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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령산 편백쉼터. 숲을 찾은 여행객들이 편백나무 숲 사이 쉼터에 앉아 피톤치드를 호흡하며 쉬고 있다. | |
ⓒ 이돈삼 |
후텁지근한 날씨다. 신선한 숲의 기운이 필요할 때다. 숲에 들어가면 공기가 맑아 기분전환에도 그만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최근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분석 결과가 이를 뒷받침된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 축령산 토양의 지오스민 함유량이 kg당 136.1㎍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오스민은 숲에서 독특한 흙냄새를 풍기는 탄소와 수소·산소로 만들어진 천연물질, 부엽토가 쌓인 토양의 상층에서 생성된다.
지오스민은 초조나 불안감을 완화시켜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우울증 치유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면역력을 높이고 피부세포 건강에도 도움을 줘 아토피 진균도 없애 자연항암제로 불린다. 집중도를 높이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천연항생제가 뿜어져 나오는 곳
▲ 축령산 편백쉼터. 편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쉼터에서 여행객들이 편히 쉬고 있다. 한 등산객은 편백나무에 기댄 채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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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령산 삼나무 숲. 여행객들이 숲에 앉아 쉬는 장소다. 해마다 축령산 산소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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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축령산 편백숲은 천식 치료에도 좋다. 국립 산림과학원이 나뭇잎과 숲속 공기의 피톤치드(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 함량을 분석한 결과다. 축령산 편백숲의 공기에서 천식의 원인균에 대해 항균효과가 있는 사비넨(sabinene) 성분이 ㎥당 0.4㎍ 들어있었다.
피톤치드는 사계절 중 여름에 가장 많이 나온다. 하루 중에선 한낮에 방출량이 제일 많다. 이 피톤치드는 면역력을 높여주고 정신적인 안정효과까지 가져다준다. 장과 심폐기능도 좋게 한다. 혈압은 낮춰준다.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이나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사람에게 천연항생제이자 보약인 셈이다.
▲ 축령산 숲.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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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령산 삼나무 숲길.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임도가 예쁘게 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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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숲이 우리 몸에 좋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 축령산 숲으로 간다. 축령산은 한 개인의 나무사랑으로 이뤄낸 인공숲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임종국 선생이 그 주인공. 선생은 1950년대 중반부터 21년 동안 이곳 240ha에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수십만 그루를 심었다. 가뭄이 들면 물지게를 지어 나르며 나무를 돌보고 숲을 가꿨다.
당시는 멀쩡한 나무까지도 베어 땔감으로 쓰던 시절, 임업에 대한 그의 투자와 노력은 웃음거리였다. 주변의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식목과 육림의 가치를 믿었던 선생은 숲을 조성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러다 재산을 다 쓰고 말년엔 빚까지 늘었다.
선생은 결국 빚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숲을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세상을 떠났다. 이것을 지난 2002년 정부가 사들여 현재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숲을 조성하는 데 평생을 바친 임종국 선생은 현재 수목장으로 편백나무 숲 한가운데에 잠들어 있다.
시원한 숲 주변엔 가볼 곳도 많아
▲ 축령산 산책로. 한 여행객이 축령산 산소길을 따라 걸으며 피톤치드를 맘껏 호흡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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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령산 계곡. 축령산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만 있는 게 아니다. 나무 숲 사이로 아담한 계곡도 흐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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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피땀을 쏟아 가꾼 축령산에는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많다. 잎갈나무와 잣나무도 있다. 다양한 나무가 어우러져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임도를 따라 줄지어 선 나무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있다. 숲도 울창해서 원시림 같다. 눈이 시원해지고 머릿속까지 상쾌해지는 숲이다. 마음 속 갈증까지도 후련하게 풀어주는 숲이다.
숲길 산책로도 여러 갈래로 나 있다. 축령산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19km)도 있다. 종일 산행을 하면서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코스다. 7시간 정도 걸린다. 일반적인 산책로는 마을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모암마을에서 우물터와 편백쉼터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추암마을과 대곡마을, 금곡마을에서 각각 출발해서 싸목싸목 거닐 수 있는 길도 있다.
축령산휴양림은 장성군 서삼면 추암리에서 모암리를 거쳐 북일면 문암리까지 펼쳐져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앞자리에 서 있다. 산림청과 (사)생명의숲에 의해 '미래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에 첫 번째로 선정되기도 했다.
▲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 축령산을 찾은 한 연인이 다정하게 숲길을 걷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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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량 선생의 백비. 이름도 직위도 새기지 않은 하얀 비석이 청백리의 상징이 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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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휴양림 부근에는 가볼만한 곳도 많다. 황룡면 금호리에 가면 백비(白碑)가 있다. 백비는 말 그대로 하얀 비석. 크기는 보통의 비석과 같은데 이름도 공적도 새겨져 있지 않은 비석이다. 박수량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 임금이 내려 준 것이다.
장성 출신의 박수량 선생은 조선 중기에 39년 동안 고위 관직을 지냈던 인물. 그럼에도 요즘 말로 접대도, 뇌물도 안 받았다. 그래서 청백리의 표상이 됐다. 백비는 청백리를 상징하는 유물이 됐다.
봉건제도에 맞서 만민평등의 세상을 건설하고자 했던 이가 홍길동. 소설 속의 주인공인 홍길동을 현실로 불러낸 곳이 장성군이다. 황룡면에 홍길동 테마파크가 조성돼 있다. 홍길동 생가와 전시관이 있고 활빈당원들이 생활했다는 산채도 만들어져 있다.
▲ 홍길동테마파크의 일부. 장성군 황룡면에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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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백숲길 산책. 축령산을 찾은 일가족이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오순도순 걷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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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축령산휴양림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국도와 호남고속국도를 연결하는 담양-고창간 고속국도에서 장성물류 나들목으로 나가야 한다. 이 길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지나면 모암마을 입구인데, 여기서 좌회전해 모암저수지를 지나면 축령산휴양림 주차장이다. 문의는 장성 치유의숲 안내센터(061-393-1777)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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