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서 라지 사이즈 다이아몬드 인기 주춤한 이유 |
올해 봄에 열린 주요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놀라운 컬러 다이아몬드들이었다. 이 스톤들은 사회의 상위 1~2%만이 엄두를 낼 수 있는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 4월에 열린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는 드비어스 컬리넌 블루(15.10캐럿, 팬시 비비드 블루컬러)가 5750만 달러에 판매됐다. 판매 추정가 4800만 달러를 훨씬 넘어선 금액이었다. 5월에 크리스티 제네바는 205.07캐럿, 팬시 인텐스 옐로우 컬러의 레드 크로스 다이아몬드를 1430만 달러에 판매했다. 판매 추정가는 1050만 달러였다. 10월 말에 여러 헤드라인을 장식한 윌리엄슨 핑크 스타 다이아몬드는 소더비 경매에서 5770만 달러에 판매됐다. 11.15캐럿, 팬시 비비드 핑크의 이 스톤은 판매 추정가 2100만 달러의 거의 세 배 가까운 금액에 팔렸다.
코로나바이러스상황이 최악이었을 때에도 라지 사이즈 컬러 다이아몬드들은 다른 명품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이 극도로 희소한 스톤들이 빛을 잃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아예 판매에 실패했다.
예를 들어 소더비 제네바가 지난 11월에 내놓은 드비어스의 블루 다이아몬드(5.53캐럿, 추정 판매가 1500만 달러)가 그랬다. 같은 달 크리스티 제네바가 판매한 18.18캐럿의 포춘 핑크 다이아몬드는 예상 최저치를 겨우 넘어서는 가격에 판매됐다. 12월 6일에나왔던 13.15캐럿의 팬시 비비드 핑크 다이아몬드는 최고 예상 판매가가 3500만 달러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경매를 철회했다.
일련의 케이스가 영구적인 변화를 뜻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한 때 인기를 누렸던 보석이 주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경제 불안에서 전반적인 시장 피로도에 이르는 여러 이유를 꼽았다.
고객층 변화
과거의 라지 사이즈 다이아몬드 주 고객은 러시아와 홍콩의 억만장자들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면서 러시아인들의 경매 참가가 제한됐고,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정치는 중국인들의 홍콩 여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홍콩의 컬러 다이아몬드 딜러업체 쿠밍 다이아몬즈의 하쉬 마헤시와리는 “중국 바이어들의 경우 홍콩에 사는 직원이나 친척, 친구들에게 구매를 부탁할 수도 있다. 수요 감소의 진짜 원인은 이들이 바이러스 재확산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현금을 들고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 여행을 가거나 크리스마스 혹은 구정 연휴를 위해 사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구매층이 사라진 가운데 중동이 라지 사이즈의 최고급 컬러 다이아몬드의 새로운 고객으로 부상했다.
소더비 뉴욕의 부회장 겸 주얼리 부문장 퀴그 브루닝은 “하지만 중동 지역 사람들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것보다 큰 사이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시장 동향을 보면 고객들의 상품 선택이 전보다 선별적인 경향이 있다. 라지 사이즈 다이아몬드와 관련해서도 사람들의 취향이 전보다 까다로워졌다.”라고 말했다.
경제 불안의 그늘
사람들이 빅 사이즈의 컬러 다이아몬드에 큰 돈을 소비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과연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안 전망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물가가 상승 중이고, 대중의 지갑이 타이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요인이 최고 부유층의 소비를 막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홍콩의 주얼리 소매상 겸 딜러 로날드 에이브람은 “현재 세계 경제가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빅 사이즈 다이아몬드의 구매층인 상위 2%는 별 곤란을 겪고 있지 않다. 하지만 부유층들이 자신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해도 현 시장 상황을 고려, 고가의 사치품 소비를 자제하고 있을 수는 있다. 1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선뜻 내놓는 것을 약간 망설이게 된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헤리티지 옥션즈의 화인 주얼리 부문장 질 버검은 “어쩌면 가을 경매에 나온 일부 보석들의 가격이 시장가보다 높았을 수도 있다. 그 정도 급의 보석의 경우 정확한 가격 책정이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경매 업체들이 해당 다이아몬드의 시장 가치를 너무 높게 책정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매 업체들이 시장을 유도하기 위해 판매 예상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거나 가격을 올려 받으려고 애쓰는 것은 좋지 않은 접근 방식이다. 적당한 가격을 제시해서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열띤 입찰을 유도해서 고객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예술 작품 선호도 상승
컬러 다이아몬드는 오래 전부터 아시아의 부유층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투자 대상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젊은 세대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이브람은 “다이아몬드와 주얼리에 별 관심이 없는 아시아 부자 2~3세대들이 많다. 부모들이 사둔 것을 물려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모들이 수집하지 않은 상품, 특히 예술 작품을 선호한다. 예술 작품의 경우 이를 둘러싼 커뮤니티와 문화가 보다 넓게 형성되어 있고, 갤러리들은 주얼리보다 많은 사교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마헤시와리도 이에 동의한다. 다만 “곧 옛것이 다시 새것이 될 것이다. ‘소황제’로 불리는 이 계층은 와인, 예술품, 시계 구매를 통해 사치품에 입문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나이를 먹으면 주얼리와 컬러 다이아몬드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돌아오는 것은 시간 문제다.”라고 말했다.
