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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08
1. # 파출소 앞
강진, 파출소 근처로 다급하게 뛰어온다.
편의점직원(E) : **코트 입은 아가씨 봤어요.....아까 파출소에 신고했는데.....
강진, 파출소 앞에 다다라 가픈 숨을 몰아쉬는.
2. # 파출소 안 (7회 마지막씬, 강진의 관점에서)
강진, 파출소 안으로 들어서면 저 앞으로 지완과 태준의 모습이 보인다. (순경 두 명은 취객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지완, 잔뜩 술에 취해서 바로 앞의 태준에게 간신히 이야기 하고 있다. 품에는 노트를 꼭 껴안고.
지완 : 정말 까맣게....까먹구 있었어.
강진 : (굳은 표정으로 보다가.... 지완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지완 : (눈시울이 벌게져 온다) 우리 오빠가......나 때문에 죽었다구 내가 예전에 예전에 말했었죠?
(강진이 옆에 와서 듣고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한다)
강진 : !!!! (흠칫....가려던 걸음을 문득 멈추는)
태준 : (지완에 집중해 있느라 강진이 와 있는 것 모르는)
지완 : 완전 까 먹구 있었어.....펜던트 찾아줄래다가.......강진 오빠 펜던트 찾아줄래다가.....
(눈물이 흐른다) 우리 오빠가 죽었는데.......완전 까 먹구 있었어......
강진 : !!!!!! (지완이 오빠...펜던트...죽음....이게 무슨 소린가? 창백해지는)
태준 : (울고 있는 지완을 보며 자기도 눈가가 벌게진다) ....
지완 : 까먹구 있었다구요.......우리 오빠가 어떻게 죽었는데.......내가 어떻게 강진 오빨 다시 만나......
강진 : ........
지완 : 우리 아버지 엄마 가슴에 못 박으면서....내가 왜 산청을 떠나왔는데.....미치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내가요 정말루 까먹고 있었거든요. 완전 완전 완전 까먹고 있었거든요.
강진 : (둔기로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으로) !!!!!
지완 : (태준의 어깨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에이, 바보! 등신! 머저리!! 축구! 미친 년!!
(하다가.....그대로 쿡 태준의 어깨에 머리를 박으며 잠들어 버린다. 그 바람에 가슴에 품은 노트도 툭 떨어진다)
강진 : (극심한 충격으로!!!!)
태준 : (답답한 표정으로 문득 고개 돌리다가 강진을 보고 흠칫 당황한다)
강진 : (그 자리에 충격으로 얼음처럼 굳어서........)
태준 : (강진의 표정을 보고 깨닫는다. 강진이 다 들었구나.....두 사람의 얄궂은 운명을,
끝이 보이는 지완이와의 인연을 강진이 다 들었구나......마치 무혈입성한 승자(?)의 여유로 강진을 보는)
강진 : ........(그대로 돌처럼 굳어서)
태준 : (다시 느긋하게(?) 지완을 보다가 잠든 지완의 어깨를 잡아 세우며) 집에 가자, 지완아. (하는데)
강진 : (앞으로 다가와 지완을 잡고 있는 태준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태준을 밀쳐내고는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지완을 자신 앞으로 확 끌어 당기며 자신이 지완을 업으려 한다)
태준 : 차 강진!!
강진 :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굳은 표정으로 지완을 업는다.)
태준 : (자신도 아픈 사랑을 해봤던 사람이다. 강진이 받았을 충격에 연민은 있다.) 지완이 그만 놔 줘.
충분히 힘들었구, 충분히 상처 받은 애야.
강진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지완을 업고, 지용의 노트를 챙겨 들고 나가려는데)
태준 : 똑똑히 들었잖아, 너두! 너라는 존재 자체가 지완이한텐 고통이구 상처라는 거!!....못 알아 들어?!!
강진 : (잠깐 걸음 멈췄다가....어떤 대꾸도 않고 지완을 업고 그대로 파출소 밖으로 나간다)
태준 : ........(어차피 그들의 끝을 알기에 잡지는 않는다. 서늘하게 보는)
3. # 거리
강진, 술에 취해 잠든 지완을 업고 걸어가고 있다. 여전히 깊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그 표정 위로 문득 떠오르는.
지완(E) : 펜던트 찾아줄래다가.......강진 오빠 펜던트 찾아줄래다가.....우리 오빠가 죽었는데.......완전 까먹구 있었어......
강진, 눈가에 짧게 경련이 인다. 그 위로 다시 들리는.
지완(E) : 오빠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요!! 오빠 같이 못되구, 이기적이구, 싸가지 없구, 재수 없구....
4. # 플래시백 (2회 #45. 마을 길)
지완 : (면도칼에 베이는 심정으로 내뱉는) 엄마가 남자들 꼬시는 다방 마담같은 거나 하구!!!
지완 :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사람은 끼리끼리 놀아야 된다구! 오빠 같은 사람하군 어울리지 말라구!
지완 : 오빠같은 사람하군 상종도 하지 말라 그랬어요, 우리 엄마가.
지완 : 내가 잠깐 미쳤었나봐요. 미친 년이예요, 내가.
5. # 거리
아, 그래서였구나...지완이가 그래서 맘에도 없는 악담을 퍼붓고 산청을 떠난거였구나...
의식을 놓은 지완을 업고 가는 강진,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은 먹먹함을 또 다시 서늘함으로 견디고 있다.
6. # 지완 방
강진, 지완을 눕히고, 베개도 바로 해주고, 이불도 다독여 덮어준다.
잠든 지완을 멀건이 보다가....문득 고개 돌리면 지완의 가족 사진이 보인다.
부모와 오빠와 함께 너무나 밝게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지완. 그 위로 다시 들리는.
지완(E) : 우리 오빠가 어떻게 죽었는데.......내가 어떻게 강진 오빨 다시 만나......
우리 아버지 엄마 가슴에 못 박으면서....내가 왜 산청을 떠나 왔는데.....미치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강진,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펜던트 때문에 무참히 깨버렸다는 생각을 하며....가슴 한 켠에 면도칼을 쌓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눈가가 벌게진 채 먹먹하고 아프게 지완을 바라보는 강진. (울지는 않는) F.O.
7. # 산청 강 기슭 (지용이 죽었던 그 강가, 낮)
화면 다시 밝아지면. 준수, 강 기슭에 우두커니 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춘희의 검진 결과표가 들어 있는 서류 봉투가 손에 쥐어 있다)
준수,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다. 그 위로 들리는.
박교수(E) : 차 춘희씨 검사 결관 다행히 양성으로 나왔어. 건 걱정 안해두 될 거 같구.....
8. # 준수 한의원 응접실 (회상)
준수, 박교수와 찻잔 놓고 마주 앉아 있다.
박교수 : (힘겹게 말하는) 근데.......한 원장 자네한테 문제가 좀 생겼다.
브레 인 투머(Brain tumor)!.....뇌종양이야! 것두 제일 고약한 교모 세포증!
준수 : (찻잔에 녹차를 따르다가 멈추고 당혹스럽게 박교수를 보는)
박교수 : (괴롭다) 수술...해야겠지?
준수 : (둔기로 한 대 맞은 듯 멍한, 회의적인) 수술 한다구....뭐가 달라지나?
9. # 산청 강 기슭
준수, 냉정할 정도로 담담한 표정으로 강물을 바라 보고 있다.
준수 : (강물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한 지용!......잘 지내고 있냐? 아들? 니 동생....우리 지완이.....니가 잘 지키고 있지?
10. # 춘희집 마당
준수, 서류 봉투 들고 춘희 집 마당에 와서 선다. 표정은 여전히 담담하다.
11. # 춘희 방
춘희, 마치 곧 죽을 사람처럼 핏기 없이 핼쑥해져 머리를 싸매고 멍하니 천장을 보며 누워 있다.
영숙, 춘희 옆에 앉아 있다. 옆으론 개다리소반에 전복죽과 물김치 놓여 있다.
