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犬) 가축인가? 반려인가?

[친정아버지]

개의 조상은 늑대라고 한다. 약 1만 년 전부터 길들어져 요즘은 인간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동물이다. 개는 경비, 사냥 보조, 목축 시 다른 가축 보호 등 인간을 보조해 주는 일꾼으로 활동한다. 그 대신 인간으로부터 먹이와 천적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특히 후각·청각이 발달하고, 충성심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 비해 적은 훈련으로 가축화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인류 문화권에서 개를 길렀다.

일반적으로 개를 의미하는 한자는 구狗와 견犬이다. 구狗는 개(犭:개사슴록변)라는 의미와 구(句 : 굽다)라는 발음을 합친 회의문자로 예기禮記에서는 작은 개를 가리킨다. 여기서 구句자는 아직 다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려서 젖을 먹는 새끼의 모습을 본뜬 글자라고 한다. 구狗가 붙은 글자 대부분은 부정적으로 쓰인다. 예를 들면 양두구육羊頭狗肉(양머리에 개고기를 파는 경우,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우), 구미속초狗尾續貂(담비 꼬리에 개의 꼬리를 이어 붙이는 것으로 훌륭한 것 뒤에 보잘것없는 것이 따른다는 의미), 주구走狗(외적의 앞잡이), 구육狗肉(개고기), 구자狗子(철없는 강아지)등과 같이 개의 고기(肉)를 의미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견犬은 개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로 큰 개를 가리킨다. 견犬자에서 보듯이 꼬리가 말려 올라간 진돗개와 같은 종의 개를 본뜬 것이다. 요즘은 견犬자가 붙은 글자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예를 들면 애완견愛玩犬, 충견忠犬, 견공犬公, 견주犬主, 군견軍犬, 경호견警護犬, 경찰견警察犬, 소방견消防犬, 수렵견狩獵犬, 탐지견探知犬, 모견母犬 등이 있고, 사자성어 견마지로犬馬之勞 등과 같이 대부분 긍정적이고 헌신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식용견을 구狗라고 하고, 애완견을 견犬이라고 한다.현대에는 구狗 자가 견犬자에 밀려 자주 쓰이지 않고 차이점도 없어졌다.

개를 잡아 개고기가 되면 구육狗肉이라 하고, 이를 요리해 놓으면 구탕狗湯이라고 한다. 개고기를 견육犬肉이라 부르지 않고 구육狗肉이라 부르고, 이를 요리해 놓으면 견탕犬湯이라 부르지 않고 구탕狗湯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는 동양의 십이간지 중 술戌이라하고 해서 11번째로 인간과 매우 친숙하다. 신석기 시대 이전부터 기른 개는 유교 사상이 지배하는 중국 같은 나라에서 많이 길렀다. 과거에는 도둑을 지키고 잡귀를 쫓으며 집안의 화를 막는다고 하여 좋게 여겼다. 요즘 개 짖는 소리는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소음공해로 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개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예로부터 개고기는 인간의 중요한 먹거리로 특히 제사에 올리는 품목이었다. 개고기를 굽는 모습을 형상화한 연然, 개고기를 제사에 바친다는 현顯 등의 한자에 아직도 의미가 남아 있다.

동의보감에는‘오장을 편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 정력에도 좋다’고 소개되어 있고, 다산 정약용은 흑산도에 유배 간 형 정약전에게 개고기 요리법을 편지로 적어 보내며 건강을 위해 먹으라고 권했다. 그래서 개고기로 만든 음식을 '보신탕'이라고 한다. 특히 삼복더위에 인가가 많아, 1990년대 말까지 연간 10만t 정도 소비했다는 통계가 있다.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개 식용이 빠르게 퇴조하고 있다. 이유 중 하나가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 식용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부터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88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개 식용 중단 캠페인을 벌리기에 이르렀다. 당시만 해도 보신탕이라는 간판을 사철탕 또는 영양탕으로 바꿔 걸고 보신탕을 먹었다.

