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덕 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을 지지한다
-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을 위한 주민들의 투쟁을 응원하며
#1.
2015년 10월 마지막 주, 승합차 한 대를 대여해서 당원들과 함께 떠난 곳은 경북 영덕이였다. 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를 2주 남기고 할 일이 정말 많은 상태였던 그곳에서, 우리는 잠을 아껴가며 열심히 일했다. 안내문을 포장하고, 영덕 곳곳에 주민투표 안내 현수막을 밤늦게까지 달았다. 이미 시내 곳곳에는 핵발전소 건설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도배되어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영 편하지 않았다. 5일 후, 혼자 버스를 타고 영덕으로 달려갔다. 영덕의 해안가를 지나면서 보이던 가을날의 동해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낭만적인 감상도 잠시, 버스가 도착한 터미널 그곳은 불과 5일 사이에 어마어마한 자본력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핵발전소 건설사들, 한국수력원자력의 현수막과 각종 홍보물, 그리고 매일 장터에서 주민들에게 잔치를 열어주고 있다는 소식...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영광굴비가 핵발전소(영광 한빛 원전)가 들어온 이후로 매출이 훨씬 좋아졌다'는 버스 광고판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이 땅의 주인은 주민이 아니고 돈인걸까?
#2.
원효대교 북단에는 한강의 찬바람 속에서도 매일을 버텨내고 있는 농성 천막이 하나 있다. 신축 건물 입구 한쪽에는 예쁜 말 두마리 모형이 있고, 입구에는 'Let's Run ccc. 용산'이라고 쓰여있다. 이 곳은 '용산문화공감센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실은 한국마사회 용산지점이자 용산화상경마도박장이 있는 건물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지역주민들은 물론, 주변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조차도
이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용도를 몰랐다는 사실이다. 도박장 유치에 대하여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간담회나 공청회 등의 절차는 아예 없었다고 한다.
이 건물 바로 맞은 편, 성심여중고 외벽에는 도박장 반대를 외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반면, 해당 건물 입구에는 수익금이 이웃에게 쓰여진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주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학교 맞은 편에 도박장을 설치한 한국마사회, 그리고 그것을 방관한 용산구청. 주민들은 그렇게 천일이 넘는 시간을 맞서 싸워 오고 있다.
#3.
영화 <판도라>가 다른 재난 영화에 비해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고 비유를 세밀하게 했기 때문이다. 가상이 아니라 이것은 '곧 다가올 현실'이라고 느껴지는 착각이 우리를 지배한다. 이 영화에서 우리가 마주한 '가상이 아닌 현실'은, 비단 핵발전소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수많은 판도라의 상자에 맞서기 위한 가장 정확하고 가치있는 해결책은, 자신의 생활 공간과 공동체를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일 것이다. 오늘(12/27), 도박장 반대 운동 1336일, 천막 노숙 농성 1071일을 맞이하는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 투쟁을 진행 중인 주민들을 응원하며, 교육권과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한 그 싸움이 승리하는데에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본다.
글. 루카 / 서울녹색당 사무처 활동가, <서울플랜 2030> 집필진
-----------------------------------------------------------------------------
[2015.6.8 녹색당 논평]
영덕 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을 지지한다
- 정부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향후 일정을 일체 중단하라
* 홈페이지에서 읽기 : http://www.kgreens.org/?p=4271
8일, 영덕에서는 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신고리 7·8호기를 영덕에 건설하고, 신규 핵발전소 2기를 2018년에 삼척, 영덕 중에서 결정해 짓기로 발표한 날이다.
녹색당은 영덕 주민들의 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을 지지한다. 현재 정부의 핵발전 중심 전력정책은 핵발전소 주변 지역과 삼척과 영덕과 같은 핵발전소 후보지 주민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고 있다. 특히 영덕은 1989년 핵폐기장 후보로 지정된 이래로 수십 년간 고통을 겪어온 곳인데, 또다시 건설예정지가 되면서 지역사회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영덕을 벼랑 끝으로 모는 배경은 명약관화하다. 농어촌 지역, 인구가 적고 고령화된 지역에 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핵발전소 건설과 같은 중요한 정책이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추진되는 것은 국가에 의한 폭력이다. 에너지 독재이다. 이러한 정부의 폭력적인 에너지 정책에 삼척은 주민투표로써 저항했고, 그 저항의 물결이 이제 영덕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임 영덕군수와 6대 군의회는 주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핵발전소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는 심각한 절차적 문제를 드러냈다. 또한, 지난 4월 군의회 원전특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주민투표에 대한 요구는 65.7%로 나타났다. 이제 영덕군민들이 그러한 잘못된 절차를 바로잡기 위해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에너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에 들어간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의견수렴과 정책 결정 절차를 바로잡기 위해 농번기와 바쁜 농민, 어민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영덕주민들의 주민투표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일방적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와 향후 추진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영덕 군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다. 더불어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민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압력과 사전 사업추진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녹색당은 영덕군민들의 어려운 결정을 지지하며, 주민투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영덕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회 위원들과 협의해 지원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린다.
