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앞에서
고향마을의 감깍는 모습
친척 할머니
산좋고 물좋아 휴양림이된 내고향 산천에는 감나무가 많다.
깊은산속에도 감나무가 있다.
씨없고 당도가 높은 동상곶감은
옛날 고종황제께 상납했다 하여
감이름이 <고종시>이다.
고종황제에게 진상한 동상곶감은
해발 500m~800m 깊은 산의
고욤나무와 고종시를 접목한 나무에서 딴 감으로 만들었다.
첨가물(유황훈증)없이 순수하게 자연 건조하며
씨가 거의 없고 찰지고 부드럽다.
또한, 각종 비타민과 영양이 풍부하다.
고향에는 단감나무는 전혀없고
곶감만드는 떫은 감만 있다.
곶감만들기에 대한 나의 첫기억은
초등학교 입학한 첫해 가을 농번기방학때이다.
내고향 학교는 곶감 만들시기에 농번기 방학을 한다.
초등학생 어린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작은손길마저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지게에 바작을얹여 둘러메고서
산속에있는 감을 따오고
여자들이 깍아놓은 감을
새끼줄에 꿰어 허청(덕장)에 매어단다.
일꾼들이 감 대여섯짐 마당에 부려놓으면
아낙네들은 빙둘러 앉아
이얘기 저얘기 나누며 깎는다.
감짐 바작위에 홍시 대여섯개
곱게 얹어와 주면 그보다 더 맛있는게
세상에 없다.
유난히 달고 맛있던 산감...
감을 따는 바쁜중에도 감나무 옆에있는 으름도 따서
바작위에 덤으로 얹여오기도 한다 .
감을 깎다가 감속에 묻힌 홍시하나 발견하면
맛있게 먹으며 잠시 하던일을 멈추고 쉬었다하는 기쁨도 있다.
아버지께서는 감을 따온 후에는 한결같이
미리 담구어놓은 잘익은 진달래술과 복분자
한잔씩 마시며 고된 일을 삭히셨다.
감이 무르는것을 농이진다고 말하는데
감이 무르면 곶감 만들기 어려우므로
찬 이슬이 내리는 상강을 기준으로
짧은시간내에 감을 따서 깎는다.
알맞게 잘 익은 감을 깎아야지
덜익은 감을 깎으면
곶감의 당도가 떨어질뿐만 아니라 곶감의 빛깔도 곱지 않다.
농번기때에는 일꾼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
돈을주고 일꾼을 사기도 하고
일을 잘하는이들은 서로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시집간 딸들은 친정집 감일을 도우러 오고
객지에 나간 아들도 돌아와 부모님을 도와 감일을 한다.
오빠도 가을이되면 매년 휴가를 내어 고향을 찾았다.
자신의 일당으로 일꾼몇명을 더 살수도 있지만
고된일 하시는 아버지곁에 있어주고 싶다며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감일을 도왔다.
언니의 감깎는 속도는 기계보다 더 빠르다.
감을 쥔 손이 보이지 않게 빨리 돌아간다.
감을 잡고 한번돌리면 다 깎인다.
여자아이는 예닐곱살부터
싸리나무로 엮어 만든 채반을 앞에 놓고
아주 작은 감칼을 손에 쥔채
감껍질이 끊어지지않고 폭이 일정하도록
감깎는 연습이 시작된다.
손에는 상처투성이가 되고
손에는 물론 옷에도
검은 감물이 들어 볼만하다.
해를 거듭하면서 차츰 감깎는 선수가 된다.
타지에서 시집온 여인들은
감을 잘 깎지 못한다.
오랫동안 숙련된 토박이처럼 감깍는 선수가 되기는 쉽지 않다.
이 산골에서는 딸이
감농사를 돕는 보배이다.
감을 깎으면서
감껍질을 일자로 고르게 놓고
한묶음이 된다 생각되면
칭넝쿨 반으로 갈라 감껍질을 묶어
기둥 못에 걸어 말린다.
서리가 내릴때 새벽이슬 쏘이면
하얗게 분이나고
할일 없는 겨울에 친구들과 따뜻한 온돌방에 옹기종기 모여
감껍질을 먹으며 논다.
쌀을 절구통에 넣어 곱게빻아 감껍질을 켜켜이넣고 떡을 해먹기도 한다.
감떡은 달고 맛이 좋다.
먹을거리 없었던 때여서
정성들여 말려서 감껍질을 팔기도 했다.