영숙 : (마음이 복잡하다. 춘희가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전복죽 쒀 왔어. 일어나서 한술만 떠.
춘희 : (시선은 천장을 향한 채 힘없이 말하는) 적선하러 왔냐?......한 준수가 말했어? 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구?
영숙 : ....지용이 아버지 친구 분 통해서 들었어. 서울 가서 검사 받았었다구. 미리 걱정 하지 마. 아직 검사 결과도 안 나왔잖아.
춘희 : (여전히 천장만 보며)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냐?.....30년을 그렇게 줄창 술만 퍼붜댔는데 탈이 나지, 안 나?
영숙 : 일어 나. 일어 나서 한술만 떠....며칠 째 밥 한술 안 떴다며? 이러다 결과도 나오기 전에 굶어서 죽겠다.
(춘희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는데)
춘희 : 넌 솔직히 좋지?
영숙 : (춘희를 안은 채, 어이 없는)
춘희 : 안 그래도 눈엣 가시 같은 년, 콱 디져 버리면 좋잖아. 니 입장에선.
영숙 : (춘희를 힘껏 일으켜 앉히더니 상을 당겨 춘희 앞에 놓아주고 숟가락도 잡혀 준다) 먹어.
춘희 : (잡혀 준 숟가락 탁 던져버리며) 싫어! 너 여기 약 탔지?
영숙 : (어이 없다)
춘희 : (날이 서서 시비 거는) 한 준순 뭐하냐? 근데 지금?
12. # 춘희 집 현관
춘희 현관 앞에 서 있는 준수, 춘희 방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를 고스란히 듣는다.
영숙(E) : 서울에서 오신 손님 만난다 그랬어.
춘희(E) : 냉정한 자식.....사람이 죽을 병에 걸렸다는데 일주일 째 코빼기두 안 비치구.....니가 나, 못 만나게 했지?
영숙(E) : 차 춘희!!!
준수 : .........(그대로 무표정하게)
13. # 춘희 방
영숙 : 너 지금 말이면 단 줄....(하다가 결국 못 참고 터지는) 니가 안 만난다 그랬잖아! 부산이 누명 벗겨준 거 고맙다구
니가 먼저 안 만나겠다구, 마주쳐도 아는 체도 안하겠다구 니가 니 입으루 약속했잖아!!
그래 놓구 둘이 같이 서울까지 가서 그 이튿날 돌아와 놓구.... 무슨 애가 이렇게 뻔뻔해?
니가 도대체 양심이란 게 있는 애야?!!
춘희 : 양심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니가 내 앞에서 감히 양심을 말해? 한 준수랑 나, 서로 죽구 못 사는 거 뻔히 알면서
그 새에 끼어가지구 온갖 훼방 다 놓구....지 아버지 권력 이용해서 친구 남자나 뺏은 주제에....
영숙 : (벌떡 일어나며) 굶어 죽든 말든 니 맘대루 해.....(돌아서 나가려는데)
춘희 : 한 준수 내가 확 꼬셔버릴거야!! 죽기 살기루!!
영숙 : (기가 막혀 노려 보는)
춘희 : 약속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곧 죽을 년이 지킬 약속이 어딨어?
영숙 :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휙 돌아서 나가버린다)
춘희 : (식식거리며 노려 보다가...갑자기 현기증이 난다.) 아, 어지러워. (퍽 다시 자리에 눕는다.)
14. # 춘희 집 현관
영숙, 어이없고 황당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현관문 열고 나오다가 준수를 발견한다.
영숙 : !! (당혹스럽게 보고)
준수 : (담담하게 보는)
영숙 : 여긴....왜 왔어요?
준수 : 춘희하구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
영숙 : (배신감 어린 표정으로 보다가 준수를 휙 스쳐서 가버린다)
준수 : (가는 영숙을 돌아보지 않는다. 춘희 방쪽에만 서늘한 시선을 주고 있는)
15. # 춘희 방
춘희, 다시 힘겨운 표정으로 자리에 누워 있다.
춘희 : ......나 진짜 죽을래나......안되는데....아직 할 일이 많은데 내가..... (하는데)
이때, 방문 노크 소리 들린다.
춘희 : (영숙인 줄 알고) 니가 뭐래두 소용 없어!....나 인제부터 막 갈 거야! 배째!!!
잠시 후, 문 벌컥 열리며 준수, 들어선다.
춘희, 당황하고 놀래서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끄응 힘없이 자리에 털석 눕는다.
춘희 :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오랜만이네......이러다 영영 너 못 보구 죽는 줄 알았다....
준수 : (담담한 표정으로 보며) 검사 결과 나왔어. 접때 서울 병원에서 검진한 거. (서류 봉투를 춘희 옆으로 놔 준다)
춘희 : (막상 서류 봉투를 보자 사색이 된다. 바들바들 떠는)
준수 : 꺼내서 봐.
춘희 : 뭐래?.....나 앞으루 얼마나 산대? 세 달? 한 달? 일주일?
준수 : 니가 직접 봐.
춘희 : (거의 울려고 하며) 내가 보면 아냐?
준수 : (서류 봉투의 검진 결과서를 꺼내서 춘희 눈 앞에 대주며) 아무 이상 없대. 너, 아주 건강하대.
춘희 : (그 말에 벌떡 일어나 앉으며) 정말?!! (준수 손에 들린 검진 결과서 채서 본다.
언제 아팠냐는 듯 순식간에 얼굴에 화색이 돈다) 아우우, 십년 감수했네.
준수 : (담담하게 보며) 그래도 앞으로 혹시 모르니까 일 년에 한번 씩 꼭 정기 검진은 받어.
(할 말 끝났다는 듯 돌아서 나가려는데)
춘희 : 그냥 가게? 밥 먹구 가. (아무 이상 없다니까 좋아서) 같이 밥이나 먹자.....삼겹살 궈서 소주 한잔 하까?
준수 : 약속, 안 지켜?
춘희 : ?.....약속? 뭔 약속?
준수 : 우리 집사람하구 약속했다며? 다신 나 안만나겠다구, 만나도 아는 체도 안하겠다구 약속 했다며?
춘희 : ....그.....그건.....그거는.....
준수 : (O.L.) 곧 죽을 병 걸린 거 아니니까, 니가 한 약속은 니가 지켜!! 나두 앞으루 너, 아는 체 안할 거야.....죽을 때까지.
춘희 : (당황한)
준수 : (그대로 돌아서 나간다)
춘희 : 한 준수!!!!
16. # 춘희 마당
준수, 먹먹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 본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통증이 온다. 눈물이 그렁해지는.
17. # 춘희 방
춘희, 어이 없고, 기가 막혀서.........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18. # 우정 사무실
우정, 싸늘하게 굳어서 각종 증명서들 넘겨 보고 있다. 그 옆으로 재현, ‘죽었다’ 하는 표정으로 서 있다.
우정 앞으론 정필이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건들거리며 앉아 있다.
정필 : 꼼꼼하게 잘 읽어보슈......그 묘지가 우리 아버지 묘지구, 내가 우리 아버지 아들이라는 거,
국가에서 증명해 준 서류들이니까.
우정 : (온 몸에 기운이 쭉 빠져 힘없이 테이블에 증명서들을 내려놓는다)
정필 : (벌떡 일어서며) 그럼 난 바빠서 이만.....낼 기자들 불러서 이 깡패 회사의 만행을 줄줄이 다 까발릴라면
준비를 좀 해야 돼서요.
우정 : (O.L.)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선 저희가 책임을 지고 보상하겠습니다...협상을 하시죠!
정필 : 협상을 하고 싶음 일단 그 차 강진인지 뭔지 그 개자식 모가지부터 가져오라니까!....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될진 그 담에 협상 하자구! 내 전화 번호 아시지? (의기양양하게 문 쾅 닫고 나가 버린다)
우정 : 김 정필씨!!
재현 : (간신히 참고 있다가) 아우, 저 미친 년 꽃다발 같이 생긴 자식이!!
