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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16
S#1. 도현의 집 외경 (아침)
그 위로, 울리는 자명종 소리.
S#2. 몽타주 (도현과 리진의 여행 준비하는 모습을 교차로 편집)
화면이 분할이 되고, 동시에 자명종을 끄는 도현과 리진의 손.
발딱 일어나 커튼을 젖히는 리진.
동시에 블라인드를 걷는 도현.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눈이 부셔 손으로 가리는 리진 설렘으로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결연한 표정으로 보다가 연습하듯 웃어보는 도현.
자연스럽지 않다. 다시 웃어보는 도현. 좀 자연스럽다.
시계를 보더니 화면에서 사라지는 도현과 리진.
잠시 후 화면에 먼저 나타나는 도현 젖은 머리를 타월로 털어내다가 어디론가 사라지면,
젖은 머리를 타월로 감싸고 들어오는 리진, 퍼뜩 생각이 난 듯 옷장에서 옷들을 꺼내 침대에 늘어놓는다.
드레스룸에서 옷을 고르는 도현, 착착착 옷을 넘기며 마땅한 옷을 찾느라 고심하는데.
거울 앞에 서서 이것저것 옷들을 몸에 대보는 리진인데, 선택이 쉽지 않아 고심하는 표정이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른 도현, 미소를 짓고,
동시에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른 리진의 흡족한 미소에서.
S#3. 도현의 집 / 리진의 방 (아침)
화장대 앞에 앉아 립스틱으로 화장을 마무리하는 리진. 헤어에센스로 머리를 정돈하고.
거울을 보더니 마음에 드는지 방에서 나가려다가 멈칫, 휴대폰을 꺼내더니 셀카를 찍는다. 환한 미소로.
이내 동영상모드로 바꾸는 리진. (*이 사진과 동영상은 나중에 도현에게 전달됩니다)
리진 : (언젠가 리온에게 들었던 세기모드로) 보고 있나 차도현? 듣고 있나 차도현?
S#4. 도현의 집 / 드레스룸 (아침)
무릎 담요를 챙겨 넣은 다음 배낭을 닫는 도현.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친 도현, 배낭을 메고 나가려다가 멈칫,
옷장 구석에 놓인 열려져 있는 상자에 시선이 간다. (*15부 41씬에서 리진이 봤던)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는 도현. 맨 위에 놓여있는 장난감기차를 꺼내본다.
울컥하는 도현의 표정. 그 위로 떠오르는,
(F.C) 레일 위를 도는 장난감 기차를 바라보며 마주 앉아있던 어린 도현과 어린 리진.
레일 위를 달리는 장난감 기차에서, (OL)
S#5.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 (낮) -> (위치변경, 11씬에서 이동)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널을 빠져나오는 기차.
S#6. 눈꽃열차 / 객실 (낮) -> (위치변경, 12씬에서 이동)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좋아하는 리진.
리진 : (갑자기 뒤를 돌면) 근데 차도현씨,
도현 : (노트에 뭔가를 적다가 후다닥 접는다)
리진 : 근데... 아까부터 뭘 그렇게 적어요?
도현 :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리진 : 아무것도 아니긴.... (검지로 반대편 창문을 가리키며, 놀라는 표정) 아, 저건 뭐래? 고라니야? 사슴이야?
도현 : (정신을 팔리면) 어디...말입니까?
리진 : (그새 도현의 노트를 접수해서, 보고 있는 중) 이게 다 뭐예요? 혈액형, 별자리, 취미, 좌우명, 좋아하는 꽃, 좋아하는 색깔....
아니, 누구 신상 털어요?
도현 : 그게 아니고.... 그랬잖습니까? 오리진씨랑 여행을 하면 대따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두서없이 이것저것 질문을 하면 나도 두서없이 대답을 듣게 되겠죠. 그래서 준비한 겁니다. 간단하게.
리진 : (어이가 없고) 헐. 간단한 게 쉰여섯 가지면, 복잡했으면 진짜 볼 만 했겠네. (노트를 몇 장 넘기면) 이거 또 뭐예요?
도현 : (보더니) 정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적어본 겁니다. 오늘 하루 일정.
리진 : (빤히 보며) 차군 혹시 이번이 첫 여행? 맞죠?
도현 : .....
리진 : 아무리 그래도 30분 단위로 쪼개서 일정을 짜는 여행이 어딨어요? 이게 무슨 자유 여행이야? 중학생 수련회구만.
도현 : (노트를 빼앗으려고 하며) 이리 주십시오.
리진 : (몸을 뒤로 빼서 노트를 지키고) 씁! 가만 좀 있어보지. 이왕 걸린 거 이제 와서 뭘 빼셔. (노트 보다가) 어, 이건 재밌겠네!
컷 튀면> 제로게임을 하고 있는 도현과 리진.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만 치켜 올린 채로 신경전이 치열하다.
도현이 하나를 외치지만, 리진이 엄지 두 개 모두 드는 바람에 실패로 끝이 난다.
리진 : 내가 보다보다 기차 안에서 할 게임까지 노트에 적어오는 사람은 차군이 첨이에요. 게임을 이렇게 못하는 사람도 첨보고.
(하다가 불시에 엄지 하나를 올리며, 큰소리로) 두울∼
도현 : (엉겁결에 엄지 하나를 올리고, 낭패다)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이건 무효에요, 무효!
리진 : (예전에 번데기판 앞에서 무효를 부르짖던 세기가 떠올라 웃고)
도현 : 왜 웃습니까, 사람 때리는 게 그렇게 재밌습니까?? 오리진씨는.
리진 : 누가 생각나서 웃었어요. 앙탈 그만 부리고 어여 내놔요, 팔.
도현 : (팔을 앞으로 내밀면)
리진 : (팔뚝까지 훅 깐다, 도현의 팔뚝 이미 많이 맞아서 벌건 자국이 나있다) 하나... 두울... (인정사정없이 손목을 내리친다) 셋!
도현 : 아아아아아악----! (비명 지르고)
리진 : 우하하하하하하! (웃고는, 일어나며) 아, 배고파. 밥 먹으러가요.
도현 : (입을 삐죽거리며 따라가는데서)
S#7. 눈꽃열차 / 식당 칸 (낮) -> (위치변경, 13씬에서 이동)
엉망진창이 된 김밥이 탁자에 펼쳐져 있고 리진 대략 난감한 표정이다.
그런 리진이 귀여워서 자꾸 웃게 되는 도현.
리진 : (고개 숙인 채로) 그렇게 대놓고 웃지 말죠. 무안해서 죽겠는데.
도현 : (웃음 참으며) 웃긴요... 웃지 않습니다.
리진 : (버럭) 웃지 말라니깐욧!
도현 : (얼른 웃음기 감추고 젓가락을 집어 들어 김밥을 입에 넣는다)
리진 : 어때요? 맛이?
도현 : (입안에 김밥이 가득, 기다리라는 손짓하다가 양손 엄지를 확 치켜 올린다)
리진 : (그제야 얼굴이 펴지며) 아침까지만 해도 비주얼이 이거보단 괜찮았거든. (핑계가 늘어지며) 울 엄마를 닮았으면
음식을 대따 잘 했을텐데... 팔방미인인 내가 안 되는 게 두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요리거든요.
도현 : 그럼 나머지 하나는 뭡니까?
리진 : 산수.
도현 : 산수면.... 수학 말입니까?
리진 : 에헤, 당근 수학은 잘하지, 내가. 근데 산수가 안 돼. 그래서 쌍리에서 카운터를 못 맡잖아,
내가 맡은 날엔 어김없이 꼭 오류가 나거든요.
도현 : (편안하게 미소 지으며 리진의 말을 듣고 있다)
리진 : 그게요... 알고 보면 순전히 우리 아빠 닮아서 그래요. 워낙 계산이 안 되시는 분이거든요.
도현 : 어머니를 안 닮아서 요리는 못하고, 아버지를 닮아서 산수는 못한다.
그럼 이제 오리온씨만 남았네요. 둘은 어떤 점이 닮았습니까?
리진 : 음.... 글쎄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거... 음... 남 부탁 거절 잘 못하는 거.... 아, 맞다. 지하실 무서워하는 것두.
도현 : (살짝 표 안 나게 굳다가 애써 웃고)
리진 : 우리 가족이 좀 골 때리죠?
도현 : 아뇨. 보기 좋았습니다. 많이 부러웠습니다. (애써 웃고)
리진 : 근데 차군 오늘따라 좀 이상한 거 알아요?
도현 : ....내가요?
리진 : 왜 자꾸 웃어요. 실실 허파에 바람 들어간 사람처럼.
도현 : (잠깐 멈칫) 그거야.... 오리진씨가 날 웃게 만드니까.
리진 : 네? 그거 보통 여자들이 하는 대사 아닌가?
