 무슨 소리야? 엄만 그렇게 못해.
알잖아 너도. 그동안 내가 그 집에서 무슨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도현 : (절망감을 누르며, 강하게) 모든 걸 다 버리고 저와 함께 미국으로 떠나, 남은여생 속죄하면서 살 의향이 있으십니까!
신화란 : (사정하듯) 우리 이제 다 왔어, 도현아. 말했지만 승진에 너 말고 다른 대안 없어.
그 노친네 오래 못 버텨. 조만간 너한테 손 내밀거야. 그러니까 도현이 니가 엄마 한번만 봐주면 안 될까?
도현 : (절망감으로 보는 위로, 떠오르는)
세기 : (E) 끝까지 승진 대신 아들을 선택하겠다는 말은 안 하시네.
#인서트 (11부 58씬 편집)
세기 : 난 기회를 드렸어요. 아들 대신 회사를 택한 건 할머니에요. 아들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날린 건....
다름 아닌 서태임 회장, 당신이라구!
# 현재
도현 : (절망감에 눈빛 서늘해지며) 아들의 목숨 줄 대신 승진그룹을 선택하신 회장님,
아들의 부탁에도 끝내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어머니...대체 어디까지 하실 겁니까. (터지며) 대체 얼마나 더 하실 거냐구요!!!
신화란 : (애원하듯) 도현아 제발. 응?
도현 : 애원을 하셔도 소용없습니다. 불행히도 당신의 아들은 승진그룹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신화란 : (발끈해서) 왜 니가 자격이 없어!! 느이 아버지 유일한 혈육인 니가 왜 자격이 없어!!
도현 : 당신들이 내 마음을 조각냈기 때문입니다. 다중인격으로.
신화란 : !!!! (충격으로 멍) 다....다중인격? 그....그게 뭔데?
도현 : ......
신화란 : (패닉에 빠진) 서...설마...너 농담하는 거지? 엄마한테 화나서 거짓말하는 거지?
엄마 겁주려고 괜히 한번 해본 소리지?!! (하다가 퍼뜩 떠오르는)
# 인서트 (10부 43씬)
세기 : (서늘하게) 경고하는데, 앞으로 다시는 얘 불러내지 마. 알아들어?
신화란 : !!! (아들을 보면)
도현 : 당신이 만난 신세기는, (검지로 머리를 톡톡 치며) 이 안에 있는 저의 교대 인격 가운데 하납니다.
신화란 :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 어뜩해... 내 아들 어뜩해...
도현 : 아시겠습니까, 이제? 어머니의 욕심이 어떤 참극을 낳았는지?
신화란 : 니 병, 나 말구 또 아는 사람, 있어? (퍼뜩해서) 안실장은? 안실장도 알아?
(심장 쿵해서) 혹시 그 아이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도현 : !!! (쿵!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
신화란 : (절박해져서) 도현아, 지금부터 내 말 똑바로 들어. 니 병, 누구한테든 절대 들켜선 안 돼.
들키는 순간 그날로 후계자 자린 끝이야. 약속해 엄마랑, 절대로 들키지 않겠다고.
도현 : (절망감에 비식 웃으며) 이제야 어머니의 탐욕을 끊어낼 방법을 찾은 거 같네요.
신화란 : (불안해져서) 무....무슨 소리야?
도현 : 제 병을....승진에, 세상에, 만천하에 공개하겠습니다.
신화란 : !!! (멍...하니 고개를 흔들며) 안 돼....그...그건 안 돼.
도현 : 그러니까 선택을 하세요! 저와 함께 떠나시겠습니까?
신화란 : (완전 패닉상태)
S#56. 달리는 리온의 차 안 (밤)
리온이 운전을 하고 있고, 조수석에 리진이 앉아있다.
리온 : 너 요새 커밍아웃에 취미 들렸냐?
리진 : 무슨 소리야?
리온 : 엄마한테 친자식처럼 키워줘서 고맙다 그랬다며. 엄마...너 모르구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라신 모양이드라.
리진 : (마음이 쓰린, 속상한) 그래서...아프셨구나...
리온 : 이십일 년을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천진난만하게 살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리진 : 그냥....이젠 때가 된 것 같아서....
리온 : (불안해지는) 때? 무슨....때?
리진 : 진지하게 내 과거를 돌아볼 때.
리온 : .....
리진 : 돌아봐도 현재 내 발밑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은 때. 설령 흔들린다 해도 완전히 무너지진 않을 거란 확신이 드는 때.
리온 : (보는) 예전엔 그럼, 무너질 것 같았어?
리진 : 아니 뭐, 꼭 그렇다기 보다는....그땐 딱히 떠올리고 싶단 생각도, 궁금하단 생각도 들지 않았으니까.
뭐....막연한 불안감은 있었지. 아무 준비 없이 있다가 갑자기 뒤통수 맞듯이 생각났을 때 넉다운 돼서
못 일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리온 : .....
리진 : 근데....이젠.... (피식 웃으며) 진심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거든. 내가 기억 못하는 과거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
한편으론.... 쬐끔 설레기도 하거든. 그걸 알아가는 게.
리온 : 그 남자....때문이냐?
리진 : (보면)
리온 : 니가 과거를 찾고 싶어진 게, 과거 찾기가 설레기까지 하는 게, 차도현씨 때문이냐고.
리진 : 모르겠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그냥 때가 된 거라고 생각해주면 안될까?
리온 : .....
S#57. 도현의 집 앞 근처 + 리온의 차 안 (밤)
리온의 차가 와서 멈춘다.