우정 : (노기를 간신히 견디고 있는) 차 팀장 지금 어딨어?
재현 : 나흘 전에 저 미친 년 꽃다발 뒷조사한다구 지방에 내려 갔는데.... 오늘 올라 온다구 했습니다.
우정 : 수배 해, 당장!
재현 : 그렇다구 강진일 짜르시진 않을거잖아요. 그쵸?
우정 : (버럭) 그럼 대신 널 짜를까?! 차강진 그 자식, 당장 내 앞에 데꾸 와! 데꾸 와 당장!!!
(앞에 놓인 물 잔을 들어 마시려다가 성질을 못 이기고 그대로 벽을 향해 던져 버린다)
19. # 범서 건축 주차장 / 강진 차 안
운전석의 강진(몇날 며칠을 지방을 헤매고 다니느라 면도를 못한 듯 수염도 약간 까칠해져 있고 피곤해 보인다),
시트에 머리를 대고 생각에 잠겨 있다. 눈빛은 매섭다.
이때, 재현, 저편에서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강진의 차를 발견하고, 차 앞으로 와 운전석 차창 문을 두드린다.
강진, 고개 돌려 재현을 본다. 재현, 유리창 문 내리라고 손짓하고.
강진, 차창 유리문을 내린다.
재현 : 30분 전에 도착했다면서 왜 여기서 이러구 있어? 핸드폰두 안 받구?
강진 : 그냥....생각 할 게 좀 있어서.
재현 : 이 우정 이사가 너 당장 이사실로 오래.
강진 : (......잠깐 생각 하다가 옆에 둔 서류 봉투 들고 차에서 내린다)
재현 : (걱정스러워) 너, 운동 신경은 괜찮은 편이지?
강진 : (차 유리 올리고, 차문 잠그고)
재현 : 이사실에 들어갈 때 컵이나 물병이나 꽃병이나 뭐 이딴 게 갑자기 날라 올 수도 있거든?
그니까 문을 열고 바로 들어가지 말구 한 삼 초 정도 텀을 두구....
강진 : (앞서서 걸어간다)
재현 : 아 그리구 참! 로비에 지완 언니 기다리고 있어!
강진 : (흠칫!!!! 걸음 멈추고 돌아보는)
재현 : 줌인에 한 지완! 박 태준 약혼녀!
강진 : !!!
재현 : 박 태준 만나러 온 줄 알았는데, 너 만나러 왔대....
근데, 강진 오빠라 그러더라? (의아한 듯) 니네 둘이 오빠 동생 먹기루 했냐?... 언제에?
강진 : !!! (지완이가 날 만나러 왔다구?...믿기지가 않는다)
20. # 범서 건축 로비
지완(일하다 온 듯 에이프런 차림), 로비 한 켠 벽에 등을 붙이고 서 있다.
스스로를 독려하듯 두 손을 꼭 모아쥐고 있다가 (모아쥔 손이 떨린다)
강진이 오나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표정이 당혹스러워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태준, 자신의 팀원과 이야기하며 오다가 지완을 발견 하고 약간 당황한 표정 짓다가
이내 반갑고 편하게 미소 지어준다. 팀원을 먼저 보내고 지완을 향해 걸어오는 태준.
지완 : (당혹스럽게 태준을 보는)
태준 : (미소 지으며) 안 그래두 오늘쯤 너 만나러 가려구 했었어.
지완 : ........
태준 : 잘 쉬었니? 그동안?
지완 : (당혹스럽고 어색하게 웃고)......파출소에서 봤던 건 생각나는데..... 그 담부터 필름이 끊겨 버려가지구.....
나, 술주정 많이 했어요?
태준 : (피식 웃는)
지완 : 고마워요. 술 주정두 받아주구, 집에까지 업어다두 주구......나, 보기보다 되게 무거운데.....흉 많이 봤겠다.
태준 : (강진이 옆에 있었다는 건 모르는구나....굳이 말하고 싶진 않다).... 퇴근하구 만날까? 저녁에 시간 돼?
지완 : ........(잠깐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강진 오빠 만날 거예요.
태준 : (그 말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지는)
지완 : 나 지금 강진 오빠 만나러 왔어요.....일주일 동안 아무 연락이 없길래 너무 걱정돼서요....핸드폰 번호두 모르구.
태준 : (눈빛이 무섭게 서늘해지는)
지완 : (엘리베이터쪽으로 시선 주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로비에서 기다린다 그랬는데.....안 전해줬나....
태준 : (서늘해진 채)
지완 : (강진이 오나 엘리베이터쪽에다 계속 시선 주고 있는데)
태준 : (서늘하게 툭) 그날 파출소에 달려 갔을 때, 엉망으로 술에 취해서 니가 말했어. 차 강진을 어떻게 만날 수 있냐구.
지완 : (흠칫 보는)
태준 : 차 팀장 때문에 오빠가 죽었다구....차 강진 펜던트 찾아줄려다 니네 오빠가 죽었다구...
지완 : (쿵!!!!!)
태준 : 부모님 가슴에 못 박구 고향을 떠나온 것도.....다 그 자식 때문이라구....
지완 : (안색이 창백해진다)
태준 :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차강진을 만날 수가 있냐구.....니가 그랬었어. 파출소에서.
지완 :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려 온다...주먹을 꾹 쥐고 견디고 있는)
태준 : 자신 있니? 아무렇지도 않게 차 강진 만나서 웃구 떠들구 행복할 자신 있어?
니네 오빨 떠올리지 않을....잊어 버릴 자신 있어?
지완 : (.....차마 대답을 못하고 있는)
태준 : 자신 있음 만나. 안 말릴테니까 만나.
지완 : (안색이 창백해진 채 어떤 대꾸도 못하고 있다가..........문득 엘리베이터쪽으로 시선을 돌리다 당혹스런 표정 된다)
강진 : (어느 새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저 앞에서 지완을 보고 서 있다.
지완이 다신 자신을 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덥석 찾아와 준 지완이 당혹스럽고 의외다.)
지완 : (당혹스럽게 보다가....자기도 모르게 얼른 등을 돌리고 돌아선다)
강진 : !
태준 : (그래, 한지완 그럴 줄 알았다. 자신이 없을 줄 알았다....)
지완 : (힘 없이 도망 치듯 입구 쪽으로 발걸음 떼서 가는)
강진 : (당혹스럽고)
태준 : ........
지완 : (표정에 온갖 혼란스러움이 다 스쳐간다....그러다 한순간 걸음을 딱 멈춘다!
다시 돌아서더니...강진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하는)
강진 : !
태준 : (당황하고)
지완 : (강진 앞으로 와 선다. 표정엔 미소를 머금고 아무렇지도 않게 밝게) 출장 갔었다면서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이나 연락이 없었구나.
강진 : (당혹스럽게 보고)
태준 : !
지완 : (여전히 미소 지으며 밝게) 그때 나 포장마차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려 갖구 되게 황당했었죠?
강진 : .......
지완 : 갑자기 배두 아프구 춥구 화장실도 가구 싶구.....그래서, 그냥 집에 와 버렸어요.....
미안해요. 온다구 말두 못하구 와 버려서.
강진 : .......(지완의 밝은 표정을 보고, 지완의 거짓말을 들으며.....당혹스럽고....아프다)
태준 : !! (싸늘하게 굳은)
지완 : .....음.....그래갖구요.....그래갖구 말이죠......우리 그때 못한 데이트, 그냥 안 했다 치구 첨부터 다시 했음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진 : .........
태준 : (기가 막히다)
지완 : (일부러 더 오바하며 밝게 말하는) 감자탕 좋아해요? 감자탕 완전 죽이는 집이 있는데....거기가 어디냐면요.
(종이가 어디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갑자기 강진의 손을 덥석 잡더니 에이프런에 꽂힌 펜을 빼서 강진의 손바닥에다
약도를 그리고 상호명 쓰며) 여기가 홍대 지하철역 근천데, 3번 출구에 **베이커리라고 조그만 빵집이 있어요.