도현 : 그러게요. 그래서 오늘 하루만은 내가 오리진씨를 웃게 만들어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준비가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리진 : 부족하긴요... 몰라 그렇지 내가 차군 때문에 얼마나 많이 웃는데요.
도현 :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
리진 : 진짜라니까, 봐요, 지금도 웃고 있잖아요. (활짝 웃어 보이고)
도현 : (리진의 웃는 모습에 마음이 또 한 번 쓰리고)
서태임 : (E, 예민하게) 아이를 찾아?
S#8.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낮) -> (위치변경, 6씬에서 이동/수정)
책상 앞에 앉아있는 서태임.
서태임 앞에 서서 보고를 하고 있는 남비서.
남비서 : 비상라인을 움직여 아이 한 명을 찾는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서태임 : (민감하게 보면) !!!!!
남비서 :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기 주주총회를 겨냥한 차영표 사장 쪽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회장님.
서태임 : (예민하게) 그거야 어디 하루 이틀 일이야? 새삼스럽게 유난이야.
남비서 : 그게.... 간단히 넘기실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서태임 : (보면)
남비서 : 오랫동안 회장님과 뜻을 같이 해온 이사들 몇이 지난주에 차영표 사장과 비밀리에 회합을 가졌습니다.
S#9. 신화란의 저택 / 거실 (낮) -> (위치변경, 7씬에서 이동)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발을 까닥거리고 있는 신화란,
신화란 : ....(시선은 서재 쪽에 둔 채, 손에 든 커피 잔을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시며)
내가 던진 떡밥이 우리 어머님 입맛에 맞으시려나..... (다시 한 모금 마시며 의미심장한 미소 짓는데서)
S#10. 서태임의 저택 / 서재 앞 + 안 (낮) -> (위치변경, 8씬에서)
남비서 : 차도현 부사장 해임이 회장님께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눈치 살피며) 외람된 말씀이지만 다시 불러들이시는 것이...
서태임 : (OL) 누굴 가르치는 거야 지금.
남비서 : 죄송합니다.
서태임 : 보고 끝났거든 그만 가봐.
남비서 : 네, 회장님. (목례하고 뒤돌아 나오는데, 어느새 문 앞에 서있는 신화란을 보고 놀라) 사모,
신화란 : (문 앞에 서서, 검지를 입에 대고 눈 찡끗하며 쉿!)
남비서 : (신화란에게 목례를 하고 가면)
신화란 : (비식 웃는 얼굴로 책상으로 다가오고)
서태임 : (골치가 아픈 듯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눈을 감고 있는데)
신화란 : (짐짓 염려하는) 우리 어머님 이러다 쓰러지시겠네. 아줌마 시켜서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 올릴까요?
서태임 : (눈 감은 채 못마땅한) ......
신화란 : 그러게 제가 뭐래요? 어머님 성에 차시든 아니든 남 보기엔 우리 도현이가 어머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든 자리는 표 안 나도 난 자리는 표가 나게 돼있다 그랬잖아요. 주총도 얼마 안 남은 판국에 혼자 고립무원이 되셨으니
얼마나 막막하실까.
서태임 : (노여운) 이제는 하다하다 남의 말 엿듣는 취미까지 들린 거야?
신화란 : 뚫린 귀로 흥미진진한 소리 절로 들어오는데 애써 막을 필욘 없잖아요.
서태임 : (쏘아보면)
신화란 : 어머님 비서를 탓하세요. 꼬리가 만리장성인지 문이 덜 닫혔더라구요.
서태임 : (한 손은 골치에 대고 한손은 나가라 손짓하며) 정신 사나워. 나가.
신화란 : (짐짓) 어우, 골치가 많이 아프세요? 하긴 어머님이니까 이나마 버티시지. 나 같았으면 진즉에 쓰러졌네.
서태임 : 이죽거리지 말고 차라리 쓰러지라고 고사를 지내. 그래봐야 니 아들 회사로 불러들이는 일 없을 테니 그리 알고.
신화란 : 아우, 아니에요, 어머님. 옛말에 누울 자릴 보고 다릴 뻗으랬다고, 이제는 어머님이 부르셔도 도현이 제가 막아요.
다 기울어가는 기와집 처마 밑으로 아들을 몰수야 있나요, 어디.
서태임 : (거슬려 보며) 다 기울어가?
신화란 : (생긋) 말이 그렇다구요. (하다가 퍼뜩) 어머, 약속 시간에 늦겠네. 그럼 저 외출해요, 어머님. (나가면)
서태임 : (대체 무슨 꿍꿍이지? 신화란을 보는 데서)
S#11. 레스토랑 별실 (낮) -> (위치변경, 9씬에서 이동)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는 신화란.
신화란 : (찡그린 얼굴로 포크와 나이프 툭 던지고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이 집 못 쓰겠네. 손님 좀 든다 이거지?
차영표 : (E) 절 보자 하신 이유를 말씀하시죠 이제.
신화란, 여우같은 미소로 보면.
보면, 맞은편에 앉아있는 차영표!
신화란 : 어디 한 번 맞춰보세요. 제가 보자고 한 이유가 뭘까요, 서방님?
차영표 : (여유로운 미소로) 글쎄요...
신화란 : 머리도 좋으신 분이 왜 나쁜 척을 하실까?
차영표 : 혹시 도현이 장래 문제라면...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밑에서 빈집 지키는 개 노릇이나 하기엔 아까운 아이가 아닙니까.
내가 그 아이를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신화란 : (귀가 쫑긋) 맡겨라...? 대체 어떤 식으로 책임지실 건데요?
차영표 : 그 아이 능력 닿는 만큼 크도록 놔두면 되겠습니까?
신화란 : (미간 찌푸리고) 그딴 식으로 뜨뜻미지근하게 나오시면 곤란하죠.
자동차랑 백화점, 일단 고거 두 개는 우리 도현이 앞으로 챙겨주세요.
차영표 : (역시 통 큰 여자, 등을 기대앉으며 웃다가 정색하고) 그럼 나에게 어떤 패를 쥐어주시겠습니까?
신화란 : 우선, 제가 건 딜에 답부터 들어야겠는데요.
뭔가 큰 패를 내놓을 것 같은 신화란의 표정.
그런 신화란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차영표에서.
S#12. 다른 레스토랑 / 별실 (낮) -> (새로운 씬, 추가)
윤자경을 중심으로 좌우로 둘러앉은 사모 셋 정도.
테이블 위에는 와인에 걸 맞는 안주로 세팅이 돼있다.
사모1 : 주주들이며 이사들 전부 차사장님 라인에 서려고 명절 내내 그 댁 앞이 문전성시였다면서요? 이번엔 틀림없어요.
윤자경 : (품위 있게 와인 한 모금 넘기고) 언젠 그런 말이 없었구, 어디.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잖아. 두고 봐야지.
사모1 : (설레발) 아뇨, 제가 장담해요. 우리 애들 아빠 정확한 사람인 거 잘 아시죠?
그이 말로도 이변이 없는 한 승진그룹 차기 회장은 차영표 사장님 되실 거라 그래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던데요.
호호 내 정신 좀 봐. 사모님 미리 축하주 올릴게요. (와인 병을 들어 윤자경 앞에 놓인 와인 잔에 와인 따라주면)
윤자경 : (우아하게 와인 잔에 살짝 손을 댄 채 짐짓 나무라는 어투로) 어우, 어지러워. 너무 띄운다.
사모2 : (고깝게 보다가) 근데 혹시 소문 들으셨어요?
사모1 : 소문요?
사모2 : 정확한 게 아니라 조심스럽긴 한데... 나중에 듣구 기함하실까봐 말씀 올릴게요. 충정으루다가.
윤자경 : 뭔데 그렇게 분위길 조성해. 대체 어디서 무슨 소릴 들었길래?
사모2 : 호사다마라고... 남의 집 좋은 일 고운 눈으로 그냥 안 보잖아요, 왜. 이해되시죠, 사모님?
윤자경 : 슬슬 짜증날라 그런다. 그냥 말해, 괜찮아. (와인 잔을 드는데)
사모2 : 차기준 사장 파혼설요, 여기 나오다 헤어샵에서 들었어요. 누가 봤는데 한 채연양 손에 반지가 없더라나 뭐라나.
아니죠, 설마?
윤자경 : (와인 잔 든 손이 떨리고 들킬세라 얼른 내려놓으며 짐짓 웃음) 난 또 뭐라구. 들었어, 나도.
근데 그러려니.. 그래. 이 동네 소문 중에 태반이 헛소문인 거 알잖아들.
사모2 : 그렇죠? 난 또, 얼마나 놀랬는지...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사모1 : 살다보니까,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가끔 나더라구요. 안 그래요?
일동 : (호호호... 아줌마 떼창으로 웃고)
윤자경 : (짐짓 웃는 얼굴 쥐가 난 듯 어색한 데서)
S#13. 채연의 집 / 침실 (낮) -> (새로운 씬, 추가)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약을 입에 털어 넣는 채연.
