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동과 지용제로 휴가를 때우다
긴장과 기쁨으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를 마친 후
또 주책맞게 소제동 미철거지 골목으로 하루 휴가를
갔다. 휴가는 근사한 자연속 혹은 바닷가 숙소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어야 하는데....
골목길, 그것은 길고도 모진 숙제요 화두다.
문명 이전 어느 곳이나 어린시절과 긴 숨결이 스민
서민의 길목이요,역사 숨결의 현장이다.
그 골목과 민가가 하루 아침에 철거되는 모습을 보며
한편 놀라고, 한편 쓸쓸하기 그지 없다.
과거가 쓸어 없애야할 시공이라면 어찌 현재를
영위할 수 있을까? 병적으로 사라저 가는 골목과
동네에 애착이 많다. 꼭 착이라기 보다 완전히 사라지
기전에 그 느추하고 스산한 역사의 뒤안길을 숨쉬며
느끼고 싶었다. 그긧은 바로 우리 선조들의 생생한
발자취와 숨결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축제를 가보는 이유중 하나는 그 때에 잠겨 있던
문화재 역사 명소를 개방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붕괴되고 삭어가는 역사는 기실 보존이
쉽지 않다. 쓰러져 가는 역사 유적을 사진 몇캇 찍고
오며 깊은 회한을 달래는 것이 전부다.
후가 이튿날은 지용제를 탐방했다. 더욱 축소되어
더욱 축소되고 또한 어린이,학생들을 위한 프로가
많았음을 본다. 근년에 지용시인의 향수를 부른
이동원이 갔다. 현대인이면서 자연과 사랑,우수와
고뇌를 노래한 이동원은 조금은 사회와 수리에 어수룩
해 큰 사기까지 당하는 가운데 쓸쓸한 노후를 맞았
으니 70세에 떠난 그는 우리 시대의 아쉬운 미련이
되었다. 어느 누구는 사기와 탐욕으로 풍족한 삶을
살고,어느 누구는 섬세한 심성으로 사기당하고 핍박
받으며 궁핍하게 사는 경우가 있으니,중생사회라
하랴,자기업의 소산이라 하랴? 그래서 부처님은 착하
고 성실한 자에게 결국에는 축복을 내리려 오신 것이
아니냐 스스로 달래주는 봄날의 시간이닺.
사라져 가는 골목 그리고 성실히 살았지만 초라하게
떠난 예인들로 인해 늦은 밤과 새벽을 앓아야 하는
심사에 봄날은 또 속히도 흘러갈 것이다.
물론 현대인이 과거로 회귀해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수많은 시인과 예인들이 옛 향수를 찾아 피를
토하듯 부르고 써낸 것은 바로 그 과거가 나의 밑거
름이요,자양분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학 우리 어머니
는 '살아 있어도 우리 어머니,돌아가도 우리 어머니'이
듯 골목과 과거는 퇴색된 시공이 아니라 우리 생명을
거룩하게 이어주는 살아 있는 핏줄인 것이다.
불기 2568.5.18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