개 식용 금지법 즉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이 2024년 1월 9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법은 2024년 1월 6일 공포일부터 6개월 후 시행되며 현존하는 식당, 농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시행 3년 후에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법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식용견 축산농민 등 피해자의 보상 내용은 없을 뿐만 아니라, 동물단체에게 무소불위의 단속권과 경찰권을 주어서 식용견 산업을 탄압하여 동물단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하여 주었다는 평가다.

이는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아지고, 애완견이란 표현도 쓰기 싫다며 개를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한다는 뜻의 반려견으로 부르는 세태를 법이 반영한 것이다. CNN과 BBC 등 외신이 일제히 브레이킹 뉴스로 관련 소식을 타전했을 만큼 국제사회도 주목을 받았다. 또한 개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첨단 반도체 생산국, K팝과 한류 드라마 이미지 구축 등 성공적인 나라의 가난 흔적을 지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환영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직접 처벌하진 않지만, 앞으로 개를 식용으로 하면 법에 따라 여러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상 대대로 먹어오던 음식을 법으로 옭아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식권을 찬탈簒奪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증가율은 세계 최하위로 인구절벽이라고 한다. 여기에 자녀를 낳지 않고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 이유는 동물보호법으로 동물의 윤리와 권리를 주장하며, 애완견을 사람 수준으로 만들어 성역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 대신 개를 키우게 부추겨서 인구절벽을 심화시켜 개모차犬母車가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리는 기현상이 되었다.

국회의원들은 애완견 인구가 많다는 말에 표를 얻자고 개고기 식용을 금지했다. 특히 대통령 내외가 반려견을 마치 자식 대하듯이 해, 애를 낳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개격(犬格)을 높이고 있다. 개고기 식용문제가 영부인이 나서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국가적 과제는 아니다.

아직도 시골에는 한두 마리 정도 개를 기르는 집이 많다. 이는 한여름 복날에 보신하기 위해 기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시골 장터나 골목 보신탕집에는 아직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만큼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보다 개인 결정에 맡기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한다. 잘못하면 개고기 애호가들이 개고기 먹으러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해외 원정을 가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런 일은 경제적 낭비요. 국제적 위상에도 부정적이다.

개는 인간들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사람보다 더 사랑받으며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반려동물 대부분이 개라고 한다. 일부 개는 매일 먹여주고 재워주고 목욕시키고 산책시키는 등 부모보다 더한 대접을 받는다. 개에게 쏟아붓는 정성을 부모에게 한다면 효자 효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오죽하면 '개만도 못한 인생'이라고 하겠는가? 이 말에는 인간보다 개가 우위라는 뜻이다.

어떤 분은 아파트에 살면 절대로 애완동물을 키우지 말라고 한다.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 뛰놀지 못하고 있다가 저녁 무렵에 나타난 주인을 보고 반갑다며 뛰어오르고 꼬리를 흔드는 것은 애교가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처지에서는 반겨주는 행동이 귀엽고 예쁘지만, 동물의 처지에서는 살기 위한 행동일 뿐이기 때문이다.

예쁜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는 것도 주인의 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는 몸에 붙은 거추장스러운 이물질일 뿐이다. 꼭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으면 주택의 넓은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키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그때 키우는 것도 좋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은 동물 학대다. 우리나라 애견 인구 천만이라는 숫자 가운데 절반은 동물 학대를 하면서 자신은 애견인이라고 자부하는 꼴이라고 한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개 같이 사는 것도 삶이라면, 개는 시각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가축으로 보느냐? 반려로 보느냐? 에 따라 보신탕이 되기도 하고, 같은 밥상에서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반려견이 되기도 한다.

[무량대수억]

좋은 글 감사 합니다.

[핑크하트]

안녕 하세요......친정아버지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즐거운 불 금 보내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