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판 소화관내시경 세척 및 소독의 길잡이 내시경 전세척 및 세척 04 Chapter 박진명(강원대학교병원) 서론 내시경 시술 중 초래되는 대부분의 감염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정 한 지침을 따르지 않는 불충분한 세척과 소독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 다.1 Spaulding 등이 제시한 감염 정도에 따른 소독 수준의 분류에 의하면, 내시경은 중간 정도의 감염위험성(semicritical, 점막에 닿지만 점막을 뚫 지 않는 기구)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므로 높은 수준의 소독(모든 미생물과 일부 세균의 아포를 사멸)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2 내시경 재처리 (endoscope reprocessing)는 전세척(precleaning), 세척(cleaning), 소독 (disinfection), 헹굼(rinsing), 건조(drying), 보관(storage)의 여섯 과정으로 이루어진다.3,4 여섯 단계의 과정 중 소독 과정은 손 소독(수동 세척법)을 시 행할 수 있으며 자동세척소독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장에서는 내시경 감염 예방을 위한 전세척 및 세척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1 전세척 내시경 재처리 과정 중 첫 단계로, 내시경 검사 직후 가능한 빨리 침상 옆 에서 세정액이나 멸균 증류수를 묻힌 일회용 천이나 거즈로 내시경 표면 의 이물질을 제거한다(그림 1). 내시경 선단을 세정액에 담그고 세정액을 15초 정도 흡인한 후 공기 중에서 10초간 흡인한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 여 내시경 채널 내 남아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한다(그림 2). 세정액, 멸균 증류수 등을 넣어 흡입만 하는 것보다는 세정액과 공기를 교대로 흡입하 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채널 내의 오염물질을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내시경 내관에 부착되어 있는 균막(biofilm)은 소독효과를 저하시키기 때 문에 겸자공 내의 오염물질이 말라붙기 전에 겸자공을 통해 물을 흘려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검사 직후 시행하지 않으면 좁은 채널 내에 체 액과 혈액 등의 오염물질이 응고하여 그 후의 소독 과정으로도 완전히 제 거할 수 없게 된다.2 마지막으로 공기를 빨아들인 후에 내시경을 본체에서 분리한다(그림 3). 오염된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운반 상자에 내시경을 넣어 검사실과 분리된 세척실로 옮긴다(그림 4). 운 반 상자는 내시경 선단부가 꼬여 손상이 유발되지 않도록 충분히 큰 것이 좋고, 세척실까지의 거리가 멀 경우 덮개로 덮어 운반한다.2 세척하는 공 간은 내시경 시술하는 공간과 분리되어 있고, 별도의 세척 장비가 있는 공 간이 바람직하다. 세척공간은 소독액을 취급하는 곳이므로 독성물질에 노 출되지 않도록 환기 시설이 필요하다. 내시경 세척과 소독을 위한 지역도 그 안에서 오염구역과 청결구역으로 구분하여 청결구역이 오염되지 않도 록 하여야 한다. 즉 오염된 내시경과 재처리된 내시경이 같은 구역에 있지 않도록 공간을 배치한다. 2 세척 내시경에 부착하는 흡인 밸브, 송기·송수 밸브와 겸자공 고무마개 등 분리 가능한 부품들을 모두 제거한 후 세척과정을 거치기 전에 누수검사를 시 행한다(그림 5). 누수 점검은 내시경의 외부와 내부의 파손 유무를 검사하 는 것으로 내시경을 세척액에 담그기 전에 제조사의 권장사항에 따라 시 행한다. 내시경 내부에 습기가 차면 고장의 원인이 되므로 누수 점검을 통 하여 방수기능이 유지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누수 점검은 내시경 세척기 본체에 연결하거나 누수 테스트 장비를 이용한다. 내시경 전체를 물이 담 긴 용기에 넣고 30초간 관찰한다. 이때 선단부나 흡인 밸브·겸자공으로 부터 연속적으로 기포가 나오는지 주의 깊게 관찰한다. 기포가 연속적으 로 관찰되면 누수가 발생한 것이므로 세척을 시행하지 말고 바로 수리를 맡긴다. 누수 점검은 매 소독 시마다 시행하며 이상이 없으면 세척을 진행 한다. 만약 누수가 있는 상태에서 세척하게 되면 기기의 손상이 더욱 커지 므로 누수가 되지 않는 것을 반드시 확인하고 세척 단계로 넘어간다. 파손 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내시경을 세척액에 담그고 깨끗한 천이나 스펀지 로 내시경의 겉을 닦는다. 내시경 채널에 맞는 솔을 이용하여 채널과 겸자 공 내부의 오염물질을 완전히 제거한다. 흡인 밸브가 설치된 구멍에서 내 시경 선단 방향과 유니버설 코드 방향 및 겸자공 입구로부터 내시경 선단 방향(총 3방향)으로 채널에 솔을 삽입하여 채널 내를 충분히 솔질한다(그 림 6).5 솔질 중 더이상 오염물질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 다. 이 과정은 내시경에 있는 병원체의 99.9-99.999%를 감소시키므로 매 우 중요하며, 채널 내에 오염물질이 남아 있으면 소독액의 살균효과를 감 소시키기 때문에 철저히 시행한다. 