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좋은 말로 알아 듣게 타일렀으니, 조만간 1.8리터짜리 박카스가 만들어 질 것이다. 박카스는 이제 피로회복제 드링크제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쯤 되면 "궁민음료 박카스"라 불러도 마땅할 것이다. 박카스가 이렇게 국민음료로 자리잡기까지 경쟁음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원" 독주에 "미풍"이 있었듯이 잘 나가는 박카스에 모양과 색깔까지 비슷한 "알프스"라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원비"도 나왔고 또 "영비천", "영생천" 등 건강음료가 등장하는가 하면 이제는 비타민 드링크제도 회사마다 경쟁적으로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우리가 돈 주고 사먹는 것은 드링크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콜라나 사이다처럼 청량음료도 많다. 환타, 써니텐, 맥콜, 실론티 등등등 그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으며 포카리나 케토리처럼 스포츠음료도 무지 기수다. 외국은 어떤지는 모르지만 하였튼 우리나라는 가히 "음료수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그 종류와 소비가 어마어마 하다.
그렇게 많은 종류가 있지만 솔직히 딱히 마음에 쏙 드는 음료는 별로 없다. 한강에서 운동을 마치고 뭐 한 잔 마시려 매점 앞에 서면 진열대 앞에서 서성일 때가 일쑤다. 이걸 마실까 저걸 마실까 하다 결국 생수나 한 통 사 마실 때가 태반이다. 거의 모든 음료가 설탕을 어찌나 부었는지 머리가 띵할 정도로 너무 달기만 하고 그 맛이 그 맛이고 그게 그거이다. 그래도 좀 덜 단 포카리나 게토리를 가끔 택하기도 하지만 역시 대부분은 생수를 마신다.
음료수를 만드는 회사로서야 자신들이 내놓는 상품을 달짝지근하게 만들고야 싶지만 그렇다 보니 제품 전체가 달지 않은 상품이 하나도 없는 비참하고 황량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정말이지 달지 않은 음료수가 있기만 한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그 음료를 사 마실 것이다.
가끔 긴 산행을 마치고 탈진된 상태로 마을에 내려오면 가게에 들어가 꽁치 통조림을 사 마실 때가 있었다. 박카스 청량음료 스포츠음료 피로회복제 등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래도 그 중 제일 나은 것이 바로 꽁치 통조림 국물이 제일 났다. 첫째 이 국물은 달지가 않다. 그리고 땀 흘리고 일부러 소금을 먹을 필요도 없이 이 국물은 짭짤하기까지 하다. 또 맛도 괜찮다. 게다가 값도 무지 싸다. 탈진 후 물 음료수를 제 아무리 많이 마셔도 한 동안 갈증이 가시지 않는 것에 비하면 꽁치 통조림과 생수 한 통이면 진짜 놀라우리만큼 금방 갈증이 가신다.
그렇지만 꽁치 통조림도 좀 문제가 있다. 문제는 국물을 쪽 빨아먹고 난 건데기가 문제다. 보통 열에서 열 두개정도의 꽁치 토막이 있는데 기것 해야 한 두 토막만 먹고 나머지는 그냥 버린다. 내 돈 주고 내가 버리는 데 누가 뭐라 말할 사람은 없겠지만 사실 음식을 버린다는 것이 좀 깨름직하다. 솔직히 죄 짓는 심정이다.