여기서 쫌만 더 가면 ** 감자탕이라구 워낙 유명한 집이어갖구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다 알아요.
(장소는 다른 곳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강진 : ........(지완이 오바하고 있다는 걸 안다.....심장 한 끝에서 시작되었던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지완 : 여긴 24시간 하는데라서 문두 안 닫아요. 아침까지라도 기다릴테니까 천천히 일 다 보구 와요......
학교 가봐야 돼서 그만 가볼께요, 그럼....(환하게 미소 지어주고 돌아선다)
강진 : (어떤 말도 못하고....)
지완 : (황당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태준에게는 짧게 시선만 주다가 얼른 시선 거두고 로비 밖으로 나간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표정으로)
태준 :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강진 : (그대로 얼어 붙은 듯 서서 가는 지완을 보는)
태준 : (가는 지완을 보다가....강진을 서늘한 눈빛으로 본다)
강진 : (태준과 짧게 서늘한 시선 마주쳤다가......멀어지는 지완의 뒷모습을 보는...당혹스럽다!!)
21. # 지완 카페 앞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표정으로 씩씩하게 걸어오던 지완,
이제 강진의 시야를 벗어났다고 생각하자.....그대로 무너지듯 주저 앉아 버린다.
지완 : ...........
22. # 지완 방
지완, 방으로 들어 와 책상위에 놓인 가족 사진을 멀건이 본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는 지용와 부모의 모습을 먹먹하게 보다가....사진 액자를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버린다.
지완 : 안 미안해........하나두 안 미안해요......8년을 미안했음 됐잖아....그만큼 미안했음 됐잖아......
나 좀 봐줘 인제......한번만 봐줘요, 제발....
지완, 결연한 표정과는 달리 눈가는 붉어져 있다.
23. # 범서 건축 사무실 / 우정 사무실 앞
강진, 생각에 잠겨 털레털레 걸어와 우정의 사무실 문 앞으로 와 선다. (한손에 서류 봉투 들고)
강진, 문득 손바닥을 펴서 지완이 그려준 약도를 한동안 보다가.....우정의 사무실 문을 노크 한다.
우정(E) : 들어 와!!
24. # 우정 사무실
강진,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면, 강진의 앞으로 좌르르 던져지는 각종 서류종이들. (정필이 가져 왔던)
우정, 강진을 향해 서류 묶음들을 계속 집어 던지고 식식거리며 노려 보고있다.
강진, 담담하게 우정을 본다.
우정 : 잘난 체 하더니 꼴 좋다!!
강진 : .......(담담하게)
우정 : 니가 지금 회사에 끼친 손해가 얼만지 알어?!!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이러다 공사가 전면 올스톱 되기라도 하면.....
(생각하기도 싫다)......둘 중에 한 가지만 선택해!
강진 : .........
우정 : 김정필씨한테 지금이라도 가서 빌래? 아니면.....사표 쓸래?
강진 : ........
우정 : 차 팀장 혼자 가기 힘들면 내가 같이 가서 같이 빌어 줄 수도 있어.
강진 : ........
우정 : 가서 빌래? 사표 쓸래?
강진 : 사표 쓰겠습니다.
우정 : (당황) 차 팀장!!
강진 : (격앙되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김정필은 20년 전에 치매와 중풍을 앓던 홀아버지를 버렸습니다.
자신의 아버지 묘지가 어디 있는지, 심지어 아비가 돌아가신 것도 몰랐습니다.
우정 : !
강진 : (들고 왔던 서류 봉투를 우정에게 내민다)
우정 : (?.....받아 든다. 범서 건축 로고가 찍혀 있다.) 이게 뭐야?
강진 : 고향을 떠나 부산에 살고 있던 김정필을 이 서류 봉투의 주인이 먼저 찾아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묘지 연고자를 찾을 땐 꼼짝도 않다가 지반 공사가 시작 되자 마자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난 것도
그 누군가의 코치가 있었던 것 같구요.
우정 : 그게 누군데?!!! ....이 서류 봉투의 주인이라면...우리 회사 사람이란 얘기야?!...누군데, 그게?!!!
강진 : 모릅니다, 전......제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여기까집니다.
우정 : (회사 로고가 찍힌 서류 봉투를 뚫어져라 보는)
강진 : (담담하게 말하는) 협상의 전제 조건이 절 해고시키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회사에 누를 끼친 점, 깊이 책임 통감 하고 있습니다.
우정 : 차 팀장!
강진 : 더 이상 회사에 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죄송합니다. (인사하고 돌아서 나온다)
우정 : (기가 막힌) 차 강진!! 야!!!
25. # 범서 건축 사무실
강진, 우정의 사무실을 나와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태준, 자신의 자리에서 성민과 얘기하고 있다가 나가는 강진을 본다. 그러다 우정 의 사무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강진을 뒤따라 나오던 우정과 시선을 마주친다.
태준 : (담담하게 보는)
우정 : (태준 옆에 있는 성민에게 잠깐 시선 주고....날카롭게 태준을 보는)
태준 : (담담하게 우정을 시선을 맞받고 있는)
26. # 강진 오피스텔 외경 (밤)
강진(E) : 차 마담! 나랑 동업 한번 해 볼래?
27. # 강진 오피스텔 거실
강진, 사무실에서 가져온 책을 책꽂이에 꽂으며 핸드폰 하고 있다.
소파 한 켠에 강진이 사무실에서 챙겨온 종이 박스(짐을 정리해서 왔다) 놓여 있다.
강진 : (밝게) 순대국집 하자, 나랑......우리 부산인 음식을 잘하니까 주방을 맡구, 미스 신 누난 카운트 보구,
난 서빙하구 배달을 하구, 차마담은.....차 마담은 그냥 편하게 구경만 해. 그림처럼 앉아서.
28. # 춘희 방
춘희, 부산과 미스 신, 진경과 함께 삼겹살 구워 소주와 함께 먹고 있다.
부산, 삼겹살을 상치에 싸서 진경의 입에 넣어주려 하는데, 미스 신이 확 뺏어서 먹어 버린다.
두 사람, 미스 신을 노려 보고.
춘희 : (소주 마시고 있다. 표정에 쓸쓸함이 있다.) 순댓국에 누룽지 말아 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뜬금없이 뭔 소리야, 그게?
진경, 부산에게 전화하는 사람 누구냐고 물어 보고, 부산, ‘우리 형!’이라고 대답하면
진경, 입이 벌어져서 전화하는 춘희에게 집중한다. 부산, 그런 진경을 밉게 보는.
29. # 강진 오피스텔 거실
강진 : 서울에 목 좋은 데 내가 봐둔 데 있거든? 우리 세 식구 먹구 살긴 문제 없을거야.
춘희(F) : 너 에미 심심할까봐 장난치냐?
강진 : 장난.....아닌데...
30. # 춘희 방
진경, 잔뜩 달 떠서 전화하는 춘희 옆에 바짝 붙어서 전화 내용 듣고 있다.
부산, 식식거리며 진경을 원망스럽게 보고.
미스신, 두 사람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차며 삼겹살을 입에 왕창 집어넣는다.
춘희 : 그럼? 대구리에 총 맞았냐? 겨우 순대국집 할려구 그동안 그렇게 골 빠지게 공부하구, 미국 유학 갔다 오구,
그 좋은 회사 취직하구 그 지랄을 했어?
진경 : 어머, 강진 오빠가 순대국집 한 대요? 그럼 나두 거기 취직할래요!
춘희 : (잠깐 전화기 막고) 얜 뭐냐, 또?.....부산아! 얘 좀 치워!
부산 : (진경을 쭉 밀어서 자기 자리 옆으로 데려 오며) 오르지 못할 나문 쳐다 보지 말랬지, 내가!
미스신 : 그니까....너 그러다 목 디스크 걸려.