그런 채연이 안타까우면서도 미워죽겠는 백진숙이고.
백진숙 : (채연이 내미는 물 컵을 받아들며)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으면 깨춤이라도 춰야지, 왜 못나게 드러눠?
기껏 엄마 불러다놓고 이거 보여줄라 그랬어?
채연 : (면목 없는) 미안해 엄마.....
백진숙 : (그런 딸을 보니 한숨이 나오는데)
그때, 띵똥! 울리는 현관벨.
백진숙과 채연, 현관 쪽을 보는 데서.
S#14. 채연의 집 / 거실 (낮) -> (새로운 씬, 추가)
소파에 마주 앉아있는 채연과 기준.
채연 : 그 성질에 오래 참았네. 그날 바로 쳐들어올 줄 알았는데,
기준 : (OL) 갖고 싶은 사람 생겼으면, 가져.
채연 : .....
기준 : (피식) 내가 널 몰라? 어차피 너랑 나, 동종이야.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못 참지. 그렇게 키워지지 않았으니까.
(잠시 보다가) 인정해. 니 파혼 선언 첨에는 멍했고, 한 채연 나쁜 기집애 욕도 세 번쯤 한 거 같고.
아, 술독에 빠지는 거까진 못했네, 내가. 그리고 오늘 아침 결정했어. 니 결심 받아들이기로.
채연 : (본다)
기준 : 자기 양심까지 팔아가면서 나한테서 떠나겠다는 여자, 잡을 생각도 이유도 없어. 차기준 답게, 쿨하게, 보내준다. 대신,
채연 : 대신 뭔데.
기준 : 조건이 있어. (주머니에서 약혼반지 케이스를 꺼내 채연에게 밀어주며) 주주총회 끝날 때까지.... 이 약혼은 유효해.
채연 : !!
기준 : 못 알아들어? 주총 때까지는 한채연은 차기준의 피앙세라고.
채연 : (지친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
기준 : 여기까지가 내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야. 더 이상 타협점은 없어. (단호하게 겉옷 들고 나가면)
채연 : (다시 돌아온 반지 케이스를 멍하니 보는 데서)
기준 : (가다가 멈칫, 서늘하게) 니가 차도현이랑 무슨 짓을 하든, 사람들 눈에 들키지 마. 그건 용납 못 해. (가고)
S#15. 눈꽃열차 / 전망 칸 (낮) -> (14씬에서 이동)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달리는 기차 뒤로 펼쳐지는 겨울 끝자락의 풍광을 바라보며 서있는 도현과 리진.
리진 : 어릴 때요오...
도현 : 뭐라구요?
리진 : (더 크게) 최근에 떠오른 건데... 어릴 때 어떤 아이랑 레일 위를 달리는 장난감 기차를 갖고 놀았던 기억이 났어요.
도현 : (자신도 알고 있는 기억이다, 살짝 굳고) ....!!
리진 : 걔랑 약속을 했었어요. 나중에 커서 둘 다 멋진 어른이 되면 기차를 타고 멀리 멀리 여행을 가자고. 꼭 가자고.
도현 : .....!!!!
리진 : 리온이한테 이 얘길 하면 물론 자기라고 하겠지만, 이젠 안 속아요. 알거든요. 그 아이가 리온이가 아니라는 걸.
도현 : ....!!
리진 : (도현을 정시하며) 혹시 그 아이가 차군, (하는 순간 리진의 모자가 바람에 날린다)
도현 : (재빨리 손을 내밀면 손끝에 걸리고, 웃으며) 나이스 캐치!
리진 : (도현의 미소를 보고 더는 말 못하고 미소만)
S#16. 쌍리 / 리온의 방 (낮)
노트북을 펴는 리온. 잠시 빈 화면을 바라보다가.... 자판을 치기 시작한다. 그 위로,
도현 : (E) 지하실의 아이를 읽어봤습니다.
S#17. 플래시백 (15부 60씬에서 이어지는)
도현 :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리온 : ! (본다) 알고....계십니까?
도현 : ......
리온 : 혹시....기억을 찾으신 겁니까?
도현 : (대답 않고, 담담히)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는, 매일 밤 열 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합니다. 저택의 지하실에서.
리온 : 그 지하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까?
도현 : 절대 세상밖에 알려져선 안 되는 여자아이가 갇혀 있는 곳이 바로... 지하실이었으니까.
리온 : ......! 여자아이는 왜 세상 밖에 알려지면 안 되었던 겁니까?
도현 : 그건...아직 저도 모릅니다. 이제부터 알아낼 생각이구요.
리온 : 두 아이에게 지하실은 만남의 장소이자, 놀이의 공간이었다는 건데, 왜 기억하기조차 두려운 공포의 장소가 된 거죠?
도현 :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해드리려는 겁니다. 21년 전, 그 저택의 지하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S#18. 쌍리 / 리온의 방 (낮)
자판을 치던 손을 멈추는 리온. 잠시 있다가..... 문득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한다.
노트북을 닫아 배낭에 챙겨놓고는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리온.
S#19. 도로 + 달리는 리온의 차 안 (낮)
도로를 달리고 있는 리온의 차. 무거운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리온. 그 위로,
도현 : (E) 매일 밤 열 시에 만나기로 한 두 아이의 약속은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면....남자아이가 무언가를 잘못하거나,
지하실에 드나드는 걸 아버지에게 들키게 되면.... 여자아이가 대신 매를 맞았거든요.
리온 : ......(두 눈을 깍 감았다가 뜨고)
S#20. 폐교 / 운동장 (낮)
-도현과 리진이 폐교 운동장을 함께 달리고 있다. 백 미터 달리기 경주 중이다.
환하게 웃으며 달리는 두 사람 위로,
도현 : (E) 여자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던 남자아이는, 그 절망과 고통, 무력감의 기억을 모두 봉인해버립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버리게 되죠.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는 두 사람. 리진이 도현에게 물을 튀기면, 도현도 맞서고.
제대로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치는 두 사람의 환한 웃음.
도현 : (E) 그런데....봉인된 기억에 오류가 생깁니다. 여자아이의 끔직한 학대의 기억을....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만 거죠.
-빈 교실. 칠판 앞에 나란히 서서 낙서를 하고 있는 도현과 리진.
도현 : (E) 왜냐면....여자아이 대신 차라리 자신이 학대당하길 바랬으니까. 여자아이가 겪는 고통이 차라리 자신의 것이길,
간절히 원했으니까....
S#21. 플래시백 (15부 60씬에서 이어지는)
도현 : 우습지 않습니까? 차라리 자신이 피해자가 되길 바라다니.
리온 : ......(보다가) 세상사람 그 누구도 자신이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선택하기 쉬운 방관자가 되죠. 눈 한번만 질끈 감으면....적어도 자신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도현 : ......
리온 : 그 수많은 방관자 중에 단 한 명만이라도 눈을 떠준다면, 한 사람의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도현 : ......
리온 : 차도현씨는....여자아이를 방관하지 않았어요. 그리고....또 다른 피해자입니다.
도현 : 오리온씨.
리온 : 네.
도현 : 승진가를 배경으로 했던 그 소설....계속 쓰실 생각 없습니까?
리온 : ! (본다)
도현 : (일어나며) 쓰세요, 소설. 자료는 제가 제공하겠습니다.
리온 : (놀라는) 차도현씨!
도현 : (보며) 대신....꼭...베스트셀러를 만드세요.
리온 : ....!!
S#22. 달리는 리온의 차 안 (낮)
마음 아픈 표정으로 여전히 운전해가는 리온.
리온 : ......(아픈 표정을 감추듯 선글라스를 써버리는데서)
S#23. 폐교 / 교실 (낮)
지금은 마을 사람들의 휴게소로 이용되고 있는 아담한 교실.
중앙에 놓인 난로에 불을 피워놓고 젖은 옷을 말리며 불을 쬐고 있는 도현과 리진.
리진 : (난로에 손을 대고 있다가) 오랜만에 초등학교 교실 오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요. 리온이랑 같은 반이라서
맨날 투닥거리고 서로 헤드락 기술 걸면서 싸우다가 둘이 나란히 나가서 손들고 벌서고 그랬는데....
도현 : 어릴 때도 지금처럼 씩씩했군요?
리진 : (웃으며) 암튼 오빠 덕분에 자라는 동안 온갖 격투기 기술이란 기술은 다 연마했거든. 그게 또 살다보니 꽤 유용하드라구요.
가끔 액팅아웃 상태의 환자나 요나를 제압할 때도 그렇고.
도현 : (고개 홱 돌리며) 요나 얘긴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리진 : 낄낄낄. 어쩜 좋아. 내가 오빠랑 연적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도현 : 그만 하세요.
