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지도자는 어떤 자질과 덕목을 갖춰야 할까. 카리스마 넘치는 맹주가 지배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맹목적으로 권력·출세를 지향하는 지도자‘병’에 걸린 사람도 곤란하지 않나.
자신의 과욕을 인정할 줄 알고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인간적인 리더십’을 갖춘 여성지도자가 이 시대의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에서 여성지도자 감을 찾아본다.
원칙·소신 지닌 스타일 이상형으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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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과 원칙을 중시하는 인간적인 리더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장금의 한상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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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MBC | MBC특별기획
<대장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여러 인기요인 중에서 한 상궁이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상에서는 주인공인
장금보다 한 상궁의 인기가 더욱 높다. 관련 팬 카페와 동호회가 계속 생기고 있으며, 한 상궁 역할을 맡은 양미경씨가 연기인생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괜히 인기가 있을 리가 있는가. 한 상궁이 네티즌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
캐릭터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감수성’과 ‘코드’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한 상궁은 뛰어난 요리솜씨를 지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성이 바탕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은 ‘실력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 상궁은 그 외의 것을 지녔다. 우선 엄격한
원칙주의자다.
아닌 건, 확실히 아니다. 편하게 살기 위해 함부로 타협하지 앉는다. 온갖 부패와 비리가 들끓는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은 원칙주의자의‘불편한 삶’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또한 한 상궁은 ‘인간적인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 가슴속에는 따뜻함을
지니고 있으나 좀처럼 내색하지 않는다. 모함과 음모에 빠져 힘겨워하는 한 상궁에게 장금이 “괜찮으십니까”라고 묻는다. 한상궁은 “안 괜찮다”고
짧게 대답한다. 그리고 또 짧게“힘들다”고 덧붙인다.
한 상궁은 장금이와 수평적으로 교류한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을 하달하지
않는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눈을 맞춘 채 모든 일을 ‘함께’해나간다. 자신이 실수를 하면 까놓고 인정한다. 그런 한 상궁의 모습에서 “나를
따라라”고 외치지 않고 “함께 가자”라고 설득하는 여성지도자의 새로운‘리더십‘을 읽어낼 수 있다.
SBS대하사극 <왕의
여자>에도 여성지도자의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여러 설이 난무하는 동정월(김혜리 분)이 바로 그 주인공. 머슴과 결혼한
동정월은 남편에게 글을 가르쳐 인조반정 때 선봉장으로 나서게 만든다.
순결과 순종만이 여성의 미덕이었던 조선시대에 동정월은 가히
혁명적인 인물이었다. 예상외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왕의 여자>가 동정월의 힘으로 인기 만회를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사회적인‘참여’를 실천
최근 가파른 인기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도 여성지도자 감을 찾을 수 있다.
주인공인 영애(김희애 분)의 어머니(정혜선 분)는 일찍이 혼자가
되어 힘겹게 자식을 돌보다가 마침내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을 한다. 그리고 어려운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면서 살아간다.
자신의 안위에 머무르지 않고 끝내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잊지 않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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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KBS | 이러한 여성은 KBS 드라마
<백만송이 장미>의 최금자(윤여정 분)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금자는 가사도우미를 하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대가는 바라지도 받지도 않는다. ‘원칙’을 넘어선‘철칙’을 지니고 있는 것. 이러한‘철칙’은 자식들을 대할 때도 나타난다. 자식 앞에서는
모든 것을 허물어 버리는 지난 시대의 여성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예전과는 무언가‘다른’여성인물들이 드물게나마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시대의 낡은 인물에 식상한 시청자들이 던진 수많은 질문에 드라마 제작진이 뒤늦게나마 화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직 가족만을 위해‘희생’할 것인가. 자신을 위해 일할 수는 없는가. 그리고 가족보다 넓은 사회를 바라보고 자신의 몫을 나눌 수는
없는가. 시청자들의 질문에 제작진은 가정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그 일을 바탕으로 사회적인‘참여’를 실천하고 있는
여성들로 화답한 것이다.
바로 그러한 여성들의 모습에서 새 시대 여성지도자들이 갖춰야 할‘기본’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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