진경 : 씨이.....오르지 못할 나무가 어딨어? 사다리 타고 올라가면 되지.
부산 : 근데, 그 나무가 니가 올라오길 별루 바라지 않을걸?
미스신 : 내 말이....니가 올라오면 확 밀어 버릴거야, 그 나무가.
춘희 : (그들을 한심하게 보다가 다시 전화기에 대고) 너 혹시 순대국 먹고 싶냐? 그래서 헷소리하는 거야?...... 너, 애 서냐?
31. # 강진 오피스텔
강진 : (짐 정리 마치고 냉장고 열어 생수 마시며, 피식 웃고).......뭐해? 지금 근데? 옆이 시끄럽네.
춘희(F) : 엄마가 그동안 좀 못 먹구 살아가지구 부산이랑 미스 신이랑 약간 정신 상태 이상한 애랑
삽겹살 궈서 소주 까구 있다. 왜?
강진 : 우와아, 맛있겠다......나두 가까?
32. # 춘희 방
춘희 : (엥?) 삼겹살 먹으러 산청까지 온다구?
진경 : (삼겹살 입에 가득 넣고 있다가 그 말에 흥분해서) 오세요! 오빠! 오세요!!! 제발 오세요!!
미스신 : 야! 삼겹살 다 튀어! 아, 드러!!
부산 : (손으로 진경의 입을 막아버린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난 정말 우리 형하구 삼각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아, 진경아.
춘희 : (전화기는 귀에다 댄 채 중얼거리는) 우리만 보기 참 아깝다. 우리만 보기 차암 아까워.
33. # 강진 오피스텔
강진 : 안 그래두 차 마담하구 소주 한잔 하고 싶었는데 잘 됐다....나두 갈게.....
(소파에 벗어둔 코트 챙겨 들며) 지금 바루 출발할 거니까 내가 먹을 건 좀 남겨 둬.
(핸드폰 끊고 문득....손바닥을 펴 보면....지완이 그려준 약도가 있다. 거의 많이 지워져 버렸다.....
멀건히 약도를 보는 위로)
지완(E) : 우리 그때 못한 데이트, 그냥 안 했다 치구 첨부터 다시 했음 좋겠는데.....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진 : (..........서늘하게 굳어서)
34. # 감자탕집
지완, 한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있다. 무릎 세우고 앉아 괜히 앞에 놓인 냅킨만 접고 있다....
자신의 감정에 지지 않으려 있는 힘을 다하며.
지완 옆 테이블엔 사람들 열심히 감자탕 먹고 있다. 직장 동료들도 있고, 가족끼리 온 사람도 있고, 연인도 있다.
한 사람만 앉아 있는 테이블은 지완 밖에 없다.
지완, 그들을 부럽게 둘러 보다가 강진이 오는지 창 밖으로 시선을 준다.
35. # 강진 차 안 / 달리는
강진, 운전해서 가고 있다. 이때, 강진의 핸드폰 울린다.
강진, 발신자 확인하고 이어폰으로 받는다.
부산(F) : 형! 진짜 오구 있는 거야? 뻥 깐 거 아니지?
강진 : (피식) 그래....지금 가구 있어.
부산(F) : 진경인 술 먹구 뻗었으니까 인제 괜찮아.....빨리 와, 형.
강진 : 그래, 알았어. (피식 웃고 핸드폰 끊고 운전해 가는 위로 들리는)
태준(E) : 지완이 그만 놔 줘. 충분히 힘들었구, 충분히 상처 받은 애야.
너라는 존재 자체가 지완이한텐 고통이구 상처라는 거!!....못 알아 들어?!!
강진 : (서늘한 표정으로 속력을 올려서 가는)
36. # 감자탕집
지완 테이블 앞으로 지완이 장난쳐 놓은(?) 냅킨이 수북하게 쌓였다.
테이블의 다른 손님들은 이미 다 먹고 일어나고 있거나 비어 있다.
서빙 아줌마, 테이블을 치우며 쟨 뭐야? 하는 표정으로 지완을 스윽 본다.
지완, 서빙 아줌마와 눈빛 마주치고 자신이 저질러 놓은 짓(?)에 헉! 하다가 다시 접힌 냅킨들을 반듯하게 펴며.....눈치 보는.
37. # 강진 차 안 / 도로
강진, 차를 달려 가고 있다. 굳은 표정 위로 문득 떠오르는.
지완(E) : 여긴 24시간 하는데라서 문두 안 닫아요. 아침까지라도 기다릴테니까 천천히 일 다 보구 와요.
강진, 문득 다시 자신의 손바닥을 본다. 손바닥, 아예 흔적도 없이 깨끗하다.
강진, 그대로 차를 몰아가다가....갑자기 어딘가로 핸드폰을 한다.
강진 : 재현아.....홍대 근처에서 제일 유명한 감자탕집이 어디야?
이때, 저 앞에 신호등 빨간 신호등(유턴 가능한)으로 바뀌고 있다.
강진, 그대로 차를 유턴시켜 버린다.
38. # 감자탕집
이제 손님은 한 테이블 정도만 남아 있다. 서빙 아줌마, 하품 쩍하고.
지완, 지친 표정으로 테이블에 뺨을 대고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주인집 딸로 보이는 꼬마(7살 정도), 열심히 큐브를 맞추고 있다. 쉽지 않아 보이는.
지완 : 밤이 늦었는데 넌 잠도 안 자니?....(하다가 벌떡 일어나며) 그거 내가 해줄까?......언니 그런 거 되게 잘해.
39. # 감자탕집 앞 (지완이 있는)
강진, 감자탕 집 앞으로 와 선다. 유리창 너머로 지완의 모습이 보인다.
지완, 진땀을 뻘뻘 흘리며 큐브를 맞추고 있는데, 오히려 더 헝클어 버렸다.
꼬마, 지완을 원망스럽게 노려 보며 징징거리며 울고 있다. 서빙 아줌마도 지완을 한심하게 보고 있다.
강진, 그런 지완을 보며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고.....사랑스럽다. 저 오지랖은 하나도 안 변했구나. 한지완.
40. # 감자탕집
지완, 꼬마의 눈치를 열심히 살피며 큐브를 맞추고 있다.
지완 : (진땀이 난다.) 왜 이렇게 안 되지?.....언니 이거 평소엔 진짜 잘 하거든?.....
울지마...니가 우니까 손이 떨려서 더 못하겠잖아. 울지마아, 응? (하는데)
이때, 누군가의 손이 큐브를 휙 채서 간다.
지완, 놀라서 고개 들어 보면, 강진이 서 있다.
강진 : (빙긋 웃고) 그러게.....평소엔 그렇게 잘하면서 오늘은 왜 이렇게 헤매냐? 언니야? (하며 열심히 큐브를 맞추기 시작한다)
지완 : !! (당혹스럽고 반가운)
강진 : (큐브 맞추며) 잠깐만 혼자 엇다두면 자꾸 사고를 쳐서...아저씨가 불안해서 혼자 두구 다닐 수가 없다. 그니까.
지완 : !!! (가슴 한 켠이 울컥하는)
강진 : (잠시 후 큐브를 가뿐하게 맞춘다.)
지완 : (살았다....안도의 한숨을 뱉고, 꼬마도 어느새 울음을 멈췄다.)
강진 : (꼬마에게 맞춰진 큐브를 건네주며) 이깟 일루 자꾸 울면 다크써클 생긴다? 나중에 이 언니처럼 못 생겨져.
(꼬마를 달래고 지완을 보고 빙긋 웃는다) 정말루 그렇게 죽인다 이거지? 이 감자탕집이?
지완 :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41. # 태준 오피스텔
태준, 창 밖을 보며 캔 맥주 마시고 서 있다. 그 위로 들리는.
지완(E) : 우리 그때 못한 데이트, 그냥 안 했다 치구 첨부터 다시 했음 좋겠는데.....어떻게 생각하세요?
태준, 맥주 캔을 손 안에 넣고 찌그러뜨려 버린다.