리진 : (요나 흉내) 오빠아아---! 나 잡아 봐라---!
도현 : 하지마시라구요.
리진 : 낄낄낄.
도현 : (못마땅하게 보다가, 문득 칠판 위에 적힌 낙서에 눈이 가는)
(INS) 칠판 위의 낙서. 떠든 사람 오리진. 더 떠든 사람 차도현.
도현 : .....(보다가) 오리진이라는 이름은....무슨 뜻입니까?
리진 : 아, 영리할리, 보배진...영리한 보배라는 뜻이구요, 리온인 영리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라고 지어주신 이름이래요.
도현 : 영리한 보배라....참 좋은 이름을 주셨네요. 리진씨랑 아주 잘 어울려요. (무심히)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리진 : ......(뭔가 예감에 가만히....도현을 바라보며) ......
S#24. 바다 (낮)
도현과 리진이 모래 사장 위에 와서 선다. 눈앞에 펼쳐진 겨울 바다!
순간, 눈 맞은 똥강아지처럼 ‘우와 바다다!’ 소리치며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리진.
그런 리진을 미소로 바라보는 도현.
환하게 웃으며 파도를 피하는 리진의 모습....
맨발에 바지를 걷어붙이고 막대기로 모래사장 위에 그림을 그리는 리진의 모습.....
그런 리진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리진의 모습을 담는 도현의 울컥하는 표정....
그림을 완성하고는 도현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달려오는 리진.
리진 : 여기서 뭐해요. 바다에 왔으면 발이라도 담궈봐야지.
도현 : .....(보다가, 힘겹게) 오리진씨.
리진 : (OL) 알아요. 무슨 말 하려는지.
도현 : (멈칫, 보면)
리진 : 신군에게만 있고, 차군에겐 없던 기억이...돌아 온 거죠?
도현 : ......!
리진 : 그 기억 속에 내가 있어요?
도현 : ......!
리진 :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기억이 아니에요?
도현 : ......!
리진 : 그래서 내가 옆에 있는 게 많이 힘들어요?
도현 : ......(눈가 붉어지고)
리진 : (역시 눈가 붉어져서) 그래서 지금....이별 하려는 거예요?
도현 : ......(붉어져서 보다가) 오리진씨.
리진 : (제발 아니기를)......
도현 : 그 동안...고마웠습니다.
리진 : (쿵 내려앉는 심장)
도현 : (울컥함을 누르고 담담하게 준비해온 말을 기계적으로 꺼내놓는) 회장님과 어머니께서 나의 병에 대해 알게 되셨습니다.
따라서 더는 가족들에게 비밀로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리진 : (보며)
도현 : (담담하게 위악) 가족들은 내가 회사를 물려받길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라,
승계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나야 합니다.
리진 : (그저 보기만)
도현 : 정리하자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오리진씨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울컥함을 누르며, 애써 담담히) 오늘 부로... 계약을 종료합니다.
리진 : (눈물 확 고이고)
도현 : (애써 담담히) 그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리진 : (애써 웃으며) 위악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네. 역시 갑질은 차군이랑은 안 어울려.
알았어요. 갑이 계약을 해지하자는데 을이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대신, (보며) 먼저 가요.
도현 : ......!
리진 : 내 앞에서 뒷모습 보일 자신 있으면 먼저 가라구.
도현 : (찢어지는 심정으로 본다)......
리진 :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며 보는데) ......
도현 : .....(보다가, 확 뒤 돌아서서 간다)
리진 : .....! (심장이 내려앉는 심정으로 본다)
리진에게 등을 돌리자마자 도현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런 도현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서있는 리진.
S#25. 바다 일각 (낮)
저만치에서 둘의 이별을 지켜보고 있던 리온. 둘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미칠 것 같은데.
리진의 곁에 차마 갈 수 없다. 지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머리가 새하얗게 비어버린 느낌에 그저 보고만 있는 리온.
S#26. 바다 (낮)
리진을 남겨두고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도현.
같은 불안감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리진. 무슨 일인지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그때, 머리 위로 툭 떨어지는 담요.
리진 : (담요를 걷고 올려다보면 거짓말처럼 리온이 서있고) .......?!!
리온 :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어우 춰. 야, 얼른 인나, 어디 가서 따뜻한 것 좀 먹든지 마시든지 좀 하자고.
리진 : (벙찐 표정으로 보고만 있으면)....!!
리온 : (리진의 그런 모습에 울컥 화가 나고) 일어나라고, 얼른. 나까지 얼어 디지겠다고!
리진 : (리온을 잠시 쏘아보다가 벌떡 일어나 모래밭을 나가기 시작한다)
리온 : .........!! (따라가는 데서)
S#27. 바다가 보이는 카페 (또는 횟집) (낮)
리진 앞으로 코코아가 담긴 머그잔을 밀어주는 리온.
리온 : 마셔.
리진 : 이거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야, 아니야?
리온 : 니가 판단해. 내 욕을 하든, 때리든.
리진 : 어떻게 알고 여길 온 거야? 둘이 짰구나? 언제?
리온 : (속이기 힘들다) ....어저께. 병원에서. 너랑 쫑낼 건데 차마 혼자 못 둔다고. 거둬 달라고.
리진 : (피식) 그래? 거둬가라고?
리온 : (기가 막히고) 허, 너 웃어? 웃냐, 지금?
리진 : .........!! (머그잔을 들려고 하는데 무겁다. 손끝에 힘이 하나도 없다 다시 내려놓고, 멍하니 보고 있는데)
리온 : 차라리 욕을 해. 나든 저 자식이든 속이라도 풀리게.
리진 : 차군은.... 내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게 하려고.....
리온 : (알고 있었어?)........
리진 : 과거를 떠올리면..... 내가 불행해질 거라고 생각해.
리온 : 알면 됐어. 그냥 예전처럼 살면 돼. 그따위 허접쓰레기 같은 기억 없이도 잘 살았잖아, 너.
리진 : ........ (터지려는 울음을 참고, 씰룩이는 입술 앙 깨물고)
리온 : 너랑 나, 우리 식구... 전부 아무 문제없었잖아.
리진 : ......... (급기야 안면근육에 경련이 일기 시작한다)
리온 : (열이 오르고) 울어. 차라리 울라고. 어?
리진, 리온의 한마디가 신호탄이 되어 울음이 새어나오고...
그 울음은 점점 더 커지고. 끝내 겉잡을수 없이 돼버린다.
그런 리진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리온.
S#28.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서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도현의 차. 담담하려 애쓰며 운전을 하고 있는 도현.
이때 거치대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고. 액정화면에 뜨는 ‘차기준’
S#29. 호텔 Bar (밤)
혼자 바에 앉아서 진토닉 정도 마시고 있는 기준이고.
그때 안으로 들어서는 도현, 기준을 보고 걸어오면,
기준 : (곁눈으로 봤다가) 어, 왔냐? 앉아.
도현 : (옆에 와 앉고, 바텐더를 향해) 같은 걸로요.
기준 : (의외라서 보고) 웬일이냐? 천상 샌님이 술을 다 마시고.
도현 : 즐기지 않을 뿐이지. (바텐더가 잔 가져다주면) 고마워요. (하고는 스트레이트로 훌쩍 마셔버리고는) 한 잔 더요.
기준 : (살피듯 보다가) 실연당했냐?
도현 : (멈칫 보면)
기준 : (피식) 지금 내 표정이랑 비슷해서.
도현 : (형도) 실연당했어?
기준 : 뒤로 호박씨 까는 누구 덕분에. 내 사전에 실연이란 단어는 없는 줄 알았는데, 기분 몹시 더러워.
머슴한테 마누라 뺏긴 기분이야. 비단옷 두른 남편 두고, 장작 패는 머슴한테 한 눈 팔지 누가 알았겠냐?
도현 : (새 술잔 반쯤 마시며) 그 머슴이 나란 소린 아니겠지, 설마.
기준 : 채연이가 파혼하자 그러더라.
도현 : (마시다가 멈칫)
기준 : 니가 갖고 싶어졌대. 난 갖기 싫대. (보며) 어떻게 해줄까 내가?
도현 : 두 사람 문제잖아. 난 빼줘.
기준 : (피식) 나쁜 새끼.
도현 : (보면)
기준 : 아냐? 어릴 때 내가 너 귀여워했었다?
도현 : (피식 웃음이 나오며) 취했어?
기준 : 근데 니가 점점 기분 나빠지더라. 아버지들끼리 경쟁을 붙여놓으면, 넌 일부러 지거나 못하는 척 하면서 피했었지.
도현 : 왜 일부러였다고 생각해? 본인한테 그렇게 자신 없어?
기준 : 봤거든. 같이 승마 배울 때. 더럽게 소질 없는 척 하던 니가, 아무도 없을 땐 김유신 장군처럼 말을 몰아가던 모습을.
도현 : ......