해서 요즘은 '냉면 육수'를 가지고 다닌다. 이건 내 생각뿐인지는 모르지만 그 어떤 스포츠 음료보다 풀무원 '냉면 육수'가 훨씬 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땀 흘리고 난 뒤 몸에서 빠져 나간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서 일부러 정제소금을 먹거나 아니면 이온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라톤 대회에서도 급수대마다 포카리나 게토리같은 이온 음료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들 음료는 '냉면 육수'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냉면육수는 짭짤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정제소금을 먹을 필요가 없다. 잘 알다시피 냉면육수는 몇달 삭힌 동치미와 잘 우러낸 육수를 섞어 만든 국물이다. 그러니 잘은 모르지만 영양가도 무척 많을 것이다. 그리고 맛도 좋다. 맛, 영양가, 보충 전해질 등 모든 것을 따져 보아도 냉면육수가 기존 이온음료보다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우리는 자고로 국이나 탕을 즐겨 먹는 세계 유일한 민족이다. 그 어느 나라들 보더라도 우리처럼 삼끼 식사에 국이나 탕을 빠트리지 않고 먹는 민족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음식을 통해 얻으며 그 음식의 형태는 대부분 국이나 탕으로 섭취하였다. 그렇다 보니 그 어느 나라의 음식문화보다도 국과 탕의 형태가 무척 다양하며 발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우리는 편견을 버러야 할 때가 됐다. 냉면육수는 음식점에서 먹는 식사고 절대로 스포츠 음료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이제 버려야 한다. 우리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음식을 통해 섭취한다. 특히 격렬한 운동을 한 뒤에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우리는 반 만년 이 땅에 살면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국과 탕을 먹으며 살아 왔다. 즉, 우리들의 유전자는 국과 탕을 섭취하면서 함께 진화되어 왔다. 다시말해 우리 몸에는 우리 식의 국과 탕이 그 무엇보다 잘 맞는다는 말이다. 외국에서 외국인에게 맞는 이온음료가 만들어지듯이 우리에게는 우리에게 맞는 음료가 만들어져야 한다. 아니, 이미 만들어져 있다. 단지 스포츠 음료가 아니라는 편견만 우리 스스로가 버리기만 한다면 그날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하찮게 봐서 그렇지, 우리는 상당히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는 나라다. 세계가 깜짝 놀랄 문화를 거의 모든 면에 다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한글도 그렇고 it-최강국 그리고 월드컵 응원 때도 그랬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에서 나는 온갖 풀을 뜯어 맛있게 요리해 먹는 민족이고 또 국과 탕을 즐겨 먹는 민족이다. 우리에겐 우리 나름대로 독특한 것이 있다. 그리고 아주 많다.
스포츠 음료! 이거 우리 식으로 우리에게 잘 맞는 것인만큼 쉽게 얻을 수 있게 개발해야 한다. '냉면육수'만이 아니다. '멸치 국물', '오뎅 국물', '동치미' 등등 스포츠 음료로 개발 할 것이 숱하게 많다. 이거 윤희가 좀 수고스럽더라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아니 윤희만이 아니다. 우리 58개띠 모두가 나서 아니, 온 국민이 나서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또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일이기 때문이다. 남 놀래키는 거, 이거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첫댓글 당신은 막걸리 등애다 매고 마시는것 만들라고 주문 해야지 왠 박칵스야.!!
박카스...구론산...활명수...그리고 노루모...보고 싶다....
와~~~,등산후에 꽁치통조림과냉면육수...... 애아빠생각인가??대단타!!등산을 많이 해봤지만 첨듣는이야기다.담에 똘똘이도 등산후에 애아빠식으로 해봐야겠다. 좋으면 널리 널리 알리리라~~~~애아빠라멋있는건가???아님58개띠라멋있는건가???
정모날 박커스 한병씩 돌릴께(완주자에 한해서)
바카스 아줌씨 부를까?...^^~~ 지난주 제천마라톤대회 완주하니 칡냉면 주는데 세그릇 뚝딱했다...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마라톤완주후 물냉면 정말 좋더라...^^~~
꽁치 통조림 비린내나서 주딩이 찧어도 못 마실 것 같은디...오빤 참 많이 특이하네~~.
꽁치 통조림 하나면 쐬주 댓병 하나는 거뜬히 비우곤 했는데......
어떤 종류든지 다 좋은데, 고춧가루 좀 타서 마시면 안될까?
쇠주안주로 야채참치(2홉기준:작은것,800원/슈퍼에서) 먹을때 반드시 고추가루 넣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