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간: 2019.12.30 - 2020.01.01(2박 3일)
막생에 제주도 여행후기야 워낙 많지만 템플스테이 정보가 없어서 겸사겸사 공유해봄
참고로 나는 제주도 4~5번 가서 웬만한 관광지는 다 다녀봐서 이번 여행때는 유명한 관광지 밥집 카페는 다 안갔어
(=핫플이나 맛집 정보 없음^^;)
2019년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너무 힘든 한해였어서
충동적으로 제주도 항공권 구매했고 올해 고생한 "나 자신한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자"가 여행목표였음
1일차: 관음사 템플스테이
나는 무교인데 절이 주는 인자함(?이나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좋아서 절을 좋아해
템플스테이도 한번 꼭 가고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가 마침 좋은 기회여서 신청함
제주도에는 템플스테이 할 수 있는 절이 총 3개가 있는데
원래 계획한 일정이 템플스테이 후에 한라산 등반하는 거였어서 등반코스가 있는 관음사에 묵음
http://gwaneumsa.templestay.com/
여기서 신청할수있고 휴식형은 1박 5만원, 체험형은 6만원
체험형은 108배도 하고 뭐 종이로 연꽃만들기나...그런걸 하나봐
나는 불교인은 아니라 예불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휴식이 목표여서 휴식형 함
휴식형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스케쥴은 없고(예불 참석하고싶으면 해도 됨)
체크인 후나 체크아웃 전이나 해서 스님하고 차담시간만 가짐(30분~1시간)
나는 여자스님=비구니와 같이 차담했는데 일단 여자스님이라서 남자스님보단 훨 대화하기 편했어
사실 스님하고 얘기할 일이 일반적으로는 없다보니 재밌는 경험이었어
나는 30일에 묵어서 템플스테이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어;ㅎ
31일은 새해맞이행사가 있어서 12명이 신청했다고 하는데
대체적으로 성수기인 여름 아니면 템플스테이 신청자가 별로 없다고 하더라
난 사람많은 것보단 조용한 휴식을 원했어서 오히려 나 혼자였던게 나았어
절 자체가 꽤 큰 절이라 경내가 커서 산책할 곳도 많았고
차담때 스님이 추천해준 나한전에 갔다왔는데 조용한 산속에서 제주도 야경 보니까 너무 좋더라
저 불상 옆으로 산책길이 있는데 슬렁슬렁 올라가다보면 나한전이 있어
거기서 내려다보면 제주시쪽 전경이 보여
이날은 날이 되게 흐렸는데 날 좋으면 바다도 깔끔하게 보인대
경내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은 많이 봤는데 여기는 올라오는 길도 안쪽에 있어서 잘 모를것같더라고
굳이 템플스테이를 안하더라도 조용한곳에서 제주도 야경보고싶으면 가볼만 할것같아
경내에 카페겸 기념품파는곳이 있음
커피가격은 4천원대라 쏘쏘하고 염주팔찌같은거 파는데 나는 소원실팔찌 샀어
여기도 사람이 없고 조용해서 혼자 커피마시며 책읽거나 하기 좋았어
내가 묵었던 방이야
템플스테이하는 건물이 아예 별도로 있고 잠자는 방 3개랑 체험이나 차담하는 넓은 방 1개가 있었어
절에서 자는거라 불편할거 감수하고 갔는데 비데도 있고 따뜻한물도 잘나왔고 심지어 와이파이도 되더라고
방이나 화장실도 전체적으로 아주 깔끔했고 산속이라 벌레걱정도 좀 했는데 벌레 한마리도 못봤어
템플스테이 경험이 처음이었는데 밤새 목탁소리나 경불외는 소리같은게 들려서 뭔가 되게 차분해지기도 했고
내가 원했던 사색이 가능했어서 꽤 만족했어
안좋았던 점은
나밖에 없어서 좋긴했는데...밤에 잘때는 쫌 무서웠던거
내가 넘나 강경한 침대파라 등이 배겨서 잠을 설쳤다는거
그리고 솔직히 절밥은 맛이 없다....나물과 나물과 나물이야
제주도답게 귤은 한바구니 있었음
2일차: 맛있는거 먹고 카페에서 멍때리고 일찍 들어가서 호텔에서 뒹굴기
원래 일정은 한라산 등반이었는데 바람이 존나 불었어 진짜...눈도 오고
이 날씨에 나같은 등산찌래기가 등반하면 최대조난 최소몸살이겠다싶어서 일정 미루고
카페갔다가 방어회사서 호텔에서 혼자 한라토닉과 먹었당
연말이다보니 너무 핫한데는 시끄러울것같아서 아는 카페중 가장 한가로웠던 기억을 더듬어서 갔음
바람벽에 흰당나귀인데..별로였어
예전에 갔을때 뷰가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바다보면서 책읽고 멍때려야지 했는데
유리창이 개더러워서 창가에 앉았음에도 바다가 안보임
사진은 그나마 나은데 가까이서보면 진짜 유리가 넘 더러워서 바다가 잘 안보임
다들 기억해
겨울 제주는 방어회야
그리고 방어회는 만배회센타야
여행가기 바로 3일전에 수산시장에서 대방어 먹었어서 바로 비교 가능했는데 존나 차원이 다른 방어회임
아 존나 저 윤기나는 기름보이냐고..