기준 : 그때 생각했지, 이거 둘 중 하나다. 날 무시하는 거거나, (도현을 보며) 경쟁이나 완벽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거나.
도현 : (멈칫, 표정 위로)
차준표 : (E) 니가 제대로 못하면 누가 혼난다고 했지?
기준 : 경쟁을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못난 척 하는 거거든. 아무도 주목하지 않도록. 아무도 기대하지 못하도록.
아무도 경계하지 못하도록.
도현 : ......
기준 : 난 달라. 경쟁을 즐기지. 전술을 짜는데 전율을 느껴. 니가 거슬리면 난 널 칠거야.
남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는 못 내리게 해도, 상대방 목을 딸 수는 있거든. 페어플레이를 위해서 선전포고 한 거다.
(일어나며, 바텐더에게) 술값은 얘한테 받으세요. (가고)
도현 : ......(잔을 비우는데서)
S#30. 도현의 집 / 거실 (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도현. 그대로 소파로 가서 눕더니 한쪽 팔로 눈을 가린다.
인기척을 느끼고 서재에서 나오는 안실장, 두리번거리다가 소파에 누워있는 도현을 발견하고는 심란한 표정이 된다.
안실장 : 잘 보내주고 오셨습니까?
도현 : (눈 가린 채로 피식) 뒷모습 보일 자신 있으면 돌아서 보라고 하길래, 멋지게 돌아서줬습니다.
안실장 : 술 드셨습니까?
도현 : 네.
안실장 : 취하셨습니까?
도현 : 아니오. 취하고 싶은데...미치게 취하고 싶은데...머리끝까지 취해서 세기든, 페리박이든 나와줬음 좋겠는데...
나와서 시간을 한 일 년 쯤 뺏어가 줬으면 좋겠는데...이럴 땐 또 안 도와주네요.
안실장 : ......(안쓰럽게 보다가) 꼴 보기 싫으니까 일어나세요. (일으켜 세우며) 아, 자려거든 침실에 가서 주무시라구요.
(기어이 일으켜 세우는데서)
S#31. 도현의 집 / 침실 (밤)
안실장, 테이블 위에 가습기를 튼다.
서랍에서 코패치를 꺼내더니 껍데기를 벗기고는 도현을 향해 돌아선다.
보면, 도현의 눈에 안대를 씌워놨고, 목에는 수건을 둘러놨고,
이마엔 열 날 때 붙이는 패드를 붙여놨고, 이제 막 껍질을 벗겨낸 코패치를 코에 철썩하고 붙인다.
도현 : 뭐 하시는 겁니까, 대체?
안실장 : 이별의 상처를 우습게 봤다가 인생 망친 사람 여럿 봤습니다. 몸살부터 시작되니까 조심하시라구요.
실제로 지금 38.5입니다.
도현 : (안대를 내리고는 피식 웃는) 경험자 같은 말이네요.
안실장 : 때로는 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도현 : ......(안대를 다시 쓴다)
안실장 : 남자가...나라를 잃은 슬픔에 비견될 일은 아니지만.
도현 : ......(돌아눕더니 이불을 얼굴까지 올린다)
안실장 : (불을 꺼주고, 나가려는데)
도현 : 나라를 잃은 것 같습니다.
안실장 : ......! (보면)
도현 : 떠나 있어도 늘 그리운 나라를...억울하게 잃은 느낌이 들어요.
안실장 : (안쓰럽게 보고)
도현 : (돌아누운 채로 슬픔을 다스리는 데서)
S#32. 쌍리 외경 (낮)
리진 : (E) 와, 대박! 이거 완전 대박!
S#33. 쌍리 홀 (낮)
쟤 오늘 왜 저래? 하는 눈빛으로 리진을 바라보고 있는 오대오 지순영이고,
리온은 리진이 왜 오바하는지 알기에 묵묵히 밥만.
리진 : (찌개를 먹으면서 계속 감탄 중) 와, 끝내준다. 엄마 이 찌개 이름이 뭐야?
지순영 : 뭐....뭐긴. 명절에 남은 전이랑 튀김 쓸어 넣고 전찌개 끓였지.
리진 : 올려! 쌍리 메뉴에 당장 올려! 완전 초대박 히트예감이야. (하고는 열심히 먹고)
리온 : (리진에게 복화술로 작게) 야, 적당히 해라 적당히. 차라리 짠내를 풍겨. 실연당한 거 완전 티나.
오대오 : (아내에게 슬쩍) 재벌 주치의 한다는 애가 좀 수상하지 않아? 뭘 제대로 못 얻어먹는 눈친데?
지순영 : 남의 집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지.
오대오 : 쟤가 그럴 애는 아니잖아. 아마존에 떨궈 놔도 아나콘다랑 맞장 떠서 스테이크 해 먹을 놈인데.
지순영 : 혹시 많이 먹는다구 구박받는 거 아냐?
오대오 : (순간 욱해서 꽥) 아니, 뭐 그런 거지발싸개 같은 놈이 다 있어!!!
리진,리온 : !!! (움찔 놀라서 보면)
오대오 :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게 먹는 거 갖구 타박 받는 건데! 야, 리진이 너 그 재벌 주치읜지 뭔지 관둬! 당장 관둬!!!
소리치는 순간, 쌍리 문이 열리고, 양손에 리진의 짐을 든 남자 한 명이 들어온다.
남자 : 여기가 오리진씨 댁이 맞습니까?
리진 : 네, 전데요.
남자 : 누가 오리진씨 앞으로 보냈습니다. 가져가면 아실 거라고. 그럼. (인사하고 나가고)
지순영 : 그게 다 뭐야?
리진 : 보시다시피 재벌집에 있던 내 짐이네.
지,오 : 너 짤렸어?
리진 : 아빠가 당장 관두라며. 이렇게 빛의 속도로 아빠 말을 실행에 옮기는 딸 봤어? 기특하지? (짐 챙기며) 짐이나 정리해야겠다.
리온 : 이리 내. (도와주려면)
리진 : 드시던 거 마저 드셔. (이층으로 올라가고)
오대오 : 짤렸네. 짤린 거 맞네. 아 자식, 적당히 좀 먹지. 얼마나 먹었으면.
리온 : (무거운 심정으로 리진 쪽을 바라보는데서)
S#34. 쌍리 / 리진의 방 (낮)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짐정리를 하고 있는 리진. 짐 안에서 나오는 토끼 잠옷을 발견하고는 멈칫한다.
리진 : 요나 주고 올 걸....그 지지배가 이거 디게 맘에 들어 했는데.....
다시금 울컥 도현이 그리워지는데....
울리는 휴대폰벨소리. 보면, 모르는 번호다.
리진 : (고개 한 번 갸웃하고는 받으며) 여보세요?
서태임 : (F) 오리진씨 핸드폰인가요?
리진 : (모르는 목소리, 경계의, F) 그런데요, 실례지만 누구시죠?
서태임 : (F) 나, 승진그룹 서태임 회장이에요.
리진 : !!!
S#35. 아쿠아리움 (낮)
석호필 커다란 수족관 앞에서 뒷짐을 진 자세로 서서 상어를 구경하고 있다.
석호필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도현.
석호필 : (진지하게) 상어는 부레가 없네.
도현 : 무슨 의미로 하시는 말씀이신지 잘....
석호필 : 그냥 해본 말일세. 드라마 명대사라서.
도현 : (황당해서) 박사님은 미드 매니아 아니셨습니까?
석호필 : (뒷짐 지고 앞서 가며) 요즘은 한드가 좋아. 재밌어.
도현 : (피식 웃으며 따라가고)
일각> 도현과 석호필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석호필은 기프트샵에서 산 열쇠고리(물고기 모양으로 누르면 불이 들어오는)를 눌렀다 뗐다하며 이야기 중.
석호필 : 세기와 기억을 공유하게 됐다....그럼 잃어버렸던 과거 일 년간의 기억을 전부 되찾았다는 거구만.
도현 : 아직 완전하진 않습니다만...계속 떠오르고 있습니다.
석호필 : 그럼 자네가 찾던 그 지하실의 아이는....찾았나?
도현 : (괴로운 심정 누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석호필 : 만나...봤나?
도현 : (역시 괴로운 심정 누르며) 네.....
석호필 : 어떻게 살고 있던가? 잘....살고 있던가?
도현 : 고맙게도 아주 잘....살고 있었습니다.
석호필 : 다행이구만. 천만 다행이야. 그럼 이제 인격융합치료만 남은 건가? 미국으로 언제 떠나나?
도현 :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할 일이 남아있어서....
석호필 : 할 일이라니? 회사도 정리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융합치료보다 앞에 둘 일이 뭐가 있어.
도현 : 그 아이가 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지....왜 학대를 당해야만 했는지...알아보려고 합니다.
그래야...그 사람에게 진정으로 사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석호필 : (흐음...무거운 한숨 쉬고는) 그럼 당분간은 계속 비밀주치의인 오선생의 도움을 받아야겠구만.
