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이기려는 노력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석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는 아침나절부터 고객과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영화관도 꽤 넓은데 최근 인기 있는 개봉영화라지만, 관람객은 좌석이 다 차고 통로 계단까지 앉아 관람했다. 아들네가 내려와 저녁을 먹으러 냉면집으로 갔다. 그곳도 손님이 많았다. 금융기관에도 잠깐 피서를 하려는 이들로 만원이다. 노인들은 복지관으로 모이는데 도서관이 인기가 최고란다. 평소엔 텅텅 빈자리가 지금은 늑장부리다간 들어가지 못한단다.
111년 만에 가마솥더위가 한 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꺾일 줄 모르고 섭씨 40도를 넘으려는 기상청 일기예보를 들어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와 너뿐만 아니라 자연도 무더위와 가뭄을 이기려 애쓰고 있다.
새벽부터 장정 둘이 얼음 덩어리를 트럭에서 시내버스 정류장 옆에다 내려놓았다. 넓은 직육면체의 좌대 위에 표지석처럼 세운 얼음덩어리다. ‘지구를 식히는데 동참해 주세요.’라는 파란 바탕에 노란 글씨를 쓴 띠를 두르고서, 버스를 오르내리는 이들에게 청량제가 되게 하고 있다.
시내 큰 도로 횡단보도 앞에는 간이 천막을 쳐 놓았다. 시민이 신호를 기다리는데 햇볕을 가리도록 했으나, 그늘은 짧은 시간만 머물다 가버려 아쉬웠다. 그러나 정류소 옆에 있는 얼음덩어리까지 놓았으니, 시민이 신호를 기다릴 때 시원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시민이 시원하게 여름을 나도록 배려한 전주시의 자상한 배려가 고맙다.
전북대학교 교정에 옮겨 심은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나무는 ‘물주머니’를 매달고 있는 게 아닌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주머니는 25ℓ 물을 담고 있다. 거기에다 가느다란 고무관을 연결하여 뿌리 부근의 줄기에 작은 구멍을 뚫어 주사기를 꽂아 놓았다. 물주머니는 환자에게 링거 주사를 놓듯 고무관의 조절기로 조절하며 물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오가는 이들에게 '나무사랑, 자연사랑, 나라사랑'을 속삭인다.
서신동 E 아파트 앞 8차선 도로 중앙분리대에 심어진 나무의 '물주머니'들은 배가 홀쭉했다. 그걸 언제 알았는지, 트럭은 오후 한창 뜨거운 시간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 저수조(貯水槽)의 물을 주머니마다 나누어 주느라 바빴다. 나무는 물을 공급받고 있으니 더위가 더 기승을 부린다 해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예년에는 여자들이 여름을 나는데 양산으로도 거뜬했다. 그런데 양산에다 부채를 들고 다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채가 대접을 받는 때가 되돌아오는 것 같다. 남자들도 양산을 쓰고 다니기도 한다. 노인은 안전한 여름나기를 하고, 젊은이는 얼굴을 보호하려 그럴 게다. 지금도 부채 이야기를 하면, 첫 발령을 받고 시골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열었을 때를 회상하곤 한다. 좁은 교회당은 여러 동네 아이들이 몰려와 찜통이 됐다. 어른들은 오전과 밤에 더위를 식혀주려 대나무와 비료 포대 종이로 만든 큰 부채를 들고 사방에 서서 부쳐주느라 대신 땀을 흘렸다. 선풍기가 없던 때 손풍기 노릇을 했다.
작년엔가 휴대용 선풍기인 손풍기가 밥에 뉘처럼 선을 보이더니, 올해는 크게 유행이다. 어린이부터 손풍기를 들고 다니는 이가 몰라보게 늘어났다. 이러다간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손풍기 생활문화가 이루어질 성싶다.
지난달 2일, 김승수 전주시장이 맑은 공기 도시, 정원 도시 조성을 위한 천만 그루 나무 심기 추진계획서에 처음 결재하는 것으로 민선 7기 시장으로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는 2026년까지 8개년 동안 공원, 도로, 아파트, 주택, 공장, 골목길, 자투리땅, 옥상, 벽면 등에 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라고 했다. 참 반가운 소식이었다.
여름이 오면 전주는 열섬이 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건 우리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좁은 지역 안에서 자동차 매연가스의 대량 배출로 오는 지구온난화현상의 대가를 되돌려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모두가 폭염를 이기는데 마음을 나누고, 나무 심기에 동참해서 올 같은 여름에도 전주를 미세먼지가 없고 시원한 청정도시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2018. 8. 4.)
※ 저수조(貯水槽) : 물을 저축하는 시설 · 설비. 수도용수 외에 공업용수, 방화용수 등의 용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