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에는 잉크가 있듯, 레이저 프린터는 토너 카트리지가 있다. 그런데, 보통 레이저 프린터는 오래 쓴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용자가 인쇄 농도를 진하게 해서 뽑거나 컬러 인쇄물을 자주 뽑으면 의외로 토너가 빨리 소진되어서 금새 토너 교체 경고가 뜨곤 한다.
사용자들의 고민은 이 때부터 시작이다. 제조사 기본 토너를 선택할지, 재생·모방·호환 토너를 사용할지 여부 말이다. 기본 토너를 구매하기에는 가격이 부담되고, 재생 토너와 모방 토너는 저렴하지만 품질과 안정성이 걱정된다.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호환 토너는 어떨까?
토너 카트리지의 종류
우선 프린터 제조사 기본 토너(이하 기본 토너) 카트리지가 있다. 말 그대로 프린터 제조사에서 생산한 것으로 해당 제품(레이저 프린터)에 맞춰 설계가 이뤄진다. 기본 토너는 제조사 기준에 맞춰 생산하므로 프린터 제품에 가장 잘 맞는 품질과 높은 안정성이 장점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술 지원이나 보상을 받기도 수월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재생 토너는 다 사용한 기본 토너 혹은 호환 토너 카트리지를 수거해서 내부에 토너 가루를 채운다. 기존 토너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인쇄 품질이 떨어지고, 부품 상태를 알 수 없는 중고 카트리지이기 때문에 자칫 토너는 물론 프린터가 고장나는 경우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토너 가루를 사용했을 경우, 종이에 토너 가루가 제대로 융착되지 않아서 손에 묻어나고, 공중에 퍼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토너 가루는 보통 PM 8(8㎛) 전후여서 미세먼지 수준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폐로 바로 흡입될 가능성이 있다.
모방 토너는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주의는 해야 한다. 모방이라는 이름에서 어느 정도 감이 오겠지만 재생토너를 재포장해서 제조사 기본 토너 새 제품인 것처럼 파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가품이다. 내구성이나 토너 가루의 품질은 담보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재생 토너와 큰 차이 없는 물건이라고 보면 되겠다. 요즘은 거의 없지만, 간혹 제조사 토너 새제품으로 보이는데 가격이 너무 싸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볼 것은 호환 토너. 기본 토너를 대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자체 설계로 제작한 토너다. 재생 토너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제조사 기본 토너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 이하의 가격이다. 또한 높은 수준의 설비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인쇄 품질이나 안정성에서 기본 토너와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일부 제조사는 자체 개발 능력과 특허를 확보해 만들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측면에서도 문제 없는 완전한 자체생산 제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완성도 자체로만 보면 재생 토너나 모방 토너와 비교 불가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안정성에 초점을 둔다면 프린터 제조사에서 제안하는 기본 토너가 좋고. 이와 반대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우라면, 자체 설계로 품질과 안정성을 확보한 호환 토너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겠다.
예전에는 브랜드가 다양하던 호환 토너, 요즘은 G&G가 대표
과거(대략 2000년대 초중반)에는 애프터마켓 호환 토너 브랜드와 제품 수가 다양했다. 국내 브랜드도 많았다. 그러나 프린터 제조사들의 지적재산권 줄소송에 휘말리면서 제조를 포기한 곳이 속출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지난 2006년, 한 프린터 제조사가 레이저 프린터용 토너 카트리지 업체들을 상대로 낸 특허권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있다.
당시 소송에는 국내 업계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특허권을 인정하고 프린터 제조사의 손을 들어줬으며, 관련 기업은 수억~수십억 원의 배상금을 내야 되는 상황에 몰렸다. 당연히 이를 이행하기 어려운 영세 기업은 폐업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선택 가능한 호환 토너의 수는 하나 둘 줄었다.
그렇다면 호환 토너의 씨가 마른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중국 나인스타의 지앤지(G&G)가 가장 큰 브랜드로 거의 유일하게 호환 토너를 선보이고 있다. 나인스타는 프린터 소모품 개발·제조·생산이 모두 가능한 프린터 전문 기업이다. 관련 특허가 1만여 건 이상(대체 소모품은 8,000여 건 이상)인데다, IBM 프린터 사업부가 분사하며 설립한 프린터 기업 렉스마크(Lexmark)를 인수하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팬텀(PANTUM) 브랜드의 프린터 하드웨어를 제조하고 있다.
▲ 지앤지의 자동화 공정 홍보 영상, 수작업으로 만들지 않고 정밀 로봇이 만들어서 불량이나 저품질 우려가 없다
지앤지 호환 토너는 모든 생산공정에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에서 만들어 진다. 자동화 공정 덕분에모든 제품을 균일한 품질로 생산하고,안정성 또한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곧 저가 재생 토너에서 발생하는 인쇄품질 저하 및 기기 고장, 토너가루 유출 등의 우려가 없음을 말한다.
또 지앤지는 프린터 제조사의 지적재산권은 보호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프린터에 지앤지 토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토너 카트리지를 지앤지가 자체적으로 설계한다고 한다. 자체 설계를 위해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한다고. 그래서 특허 분쟁에서 자유로워서 다른 업체들이 특허 침해 줄소송에 걸려 파산하거나 생산을 포기하는 중에도 지앤지는 홀로 성장할 수 있었다. 토너를 여러번 교체해 본 사람이라면 지앤지의 이름을 한번 쯤은 들어봤을 거다. 인쇄 시장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성비 좋은 토너로 정평이 나 있다.
자동차는 애프터마켓 부품, 프린터는 호환 토너
예전에는 토너 브랜드가 여러개 있음에도 불안했다. 인쇄 품질이나 가루 쏟아짐 등에 데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그런데 요즘은 제조사 기본 토너 또는 제조사 토너 수준의 품질을 보장하는 호환 토너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어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자동차에도 제조사 순정 부품과 애프터마켓 부품이 있듯, 레이저 프린터 토너 시장도 애프터마켓 부품들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최고의 안정성, 우수한 품질, 지속적인 기술 지원과 AS를 위해 제조사 기본 토너를 선택하는 것이 1순위다. 하지만 애프터마켓 토너보다 2~5배까지 비싼 가격은 감수해야 한다.
기본 토너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애프터마켓 브랜드의 토너를 알아봐야 한다. 다만 애프터마켓에서 구매 가능한 호환 토너라 해도 인쇄 품질 저하, 기기 고장, 토너 입자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저가 재생토너와 모방 토너는 가급적 피할 것을 추천한다. 품질이 보장되고 AS도 가능한 전문 제조사(브랜드)의 호환 토너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성비가 더 좋은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