시나브로 감껍질 말리는 작업은 사라졌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산중에서
밤늦게까지 감을 깎으려면
마당을 환하게 비쳐줄
야회용등을 미리 준비한다.
남포등의 검은 그을림을
비누로 닦고 석유를 넉넉히 채워넣어
밤을 밝혀줄 불을 몇개씩 마련하여
군데 군데 걸어놓는다
석유가 귀한지라
더러는 산에서 관솔(송진이 있어서 일반나무보다 오래 탄다)을
구해와서 불을 밝히고 일을 한다.
감나무 밑에서 많이 자라는
<밀라추>라는 쓴나물을 뽑아온다 .
입맛을 돋구어 준다며
아버지께서 무척좋아하는 나물인지라
가족 모두가 좋아하게 되었다.
시집온 새언니도 생소한 밀라추나물을 좋아하게 되었다.
곶감을 만드는 작업이 손이 많이가고
고된 일이지만 즐거움도 있다.
밤늦게까지 감깎기가 일쑤인데
모처럼 일찍 마친날
큰아버지께서 우리를 데리고 나선다.
관솔불 비추며 주전자하나 들고 계곡에가면
불빛보고 나온 가제들
잠간사이 주전자 가득 잡아온다.
감깎을 때 뭐니뭐니 해도 즐거운 것은
먹는 즐거움이다.
햇곡식으로 지은 팥밥, 우거지된장국, 청국장,
산채 나물 , 무국, 시골밥상은 담백하다.
감을 깎는 철이되면
감 줄에 꿰어놓은 감으로 집집마다 붉게 물들어
마을 전체가 환하다.
병풍처럼 들여쳐진 산들의 단풍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감을 깍은지 40여일 지나면 곶감이 된다.
겹겹이 쌓인 나무상자에는
하얗게 분이난 곶감이 가득하다.
출출할때면 오며 가며 한주먹씩 꺼내서 먹기도 한다.
곶감이 이 산중에서는 한해 농사다.
산중에서 목돈을 만지는 때는
곶감을 팔고난 직후이다.
곶감을 팔기전 아버지께서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줄
선물용을 먼저 포장하신다.
여고생 시절 학교에서
예총회관에 간적있는데
낮익은 우리 마을사람들 감깎는 모습을 찍은
사진작품전시회를 하는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 놀랬고
결혼 후 TV를 켜니,
친정마을의 감깎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어 또 놀랐다.
고향의 곶감이 전국에 꽤나 알려진것같다.
지금도 내고향에는 가을이되면 어김없이
곶감만드는 진풍경이 매년 펼쳐진다.
감깍는 풍경을 다시보고 싶다
첫댓글 설마했는데 설마가 사람잡네요 진짜 본인의 글이네요 어데서 데리고 온 글인지 알았네요 좋은 글입니다 아주 좋은글......문예지에 출품하면 장원은 따논당상이네요 ㅎㅎㅎ 읽으면서 어렸을 때 내모습이 그려지네요 개구장이 노릇만 했던 그 어릴쩍 모습이 영화의 한장면처럼 지나가고요 눈에 선하고요 점점점 그리워집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은빛여울님들은 언제나 산을 좋아하는 우리들 가슴에 돌을 던지고 가네요..........
샘님의 어릴때 모습은 어떠했을까 궁금합니다. 귀기울여 들을 준비 되었으니 이야기 보따리 풀어보시지 않겠어요?
고종시로 동상곶감 만드는 법 한번도 체험해본적이 없는데 너무나 적나라하게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옮겨놓으시니 다시 그 시절 여울님의 동네에가서 구경이라도 한듯 그림같은 풍경으로 떠 오릅니다~여울님이 청국장에 야식드심시롱 나중에 잘때 묵을라고 볼에 묻혀놓은 밥풀떼기 두어개도 같이 보이고요~ㅎㅎ 너무 재밋는 글입니다~우리집에는 무화과가 많았고 감나무는 없어서 운동회때 사 먹었지요~그때그 홍시맛을 지금도 잊을수 없는디 혹시 그것이 동상 고종시가 아닐까~?ㅎㅎ
고향에서는 10월 한글날 전후로 감깍는 작업이 시작이 되지요. 허벌레님, 홍시감을 사서 드셨어요? 감나무가 많아도 매년 감나무 접을 붙이는 그곳에는 감나무가 점점 많아져서 어릴적에 학교에 다녀오면 오르기 쉬운 어린 감나무에 올라가서 홍시 따먹었지요. 그때는 몸이 가벼우니 가지끝에 있는 홍시감을 쉽게 딸 수 있어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