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시 +
고정희
제 삶의 무게 지고 산을 오른다.
더는 오를 수 없는 봉우리에 주저 앉아
철철 샘 솟는 땀을 씻으면, 거기
내 삶의 무게 받아
능선에 푸르게 걸어 주네, 산
이승의 서러움 지고 산을 오르다.
열두 봉 솟아 있는 서러움에 기대어
제 키만한 서러움 벗으면, 거기
내 서러움 짐 받아
열두 계곡 맑은 물로 흩어 주네, 산산
쓸쓸한 나날들 지고 산에 오르다.
산꽃 들꽃 어지러운 능선과 마주쳐
네 생애만한 쓸쓸함 묻으면, 거기
내 쓸쓸한 짐 받아
부드럽고 융융한 품 만들어 주네, 산산산
저 역사의 물레에 혁명의 길을 잣듯
사람은 손잡아 서로 사랑의 길을 잣는 것일까
다시 넘어가야 할 산길에 서서
뼛속까지 사무치는 그대 생각에 울면, 거기
내 사랑의 눈물 받아
눈부신 철쭉꽃밭 열어 주네, 산,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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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월) 몇몇 지인들과 전북 장수에 있는 신무산에 올랐습니다. 신무산에는 금강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발원지 뜬봉샘이 있습니다. 금강의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이 작은 샘에서 비롯된다니 참 놀랍습니다. 이렇듯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는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로 시작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