(손에 들고 있던 열쇠고리 건네며) 오선생 갖다 줘. 이런 거 되게 좋아해.
힘든 일 있거나, 자문 구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하고.
도현 : ......(받으며, 이젠 전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픈데)
S#36. 서태임의 저택 외경 (낮)
S#37.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낮)
현관으로 들어서는 리진을 맞이하는 도우미.
도우미 : (친절한 미소로) 어서 와요, 오비서.
리진 : 안녕하셨어요?
도우미 :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어서 들어가 봐요.
리진 : 네. (서재 앞으로 가서, 긴장된 호흡 내쉬고 똑똑 노크하면)
서태임 : (안에서, E) 들어와.
리진 : (문을 열고 들어가고)
도우미 : (리진의 모습이 서재로 완전히 아웃되면, 구석진 곳으로 와서 휴대폰을 꺼내 단축키를 누르는)
저에요. 지금 오비서가 회장님 뵈러 서재에 들어갔어요. 네. 회장님이 부르신 거 같아요.
S#38. 카페 (낮)
안실장 : 알겠습니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끊고는) 말씀 중에 죄송했습니다.
하며 앞을 보면, 맞은편에 남자(외식업체 사람) 한 명이 앉아있다.
안실장 : 그러니까 얘기를 계속하자면, 21년 전, 화재 당일이자 가든파티가 있던 날,
함께 출장 나온 외식업체 직원들과 찍은 단체 사진을 갖고 계신다는 말씀이시죠?
남자 : 네, 뭐든 쉽게 버리는 성격이 못 돼나서.
안실장 : 보내주시면 저희한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안주머니에서 돈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로 내밀며)
당시 민서연씨 운전기사였다는 친구 분과의 만남도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서)
S#39. 아쿠아리움 주차장 (낮)
도현 안실장과 휴대폰 통화를 하며 주차해놓은 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도현 : 민서연씨의 운전기사였다면, 새로운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크겠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있다 저녁에 집에서 뵙죠.
안실장 : (F) 아 그리고 말인데요....오리진씨가 지금, 회장님의 부름을 받고 저택에 와 있다고 합니다.
도현 : !!!
순간, 전화를 끊고 차를 향해 달려가는 도현. 운전석에 올라 다급히 차를 출발시키는데서,
S#40.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낮)
찻잔을 놓고 소파에 마주 앉아있는 서태임과 리진.
서태임 : 계약을 해지했다니?
리진 : 말씀드린 대로 어제부로 계약이 종료됐습니다. 저는 더 이상 차도현씨의 비밀주치의가 아닙니다.
서태임 : ......(일이 까다로워지는군) 그럼 더 이상 나눌 대화가 없군.
리진 : 하시려던 말씀이 제 업무와 관계되는 일입니까?
서태임 :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요. 그만 가 봐도 좋아.
리진 :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목례하고는 나가는)
서태임 : (무거운 한숨을 쉬는데)
리진 : (가다말고, 다시 돌아보며) 저....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차도현씨의 전 주치의로서 한 말씀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서태임 : (보면)
리진 : 차도현씨에게는 지금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DID는 혼자서는 절대 완치될 수 없는 상처입니다.
서태임 : 한 말씀만 드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리진 : 할머니시잖아요. 가족이시잖아요.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과거에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서태임 : 젊은 아가씨가 주제 넘는군.
리진 : (의외의 반응에 좀 놀라고) .....!
서태임 : 과거에 연연하는 사람들에겐 발전이 없는 법이지.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인데, 연연해서 뭘 어쩌자는 거지?
알면 과거사가 바뀌기라도 하나?
리진 :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면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수 있습니다.
서태임 : 좋은 말이군.
리진 : 제 말이 아니라 카를 바르트의 말입니다.
서태임 : 수업 잘 받았어. 다 했으면 이제 그만 나가봐.
리진 : ......(통하지 않는 철벽같은 느낌, 목례하고 나가는데, 그 위로)
서태임 : (찻잔 들며 혼잣말처럼, E) 보기보다 맹랑한 아가씨로군.
리진 : (순간, 멈칫 하는 위로 떠오르는)
서태임 : (E-21년 전의) 맹랑한 아이로구나.
리진 : ! (순간 어떤 기시감에 확 돌아보는)
서태임 : 아직 할 말이 남은 건가?
그때, 똑똑 노크소리 들린다.
이어 도우미가 뭔가(*고급스런 탁상용 사진 액자)를 들고 들어온다.
도우미 : 저기, 지난번에 깨진 액자 말인데요, 회장님. 방금 도착했는데, 침실에 둘까요, 어떻게 할까요?
서태임 : 이리 가져와.
도우미 : 네, 회장님. (액자를 서태임에게 주러 가는데)
도우미와 리진이 스치는 순간. 사진 속 차준표의 얼굴을 보게 되는 리진! (*슬로우로)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고, 비틀거리는 리진!
(*사진은 기존 젊은 시절의 차준표 사진 액자와 새롭게 제작된 안내상씨의 사진 액자 두 개 부탁드립니다)
도우미 : (주고 나오다가, 놀라) 오비서, 괜찮아요?
서태임 : ? (보는)
리진 : 괘, 괜찮습니다.
도우미 : 괜찮기는... 얼굴이 창백한데. (하며 부축해서 데리고 나가고)
서태임 : (그런 리진을 일견하고는 액자를 바로 세우는)
S#41.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낮)
리진을 부축해서 서재에서 나오는 도우미.
리진 : 이제 괜찮아졌어요. 감사합니다.
도우미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정말 괜찮겠어요?
리진 : (미소로) 네.
도우미 : 그럼 잘 살펴서 가요. (주방으로 가고)
리진 정신을 추스르고는 현관 쪽으로 향하려는데, 이때 환청처럼 들려오는 바이올린 연주음.
순간, 멈칫 서는 리진! 뒤를 확 돌아보는데서,
S#42. 기억의 파편 (12부 3씬의 변주)
그랜드 피아노 옆에 서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어린 리진. 능숙한 솜씨.
잠시 후, 그 음에 맞춰 시작되는 피아노 연주음.
카메라 팬하면,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고 있는 어린 도현! 능숙하게 연주를 하다가 어느 순간 틀리고 만다.
순간 사색이 되는 어린 도현.
덩달아 연주를 멈추는 어린 리진.
흔들의자에 앉아 화보를 넘겨보고 있던 차준표.
가만히 화보집을 덮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는.
차준표 : 또 틀렸네?
어린 도현 : (겁에 질려) 잘못했어요. 잘못 했어요 아빠....
차준표 : (다가오며) 제대로 못하면 아빠가 어떻게 한다고 했지?
어린 도현 : !! (순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린 리진을 바라보는)
차준표 : (피아노 위에 놓여있던 막대기를 집어 들며) 니가 제대로 못하면 누가 혼난다고 했지? (하며 리진을 향해 돌아서는)
어린 도현 : (괴로운) 아빠, 제가 잘못했으니까 제가 맞을게요, 네?
차준표 : (상관 않고, 어린 리진에게) 손바닥 내밀어, 어서.
어린 리진 : (똘망똘망하게, 되바라지지 않게) 어른이 아이를 때리는 건 나쁜 짓이랬어요.
차준표 : (순간 눈빛이 서늘해지는) 니 엄마를...쏙 빼닮았구나.
하더니, 막대기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어린 리진의 뒷덜미를 확 낚아채서는 지하실로 끌고 가는 차준표!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외치는 어린 리진!
아빠, 제가 맞을게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제가 맞을게요! 울면서 쫓아가는 어린 도현!
S#43.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낮)
떠올리고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리진. 거실의 벽을 붙잡고는, 비틀비틀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 그 위로,
# 인서트 (14부 63씬)
어린 리진을 향해 다가오던 차준표.
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빌던 어린 리진.
S#44. 서태임의 저택 / 정원 (낮)
지하실의 악몽을 떠올린 리진, 핏기가 빠진 창백해진 얼굴로 후들후들 걸어 나오는 모습 위로,
리진 : (E-13부 24씬) 어떤 조각부터 잡으실 건데요?
# 인서트(13부 24씬)
도현 : 아이죠. 지하실의 아이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만일 존재했다면, 그 아이는 어디서 왔고...어디로 사라졌는지....
리진 : 엑설런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그 자세, 좋아요, 아주 좋아요!
도현 : (웃는)
리진 :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눈앞이 막막해지는, E) 설마...그 지하실의 아이가...나야? 나였어?
어린 도현 : (E) 늦게 와서 미안.
# 인서트 (15부 11씬)
피투성이가 된 채, 방문 앞에 서있는 도현!
도현 : (의식 혼미한 채로) 늦게 와서...(눈가 확 붉어지며) 미안....
리진 : .....!
