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터 난 또 바빠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경남고성대회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더욱 흥분했던것은,
아직 한번도 가본적이없는 따뜻한 남쪽바닷가가 접해있는 고성으로,
달리기를 하러갈 생각을하니,
마치 겨울바다로 긴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신이 나 있었던 것이다.
얼마전 지리산 종주로 인해서 집을 비운터라 가족들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건만,
미지의 세계를 향해서 일탈 할 것을 생각하니 이렇게 신이 날 수가........
온갖 잔머리를 굴려가며 며칠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허락을 안해주면 금방이라도 스트레스로 죽을것처럼 연극을 해 가면서,
겨우 겨우 허락을 받아냈다.
우후후후!
코스를 살펴보니 남해의 한려수도가 가까이 있어서,
예상했던대로,
바다를 바라보면서 마라톤을 할 생각을하니 정말 환상이 아닐수가 없었다.
어차피 마라톤도 할겸 관광도 할겸,
겸사겸사해서 하루 전날 떠나기로 계획을 세웠다.
가는 곳이 남쪽이다보니 날씨도 따뜻하리라 생각해서 반팔 반바지도 준비하고,
혹시라도 추울수도 있어서 동계복도 준비하다보니,
가방도 제법 빵빵하고 무겁다.
발걸음도 가벼워라.
고속도로를 한시간정도 지났을까? 눈이 솔솔 나리기 시작한다.
푸하하하!
어김없이 내가 가는곳은 눈발이......
제법 눈이 굵게 풀풀 내리는가 싶더니,
얼마안가서 온 주변을 하얗게 눈꽃세상을 만들어 놓는다.
아마도 며칠전 가 본 지리산 자락이 아닌가싶은데......
양쪽으로 또 앞에도 멀리 가까이에도......
살포시 가볍게 눈이 내려앉은 겨울 산의 모습! 나무의 모습!
도시에선 도저히 볼수없는 겨울 풍경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거기다가 뿌옇게 눈보라까지 쳐서 아주 한폭의 그림속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약 4시간여를 정신없이 웃고 떠들며 오다보니
조금전 까지의 눈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앞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는가 싶더니
사천의 노루 한 마리가 우릴 반긴다.
실 인삼에 버무린 오리불고기와 옻닭으로 저녁을 먹고,
노루표 동동주와 단감에 인삼딸기까지 곁들이니,
세상만사 더 이상 부러울것이 무엇인가.......
온통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서 일까 너무도 공기가 상큼하다.
크게 커다랗게 심호흡을 해 본다.
날밤이라도 세워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싶은 아쉬운 밤이지만,
내일을 위해서 억지로 잠자리에 들어본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이룰수 없는 밤이지나고 뒤척거리다가 날이 새 버렸다.
서둘러서 옷을 갈아입고 고성 운동장으로......
어느새 개회사가 끝나고 치어리더들의 힘찬 체조가 시작된다.
친구들 찾느라고 두리번거리다가 스트레칭도 제대로 못하고 출발!
몸이 무겁다.
마치 마라톤을 관광 삼아온 날 질책이라도 하듯이......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보리라 결심 해보면서 심신을 조절해본다.
약 3Km를 달리자 쭉 뻗은 노송이 나를 반기고,
오래된 한옥 한 채가, 고성이 아주 오래된 고장임을 짐작케한다.
조금 더 달리다보니,
오른쪽으로 넓게 펼쳐진 파아란 보리밭과 시금치밭.
그리고 왼쪽으론 드디어 작은 바다가 눈에 들어와 잠시 피곤함을 잊게 만든다.
간간이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 아주머니들의 박수를 받으며,
조금 지나자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있는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응원을 한다.
무거웠던 다리가 조금씩 풀리면서 힘을 받는다.
얼마나 달렸을까?
하프선수를 선도하는 선두차는 벌써 턴을하고 지나간다.
그러더니 얼마안가서 야생초가 지나간다.
그리고 얼마지나자
mbc 취재차량이 지나가는가 싶더니,
풀 선두주자들은 벌써 들어오고 미래의 주인공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공중에선 헬리콥터가 떠서 취재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2진 3진이 무리지어 가버리고,
그속에 타켓이 지나가고, 조금후에 우리의 쥔장 운두령도 지나가 버렸다.
