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찾은 고향집 주변에 작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먼 친척 몇 명이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리곤 언제나 ㄸ거운 물이 나오는 욕실과 꺠끗한 화장실 등에 대한 자랑이 마르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모습이 변했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언제부터 서양식으로 살았다고 저리 호들갑들이야 그래도 땅 밟으면서 사는 우리 초가집이 최고여~"라며
아파트를 탐닉치 않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렇다.
80여 가구 아파트를 두고 明과 暗이 분명하다.
세상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함께 존재한다.
밝은 것만 있는 일은 절대 없다.
반대로 어두운 면만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과연 명과 암 중 어떤 것이 우리 삶에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칠지 판단해야 한다.
명이 많다면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암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은 필수다.
우여곡절 끝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제2롯데월드타워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마크로서 엄청난 경제력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롯데월드몰 오픈 후 연간 매출 유발 효과 2조6000억원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 7800억원을 더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3조 4000억원으로 분석했다.
2016년 롯데월드타워까지 완공돼면 앞으로 생산 유발 효과 및
경제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7조여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로 건물 하나의 가치가 엄청나다.
화려한 실내 장식과 수많은 명품업체 등으로 벌써 유커들이 몰려오고 있다.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제2롯데월드타워의 긍정적 효과다.
하지만 암도 존재한다.
때문에 각종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송파구 학부모 모임 등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의 학교도로까지
백화점 통로로 만드는 이런 사회를 규탄한다"며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잠실지역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에 상습정체 구역인 잠실대로가 밀려드는 쇼핑객들로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롯데 측은 교통대책으로 올림픽도로 하부 미연결구간 지하화와 탄천 동측도로 확장,
송파대로 지하 버스환승센터 설치 등을 포함한 '10대 교통개선 대책'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제2롯데월드 주차예약제를 실시한다는 것 이외에는 없다.
동물보호단체는 롯데우러드 아쿠아리움에 벨루가(흰고래)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벨루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근접종(Near Threatened) 이기 떄문이다.
안전문제도 100% 면죄부를 얻지 못했다.
내년 3월에나 석촌호수 수위 저하에 대한 정밀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 막대기 경제적 이득도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189억원에 산 지금의 롯데월드 부지가 현시세로 2조 7000억원이다.
실제 가치는 1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롯데그룹은 귀를 더욱 크게 열어야 한다.
그동안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각종 사고의 무대응 등 시민의 우려에 귀를 막고 있었다는 비판이 컸다.
'우리는 잘못이 없는데, 우리 건물은 안전한데...여러가지 트집을 잡는다'는 식이었다.
이제 명을 설명하기보다 암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시민의 우려와 불신을 어떻게 씻을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준규 사회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