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관심이 있다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와 회담한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우크라이나에게 협상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복무한 군인들을 전역시켜달라는 청원을 거부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유럽연합(EU)이 폴란드의 반발을 감안해 러시아 석유의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로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FT(파이낸셜 타임스):EU, 러시아 석유의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 선으로 합의/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는 '우크라 이슈진단-1일'자를 뒤늦게 올린다/편집자 주
◇ 자주 들리기 시작하는 '협상'이란 단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평화 협상' '대화'라는 단어가 점점 더 자주 들려오기 시작했다. 세계 주요 인사들은 1일 하루동안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오랫만에 대면 접촉을 가진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을 시작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주요 인사들이 대화 재개를 위한 '군불때기'에 동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며 "만약에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모색하기로 결단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나는 그와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 대화'의 가능성을 화두로 던진 것이다.
그의 발언에 대화 재개의 무게가 실린 건 당연한(?) 해석이었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에 문을 굳게 닫아건 그였다. 독일과 프랑스, 터키 등 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후 푸틴 대통령과 접촉할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았다. 소위 '벼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에게도 정상회담은 '출구전략'으로 나쁘지 않는 카드다.
시진핑 주석이 즉각 "우크라이나 위기를 정치적 수단으로 해결하는 것이 유럽과 유라시아 모든 국가에 가장 이익이 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부시 미 대통령과 화상 대화하는 푸틴 대통령(위)과 러-중 정상회의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당국에 의해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으로 지정된 러시아 매체 로스발트.ru는 "협상이란 단어가 자주 들린다"며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서 무언가에 합의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평화는 다른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부과하는 평화도 아니고, 중장기적으로 한쪽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앙카라는 외교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경제장관도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달성하고 더 광범위한 군사적 대결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츠토프 살라이-보브로브니치(Krysztof Salay-Bobrovnicki) 헝가리 국방장관은 "협상이 생명을 구한다"고 강조했다.
결은 약간 다르지만,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 CIA 국장은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러시아의 전쟁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 뒤 협상 테이블에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자신의 대화 재개 발언을 수습하는 듯한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분쟁을 끝내는데 관심이 있다면 그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아직 (그러한 자세를) 보지 못했다. 가까운 장래에 러시아 대통령과 접촉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기꺼이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자만, 그것은 나토 동맹국들과 협의한 뒤에야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는 이날 잦아진 '협상 발언'을 거의 무시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 매체는 '하루를 정리하는 기사'를 통해 전략 요충지 '바흐무트' 공세를 강화하는 러시아군의 움직임과 또다른 공습을 준비하는 러시아 공군 전투기들의 출격 대기 모습, 헤르손 지역 상황 등을 길게 전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 분쟁의 종식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혀/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대화 분위기에 대해서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장래에 평화 협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미 CNN의 보도와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격)의 키예프 안보포럼 발언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다닐로프 서기는 "러시아는 자국 영토내에 식민지를 두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중의 하나"라며 "철저하게 파괴돼야 한다"고 적대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러시아 고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반응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특수 군사작전의 시간을 벌기 위해, 다시 말해 병력을 증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상을 요구한다고 비난받는 것은 터무니없고 불쾌한 일”이라며 "우리는 결코 어떤 협상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협상된 해결책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유럽 국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특별한 중재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매체 로스발트.ru는 "내주 영국과 이탈리아, 바티칸, 프랑스, 독일, 체코 등 유럽 순방에 나서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통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계엄령 하에서 1년 복무한 군인들의 전역을 허용해 달라는 청원을 거부했다. 그는 '병역 의무에 관한 법률'과 '동원및 동원 체제에 관한 법률' 등을 이유로 전역 청원을 거부하면서 다만, 동원된 군인들은 연령과 가정 형편, 건강상의 이유, 법원의 결정 등에 의해 징집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제시하는 미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를 향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달라"며 "전쟁을 끝내는 방법, 누가 (전쟁을) 시작했는지, 언제 끝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쟁 해결을 위한 머스크의 평화안에 논평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이같이 답변했다.
러시아 사라토프주 엥겔스 공군기지에 대기중인 러시아 전폭기들/사진출처:막사 위성사진, 스트라나.ua
-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 공군기지에 대형 폭격기가 집결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독일 슈피겔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지난달 28일 촬영한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 사라토프주(州) 엥겔스-2 공군기지에 24대의 전투기가 모여 있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위성 사진에는 러시아 장거리 폭격기인 Tu-95와 Tu-160 20여대와 순항 미사일 탄약 상자, 급유용 차량들이 보인다.
-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나삼스' (NASAMS) 방공 시스템의 구매를 위해 제작사인 '레이온'사와 1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계약의 완료 예정일은 3년 뒤인 2025년 11월 28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