한 굽이 돌아 또 한 굽이 돌아서면 턴 지점이겠거니......하고 달려보지만,
왜이리도 턴지점은 또 이렇게 멀기만한지.....
멀리서 들려오는 꽹과리 와 풍악소리만이 조금이나마 나에게 희망을 준다.
가도가도 끝이없는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하얀들개가 애령아! 하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턴을하고......
격려해주는 도우미들의 박수소릴 들으며, 다시 힘을 내본다.
다시 온 것만큼만 가면되겠지?
하지만 마라톤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고행의 길이 시작됨을 뼈속깊히 느껴본다.
그리고 다른대회와 다른점은 후미그룹이 별로 없었다는것.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고성대회는 동마대회의 연습주로써,
차세대 선수들의 실력을 가늠해보는 아주 중요한 대회라고 하더라.
그러다보니 아주 실력있는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고있었다.
그러니 나같은 노땅이 겁대가리없이 고성 풀을 도전한꼴이.......
갈땐 몰랐었는데 오는길은 왜 이리도 언덕이 많게 느껴지는지,
저 멀리 한 두명이 힘겹게 뛰다 걷다를 반복하고,
언제부터인지 주변에 달리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
날 아주 외롭고 불안에 떨게 한다.
간간히 마을 주민들의 환호와 박수에 힘을 얻어보면서,
지리하고 완만한 언덕을 두서너번 오르고 내리다보니,
벌써 도움이들이 철수를 시작하고,
회수차량이 오고 가면서 지친 나를 유혹한다.
기다리고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그핑계로 회수차량을 탈까? 말까?
온갖 핑계거리와 유혹들만이 머릿속을 메우지만,
하지만 절대로 용납이 되지 않는것은 도대체 왜일까?
아직도 10km가량이 남았다
회수차량을 보내고선 이내 후회를 해보고.....
내가 왜 이렇게 무모하게 힘들게 살아야하는지.....
다시는 풀을 뛰지않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죽기살기로 쉬지않고 달리다보니,
앞서가던 사람들을 추월도 해본다.
멀리 고가도로가 보인다.
마지막 2Km는 왜이리도 멀기만 한지.
운동장이 보이고 출발선을 통과하려는데,
반가운 얼굴이 나를 반긴다.
꺽쇠와 결단이 그리고 착한 결단이 옆지기. 너무너무 고마웠다.
친구들 덕분에 완주성공!
오는길에 금산에 들러서 삼계탕으로 몸보신하고,
재넘어에 있다는 삼순네집 까지 가는길은 정말 너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하얗게 눈은 또내려서 길은 엄청 미끄러웠지만,
눈덮힌 장독대와 한옥. 주변의 인삼밭.이 온통 눈으로 덮혀있어서,
옛날 어릴적 잊고지냈던 눈덮힌시골의 평화로운 마을에 삼순이는 살고있었다.
첫댓글 살아있는 고성을 보는 것 같다. 전 날 술만 안 먹었어도 고생을 덜 했을텐데...생각보다 많은 고생을 한 것 같구나...
생일 추카한다 순경이~~명복을 빈다~
노루야...생일추카? 삼가조의? ㅋㅋㅋ 날 가지고 노라라
축하한다 힘들고 멋진 마라톤에 여행이 눈에 그려지고, 동아에서 보다 멋진 레이스 기대가 되는구나 ㅎㅎ.
애령이 욕받다~~담에 남해에도 온나~타켓은 빼고.
노루야..생일 추카..삼가 조의를...ㅋㅋ 나도 걍 해보았어.....애령아 이젠 좀 연습해서 동아때 실력을 보여주구려~
완주하느라 고생했다.ㅎㅎ...^^~~
애령이가 뛰러가면 어김없이 눈이 오는구나 ^^*
실제루 내가 뛰는것 처럼 숨가쁨이 느껴져온다 글을 넘넘 재밌고 실감나게 쓴다...표현력도 좋구... 고생하고 수고했다..그리고 완주를 축하한다...
애령아 수고 했다. 참 글도 잘 쓴다.
애령이 최고다.^^
생중계 잘 봤다...생생하네~~수고했어.
