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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묘봉(妙峰) 산행
최 순 태
논산훈련소에서 신병 교육을 마치고 야간열차를 타고 강원도 춘천의 103 보충대에 도착하여 며칠 머문 후 고속버스를 타고 낯선 땅 홍천에 도착하면서 3년간의 군대생활이 시작되었다.
보병으로 지내는 동안 1년 중 대부분을 텐트 생활을 하며 고된 훈련을 하였다. 이때 강원도의 모든 산을 두루 섭렵하였으나,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등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오직 전투 대비 연습일 뿐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행군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특히, 군장을 메고 한계령을 걸어서 넘을 때 중위도의 지대가 높은 지역 탓에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비가 줄기차게 내리다가 맑아지는 것을 반복하였다. 강원도의 높은 고개에 계신 산신님의 심술은 대단하였다.
전역 후 한동안 등산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이즈음 고향의 중․고등학교 동문 산악회가 결성되어 매월 산행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산악회 총무로부터 가입의사를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고, 여러 사람들과 사귀자면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드디어 지리산 자락 봉우리 등반에 처음으로 참가하였다.
지리산은 경상도, 전라도에 걸쳐있는 거대한 산으로서 산세가 험하고 우리나라의 산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여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 청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후 전라도의 구봉산, 마이산, 월출산 등 여러 산과 대둔산, 북한산, 마니산을 비롯한 여러 섬의 산을 두루 산행하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동쪽으로 앞산이 보이고 정문 도로 맞은편에 일명 학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주위에는 초․중․고등학교 6개교가 밀집되어 있어 가히 명당이라 할 수 있다. 옛날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의 공부를 위해서 세 번이나 이사(孟母三遷之敎)를 했다고 하지 않는가! 아파트가 놓인 위치가 아이들의 교육에도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의 산행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다시 경험하기 싫은 등반은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묘봉(妙峰)을 오를 때였다. 이 산은 “기묘한 봉우리”란 뜻에 걸맞게 온 산이 아기자기하고 오묘하다. 산행 중 수많은 바위들을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바위의 모습도 참으로 다양하였다.
나는 여기서 큰 사고를 당할 뻔하였다. 산을 오르다가 바위틈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바위의 틈이 좁아서 통과를 포기하고 위쪽으로 우회하여 바위의 나무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려고 하였다. 밧줄을 잡고 뒤로 내려가야 것이 옳았으나, 잘못 생각하여 앞으로 내려오다 밧줄을 놓쳐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180°로 회전하여 필사적으로 절벽의 나무 그루터기를 잡아서 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때 동문들이 필사적으로 절벽위의 길로 끌어 올려 화를 면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절벽만 보면 그때의 광경이 생각나 조심해서 지나간다.
한국의 명산 강원도 설악산 등반 때의 일이다. 비교적 장거리 산행이었으므로 전날 밤 10시에 대구를 출발하여 다음날 새벽에 산행 출발지인 오색약수터에 도착하였다. 머리에 헤드랜턴을 켜고 무조건 앞사람의 뒤만 쳐다보며 부지런히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조용한 가운데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정상인 대청봉이 가까워지자 비로소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하였다. 정상을 정복하고 아래로 조금 내려와 중청 대피소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내려오다 중간에 간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잠시 쉬고 있을 때 다람쥐 한 마리가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동문 중 한명이 동그란 쌀 과자를 다람쥐 앞에 놓아두자 재빨리 낚아채어서 나무위로 가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주 먹이를 주니 자연스럽게 사람을 쫓아다니며 먹이를 구걸하고 스스로 먹이를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인간들은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겠다.
혹독한 겨울 산행이 시작되었다. 겨울산행 준비가 전혀 안된 나는 아이젠, 등산파카, 스피츠(각반) 등을 마련하고 강원도 함백산 눈꽃 산행을 따라 나섰다. 등산하는 날 눈이 내려 무릎까지 푹푹 빠졌으나, 정상에 도착하니 눈부신 설화(雪花)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겨울산행의 묘미는 곳곳에 펼쳐진 설화와 상고대를 보는 것이다. 동문 산악회에서 4월에 눈꽃을 본 희귀한 기억이 있다. 상주 갑장산을 등산할 때 출발 지점 날씨는 매우 좋았으나, 산 중턱을 넘어서니 갑자기 눈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정상에는 온통 눈 천지였다.
겨울산행에는 반드시 얇고 바람이 잘 통하는 등산내의 준비가 필요하다. 어느 해 겨울 집에서 입던 내의를 입고 산에 오르다 땀범벅이 되어 더 이상 산에 오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온 적이 있었다. 등산이 끝난 후 즉시 땀이 배출되는 내의를 구입하여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다.