도현 : (그대로 정신을 잃으며 리진 품안에 안기듯 쓰러지는)
리진 : (점점 확실해지는 예감에 아득해진 두 눈이 확 붉어지며, E) 꿈속의 그 아이가....차도현씨였어....?
도현 : (E) 그거....안 하면 안 되겠습니까?
# 인서트 (15부 27씬)
도현 : 오리진씨는...과거의 기억이 없어도 지금 현재 아주 잘 살아가고 있고...오리진씨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아주 많이 있는데....
과거의 기억까지 필요합니까?
리진 : (씩 웃으며, 어깨로 어깨를 툭 치며) 함께 극복하자면서요.
도현 : 나를 위한 거라면...멈춰주세요. 그냥...이대로 살아가주세요.
예감이 확신이 되는 순간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며 무너져 내리듯 천천히 그 자리에 주저앉는 리진.
막 정원을 향해 뛰어 들어오다가, 리진을 발견하는 도현!
도현 : (놀라 뛰어오는) 오리진씨! (다가와) 오리진씨, 괜찮으십니까? (하며 리진에게 손을 대는 순간)
리진 : (그 손을 반사적으로, 본능적으로 탁 쳐내고는,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어버리는)
도현 : !!! (그대로 굳어버리는)
리진 : (마치 어린 리진처럼,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살려주세요.....
도현 : !!!! (망치로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한 충격)
도우미 : 부사장님 오셨, (도현을 맞이하러 나왔다가, 리진을 발견하고는 놀라) 오비서! 오비서! 괜찮아요?
(리진을 일으켜 세우며) 일어나 봐요. 괜찮겠어요? (리진을 데리고 대문 쪽으로 향하며) 아우, 안 되겠네. 정기사! 정기사!
(부르며 가고)
도현 :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할 만큼의 충격으로 바위처럼 멍...하니 굳어 서있는)
S#45.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낮)
차준표의 액자가 놓인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서태임.
이때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며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도현!
서태임 : (일견하고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리는)
도현 : (불안과 분노로) 오리진씨를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서태임 : .....
도현 : 오리진씨한테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신 겁니까?!!
서태임 : (엄하게 호통) 어디서 큰 소리야!!!
도현 : (분노로 쏘아보며)
서태임 : 네 비밀주치의라길래 불렀다. 비밀주치의로서 널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할 이유가 생겨서 만났어.
그게 이렇게 길길이 날뛸 일이야?!!
도현 : (경계 풀지 않고, 보며) 회장님께서 제 주치의를 만나야만 하는 이유가 뭡니까? 뭘 더 알고 싶은 게 있어서 만나십니까!
서태임 : (정시하다가) 회사로 복귀해.
도현 : (의외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서태임 : ID엔터 말고 주총 특별 준비위를 맡아. 주총이 끝난 후에 니가 있을만한 마땅한 자릴 비워두마. 아마 승진건설이 되겠지.
도현 : (단호한) 거절하겠습니다.
서태임 : (의외다) 뭘 해?
도현 : 거절하겠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전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목례하고 나가고)
서태임 : (골치 아픈,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데서)
S#46. 도서관 (낮)
서가 사이를 다니며 필요한 참고 서적을 뽑아내고 있는 리온. 차건호 회장의 자서전, 차건호 회장의 경영철학 등등....
신문 편람 좌석에 앉아 오래된 기사들을 보고 있는 리온.
승진가의 화재 기사. 차준표 사장의 사고 소식 등등....
중요한 자료들은 복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와 복사된 용지에 야광펜을 그어가며 숙지하다가,
필요한 부분은 노트북에 타이핑하는 듯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인데....
책상 위에서 진동으로 울리는 휴대폰.
얼른 휴대폰을 쥐고는 주변인들에 목례하며 미안함 표하고 액정화면을 보면, 리진이다.
S#47. 카페 (낮)
도서관에서 나온 차림으로 노트북 배낭을 매고 안으로 들어서는 리온.
눈으로 찾다가 저만치 창밖에 시선을 둔 채 앉아있는 리진을 발견하고는 맞은편 자리로 가 털썩 앉는데,
리진 : (시선 창밖에 둔 채로 불쑥) 악몽을 꿨어. 해몽해줘.
리온 : ? (리진의 음료 끌어다가 빨아 먹으며) 뭐야.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달려와 일 하는 사람 불러낸 거야?
리진 : (여전히 시선은 창밖) 난 한 일곱 살 쯤 되어보였고, 어떤 남자아이가 연주하는 피아노에 맞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어.
혹시....피아노 치던 남자 아이가.....너야?
리온 : (마시다가 멈칫) 어? 어어....글쎄...잘...그랬나?
리진 : 남자 아이가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실수를 해. 근데 내가 대신 혼나. 어떤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날 지하실로 끌고 가.
리온 : (표정 굳는 위로)
리진 : (E) 날 끌고 가던 그 남자는 누굴까? 행사장용 대형 풍선일까?
리온 : 리, 리진아.
리진 : 나는 하루 종일 지하실에 갇혀 있어. 그런데 밤 열시가 되면 남자아이가 나를 찾으러 와.
그래서 나는 매일 밤 열 시만 기다려. 그 아이와 놀 수 있으니까. 내가 기다리던 그 남자 아이가....너야?
리온 :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시선에 헤매는데)
리진 : 아니면, (하며 그제야 시선 돌려 리온을 보는데, 눈물 가득 찬 얼굴) 그 아이가 혹시...차도현씨야?
리온 : !!! (심장이 쿵 내려앉는)
리진 : 그래서, 엄마 아빠 앞에서 차도현씨 이름은 절대 말하지 말아라,
승진그룹이라는 이름은 아는 체도 하지 말아라, 그랬던 거야?
리온 : 너....(설마...제발 아니길) 기억이 떠오른 거야?
리진 : 넌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대체! 차도현씨랑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로 뜻이 맞아 공모를 한 거냐고!!
리온 : (눈앞이 막막해지는데)
리진 : 됐어. 말 안 해주겠다, 이거지. 관둬 그럼. 내가 혼자 찾아낼 테니까.
리온 : 리진아. 리진아!
리진 : (그 손을 차갑게 탁, 쳐내며) 따라오지 마. (먼저 가버리고)
리온 : (충격으로 멍한 채로)
S#48. 쌍리 / 주방 (밤)
위생장갑 끼고 나물을 무치고 있는 지순영.
조금 집어 간을 보고 맘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생장갑을 벗다가 멈칫, 놀라는.
보면, 입구에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
지순영 : (놀라) 리진아....왜 그래? 왜 울어? (철렁해서) 무슨 일 있어?
리진 : 엄마.... 저번에 내가....궁금해지면 그때 물어보겠다고 했지?
지순영 : ......! (심장 쿵해서 보며)
리진 : 궁금해졌어요. 내 친부모가 어떤 사람들인지....그러니까.... 말해주세요.
지순영 : ......! (보는데서)
S#49. 도현의 집 / 거실 (밤)
도현, 충격으로 멍해진 심정으로 들어서는데,
안실장 : (소파에 앉아 기다리다가 일어서며) 이제 오십니까?
도현 : ......
안실장 : 부사장님?
도현 : (그제야 퍼뜩) 아, 죄송합니다. (정신 추스르고 소파로 오며) 민서연씨 운전기사는 어떻게 됐습니까?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안실장 : 빠른 시일 내로 연락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도현 : (안실장이 건네는 파일 받으며) 뭡니까?
안실장 : 지난번에 부탁하신 호적조사 결과하고 민서연씨의 입국 자룝니다.
도현 : (파일을 펼쳐보는 그 위로)
안실장 : (E) 자료를 보면, 1993년 6월 민서연씨가 회장님과 입국을 했고, 그때 분명 6세 여자아이와 함께였던 걸 알 수 있습니다.
안실장 : 하지만.. 입국 이후 그 어디에도 아이와 관련한 자료가 없습니다.
도현 : (자료를 훑다가, 멈칫, 뭔가를 발견하고는) ......!!!
안실장 : (간파하고) 왜 그러십니까? 뭔가 걸리는 거라도...
도현 : (서류를 보는 채로) 제가 승진가에 들어온 이유는, 취학을 앞두고 호적이 필요해져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저는 무호적자였구요.
안실장 : 그런데요?
도현 : 아버지가 저를 저택에 데리고 갔을 때가, 분명... 겨울이었는데....
여길 보면, 이미 그해 여름에 내 이름이 호적에 올라와있습니다.
안실장 : 고 차건호 회장님께서 말씀은 그렇게 하셨어도, 손자이신 부사장님을 미리 호적에 올려놓으셨던 건 아닐까요?
도현 : 아닙니다. 제가 저택에 나타나기 전까지 그 분은 나의 존재조차 모르고 계셨습니다.
안실장 : (!!) 그렇다면 이게 어떻게.....