애령아 전날 전화통화 무지 반가웠다.셜 에서 먼곳 경남 고성에까지 와 많은 추억 잘 간직하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힘든 풀 완주를 축하 드린다. 얼릉 몸 회복 되거라!다음 언제 시간이 허락되면 비아의 고향 절라민국 도 한번 댕겨가라 4월 22일 전남 함평 나비 마라톤 참 코스좋고 멋진 대회이니 함 오면 대 환영 한다
힘은 들었겠지만, 그곳은 경치도 좋고, 코스도 좋아(그리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달림이들이 선호하는 곳이라 하더군. 다음에는 친구들도 있고하니 한번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 나도 그날 한강변에서 길게 뛰었다.
애령아 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구나 너의 후기를 읽으며 한편으론 스쳐가는 칭구들을보며 달린 것을보니 애령이도 이젠 말톤에 푹빠진 마니아의 묘미를 느끼는 것 같다 축하혀
애령아~ 수고 했다 ~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애령이 순복이 대단하더라. 어려운 일 닥쳐도 능히 이길거야. 홧팅!!!
너무너무 고마웠다. 다시한번 감사!
완주를 축하한다. 좀더 열심히 하여 동마에선 소기의 목적 달성 할 수 있길...
생생한 후기 잘 읽었다..수고 많았어..
애령아, 휘리리 길 떠났다 돌아와 이야기 보따리 풀어 놓은 애령이의 불꽃 같은 열정이 부럽다. 내년에는 수선화도 애령이와 더블어 즐거움을 누려 보고 싶다.^^*
풀 뛸 때마다 35km쯤에서 하는 다짐, `내가 미친 놈여, 다시는 죽어도 풀 안뛴다' ㅋㅋ~
꼭달아 난 울트라 뛰며 내 몸 속의 모든 힘 이 소진되는 약 70-80k 도착해선 너처럼 죽어도 다신 울트라 안 뛴다고 다짐하곤 하는데 어영부영 벌써 5 번이나 완주해 부렀당 ㅋㅋ 오는 전주 에서도 "기필코 롼주"이 문구를 모자에 써 놓구 갈련다.
마라토너가 달리기가 힘들다고, 다시는 풀을 안뛴다고 하는건, 세상의 3대 거짓말과 상통하는 얘기인 거 알지! (뻔한 3대 거짓말 처녀가 시집안간다는 말, 장사꾼이 손해보고 판다는 거,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
자주 만나는군..수고했다.
열정이 부렵다 . 식어 가는 즐런에 힘을 얻는다
문딩이들~~~노루 조폭 타켓 또 없나?? 하루전에 와서 나한테 신고도 없이 먹고 마시고 놀았다고? 생초야!! 소금 뿌려라,,,
순복이와 아킬이. 막걸리를 마시다못해 나중엔 생수통에 부어놓고 꼭지눌러서 아주 실컷 마셧나보더라.....
애령이가 재미 붙었구나. 떠남은 늘 즐거움과 설레임을 주는 참 좋은 기회! 거기에 달리기가 덤으로 있으니~~
준족의 발전을 하는 애령아! 이젠 니가 무서워 질려고한다. 후기는 쌉 3리수준이구만...
앞서가는 애령아!!~~~진심으로 축하한다..질산종주에 고성풀에 대단허구나^^
짧은 만남으로 아쉬웠지만 만나서 반가웠다,,
애령이은대단혀다 풀 아무나하는게안이쟈 울집 아주 시골이라고 놀라운겨 그날 잘간겨 몸은 다풀린거냐 조심혀라
시골이어서인지 눈이 유달리 하얗고 포근하고 아름답더라.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었어.
령? 내이름과 끝자가 같아 친근감이 더가는친구 ㅎㅎ,, 잘봤어,, 그리고 축하해...
애령이가 탄력 붙어 뛰댕기다 보면 나 잡는거 아무것도 아니겠네...ㅋ 열정이 있어 좋구나
욕받데이 뜀박질 한다고..
기~~인 마라톤여행 즐거운 추억거리 만들었구나...
애령이가 점점 무섭게 느껴지는건 왜지??? ~~~~~~애령아 수고했다~~~~
애령이는 참 즐겁게 달리는구나.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