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꿀 등의 단순당류가 이름 그대로 '약'으로 취급받을 정도로 비쌌던 시절에 꿀을 한가득 들이붓고 그걸 쌀도 아니고 한반도에서 잘 안나는 밀로 반죽한 뒤 마지막엔 참기름에 넣어 튀겨(근세까지 식물성 기름은 고가식품이었다.) 원재료가 쌀인 조청에 절여서 마무리...(조청 1L 만드는데 쌀 4kg, 보리 0.5kg 필요)
여기에 고명으로 비싼 잣까지 올리면?
사치품+사치품+사치품 조합으로 인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사치스럽고 고급스러운 과자로 등극.
현대에는 수입 밀가루에 백설탕 넣고 팜유에 튀긴뒤 물엿에 졸이는 식으로 공장에서 찍어낸걸 500원이면 살 수 있지만 옛날이였으면 미니약과 한조각에도 만원은 줘야했을 것이다.
사실 현대에도 재료를 전부 유기농+국내산으로 하고 전통 제법으로 제대로 만들면 비싸지긴 하는데 그래도 옛날과는 비교도 못한다.
다만 그만큼 맛은 좋아서 고려시대부터 제일 인기였던 과자가 또 약과인데, 말했듯이 극사치품이므로 왕궁이나 권력자들의 잔치 때가 아니면 양반들도(서민은 재료비 감당못함) 제사상에 올릴 때나 맛볼 수 있는 과자였고 당연히 술과 함께 흉년들면 금지되는 기호품 1순위였다.
어기고 만들다가 걸리면 바로 곤장행.
특히 고려시대에 차와 불교문화가 발달해서 한과 전체가 간식으로 유행했었는데, 이때문에 한때는 원재료인 곡류가 얼마나 소비됐는지 물가가 폭등해서 서민들이 다 굶어죽게 생기자 당분간 유밀과(약과류 총칭)를 만들지 말고, 제사상엔 과자말고 과일을 올리라는 어명을 내릴 정도였다.
이는 과자의 유래가 '과일이 없어서 대신 과일을 본딴 간식을 올린 것'(菓子) 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사치스런 고급간식의 대명사격이었다보니 속담 내지는 비유어에도 폭넓게 쓰이게 된다.
잔치나 제삿를 하는 도중 뜻하지 않은 손님이 와서 귀한 음식을 대접해야 하게 되었는데, 다양한 사치스런 잔치음식 중에서 약과만 집어먹고 자리를 뜨게되면 '다 비싼 음식이긴 하지만, 그나마 약과만 먹고 갔으니 차라리 다행이다'라는 의미에서 '그 정도면 약과다' 라는 표현이 쓰이게 되었다.
첫댓글 고려시대때도 밀가루를 사용했구나!! 신기히네요
약과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