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내내 동네 친구의 복숭아 농장 일손을 도왔더니, 오늘 뒤풀이를 하자고 한다. 평소엔 항상 고깃집이었는데 뜬금없이 횟집으로 가자는 게 아닌가. 순간 내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고많은 고깃집을 놔두고 왜 하필 횟집일까.
하지만 곧바로 아내 얼굴이 떠올랐다. 아내는 알아주는 '회 킬러'다. 나는 회를 별로 안 좋아한다. 아내에게 소식을 전하니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친구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 남편은 회를 잘 안 먹는단다. 얻어먹는 입장에서 불평할 수는 없지만, 회를 기대했던 아내 표정에는 약간의 실망감이 스쳐 지나간다. 아내는 어디든 다 좋다고 답했다.
잠시 후, 친구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아니, 너 회 안 좋아한다며?" 하고 물었더니, 이미 일식집을 예약해 두었단다. 친구의 배려에 아내의 실망 가득했던 눈빛은 이내 기쁨으로 바뀌었다.
식당에 도착해 남성 팀과 여성 팀으로 따로 앉았다. 사실 남성 팀은 '술 마시는 팀', 여성 팀은 '안 마시는 팀'인 셈인데, 술을 즐기지 않는 나도 졸지에 술팀에 끼게 되었다.
아내는 회를 콩 주워 먹듯 맛있게 싹쓸이한다. 젓가락이 신나게 춤을 춘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입에 넣기 바쁜데, 아내는 깻잎에도 싸고 무순도 얹어가며 이리저리 모양을 내어 먹는다. '저게 저렇게나 맛있을까?' 맛있게 먹는 아내의 표정을 보니 내 기분까지 절로 좋아진다.
남성 쪽은 회가 남아 도는데 여성 쪽은 금세 비워진다.
아내의 접시에 회를 슬쩍슬쩍 건넨다. 아내가 빙그레 웃으며 덥썩덥썩 받아 먹는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나지만, 술팀에 낀 죄로 연거푸 술잔을 비워냈다. 취기가 오르며 기분도 한껏 업되었다.
얼마 전 백두산 여행을 다녀와서인지, 가슴속에서 애국심이 불끈불끈 솟구쳐 올랐다.
"자, 잔 들고 일어나시오!"
나의 외침에 다들 엉겁결에 술잔을 들고 일어선다.
"애국가를 부르겠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한 사람이 "너 치매 걸렸냐?" 하며 핀잔을 준다.
알고 보니 오늘 이장단 모임에 갔을 때, 어느 이장이 자기 출신 학교 자랑을 하길래 "그럼 교가 한번 불러보시오" 했더니 갑자기 애국가를 불렀단다. 다들 그 이장에게 치매 걸렸냐며 한바탕 웃어넘겼다는데, 내가 똑같이 행동한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딱 그 이장의 마음이었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는 법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국가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몸을 불살랐던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이장을 만나 함께 애국가를 목청껏 불러보고 싶다.
첫댓글 ㅎㅎ
좋습니다
회 맛있지요
어느 곳이냐에 따라 고기보다 더 맛있지 않나요
바닷가 해변..
저는 내륙에 살아서 그런지 아직도 고기가 좋아요 ㅎㅎ
아내를 사랑하는 모습이 잘 담겼네요
즐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행복한 일상이 보이는 듯 합니다
~마르고 닳도록
우리나라 만세
정 작가님 만세!
어제 잘 가셨습니까
정담 속에 막차를 놓칠뻔 했습니다
두 분의 일상이 정겹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