지리산 피아골 등반 때 일어난 일이다. 아침부터 날씨가 잔뜩 흐려서 우의를 챙기고 산에 오르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하산 도중 등산화의 양 밑창이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떨어진 밑창을 비늘 봉지에 싸서 배낭에 넣고 걷기 시작하였다. 지면에 발이 직접 닿아서 많이 아팠으나 꾹 참고 겨우 하산하였다. 집에 도착하여 신발 제조사에 A/S를 요청하였더니 며칠 후에 제조사에서 밑창을 새로 바꾸어 신발을 보내주었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산을 오르면서 산악구조지점 번호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도움을 받기 쉽다. 산에서는 다른 곳 보다 빨리 해가 지기 때문에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서 하산해야 된다. 또한 등산로 이외에는 결코 가지 않아야 한다.
전라도 장성 축령산 등산 때의 일이다. 이 산은 어느 독림가가 직접 조성한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서 많은 피부병 환자들이나, 마음을 다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 날 산행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음식을 들고 전세버스로 향하던 중 위쪽에서 차 한대가 맹렬한 속도로 우리들을 향하여 돌진하였다. 간신히 산기슭 방향으로 몸을 피하자마자 차는 절벽 바로 앞에서 전복되고 말았다. 운전자가 뒤집힌 자동차 안에 있었으므로 여럿이 차를 밀어 바르게 세워 놓고 사람을 구조 하고 119에 신고하였다.
차량은 조금 상하였으나 운전자는 무사하였다. 천만 다행으로 우리 산악회원들도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가 덕을 많이 쌓아서 그런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운전자가 우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차안의 소지품이 어떻게 되었는지부터 먼저 물어보았다. 우리는 도와주면서도 씁쓰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대구의 명산 달성군 비슬산 대견봉 일대에서는 해마다 참꽃축제를 한다. 이제까지 한번도 참꽃 군락지의 진달래를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참꽃을 보려고 아내와 같이 구경을 떠났다. 군락지 일대는 마치 분홍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다웠다. 걸어서 올라가는 분들도 많았으나, 대견사까지 운행하는 반딧불이 전기차로 이동하였다. 전기차를 타고 가면서 주위의 경치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동문 산악회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산행을 떠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여러 유명한 산을 두루 산행하였다. 여름이면 남해안이나, 서해안의 여러 섬에 1박2일의 일정으로 관광도 하면서 산행을 하는 행사가 있다. 산악회 창립 10주년이 지난 2014년에는 100회 산행 기념으로 해외의 명산 산행을 계획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중국 황산, 삼청산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날씨 변화가 심하고, 비가 오는 날씨 탓에 운무로 천하의 절경을 보지 못하다가 살짝 구름이 그치는 바람에 잠시 우리 앞에 황산이 아름타운 자태를 선보였다.
등산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동시에 심신을 단련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협동심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 있다.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여 등산에 적합한 체력을 길러 놓아야 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야외에서 운동이 어려우면 열심히 계단 오르기를 하는 것도 훌륭한 운동이 된다고 한다. 우리 모두 등산을 통하여 심신을 단련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첫댓글 산을 참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여려 명산을 두루 섭렵하시는걸 보니 산을 무척이나 좋아 하시는군요. 등산시 준비해야 될 사항도 상세히 나열해 많은 도움이 될것 같읍니다. 저도 산을 좋아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않아 망설어 질때가 많읍니다. 산행에 대한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산에서 지켜야 할 일을 사례중심으로 소개를 잘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산행을 하면서 다양한 체험을 알려 주시어 고맙습니다. 등반사고는 한순간의 방심이 큰사고로 이어지는것 같습니다. 함께 산행하며 좋은글도 써봅시다.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많은 명산을 다니시고 추억도 많이 간직하신 선배님!
그래서 지금도 단단한 근육을 지니시는 것 같습니다.
산에 대한 많은 정보 감사합니다.
산악회 가입을 통해서 다양한 등산 경험을 쌓아오셨군요.. 그 경험들이 좋은 글을 쓰실 수 있는 자양분이 되신 것 같습니다. 안전사고에 대비하면서 낮은 산이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올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산행을 하시면서 겪어신 일들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산행을 하면서 겪은 여러가지 일들을 재미있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묘봉에서 겪은 일이 가장 기억에 생생한 것 같습니다. 산행에 필요한 여러가지 지식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묘봉산을 오르신 후도 자주 산을 찾으신 선생님, 힘들지만 자연과 인간 관계를 잘 묘사해 주셨다는 생각이 됩니다. 산에 오르기전에 반드시 준비운동을 하고 등산 할때는 얇은 옷을 여러벌 입어라는 경험담 새겨야 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여러 산행에서 느낀 사례를 소개한 진솔한 글은 앞으로 산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