42. # 호텔 커피숍
우정, 서류 봉투(#24에서 강진이 주고 간)를 뚫어져라 보고 앉아 있다.
이때, 정필, 매니저의 안내를 받아 우정 앞으로 온다.
정필 : (우정 맞은 편 의자에 앉으며) 오밤 중에 웬일이십니까?
모든 얘기는 차 강진 그 자식 모가지부터 갖고 와서 하자 그랬는데.
우정 : (피식 쓰게 웃고) 차 강진 그 자식 모가지에 왜 그렇게 집착하세요? 두둑이 보상금 받게 해줄테니까
일단 차 강진부터 무조건 해고시키라고 어깃장을 부려라! 누가 코치라도 했어요?
정필 : (흠칫) 뭐요?!!
우정 : (핸드백에서 사진 두장을 꺼낸다. 태준과 성민의 사진이다) 이 두 오빠 중에 아는 얼굴 있죠?
정필 : (흠칫!!)
우정 : (태준의 사진을 짚으며) 이 오빠가 직접 움직이진 않았을 거구,
(성민의 사진을 앞으로 밀며) 이 오빠가 혹시 정필이 오빨 찾아 가지 않았었나요?
정필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여자가?.....난 모르는 사람들이야!!
우정 : 그럼 말을 좀 더 쉽게 하께요......정필이 오빠가 제대로 솔직하게만 말씀해 주시면
앞으로 부르실 보상금에서 세 배 더 드리죠. 제 사재를 털어서라두.
정필 : (그 말에 당황하며 눈이 동그래지는)
우정 : 협상은 지금 딱 한번입니다....(성민의 사진을 짚으며) 이 오빠..... 아시죠?
43. # 감자탕집
강진, 감자탕의 등뼈를 맛있게 뜯어 먹고 있다.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 들어 보이며.
지완, 웃으며 젓가락으로 깨작거리며 살을 발라 먹고 있다.
강진 : (테이블을 툭툭 쳐서 지완이 자신을 보면) 이건 그렇게 먹는 게 아니구, 이렇게 들구 뜯어 먹어야지.
지완 : (보다가...강진이 시키는대로 등뼈를 우걱거리며 뜯어 먹기 시작한다)
강진 : (피식 웃으며 보는데) 천천히 먹어.
지완 : (입속에 음식이 가득 들었는데도 계속 먹는다...토하려는 것을 억지로 삼키는 것 같다.)
강진 : (처음에는 웃으며 보다가 지완의 하는 양이 약간 걱정스럽다)....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지완 : (그러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그렇게....속에서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것을 억지로 밀어 넣듯이....)
강진 : (얼핏 표정 굳어 걱정스럽게 보는)
44. # 화장실 앞
강진, 걱정스럽게 서 있다.
잠시 후, 화장실 문 열리고, 지완, 휴지로 입을 닦으며 나온다.
강진 : 괜찮아?
지완 : (애써 밝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미안해요. 나 땜에 먹지도 못하구.
강진 : 약 사다 주까?
지완 : 아뇨오. 토했더니 말짱해졌어요......감자탕이 솔직히 별루였어, 오늘은.....우리 떡볶이 먹을래요?
강진 : (어이 없는 표정으로 보는)
45. # 포장마차
떡볶이와 순대와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
지완, 입안 가득 떡볶이와 순대를 집어 먹고 있다. 채 삼키지도 못했는데, 입 속에 계속 집어 넣고 있는.
강진, 그런 지완을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고 있다가 떡볶이를 집으려던 지완의 팔을 탁 잡는다.
지완 : (흠칫 보는)
강진 : 그만 먹어.
지완 : (입안에 음식을 가득 넣고 ‘왜요?’ 하는 표정으로 보는)
강진 : 너 배두 안 고프잖아. 그만 먹어.
지완 : (‘아니예요. 배 고파요’ 하는 표정으로 -입안에 음식이 있어 말을 못 하는-
강진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떡볶이를 집어서 먹으려는데)
강진 : (완강하게 다시 그 팔을 탁 잡고) 먹고 싶지도 않잖아, 지금! 그만 먹어! 뱉어!!
지완 : (음식물이 든 입을 꾹 다물고 원망스럽게 강진을 본다.)
강진 : 뱉으라구!! 뱉어!!! (지완의 얼굴 앞에 자신의 손을 대준다. 여기다 뱉으라고)
지완 : (눈가가 벌개진 채 입 꾹 다물고)
46. # 골목길 한켠 (늦은 밤이라 인적은 드물어진)
강진, 생수를 사서 들고 오다 기가 막힌 표정으로 지완을 본다.
지완, 골목길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 토하고 있다. (음식물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헛구역질처럼)
강진, 기가 막힌 표정 짓다가 지완의 등을 두드려 주는데. 지완, 그 손을 쳐내며 저리 가라고 한다.
강진, 쳐내는 지완의 팔을 오히려 완강하게 잡고 지완의 등을 두드려 준다.
시간 경과.
지완, 생수로 입을 헹궈내고 힘겨운 숨을 헐떡거린다.
강진, 지완의 얼굴을 완강하게 잡고 손수건으로 지완의 입가를 닦아준다.
지완 : (눈가가 벌개진 채)
강진 : 왜 그래? 너?
지완 : (눈가가 벌게진 채...울음은 참고 있는)
강진 : 집에 가자. 가서 좀 쉬어.
지완 : 싫어!!
강진 : !
지완 : 싫어요!!!
강진 : .....너 정상 아냐, 지금.
지완 : 우리 오늘 데이트도 제대루 못했잖아!
강진 : ......12시가 훨씬 넘었어. 너무 늦었다. 가자. (지완의 손을 잡고 가려는데)
지완 : (강진의 손을 탁 쳐내며) 밥도 같이 못 먹었잖아! 나 때문에!!...
8년만에 만났는데 밥 한끼도 제대로 못 먹었어! 나 때문에!!!
강진 : .........다음에 먹음 되지. 담에 같이 먹자.
지완 : 다음이 어딨어? 다음에 어떻게 될 줄 알구?!!
강진 : .....내일 만나서 같이 밥 먹구, 모레 만나서 같이 영화보구, 그 담날 만나서 서울에서 제일 예쁘고, 멋지고 근사한 길,
손 잡구 걷자..... 나 인제 시간 되게 많아. 가진 게 시간밖에 없어.
지완 : ...........
강진 : (흘러내린 지완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오늘은 좀 쉬어.....쉬구, 내일 다시 보자.
지완 : (눈물이 그렁해진 채)
강진 : (지완의 얼굴을 다정하게 잡고) 내일 다시 꼭 보자구!....됐지?
지완 : .......
47. # 지완 방
작은 스탠드 조명만 밝혀진 방.
지완, 불도 켜지 않고 들어와 쓰러지듯 방바닥에 눕는다. 허탈한 동공.....눈물이 가득 차 있다.
지완, 방안을 이리저리 구르다가 옷장에 괴롭게 머리를 쿵쿵쿵 찧는다.
48. # 지완 카페 앞 / 강진 차 안
강진, 지완 카페 바로 앞에다 차를 세우고, 불 꺼진 지완의 카페를 바라보고 있다.
강진 : ......꼭 보자. 우리 내일 꼭 보자. 한 지완.
강진, 떠날 생각을 않고 계속 카페만 바라보고 있다. F.O.
49. # 지완 대학교 외경 (낮)
50. # 지완 한의대 강의실
곧 쓰러지기라도 할 듯 병색이 완연한 지완, 노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노교수 : 다음 사례는 73세의 남성이 새벽에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간 경우다.
(교재를 읽는) 눈과 입이 한쪽으로 올라가 삐뚤어져 있었고, 팔다리가 마비 증세가 왔다.......
자, 이게 흔히 말하는 구완와산데...
지완, 노교수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는다. 그러나, 교수의 소리는 아득히 먼 곳에서 들리는 환청 같고,
노교수의 모습도 자꾸만 두 세개로 겹쳐서 보인다.