방어맛=방어크기인데 한점이 거의 손바닥만해
5만원짜리 젤 작은거 포장했는데 원래 2~3인용인거같아
방어자체도 많고 싸먹을거리나 미역국 등등 부수적인게 많아서 딱 반절 먹었어
남은건 냉장고에 숙성했다가 아침에 먹음
3일차: 한라산 윗새오름 등산(어리목코스)
참고로 나는 등산혐오자에 등산찌랭이임
근데 뭔가 스트레스를 극한으로 받았었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몸 움직이고 높은데 올라가고 싶더라고
그래서 한라산 코스 중 제일 쉽다는 코스로 갔어
어리목코스는 윗새오름-남벽분기점까지만 올라갈수있고 백록담은 못가는 코스야
어차피 오르는거 미친척하고 백록담 가볼까 했는데 1월1일이라 사람이 넘 바글바글할거같더라고..
나는 극한으로 조용함을 추구했기 때문에..ㅎ 윗새오름 가는 코스중에서도 다들 잘 안가는 어리목으로 갔는데
진짜 존나존나 좋았엉
일단 사람이 진짜 없었음
윗새오름에서 남벽분기점 가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들어서
영실코스로 빠져서 한 20분 걸었었는데 거기는 사람 진짜 많더라구
어리목코스는....사진으로 보면 보이듯 사람이 별로 없었어
그래서 그냥 노래틀어놓고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등산했고
초입 1시간정도만 좀 힘든데 그것도 계단으로 잘되어있어서 많이 힘들진 않았어
하늘은 파랗고 전날 눈와서 나무는 하얗고 푸르고 사람도 없고 날씨도 좋고 들리는 음악도 좋고 그냥 마냥 좋았어
제주도를 꽤 여러번 왔는데 왜 한라산은 한번도 안갔었지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여유롭게 등산하고싶으면 10시~11시쯤 출발하면 딱 좋을거같아
12시면 입산제한이 되기때문에 내려갈때 올라오는 사람과 마주칠일이 없다보니
한 10분을 앞뒤 사람 없이 혼자 내려가기도 하고..여튼 매우 조용하고 한라산 자체를 내가 독점한거같은 기분이 들었음
제주도 여러번 가봤지만 처음으로 남의 이목신경안쓰고 옷도 대충입고 화장도 안하고 사진에 집착도 안하고
맛집이니 뭐니 엄청 신경쓰면서 다닌것도 아니고 정말 마음가는대로 먹고싶은대로 했던 여행이었어
내가 진짜 하고싶은게 뭔지 내 마음이 뭔지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된것같아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오래남을 제주같아
나처럼 누군가 정말 제대로 된 자가치유 힐링여행을 하고싶은 사람이 있을까해서 공유해봐
첫댓글 좋은 글 고마워!
템플스테이 넘좋다 찾구있었는데... 너무 고마워
헐 나 안 그래도 우리 지역 템플스테이 예약하고 왔는데 날 풀리고 제주도 갈 일 있으면 게녀 코스 그대로 여행 갔다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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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서 렌트해서 관음사까지 갔는데 시내에서 좀 밀린거 포함해서 40분정도 걸린거같아!
시내에서 버스로 가는 방법도 홈페이지 보면 나와있었던거로 기억해
당신 사진 너무 잘찍어.. 진짜 좋다 고마워
와 너무좋다진짜...코스 그대로 가보고싶어
헐 나도 가보고 싶다 ㅠㅜㅠㅠ 참고해야지 고마워!!
힐링된다... 담에 제주가면 이렇게가야지...
나도 무교인간인데 관음사 템플 스테이 정말 방 뜨시고 고요해서 좋았어! 그림엽서를 사 들고가서 지내는 동안 저녁마다 지인들에게 엽서를 쓰며 보냈어. 새벽 예불을 드릴때 찬 공기랑 경전의 향내, 불경소리가 섞이면서 오묘한 기분이 들고 머리가 개운해지더라. 잊고 지냈는데 사진이랑 글보니까 새록새록 떠오른다. 후기 고마워!!
너무 좋다 ㅠㅜㅜ
나 내일모래가는데 방어 영업당하고갑니다..
와 진심 내가 딱 하고싶어하는 여행이다. 템플스테이 정말 해보고싶어서 많이 서치해봤는데도 없었는데 글 올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작년엔 뭐 때문에 힘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올해는 너에게 제일 행복한 기억들이 가득한 2020년이 되길바래
와 진짜 좋은 글이야....♡ 꼭 이대로 한번 가보고싶다 👍써줘서 고마워!!
등산할 때 옷은 어떻게 입고 갔어? 롱패딩은 너무 불편하겠지🤔
나 롱패딩입고갔는데 불편하진 않았어 경사급한데가 별로 없고 그나마 힘든곳이 일반높이의 계단들이 쭉 늘어져있어서 롱패딩 거슬리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넘 따뜻해서 더워서 패딩 벗음
@메뚜기존버는 승리한다 오오 참고할게 고마워 혹시 신발은 등산화 신었어??
@돈뽈겟 그냥 운동화신었는데 전날 눈와서 아이젠은 했었어!
딱 내가 원하던 여행이다
너무 좋다... 나도 저런여행 한번 해보고싶어 2020 목표중에 하나로 나도 혼자만의 조용한 여행 하구와야지
헉 너무 잘 읽었어 캬하 읽는 내가 기분 좋다 도토 정말 기분좋은 여행보내고 왔네💙💚
이글보고 지금 어리목 가는중 고마워
만배회센타를 아는사람이 있다니ㅠㅠㅠ나는 여기가면 5만원짜리시켜서 거의 2명 아니면 3명이서 먹었어!! 여기 방어진짜 재질 미쳤음ㅠㅠㅠㅠㅠ 나도 다음에 가면 템플스테이 해봐야겠다ㅎㅎ 잘 읽고가!
좋다ㅠㅠㅠ나도 내년에 혼자 다녀와야겠다 고마웡
나 이글 보는데 왜 눈물이날까...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