2015년 6월 8일
녹 색 당
[영덕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회 출범 선언문]
○ 1989년 핵폐기장 후보로 지정된 이래로 영덕은 핵 문제로 인해 수십 년간 반목과 갈등을 겪어왔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임에도 주민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그리고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을 강요받아 왔다. 2003년엔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군수의 입장을 따라가고 2005년에는 유치하려는 군수로 인해 주민 다수가 찬성하는 입장에 서야 했다. 그리고 유치에 실패한 후 반대운동을 벌인 소수의 주민과 단체는 지역발전을 저해했다는 죄목으로 무자비한 탄압을 받아야 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공무원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영업을 접거나 지역에서 발붙이고 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 단체의 경우에는 정부 정책에 조금의 반대 목소리도 내지 못하도록 사찰을 하며 모임을 와해시키다시피 했다.
그러다보니 핵발전소라는 더 큰 문제가 생겼음에도 관의 압력이 두려워 누구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특히 전임 군수와 6대 군의회는 주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핵발전소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는 심각한 절차적 문제를 드러냈다. 그러함에도 정부는 절차적 하자가 있는 신청은 받아들이고, 삼척의 경우에서 보듯 전체주민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주권재민의 핵심인 민주주의의 가치에 역행하는 일이다.
○ 우리는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갈 주민으로서 우리 지역의 현안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비록 지자체장과 군의회라는 대의기관을 두고 있지만 그들이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요 사안에 대해 주민 스스로 전체 의사를 묻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 4월 군의회 원전특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주민투표에 대한 요구는 65.7%로서 핵발전소 반대 의견보다도 높게 나왔다. 찬성하는 주민 중에도 핵발전소 유치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며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주민투표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지역을 사랑하고 아끼는 군민들의 마음과 뜻을 모아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의향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다. 이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로서 마땅히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 그런데 정부는 이런 지역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오히려 핵발전소 건설 계획 발표를 서두르고 있다. 그로써 주민투표에 대한 시도를 무산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나아가 사업자인 한수원은 사업이 확정되기 훨씬 전부터 영덕읍내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주민들을 고용하여 지역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요양원 봉사나 의료봉사 등으로 마치 우리 주민을 위하는 업체인 양 거짓 선전을 하고 있다. 정말 영덕 주민을 위해 봉사할 마음이 있다면 주민 전체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 실시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또한 6월 18일로 예정된 공청회는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공청회 장소와 시간이 건설 예정지와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지역 주민이 참여하기가 아주 어려운 시간에 배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청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만 들여보내겠다는 심산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는 공청회가 결국 요식적인 절차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심사숙고하여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물며 국민 다수가 염려하는 핵발전이라면 더욱 심도 있고 많은 이가 참여하는 논의과정을 거쳐야만 국가 정책 수행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영덕 주민은 정부 정책에 대해 적극 지지하여 왔다. 그러한 지역주민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정부는 중요 정책에 대해 주민 스스로가 합의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협조하고 그 결정 또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에 영덕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이희진 영덕군수는 소통위원회를 통해 영덕군민의 뜻에 따라 핵발전소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선거공약을 이행하라.
– 또한, 편파적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주민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방적인 밀실행정을 중단하고 주민들과 대화로 문제에 임할 것이며, 일개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야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무엇보다 현재 영덕주민들이 주민투표로 영덕의 미래를 결정하고자 하니, 정부의 추진일정을 전
면 중단하고 영덕주민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 한국수력원자력은 돈으로 주민들의 환심을 사고 마을을 대표하는 이장들을 찾아다니는 미개하고 반민주적인 사업행태를 중단하고. 주민들의 민주적인 의사수렴의 과정을 존중하며 일체의 사전 사업추진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2015년 6월 8일
영덕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회 위원 일동
추진위원(가나다순) : 강정호(강구애향청년회 회장), 고기봉(한국농업경영인영덕군연합회 회장), 권오중(거점마을 전 위원장), 권태용(영해 주민), 김경진 교무(원불교 영덕교당), 김병만(경북의원 원장), 김원호 신부(천주교 강구성당), 김은광(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감사), 김진기(영근회 회장), 김천수(농촌지도자영덕군연합회 회장), 남순연(영해주민), 박은희(한국여성농업경영인영덕군연합회 회장), 박형식(청지회 회장), 백운해 목사(영해 침례교회), 서춘희(강구 주민), 손성문 신부(천주교 영해성당), 영만 스님(장육사), 유성구(강구초등학교 동창회 부회장), 이상원(병곡농협 전 조합장), 이안국(고향신문 대표), 이영호(전교조 영덕지회장), 이태건(영덕대게상가연합회 회장), 전봉학(남정석산대책위원회 위원장), 최영식(군의회 전 의장), 최영주(영덕정치망협회 회장), 함수광(영근회), 함원식 신부(천주교 영덕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