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 - 변사행전(邊士行傳)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6. 14. 1:20
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
한국고전 - 변사행전(邊士行傳)
인기멤버
2024.06.10. 13:53조회 0
댓글 0URL 복사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고전
변사행전(邊士行傳)
요약 「변사행전」은 저자 안석경이 변사행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네 편을 모아 기록한 작품으로 『삽교별집(霅矯別集)』 「삽교만록(霅橋漫錄)」에 수록되어 있다. 관대하고 식견이 높은 부자나, 효심이 두터워 남을 감동시킨 모녀, 노비에게 죽을 뻔한 위기에서 벗어난 선비 등 당시 세간에 구전되던 이야기를 한문으로 정리한 성격이 강하다.
작가소개와 작품해설
「변사행전」은 변사행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네 편을 모은 작품이다. 변사행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며, 작자 안석경과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추측하고 있다. 안석경은 조선 영조 때 문인으로 자는 숙화(淑華), 자화(子華), 호는 완양(完陽), 삽교(霅矯)이다. 과거에 세 차례 낙방한 후 벼슬에 뜻을 접고 강원도 횡성 부근에 있는 삽교에 은거하며 후학을 양성하였다. 관직을 지내지 않았고 행적을 살필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정확한 행적을 찾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안석경이 1769년 즈음 「삽교만록」을 지은 것으로 보이는데, 「변사행전」이 『삽교별집』에 있는 「삽교만록」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창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
「삽교만록」에는 여러 편의 야담을 수록되어 있는데, 「변사행전」 역시 야담을 정리한 한문단편의 성격을 띠고 있다. 「변사행전」은 제목만 보면 변사행에 관한 행적을 기록한 작품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내용을 보면 변사행에게 들은 네 편의 일화만 짤막하게 정리되어 있다. 각 일화에 대한 작자의 평 또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항간에 구전되는 이야기를 기록하여 엮은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네 편의 일화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나타나지 않는다.
내용을 보면 김숙천과 전장복과 같은 부자들의 이야기와 효성으로 남을 감복시킨 모녀 이야기, 그리고 추노담(推奴談:주인과 노비의 갈등을 주로 다루고 있는 서사)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들은 세간에 이야기되던 인품이 훌륭한 부자, 효자, 열부, 혹은 놀랄 만한 이야기 등을 모와 독자의 흥미를 사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변사행전」은 조선 후기 세간을 떠돌던 이야기를 한문으로 정리한 양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
김숙천(金肅川) : 기르던 매와 아끼던 첩을 내보낸 부자. 깨달은 바를 즉시 실천으로 옮기는 성격의 사람이다. 어느 겨울 자신이 기르던 매 세 마리의 눈에서 자유를 갈구하는 마음을 읽고 즉시 매를 풀어준다. 그리고 자신을 시중들던 두 명의 첩 역시 매와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하고, 재물을 나누어준 후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하라고 당부하여 떠나보낸다.
전장복(田長福) : 평양의 거부.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아는 넉넉한 마음과 뛰어난 지인지감(知人知鑑)을 지녔다. 거지아이의 뛰어난 재주를 알아보고 밑천을 대준다. 거지 아이가 여러 번의 성공을 거둔 후 더 이상 재물을 불리면 재앙이 있을 듯하다고 하자, 바로 중단하고 거지 아이를 사위로 맞아들인다.
과부와 딸 : 가난하나 성품이 착하고 효성스러운 모녀.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윗사람을 공경하고 효도를 극진히 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에 이웃여인이 자신의 악한 마음을 고치게 된다.
궁벽한 선비 : 노비를 추심(推尋)하러 갔던 선비. 집안 살림이 궁핍해지자 옛날 노비를 찾아가 돈을 받으려 한다. 노비들이 모의하여 죽임 당할 위기에 놓였으나, 아내의 도움으로 도망한다.
작품 줄거리
작자가 변사행에게 들은 이야기로, 짧은 분량으로 네 편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첫 번째는 평안남도에 살던 거부 김숙천의 이야기이다. 김숙천은 기르던 매가 자유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깊이 깨달은 바가 있어 매를 풀어준 후, 자신을 모시던 두 명의 첩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해주었다.
두 번째는 평양의 거부 전장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장복은 넉넉한 인품을 지닌 인물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재촉한 적이 없다. 그리고 재물을 모을 수 있었던 까닭은 자신의 재주가 아니라 하늘의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전장복의 인품과 태도에 감복한 사람들은 신의를 잃지 않았다. 전장복은 사람을 알아보는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거지 아이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나중에 그를 사위로 삼는다.
세 번째는 효성이 지극한 모녀의 이야기이다. 어린 딸이 집에 있다가 할머니가 눈이 어두워 비싼 기름을 소변으로 알고 밖에 내다버리는 광경을 보았다. 그러나 할머니가 무안해 할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자신의 어머니에게 사실을 말하였다. 그러자 어머니가 딸에게 잘했다고 칭찬하였고 이 모습을 이웃 여자가 보고 감명을 받았다. 그녀는 시어머니에게 그동안 불효한 일에 대해 용서를 빌고, 이후 효성을 지극히 하였다.
네 번째는 노비를 추심하였다 죽을 뻔한 선비 이야기이다. 노비들은 거짓으로 선비를 극진히 예우하는 척 하였으나 속으로 죽여 없앨 생각을 하였다. 노비의 딸이 선비의 아내가 되었는데, 선비를 구하기 위해 서로 의복을 바꾸어 입기를 제안한다. 그녀는 자신이 죽는 대신 아버지의 목숨만은 살려주기를 청하고 선비를 대신하여 죽임 당한다. 선비는 도망하여 관아에 모든 사실을 알린 후 아내의 청대로 그녀의 아비는 용서해준다.
작품 속의 명문장
“재물이라 하는 것이 어찌 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더냐?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맨주먹으로 이만큼 치부(致富)를 하였는데, 일을 도모해서 실패는 없었지만 의외의 소득이 많았다. 요컨대, 천행으로 재물이 모인 줄 안다. 하늘이 기왕 나에게 재물을 모아 주는 터에, 만약 내 것으로 인정하여 내 마음대로 하려 들면 반드시 천벌이 있어 나의 몸에 크게 불리하리라. 내가 어찌 감히 그러하겠느냐?”
「변사행전」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 평양 부자 전장복이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는 남에게 인색하지 않았고, 돈을 빌려가는 사람을 장부에 기재하거나 기한 내에 갚지 못했다고 닦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모은 재산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었다. 이야기문학에 등장하는 부유한 선인(善人)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다.
작품읽기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