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이래저래 마음이 영 그러네!

[산골촌부 뽀식이]

[촌부의 단상]
이래저래 마음이 영 그러네!

2022년 3월 30일 수요일 
음력 壬寅年 이월 스무여드렛날

갑작스레 아내와 함께
다녀와야 하는 서울나들이
이럴까, 저럴까, 어찌할까?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그래, 운전하기도 힘들고 하니
그냥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산골집에서 출발하여
장평터미널 부근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두어 시간 동안은
좋은 일로 서울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설레는 마음이 아닌 숙연한 마음이었다.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는 순간,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도 그렇고
쉴새없이 지나다니는 자동행렬도 생소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울이니까!'라고 여겼다.
강변역에서 을지로 4가역까지 지하철을 탔다.
그나마 평일 오전이라서 앉아 갈 수 있었다.
역마다 타고내리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렇고
예전같으면 신문을 보거나 책을 보곤 했으나
스마트폰을 보는라 고개 숙인 모습들 뿐이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서울의 모습을 본 아내가
"어째 딴세상에 온 것 같네!"라고 했다.

을지로 4가에 내려 택시를 타야 하는데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거꾸로 일방통행이라
청계천을 거쳐 종로 4가까지 걸어야만 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고 자동차도 엄청 많다.
복잡하고 번잡하여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겨우겨우 택시를 타고 서울대 병원에 도착해
인천에서 온 둘째네를 만나 함께 문상을 했다.
요즘은 코로나19 시절이라 장례도 힘들단다.
3일장을 치럴 수 없어 6일장을 치러야 한단다.
어쩌다 세상이 이런 지경이 되고 말았을까?

잠시 머무르며 처남댁과 사돈이자 학교 후배인
상주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자리를 떴다.
바로 건너편이 창경궁, 참으로 오랜만이다.
아주 오랜 옛날엔 동물원이 있어 와봤던 곳...
둘째네와 함께 택시를 타고 시청역에서 내렸다.
덕수궁 돌담길이 있는 대한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옛날 많이도 다녔던 그곳이라 눈길이 갔다.
아내가 또 한마디, "여기 맛있는 국수집이 있지?
시간이 있으면 추억을 더듬어 가볼 텐데..."
내려오는 버스 예매를 해놓아 다음을 기약하고
둘째네와 헤어져 또다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매시간 있던 시외버스 운행도 코로나 시절이라
많이 축소되어 예매한 그 시간이 아니면 한참을
기다려 저녁무렵에나 탈 수가 있으니 불편하다.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내는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않고 생필품을 사야겠다고 했다.
잠시 지하에 내려가 한참 돌아다니며 두어 가지
사가지고 오면서 버스 시간을 맞추는 것이었다.
내려오는 버스에서는 아침부터 서둘러 그런지,
복잡한 서울나들이가 피곤했는지 둘 다 의자에
기대어 잠이 들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그 사이에
원주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그다지
개운하지 않고 마음은 무겁고 몸은 뻑적지근했다.

장평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인근에 세워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차창을 열어놓고
바람을 쐬며 아내가 하는 말이 "이제 살 것 같네!"
라며 웃었다. 6.5km의 거리지만 서울과는 달리
지나다니는 사람도, 자동차도 뜸하여 한적하다.
금새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내가
"이제 난 서울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복잡하여 숨이 막힐 지경입디다. 당신은?"
이라 하여 "그걸 이제 느꼈나? 나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산곤 부부는 어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후다닥 서울나들이를 다녀왔다. 

서울은 개나리, 진달래, 목련같은 봄꽃들이 피어
봄이 한창인데 이곳 산골은 오늘도 영하 3도의
기온에 하얗게 서리가 지붕을 덮어 아직 겨울이
머물고 있다. 수술부위가 온전하지 못하긴 해도
처남이 먼저 세상을 등지고 혼자 아들 둘과 있는
처남댁이 모친상을 당하여 너무 안스러운 마음에
문상을 다녀온 것인데 같은 날에 먼 부산에서 또
부고가 날아들었다. 촌부의 작은 아버지께서 돌아
가셨다고... 당연히 가봐야 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장거리 이동은 당분간 삼가하라는 의사의 말이
귓전에 남아 망설이다가 사촌 아우에게 전화하여
사정을 말하며 마음을 전했다. 이래저래 마음이
별로 좋지가 않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여기저기
초상이니 말이다. 두 분 다 명복을 비는 마음이다.

[박종선(젊은청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오고 가는것 마져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분들에게 명복을 비는 것밖에 없을 뿐입니다.
이제 다 잊어버리시고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세요.

[산골촌부 뽀식이]

이래저래 도리를 못하고 사는 이 시절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다른분도 아니고 작은아버지이신데... 허나 어쩌겠습니까? 마음으로나마 영면을 기원드리는 수밖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영란(근정)]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촌부님과 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산골촌부 뽀식이]

이렇게 마음을 함께 해주셔 감사합니다.^^

[이성진(솔개)]

[산골촌부 뽀식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