지완, 이마에 식은 땀이 가득하다.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열심히 필기한다.
강진이 했던 말을 열심히 떠올리며.
강진(E) : 내일 만나서 같이 밥 먹구, 모레 만나서 같이 영화보구,
그 담날 만나서 서울에서 제일 예쁘고, 멋지고 근사한 길, 손 잡구 걷자.
지완, 힘겹게 미소 지으며 필기를 한다....그러다 고개를 들어 노교수를 보는데....
노교수의 모습은 뿌옇게 보이고, 노교수의 말은 늘어진 테잎처럼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노교수 : 구완 와사는 구완 괘사를 잘못 읽은 말로 원래는 구완 괘사가 옳은 말이다.
구완 괘사하면 지창, 협승, 인중혈, 합곡...혈이 쭉 지나가겠지만....
있는 힘을 다해 버티던 지완, 결국 의식을 잃으며 휙 쓰러져 버린다.
노교수, 교재를 읽다가 흠칫 지완을 보는.
책상 옆에 둔 지완의 핸드폰, 묵음으로 울린다. ‘태준씨’라고 떠 있다.
51. # 병실
의식을 잃은 지완, 링거 꽂고 누워있다. 노교수, 심각한 표정으로 지완의 맥을 짚어보고 있다.
이때, 병실 문 벌컥 열리고, 태준, 다급하게 들어온다.
태준 : 지완아!!!
노교수 : (휙 돌아보고) 넌 누구냐?
태준 : (당혹스런 표정으로 지완을 보는)
52. # 꽃집
강진, 지완에게 줄 꽃을 고르고 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53. # 지완 카페 앞
강진, 꽃다발 들고 카페 앞으로 오는데.
이때, 외출복 차림의 여사장, 카페 문을 잠그고 돌아서다가 강진을 보는.
여사장 : 어떡하죠? 우리 미스 한이 쓰러져갖구 제가 지금 병원에 가는 길이라서.....다른 카페로 가셔야겠는데.....
강진 : ?!!
54. # 병원 문 앞
강진, 굳은 표정으로 다급하게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선다.
55. # 지완 병실 앞
강진, 병실쪽으로 오다 보면....병실 앞에 놓인 의자에 태준이 앉아 있다.
태준, 손을 깍지 껴 잡고 고개 숙이고 있다가....인기척에 고개를 든다.
태준 : (서늘한 표정으로 강진을 보고)
강진 : (역시 서늘한 표정으로 태준의 시선을 맞받다가....병실 문 앞으로 와서 선다.)
태준 : ..........
56. # 지완 병실
지완, 여전히 의식을 잃고 누워 있고. 노교수, 지완에게 침을 놔주고 있다.
강진,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핏기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지완의 모습에 기가 막힌다.
노교수 : (침을 다 놓고 스윽 돌아보고) 넌 또 누구냐? (안타까운 강진 표정을 보다가) 아까 걔보다 더 죽을 상이네, 이 놈은.....
니들 셋이 삼각 관계냐?
강진 : (지완 앞으로 걸어와 가슴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지완을 보는)......어떻게 된겁니까? 어디가 아픈 겁니까? 지완이?
노교수 : 내가 어떻게 알어? 이렇게 까물어져 말도 못하고 있는데..
강진 : .........어제 저녁에 계속 음식을 먹구 토했습니다. 말렸는데두 억지루 우겨넣구 억지로 삼키구.......또 토하구.
노교수 : (고개 끄덕이고) 또! 또 힌트 좀 줘봐.
강진 : .......(지완을 아프게 보다가) 저 때문에 지완이가 지금 많이 힘듭니다.
노교수 : .........(스윽 보는)
강진 : 지완이가.....저 때문에 무리를 하구 있어요.
노교수 : .........니가 뭔데?
강진 : ........
노교수 : 니가 뭔데?!!!
강진 : ..........저 때문에......지완이 오빠가 죽었습니다.
노교수 : (얼핏 표정 굳었다가 이내 풀고) 너를 못 생켜서(삼켜서) 병이 난 거구나, 그럼.....
너를 못 생키니까 억지로 대신에 애꿎은 음식만 생키다가....탈이 나구 병이 난 거야....마음의 병이 몸을 쳤구나.
강진 : .........
노교수 : 받아 들여지지가 않는 걸 억지로 받아 들일려니까 병이 나지 안 나?
강진 : ........
노교수 : 이 놈 이거 이러다 큰일 날 수도 있는데.....이 홧병 이게 사람도 죽이는 건데, 이게..
강진 : (심장이 터질 것 같다)..........어떻게 해야 됩니까, 그럼?
노교수 : 아픈 원인을 없애면 되지.....모든 병이 그렇듯......뭘 알면서 물어?
강진 : (......쿵!! 가슴이 무너진다)
57. # 병실 밖
강진, 멍하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병실 밖으로 나온다.
태준,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태준 : 살다 보면 두 번은 만나선 안 될 인연들이 있어.....그냥 한 시절 짧은 인연으로 끝냈어야 될 사람들.
강진 : ........
태준 : 나하구 우정이가 그렇구, 너하구 지완이가 그래.
강진 : .........
태준 : 니가 놔.
강진 : .........
태준 : 지완인 너 못 놔. 저 미련퉁이 저러다 지가 죽어두 절대루 너 못 놔.
강진 : .........
태준 : 니가 놔....니가 멈춰.....부탁한다.
강진 : (멍한 표정으로)
태준 : 부탁한다. 차강진.
강진 : (눈가가 벌게진 채...어떤 대꾸도 못하고....발걸음 돌려서 털레털레 간다)
58. # 병원 계단
강진, 눈가가 벌게져 털레털레 계단을 내려간다.
지용(E) : 난 한 지용! 지완이 오빠 한지용!!
59. # 중국집 (회상)
지용과 어린 강진, 탕수육과 자장면을 앞에 놓고 앉아 있다.
지용, 강진을 관찰하듯이 빙글거리며 보고 있고(두 눈엔 호감을 가득 담고),
강진, 여느 때와는 다르게 몹시 수줍어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지용 : 전교 일등이라며? 짜식....생기기두 잘 생겼구....너, 여학생들한테 인기도 장난 아니라며?
강진 : (괜히 헛기침하며 물을 마시고)
지용 : 안되겠다. 우리 지완이 당장 가서 포기시켜야겠다.
강진 : (물을 먹다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
지용 : (탕수육 먹으며 괜히) 우리 지완이 남자 친구론 암만 봐두 너무 과분해....
공부도 못하구 이쁘지도 않은 게 엇다대고 너 같은 앨 넘봐. 걔가 그렇게 지 주젤 모른다?
강진 : (진지하게 정색하고) 지완이 이쁜데요!!
지용 : (스윽 보는)
강진 : 그리구, 저 지완이한테 절대 과분하지 않습니다.
지용 : (피식 웃고)
강진 : (쑥스럽지만...용기 내 말하는) 지완인......제가 아는 여자애 중에.... 제일 착하고...이쁘고...좋은 앱니다.
공부를 쫌 못하는 건.....그건 제가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지용 :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그 맘 영원히 변치 않을 자신 있어?
강진 : ........
지용 : 우리 지완이 절대 상처주구 울리지 않을 자신 있어?.....매일매일 행복하게 해주구, 매일매일 웃게 해 줄 자신 있어?
강진 : (갑자기 새끼 손가락을 툭 내민다. 약속을 하자고)
지용 : (강진의 새끼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며 씨익 웃는다)
강진 : (역시 씨익 웃는)
60. # 병원 계단
강진, 결국 계단에 털석 주저 앉는다.
강진의 두 눈에 쏟아질 듯 눈물이 그렁하다. 그래, 내가 놓자......내가 멈추자........
61. # 지완 병실
태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지완의 손을 꼭 잡고 옆에 앉아 있다.
잠시 후, 지완, 천천히 눈을 뜬다.