도현 : (의혹이 서린 눈빛으로 서류를 보는데서)
S#50. 쌍리 / 리진의 방 (밤)
리진에게 낡은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고 있는 지순영.
리진 : (받으며) ......
지순영 : 언젠가 니가 물어보면 주려고 준비해뒀었어. 실은....(좀 웃으며) 영원히 안 물어봐주길 바랬지만....
리진 : (미안하고, 속상하고, 아프고) ......
지순영 : 그 안에 니 엄마 사진이랑 유품이 들어있어. (봉투를 손에 든 채 내려다보고만 있는 딸을 보며) 안 열어봐?
리진 : 나중에....혼자 있을 때....(좀 웃으며) 어쩐지...용기가 안 나네.
지순영 : (그 마음 알겠는)
리진 : 내 친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 엄마랑 친구였다며....
지순영 : 너처럼 똑똑하고, 착하고, 아주 예쁜 사람이었어. 인생이 갑자기 꼬이는 바람에 차가운 사람이 되긴 했지만...
그건 살기 위한 보호막이었다고 생각해.
리진 : 인생이 어떻게 꼬였는데....?
지순영 : 떵떵거리던 집안이 한 순간에 망해버렸지. 그 바람에 부잣집으로 팔려가듯이 시집을 갔는데, 남편이랑 사이가 안 좋았어.
사업가였던 시아버지가 아들보다 며느리인 니 엄마를 더 총애했거든. 워낙에 능력이 출중했으니까.....
리진 : 그래서....어떻게 됐는데?
S#51. 플래시백 (1987년/카페/낮)
- 좀 올드한 느낌의 카페. 올드 팝쯤이 흘러나오는 카페.
지순영과 민서연이 마주앉아 있다. (민서연은 서늘하고 단아한 분위기, 지순영은 발랄한 분위기로.)
민서연 : (담담히) 나 이혼하기로 했어.
지순영 : ! (오렌지 주스 마시다가 컥 사례 들리고, 보는) 해준대, 니 남편이?
민서연 : 시아버지랑 싸우고 집 나갔어 그 사람. 내앞으로 이혼 서류 던져놓고. 이미 그 사람 도장은 찍혀있더라.
내 것도 찍어서 아버님 드리고, 사장직도 반납하고 오는 길이야.
지순영 : 아니 니 남편은 갑자기 집은 왜 나간 건데?
민서연 : (커피잔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내가...헤어져 달라고 했거든. 결혼 전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구. 지금도 사랑한다구.
지순영 : (놀라서) 너 미쳤어?!!
민서연 : 어차피 아버님께 간택당해 강압에 떠밀려 한 결혼이야. 애정 없는 관계였어.
(씁쓸한) 나한테 열등감 느끼는 남편 보는 것도 싫증나고, 나, 그 집에 할 만큼 했어.
지순영 : (놀라서 보기만 하는 위로)
민서연 : (E) 우리 집 일으켜 세워준 대가로 몸 바쳐 일했다구. 머슴도 이런 머슴이 없을 거야.
이제야 그 집에서 나올 수 있게 됐어. 지금까지 승진가에 저당 잡힌 내 인생, 그만 되찾을 거야.
지순영 : 그래서....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데?
민서연 : (처음으로 화사한 미소 생기며) 그 사람을 만나러 가야지.
지순영 : 그 사람...?! 니 아버지가 니들 떼어놨을 때 종적을 감췄다며?
민서연 : (행복한 미소로) 찾았어. 나...그 사람이 있는 미국으로 갈 거야.
S#52. 쌍리 / 리진의 방 (밤)
지순영 : 그 사람이 아마 니 아버지였을 거야. 난 본 적 없지만.... 다시 만났을 땐 이미 죽을 날짜 받아 놓은 상태였다드라.
그래도 사랑했나봐. 그 양반 떠나고 니가 남았으니까.
리진 : ......
지순영 : 괜찮아? 나머지 얘긴 차차 해줄게....천천히 하자.
리진 : 엄마...
지순영 : 왜...
리진 : 미안해요.
지순영 : 뭐가....
리진 : (눈물 그렁해져서) 엄마가 싫어져서 그런 거 아니야. 알지?
지순영 : (같이 눈물 그렁) 알지 그러엄....
리진 : 기억하기 싫은데....자꾸만 기억이 떠올라서...괴로워서 그래.... 그러니까 이해해줘.
엄마나 아빠나 리온이가 싫증나서 이러는 거 아니야....내가 모두들 얼마나 사랑하는데....
지순영 : 알아....알지...그거 모르면 니 엄마가 아니지....
리진 : (고개 숙인 채 울고)
S#53. 도현의 집 / 서재 (밤)
도현,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데 문득 떠오르는,
(F.C) 자신을 두려워하며 ‘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 하던 리진.
도현, 떠올리고는 지잉- 짧은 두통. 점점 심해지는.
S#54. 쌍리 / 리진의 방 (밤)
침대 위에 앉아 지순영에게 받은 낡은 봉투를 열어보는 리진. 안에서 낡은 사진이 몇 장 나온다.
지순영과 민서연이 함께 찍은 사진, 어린 리진의 손을 잡고 있는 민서연의 사진 등....
사진 속 민서연의 얼굴을 보고는 충격으로 멍해지는 리진!
# 인서트 (13부 70씬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타다 만 민서연의 사진!
주저 앉아 사진을 주워서 보고는 충격으로 멍해지는 도현.
리진 :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도현 : (멍....한 채로) 제 호적상의 어머니이십니다.
리진 : !!! (보고)
이게....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 건지....혼란스러워지는 리진.
아예 봉투를 털어 내용물을 침대 위에 쏟아놓는데, 봉투 안에서 툭 떨어지는 펜던트(14부 32씬의 그 펜던트!).
불에 그을리고, 녹이 슬어 낡은 펜던트를 손에 드는 리진.
어떤 기시감에 잠시 망설이다가....딸칵! 펜던트를 여는 순간,
S#55. 도현의 집 / 침실 (밤)
팟! 침대 위에서 눈을 뜨는 도현. 품에 안겨있는 곰인형(세기가 리진에게 사줬던)을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나 앉는데,
도현 앞에 서있는 어린 리진!
어린 리진 : (곰인형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도현 : (천천히 곰인형을 건네면)
어린 리진 : (곰인형을 품에 안으며) 저번에 내 이름 안 알려줘서 알려주려구.
도현 : 알아, 니 이름이 뭔지.... 리진. 오리진이지?
어린 리진 : (가만 고개를 젓고) 아닌데. 그거 내 이름 아닌데....
도현 : !!! (멈칫) 아니야? 그럼 니 이름이 뭐야.....?
어린 리진 : 내 이름은.....
S#56. 쌍리 / 리진의 방 (밤)
펜던트 안에 한 쌍으로 있는 민서연의 사진과 어린 리진의 사진을 멍...한 충격으로 바라보고 있는 리진.
그 위로 겹쳐지는,
민서연 : (E) 도현아... 도현아....!
리진 : (눈이 커지며, E) 뭐지....? 왜 차도현씨의 이름이.... (하며 멍해지는 순간, 그 눈으로 쑥 빨려 들어가듯)
S#57. 플래시백 (21년 전/ 어느 야외 공간/ 낮)
팟, 환상처럼 희뿌연 화면.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푸른 잔디밭.
커다란 나무에 매달린 기다란 그네가 햇빛 사이로 시계추처럼 허공을 오가고,
그네를 타고 있는 어린 리진. 그 위로,
민서연 : (E) 도현아, 위험해! 얼른 내려와!
민서연의 목소리에 그네를 멈추고 탁 내려서는 어린 리진.
엄마! 부르며 저만치 서있던 엄마(민서연)에게로 달려가 덥썩 안긴다.
민서연 : (애정 어린 야단) 도현아, 저 그네는 낡아서 위험하댔잖아. 도현이 니가 다치면, 엄마 맘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
어린 리진 : 알았어, 엄마. 앞으론 조심할게.
민서연 : (환한 미소로) 아우, 착한 도현이, 요렇게 이쁜 게 어디서 나왔을까?
어린 리진 : 어디서 나왔기인. 엄마 뱃속에서 나왔지이?
민서연 : 아우, 똑똑해....우리 도현이 너무 똑똑해. (너무나 행복한 엄마 미소로 어린 리진을 꽉 끌어안고)
S#58. 쌍리 / 리진의 방 (밤)
완전 패닉상태에 빠진 리진이고.
리진 : (E) 뭐야....? 내 이름이....왜....왜.....
S#59. 도현의 집 / 침실 (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어린 리진을 바라보고 있는 도현.
도현 : 니 이름은.....? (말해보라고)
어린 리진 : 내 이름은....차도현.
도현 : !!!! (충격)
패닉상태에 빠진 도현과 리진의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히는데서.
-<킬미 힐미> 16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