유산으로 물려주기
라지 사이즈 다이아몬드 경매 시장이 주춤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대물림 열망을 꼽을 수 있다.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무언가를 사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중에는 이왕이면 다른 사람의 소유였던 물건이 아니었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에이브람은 “윌리엄슨 핑크 스타와 드비어스 컬리넌 블루는 모두 새로 연마된 스톤들이었다. 특급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물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 놓은 전통이 아닌, 자신만의 전통을 새로 만들고 싶어 한다. 가을 경매에서 실패한 스톤들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것을 재연마한 경우였다. 새 상품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브루닝은 “이런 생각은 넌센스다. 최고 판매가를 기록한 다이아몬드 중에는 경매에 두 번 이상 나온 것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CTF 핑크 스타, 조 다이아몬드, 그라프 옐로우 등은 새 상품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중 여러 최고가 상품들이 아시아의 컬렉터들에게 팔렸다. 따라서 대물림 열망이 원인 중 하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검에 따르면 이 논리는 일리가 있다. 버검은 “쟁점은 상품이 신선하냐는 것이다. 상품이 경매에 처음 나온 것일 경우 경쟁이 더 치열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희귀 아이템 사냥
위의 모든 원인들이 라지 사이즈 다이아몬드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보다 중요한 쟁점이 있다. 경매에서 바이어들이 라지 사이즈의 컬러 다이아몬드에 모이는 이유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특별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라지 사이즈 다이아몬드의 희소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에이브람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라지 사이즈 다이아몬드가 극도로 희귀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는 꽤 여러 군데서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SNS 홍보로 인해 많은 고객들이 폰을 열기만 하면 이 특별한 스톤들의 사진들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스톤들이 희소한 것이라고 들었고, 실제로 희소하지만, 너무 자주 보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라고 말했다.
브루닝은 “다른 많은 시장처럼경매 역시 주기적으로 열린다. 오래 전부터 경매에 꾸준히 등장해 온 옐로우 다이아몬드의 경우 2년 전부터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코로나바이러스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가격이 20~25% 하락했다. 우리는 (거시적 관점에서) 시장에 얼마만큼의 옐로우 다이아몬드를 내놓는 것이 적당한지를 고민하게 됐다.
과유불급
비슷한 맥락에서 라지 사이즈 다이아몬드 경매 산업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시장 피로도를 꼽을 수 있다. 경매에 나오는 빅 사이즈의 컬러 다이아몬드들은 눈에 확 띄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이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혹은 다시는 시장에 나오지 않을 하나 밖에 없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일이다. 때마다 역사상 가장 황홀한 10캐럿 이상의 핑크(혹은 블루)다이아몬드라고 광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상 최대 크기의 오벌 셰입 핑크, 혹은 사상 최대의 팬시 비비드 블루 다이아몬드일 수는 있다. 하지만 실상 이런 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비슷한 컬러의 다이아몬드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포춘 핑크의 경우 윌리엄슨 핑크 스타가 엄청난 가격에 팔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오는 바람에 더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한 것일 수 있다. 한 경매 산업 관계자는 “비슷한 스톤이 시장에 나오는 일이 반복될 경우 어느 순간이 되면 특별한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는 하나의 도전이다. 그리고 시장 피로도도 존재하는 것 같다. 특히 비비드 컬러의 특정 사이즈 스톤의 경우가 그렇다.”라고 말했다.
마헤시와리는 이러한 ‘스페셜’ 다이아몬드의 시장 유입이 전체 컬러 다이아몬드 시장에 미치게 될 영향이 걱정된다며, “사람들이 너무 많은 컬러 다이아몬드를 경매에 내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검은 “공급이 많아진 상품의 모멘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다. 만일 그렇다면 이 시장은 빛을 잃을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아마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라파포트 뉴스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