태준 : 정신이 들어?
지완 : (멍한 눈빛으로.....여기가 어딘가 휘 둘러보는)
태준 : 나, 알아 보겠어?
지완 : (멀건이 태준을 보는)
태준 : (지완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는다....다신 놓지 않겠다는 듯)
지완 : (태준에게 손을 잡힌 채.....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멀건이 태준을 보는)
62. # 실내 포장 마차
성민, 잔뜩 얼고 긴장한 표정으로 우정을 본다.
우정, 성민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고 소주병을 놓는다.
우정 : 니가 박태준 개니?
성민 : (흠칫) !!!
우정 : 박 태준 손 안 더럽히게 더러운 짓은 니가 다 하고 다녔더라?
성민 : 이사님!
우정 : 내가 갖구 있는 빽 총동원해서 니 뒷조사 다 끝냈으니까 변명 따윈 닥치시고!!
성민 : (안색 창백해진 채)
우정 : PT날 니가 차팀장 파일 지우는 건 내 눈으로 직접 봤고, 김정필씰 사주한 건 김정필씨 입을 통해서 직접 들었구.
성민 : (하얗게 질리는)
우정 :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충성을 할 수가 있지? 박 태준이 널 패디? 아니면 이 년 전에 받은 엄청난 돈 때문에?
성민 : (흠칫! 당황하는)
우정 : 근데 박태준은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났을까? 어디서 뇌물이라두 받았대?
성민 : (눈물이 그렁해져) 뇌물 아닙니다. 이사님 아버님....회장님께 받은 돈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정 : (흠칫) 뭐?
성민 : 이사님하구 헤어지는 댓가루....받았다구 들었습니다.
우정 : (싸늘하게 굳는)....그런데? 그 돈을.....왜 너한테 줘?
성민 : 그 돈으로 저희 어머닐 살려주셨습니다.
우정 : (기가 막히는)
성민 : 사실은 그 돈....박 팀장님 아버님 병원비랑 수술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으셨던 건데.....
그 돈을 받은 날,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우정 : (쿵!!!!)
성민 : 그 돈 나한테 이제 필요 없게 됐다구.....니 어머니라도 살리라구..... 그렇게 저한테 주셨습니다.
우정 : !!!!
성민 : (울면서) 박 팀장님은 아무 잘못 없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정말입니다.
우정 : (둔기로 한 대 얻어 맞은 듯 극심한 충격으로!!!!)
63. # 포장마차 앞
우정, 멍해진 채 털레털레 밖으로 나온다. 그 위로 들리는.
우정(E) : 왜 받어? 그런 돈을 왜 받어? 어쩌자구 그런 돈을 받어!!! 그 돈 받아서 뭐할려구? 뭐할려구 그랬는데?!
우정, 넋이 나간 듯 그저 멍한데. 이때, 우정의 핸드폰 울린다.
우정, 핸드폰 들어서 보면, ‘태준이’ 라고 떠 있다.
우정 : (당황하지도 않고 멀건이 보는)
64. # 공원 한적한 곳
우정의 차, 서 있다. 우정, 운전석에 앉아 멀건이 앞만 보고 있다.
카메라 PAN하면 조수석에 태준이 앉아 있다.
태준 : 성민이한테 전화 받았어.
우정 : (앞만 보고 있는)
태준 : (쓰게 웃고) 차 팀장 모함한 거 이사님께 다 들켜 버렸다구.....참 집요하다, 이우정.
우정 : .......살아오면서 그런 경쟁 상댄 늘 한 두 놈 쯤 있었을텐데...그때두 지금처럼 이렇게 비겁했었니?
태준 : .......아니....그땐 안 그랬어....그땐 무서운 게 없었어.....그땐 모든 게 다 내 발 아래 있었어.
우정 : 근데, 차 강진은....그렇게 무서웠어?
태준 : ......그래.......무서웠어.....그 자식은 이상하게 무서웠어.
우정 : 정직하고 바르니까, 차강진은!.....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는 너 따위 인간하군 질적으로 다르니까!
태준 : .......(흠칫 굳어서 보는)
우정 : (날카롭게 보다가) 이번엔 널 꼭 짜를 생각이야.
태준 : ........
우정 : 그래야 차강진을 구할 수가 있어. 그래야 세상이 정의로와져.
태준 :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우정 : 사표 같은 건 필요없어. 넌 그냥 우리가 해고한거야.
태준 : (당혹스럽게 보는)
우정 : 할 말 다 끝났는데....좀 내려줄래?!!
태준 : ..........
65. # 강진 오피스텔 외경 (밤)
66. # 강진 오피스텔
강진, 이삿짐 박스에 짐을 싸고 있다. 오피스텔을 비울 준비를 하고 있다.
67. # 지완 병실
지완, 멍하니 침대에 누워 있다가....강진의 말을 떠올리는.
강진(E) : 내일 다시 보자.......내일 다시 꼭 보자구....됐지?
지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환자복을 벗기 시작한다.
68. # 강진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 (지하 주차장에 있는)
눈물이 그렁한 우정,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다.
69. # 강진 오피스텔 앞 (일층)
택시 와서 멎고, 지완, 택시에서 내린다.
70. # 강진 오피스텔
제법 많은 짐이 싸졌다.
강진,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열심히 짐을 싸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 들린다.
강진, 돌아보는.
71. # 강진 오피스텔 앞
강진, 문 열고 보면....우정이 서 있다.
우정 : (어느 새 눈물 닦고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안녕!.....나 좀 들어가두 돼?
강진 : (문 닫고 밖으로 나온다)
우정 : 치사하게....여자라두 숨겨뒀어? (핸드백에서 사표 꺼낸다) 이거 자기가 내 책상에 놓구 간 거지?....사표?
강진 : .........
우정 : (강진의 눈앞에 대고 사표를 찢어버린다)
강진 : !
우정 : 니 잘못이 아니었어. 낼부터 회사에 다시 출근해.
강진 : (당혹스럽게 보는)
우정 : 내가 니 누명 벗겼다니까! 박 태준 목을 조르구 널 구했다구, 내가.
강진 : !
우정 : 고맙지? 이쁘지? 나?
강진 : ........
우정 : 이쁘면 나 한번만 좀 안아줄래?.....내가 지금 너무 추워서 그러는데 나 좀 따뜻하게 안아줘봐라. 응?
강진 :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다가.....문득 고개 돌리다 당혹스런 표정 되는)
우정 : (강진의 표정을 보고 강진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저 앞으로 지완이 서 있다. 손가락 하나만 대도 거의 쓰러질 듯 아직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간신히 견디고 서있는 듯한 지완.
강진 : (당황했지만.....감정을 안 들키려하며....굳은 표정으로 지완을 보는)
지완 : (우정과 같이 있는 모습에 당황한!!!)
우정 : (지완을 서늘하게 보다가....다시 강진을 보며) 안아주는 게 약하면 키스를 해두 되는데.
강진 : (시선 돌려 서늘한 표정으로 우정을 보는)
우정 : 뭐.....키스가 부담스러우면 뽀뽀나 하까, 우리?
강진 : (서늘하게 우정을 보는 위로 문득 들리는)
태준(E) : 지완인 너 못 놔. 저 미련퉁이 저러다 지가 죽어두 절대루 너 못 놔.
강진 : (짧게 눈빛이 흔들리다가 갑자기 우정의 얼굴을 잡더니 키스를 한다)
우정 : (당황하고!)
지완 : (충격으로!!....기함하는!!)
우정과 키스를 하는 강진의 두 눈 가득 눈물이 어려 있다. 우정은 눈을 감았다.
강진(NA) :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지완이를 만났다.
지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창백해져 있는.
우정과 키스하는 강진, 천천히 눈을 감는다. 감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강진(NA) : 그 꿈에서 나는 지완이에게 약속했었다....다시는 널 놓치지 않을거라고.
예전 산청 시절처럼 그렇게 어리석진 않을 거라고.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