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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대회 1박 2일 일정 마무리
24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 진행
“‘일반 시민’ 피해 주지 말고 윤석열한테 따져라”
이준석 “장애인 지하철 시위는 서울 시민 볼모 잡는 부조리” 비난
장애인들 “여당 대표 될 사람이 양아치 짓 하지 말라”
지하철 시위 도중 시민의 항의를 받고 있는 이형숙 회장. 사진 하민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 주최로 24일부터 세종시와 서울시에서 1박 2일간 치러진 전국장애인대회가 25일 오전 마무리 됐다. 대회를 마무리하는 도중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폄하하고 공권력으로 진압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장애인 활동가들이 크게 분노했다. 이로 인해 해단식은 ‘이준석 규탄대회’가 됐다.
현재 일어나는 일들이 차기 정부를 꾸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음에도, 여당 대표가 될 이준석 대표는 오전 8시 50분경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활동가들의 공분을 샀다.
3호선 열차에 탄 활동가들. 사진 하민지
- 휠체어 이용자들이 열차에 타기 시작한 지 3분 만에 벌어진 일
420공투단은 오전 7시 20분부터 지하철 3·4호선에서 24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다. 이번에도 혐오발언과 욕설이 쏟아졌다.
“인수위인가 거기 가서 하라고. 여기서는 제발 좀 그만해.”
“문재인이든 윤석열이든 거기 가서 따져. ”
“지하철 밖으로 나가서 대통령을 만나시면 되잖아요.”
“대통령 당선자한테 가라고. (활동가가 “인수위 가는 길입니다”라고 답변하자) 얻다 대고 말대꾸야?”
“아침부터 지랄이야 진짜. 청와대로 가. 뭐하는 건데 여기서?”
“시내버스 못 타면 장애인콜택시 타면 되지. 문재인이 다 해준 거 아니야?”
“너희(장애인)가 이 지랄하는 것도 문재인이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 놔서 그런 거야. 감사해 하지는 못할 망정.”
“왜 윤석열한테 뭐라고 해? 윤석열은 아직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야.”
“휠체어 이렇게 많이 타시면 지하철 자리 없어요. 꽉 차게 타지 마시고 절반은 다음 차 타시면 안 돼요?”
“출근 좀 합시다. 출근 좀 합시다. 출근 좀 합시다. 야! 내 말 안 들려? 씹어?”
“씨발 좆같네, 씹년들이. 왜 시민을 괴롭히냐?”
“다른 시민에게 반발을 얻으면 옹호를 못 받으세요, 개새끼들아.”
“‘일반 시민(비장애인)’이 뭔 죄가 있어서 매일 아침마다 이러는 건데요?”
“열차에 계신 ‘일반 시민’ 여러분! 이거 정당한 시위라 보십니까? ‘일반 시민’들이 매일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의 출근길은 안 중요합니까? 이거 누구 때리지만 않았지 폭력시위 아닙니까?”
“여러분들(장애인)로 인해 ‘일반 시민’분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채증을 통해 사법처리 하겠습니다.” (서대문경찰서 경비계장)
“남(비장애인)한테 피해 주면서 뭐가 그렇게 당당해?” (서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일렬로 열차에 탄 활동가들. 사진 하민지
25일 오전 7시 23분, 휠체어 이용자 8명이 충무로역에서 경복궁역 방향 열차를 탔다. 충무로역은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이 매우 넓어서 휠체어 이용자가 열차에 안전하게 탑승하려면 틈 위를 덮는 이동식 발판이 필요하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발판을 하나만 준비했다. 장애인 8명은 세로로 줄지어서 한 칸에서만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7시 26분, 열차 지연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지연 3분 만이었다. 장애인들은 아직 열차에 타고 있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장애인들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비장애인 시민을 옆칸으로 보냈다. 또한 “한 명은 저 앞쪽에서 장애인들 막고, 다른 한 명은 채증을 해”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날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서는 유독 정부나 청와대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하는 비장애인 시민이 많았다. 420공투단 활동가들은 “차기 정부를 꾸리는 인수위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 중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회장이 지하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비장애인 시민께서 ‘국회로 가라’, ‘시청으로 가라’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다 했습니다.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서울시 공무원 등 다 만났습니다. 저희가 필요한 건 기재부와 인수위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입니다. 그 책임을 지라고 이야기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있습니다.” (이재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
“저희가 열심히 싸워서 좋은 법이 만들어져도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좋은 법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가 돼 버립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와 인수위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재부는커녕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대통령 집무실 옮기겠다는 윤석열 당선자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수위에 윤 당선자를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서울시협의회) 회장)
“경찰은 우리를 사법처리 하겠다고 합니다. 지하철을 타는 우리가 처벌받아야 한다면, 장애인권리 보장을 외면하는 기재부와 인수위는 무슨 처벌을 받아야 합니까? 한 비장애인 시민께서 우리에게 이기적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21년간(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 정부가 장애인권리를 조금이라도 중요하게 다루고 예산을 편성했다면 우리가 21년간 투쟁 했을까요? ” (정다운 전장연 활동가)
인수위 앞까지 행진하는 활동가들. 사진 하민지
이준석 대표가 올린 글. 사진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캡처
- 이준석 또 혐오정치, 갈라치기… “인권문제 정파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규탄