그 헤드라이트 불빛에 문 앞 계단에 앉아있는 도현이 보인다.
리진, 리온 : ! (도현을 발견하고)
리진 : (놀라) 어? 병원에 있어야 될 사람이 왜 저깄지? (안전벨트 풀며) 데려다줘서 고맙다. (하고는 얼른 내리고)
리온 : (바라보며 표정)......
S#58. 도현의 집 앞 (밤)
리진 : (도현에게 다가오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요?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할 사람이...? 혹시 벌써 퇴원한 거예요?
도현 :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리진 : 아니 퇴원을 했으면 들어가서 쉴 것이지, 추운데 여기 나와서 뭐해요? (했다가, 슬쩍) 설마, 나 기다린 거예요?
도현 : (짐짓 피식 미소 짓고)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진 : 아니, 언제 올 줄 알고?
도현 : 언젠가는 오겠죠.
리진 : 하하하. 그러고 보니 우리 리나 닮았네. 우리 리나도 맨날 언제 올 지도 모르는 나 기다리는데.
(하고는 장난으로 도현에게 한 손 내밀며) 손. (하면)
도현 : (리진이 내민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얹는다)
리진 : (도현의 머리 쓰담쓰담해주며) 아이구 착하다. 아이구 똑똑하다. 아이구 이쁘다. (웃고)
도현 : (찢어지는 마음 감추고, 웃어주는)
S#59. 도현의 집 앞 근처 + 리온의 차 안 (밤)
리온 : ......(운전석에서 그런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표정 위로)
도현 : (E-45씬의) 그럼....제 부탁도 하나 들어주시겠습니까?
S#60. 플래시백 (45씬에서 이어지는)
도현 : 오리진씨를 보내기 전에....하루만 저에게 시간을 주세요.
리온 : (보며)......
도현 : 생각해보니까 받기만 하고 준 게 아무 것도 없네요. 저 때문에 늘 가슴을 졸이거나, 기다리거나, 울기만 했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리온 : ......(마음이 아프고)
도현 : 하루만...딱 하루만 온전히 오리진씨를 위해 쓰고 싶습니다. 환하게 웃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리온 : .....(괴로운)
도현 : 왜냐면 오리진씨는...늘 삭막하고 서늘하기만 했던 제 성에... 처음으로 들어와 준 사람이었고,
# 인서트 (7부 71씬 편집)
-현관문이 열리며 캐리어를 끌고 들어서던 리진.
-‘이대로 딜 성립?’물으며 손을 내밀던 리진.
도현 : (E) 처음으로 저한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었고.....
# 인서트 (3부 64씬)
-‘신세기씨가 아니시구요’ 하던 리진.
-‘이름이 뭐예요?’ 묻던 리진.
도현 : (E) 달라진 내 눈빛을 단번에 알아봐준 사람이었고.... 나의 이름을 물어봐주던 사람이었고....
# 인서트 (8부 58씬 / 12부 30씬)
-요나를 무릎에 눕히고 봉두난발을 한 채 멍...하니 기다리고 있던.
-‘왜 이제야 와요, 왜!’ 하며 아이처럼 울던 리진.
도현 : (E, 점점 울먹여지며) 내가 돌아오길 가슴 졸이며 기다려준 사람이었고....
# 인서트 (7부 65씬)
눈사람을 만들던 리진.
HEAL ME라는 글자를 남기던 리진.
도현 : (E)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눈사람을 선물해준 사람이었고.... 천 마디 말보다 더 위로가 되는 말을 건네준 사람이었고....
# 현재
도현 :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를...행복하게 만들어준 사람이니까요.
리온 : ......
도현 : 그리고....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도 모자랄 상처를... 입힌 사람이니까요...
S#61. 도현의 집 앞 (밤)
리진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얹은 채 리진을 올려다보고 있는 도현이고,
도현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있는 리진.
리진 : 이제 그만 들어가요. 감기 걸리겠네. (손을 거두고 들어가려는데)
도현 : (그 손을 잡는)
리진 : (잡힌 채 도현을 보면)
도현 : 내일 눈꽃 열차 타러 갈래요?
리진 : ......!!!
도현 : 지난번에 지키지 못한 약속 지키고 싶어서요. (잡았던 손 풀고, 다시 내밀며) 콜?
리진 : (얼른 악수하며) 콜! 무조건 콜!!
도현 : (웃어주는 모습 위로)
도현 : (E) 먼 훗날....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S#62. 플래시백 (60씬에서 이어지는)
도현 : 오리진씨가 나를 잊어갈 때쯤...나를 떠올려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 때쯤....
혹시라도 오리진씨가 과거의 고통이 떠올라 괴로워하거든....전해주세요.
리온 : ......
도현 : (울컥함을 누르며) 당신이 뭔가를 잘못해서, 혹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서, 학대를 받은 것이 아니다.
(결국은 울먹여지며)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받아 마땅할 만큼 넘치게 빛나고....
미치게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고....
S#63. 도현의 집 앞 + 리온의 차 안 (밤)
계단 앞에 나란히 앉아 악수를 하고 있는 도현과 리진.
행여라도 도현의 마음이 바뀔까봐 악수한 손을 아래위로 마구마구 흔들고 있는 리진.
도현 : (E) 그러니까 잊어버리라고...이제부터는 사랑만 받으면서 살아가라고....
도현과 함께 눈꽃열차를 타게 된 것이 너무너무 좋아서 환하게 웃고 있는 리진.
그런 리진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도현.
자동차 안에서 그런 두 사람을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리온.
아프지만 아름다운 세 사람의 모습에서.
-<킬미 힐미> 1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