솔질 후에 세척액을 겸자공과 채널 내 에 흘려 넣어 남아 있는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이상적인 세척액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여러 화학 염기로 이루어진 오염물질에 효과적으로 침투 하여 오염 물질이 잘 떨어질 수 있도록 작용하고7 기계에 손상을 주지 않 아야 한다.5 세척액은 하나의 내시경을 세척할 때마다 새것을 사용하며, 한 번 사용하고 난 후에는 폐기한다. 솔이나 천, 스펀지는 가능한 일회용 을 권장하지만, 재사용 시에는 반드시 소독이나 멸균된 깨끗한 것을 사용 한다. 겸자공 및 내시경과 분리된 부품들은 모두 솔을 이용하여 세척한다 (그림 7). 솔세척이 어려운 부위가 있는 견고한 부속기구는 세척액 속에 넣 고, 초음파 세척기를 이용하여 추가 세척한다(그림 8). 솔질 후에 깨끗한 물 을 이용하여 남아 있는 세척액을 모든 부위에서 완전히 씻어낸다(자동 세 척소독기를 이용한 내시경소독의 경우에도 이 과정까지 손세척을 시행해 야 한다). 남아 있는 물기로 인한 소독액의 희석을 막기 위해 내시경의 겉 을 마른 천으로 물기를 닦아내며, 모든 채널에 압축된 공기를 강하게 불어 넣어 물기를 없앤다. 3 십이지장경(겸자 올림장치가 있는 내시경) 최근 몇 년간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 등 미국 여러 주에서 췌담도 질환 에 대해 십이지장경을 이용한 내시경 시술 후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carbe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감염 전파사고가 발생하였 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감염 전파는 주로 겸자 올림장 치(elevator)와 겸자 올림 와이어 채널(elevator wire channel) 같은 십이 지장경의 특수한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십이지장경의 선단부에 있 는 겸자 올림장치와 미세한 틈새들을 철저히 세척하고 솔질하지 않을 경 우 체액 또는 유기 물질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8 따라서, 십이지장 경과 선형 주사방식의 초음파내시경(linear echoendoscope) 등 선단부에 겸자 올림장치(elevator)가 있는 내시경의 경우에는 겸자 올림장치 부위를 꼼꼼하게 세척하고 겸자 올림장치를 올리고 내리면서 양쪽 부위를 이물 질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솔질해야 한다.3,9 특히, 겸자 올림장치와 와이 어 채널은 자동 세척소독기를 사용하더라도 세척이 어려운 부분이므로 각 십이지장경의 제조사 지침에 따라 세척액, 물, 공기를 여러 차례 주입하여 철저히 손세척을 시행하여야 한다.2,10,11 2016년 개정된 미국의 다기관 가 이드라인에서도 다섯 번째 권고사항으로 겸자 올림장치가 있는 내시경에 서 손세척을 더욱 강조하고 있으며,12 이는 2015년 미국 FDA에서 발표된 지침과 동일하다.1 아울러 미국의 다기관 가이드라인에서는 스물 네 번째 권고사항으로 십이지장경에 대한 추가적인 재처리 지침을 소개하고 있는데, 시술 후 재 처리 시에 매번 또는 간헐적인 미생물 배양을 통한 감시, 산화에틸렌(ethylene oxide, EO)가스에 의한 멸균, 반복적인 고수준의 소독, 또는 액체화 학 멸균제 사용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가능하다면 endcap과 같은 일회 용 부품이 포함된 십이지장경 사용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12 우리나라의 다학제-다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십이지장경에 대해서는 최소 연 2회 이상 균배양 검사를 시행하고 필요 시 추가 검사를 시행하여 그 결과를 기록으로 보관하는 것을 권장한다.3 대한췌장담도학회 권고안 에서는 겸자 올림장치가 있는 내시경을 사용한 후 내시경 일련번호를 결 과지에 기록하여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하였다.9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감염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할 수 있어 십이지장경의 재처리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며 국가 별 그리고 기관별 특성과 현실을 고려한 최선의 방법이 선택되어야 한다. 2020년 ASGE에서 소화기내시경과 관련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이상적 인 방법으로 적절한 임상 환경에서 일회용 내시경 사용도 고려할 것을 제 시하고 있어 향후 겸자 올림장치가 있는 내시경의 경우 적용해 볼 수 있겠 다.15 결론 내시경 재처리 과정 중 전세척 및 세척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과정 으로 대부분의 세균과 오염원이 제거된다. 자동 세척소독기에 의존하여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전세척 및 세척 과정을 소홀히 한다면 내시경 을 통한 감염의 위험성은 높아질 것이다. 자동 세척소독기를 사용하더라 도 전세척 및 세척 과정은 대체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므로 철저히 시행하여 내시경 소독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