420공투단 활동가들은 24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마치고 3호선 경복궁역 3-1번 출구 앞에 모였다. 인수위 앞까지 행진하기 위해서다. 행진을 준비하던 도중 활동가들을 분노케 하는 소식이 들려 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폄하하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한창 진행 중이던 8시 50분경 “국민의힘은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더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지속해서 시위를 하는 건 의아한 부분”이라며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는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열차) 정차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장애인 승객의) 탑승을 제한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해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공권력으로 시위를 진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이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장애인 측과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댓글로 지적하자 이 대표는 “저는 저분들을 당 대표실에서 따로 면담하고 약속도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24일 장애계와 면담하는 이준석 대표의 모습. 사진 전장연
실제로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8월 24일, 장애계와 면담한 적이 있다. 장애계 측으로부터 받은 면담 녹취록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는 ‘저상버스의 경우 대선공약에 넣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당 대표로서 주안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이동권이다’라고 말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캠프에서 ‘시외·광역·고속버스 저상버스 도입’ 공약이 나온 것을 두고 이준석 대표가 “약속도 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표 면담 당시 장애계 요구안은 단순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가 아니라 기재부의 예산 편성이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면담에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법안이 통과돼도 기재부가 예산 편성에 반대하면 의무에서 예외조항으로 변경될 수 있다’며 기재부가 책임질 수 있도록 여당 대표로서 힘써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는 ‘저희가 기재부 혼내는 방법은 대선 성공하는 것밖에 없다’며 당선이 된 이후에 기재부가 예산 편성 책임을 지도록 조치하겠다는 의미의 대답을 했다. 이 말을 책임진다면 인수위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해야 하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될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부정적으로 보는 글을 올리자 420공투단 활동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9시 50분부터 한 시간가량 경복궁역에서 인수위 앞까지 행진하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혐오정치 중단하고 장애인권리예산 약속하라”, “대통령 집무실 이전보다 21년 장애인 이동권 문제부터 해결하라”라고 외쳤다.
인수위 앞에서 진행된 해단식. 사진 하민지
인수위 앞에서 10시 40분부터 진행된 전국장애인대회 해단식에서는 이준석 대표를 규탄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참 철딱서니가 없어도 이렇게 없나. 지하철 시위 때 마주치는 수많은 젊은이 중 한 사람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곧 여당 대표가 될 사람이 이렇게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왜곡하는 건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박경석 대표가 “왜곡”이라고 말한 건 이준석 대표 글 중 “박원순 시정에서 이동권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건 의아한 부분”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실제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5년, “2022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 했다.
그런데 박원순 전 서울시장보다 먼저 약속한 사람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002년, “2004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키지 못 했고, 이 전 시장 후임으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서울 시정을 이끈 오세훈 시장도 이 약속을 이어가지 못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논란이 된 서울교통공사 내부문건에 ‘공사의 약점’으로 표현돼 있다.
박경석 대표는 “이준석 대표는 앞의 것(이명박 전 시장의 약속)은 다 빼버리고 박원순 전 시장 때 약속한 걸 왜 지금 지하철 시위하면서 난리치냐는 거다. 이런 사기꾼이 어딨나. 국민의힘 당 대표라는 작자가 이렇게 또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한다”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문석열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지원가가 행진하며 두 손을 하늘 위로 뻗고 있다. 사진 하민지
게다가 이명박 전 시장과 박원순 전 시장의 약속은 개인적 약속이 아니라 서울시 차원의 약속이다. 따라서 오세훈 시장에게는 의지를 가지고 약속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문재인 정부 하의 박원순 시정”이라는 표현으로 민주당의 약속일 뿐이라는 듯 서울시 차원의 책임을 축소했다.
박경석 대표는 “이게 정치적인 정파싸움의 문제인가?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마저도 정파적으로 이용하며 사기치는 사람이 곧 여당 대표가 될 예정이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 끝까지 투쟁하며 매일 아침 지하철 탈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회장은 “이런 식으로 장애인 목소리를 왜곡하는 건 일베들이 많이 해 온 짓이다. 서울교통공사처럼 양아치 짓 하지 않으면 좋겠다”면서 “이준석 대표는 치사하게 페북에다 글 써서 장애인 혐오정치 하지 말고 직접 우리와 만나자”고 제안했다.
김병관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김병관 다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안 그래도 더디게 가던 장애인권리보장의 시간이 이젠 거꾸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열찬 투쟁만이 거꾸로 가는 시간을 막을 수 있다. 전국의 동지가 모여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투쟁을 해나가자”라고 강조했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25차)는 28일 월요일 오전에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준석 대표는 25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재차 올리고 “시민의 출근을 볼모 삼는 시위가 지속될 경우 내가 현장으로 가서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열차 내 창문에 붙은 피켓. ‘기획재정부는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하라’, ‘대한민국은 기획재정부 나라가 아니다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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