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로스쿨에 상경·사회계열 많은 이유
전문가 "논리력 평가하는 법학적성시험 특성 때문" … 25개 로스쿨 입학생, 사회-상경-인문계열 순 등
몇년 전부터 정시에서 인문·자연 교차지원이 활발해지면서 자연계열 학생이 인문계열 학과로 진학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인문계열 학생이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하던 로스쿨이 자연계열 학생들에게도 성큼 다가왔다.
세상은 그렇게 융합되어가는 중이다. 로스쿨 진학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중·고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소개해봤다. 어느 학과를 가는 것이 좋은지, 두 대학에 합격했을 때 선택 기준은 어떤지, 고등학교 교과목 중 로스쿨과 연관성이 많은 과목은 무엇인지, 변호사와 검사·판사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알아봤다.
출처 이미지투데이
2023학년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 선발 결과를 전공별로 살펴보면 전체 합격자 151명 중 합격생이 가장 많은 전공은 경영학과(31명) 경제학과(31명) 등 상경계열이다. 자유전공학부 계량위험관리학과 보건정책관리학부를 포함한 기타가 14명, 정치외교학과(부)가 1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국어국문학과가 5명, 철학과가 4명, 법학과 사회학과 심리학과 언론정보학과가 3명이었다. 1명이나 2명이 합격하는 학과는 30여 개에 달했다(표 1).
매년 이 통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서울대 로스쿨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매년 발표되는 신입생 선발 결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2023학년 고려대 로스쿨은 상경계열 24%, 사회계열 20%, 인문계열 20%였다. 2023학년 연세대 로스쿨은 상경계열 30%, 사회계열 29%였다. 상경계열과 사회계열 합격자가 많은 것은 고려대와 연세대 로스쿨 또한 비슷하다.
◆공학계열이나 의·약학계열도 진학 = 전체 25개 로스쿨의 입학생 현황은 사회계열이 가장 높았다. 입학생 2156명 중 사회계열 30%, 상경계열 23%, 인문계열 26%, 법학계열 7% 등이었다(표 2).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한 대학은 법학과를 둘 수 없어서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과 지역 거점국립대에서 법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로 진학한 경우는 드물다. 경찰대 법학과나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특정 학과에 따른 유불리는 없어 상위권 로스쿨에 상경계열과 사회계열 출신이 많기는 하지만 어느 학과가 로스쿨 입시에 더 유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학과 합격생이 많은 것은 지원자가 많아서"라며 "로스쿨을 설립한 취지가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키우자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학과를 향한 선호는 딱히 없다"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에서 법학과가 없어지고 난 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상경계열과 사회계열로 많이 지원하기도 했다.
법학과 대신 만들어진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나 한양대 정책학과 학생들이 로스쿨에 많이 합격하는 것 또한 비슷한 경우다. 처음부터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입학했고 많이 합격했다.
많지는 않지만 공학계열이나 의·약학계열에서도 꾸준히 로스쿨에 진학하는 인원이 있다. 고유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전공은 법무법인에 취업하거나 검사로 임용될 때 경쟁력이 있다.
정 교수는 "법은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니 분야별 전문지식을 가진 변호사는 늘 선호된다"며 "전문 분야를 가진 사람이 변호사 자격증까지 갖추면 활동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과를 나와서 개발자로 일하는 경우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 로스쿨을 나온 뒤 스타트업 회사의 이사로 들어가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법학 교육은 복잡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능력과 수많은 정보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로스쿨 입시의 관건, 법학적성시험 = 최근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언론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서울대 철학과를 전공한 것을 두고 '로스쿨 진학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강진섭 메가로스쿨 원장은 "로스쿨 진학에 유리한 학과는 없지만 이런 말이 나온 것은 법학적성시험(LEET 리트)의 특성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트 영역 중 '언어 이해'는 길고 복잡한 글을 읽고 추론해서 문제를 푸는 시험이다. 철학과를 비롯해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대학 4년 동안 전공 관련 글을 많이 읽었으니 독해력 훈련이 좀 더 잘되어 있을 수 있다. 또한 철학과 법학은 역사가 매우 긴 학문으로 논리적 사고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로스쿨 입시에 필요한 리트 고득점과 높은 학점은 개인의 노력과 역량에 달려있다.
현재 로스쿨 입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리트 점수다. 여러 평가 요소 중 중요도를 매긴다면 '리트 점수 > 출신 학부 > 학점 > 정성적 평가 요소 > 공인 영어 점수'라고 로스쿨 준비생들은 말한다.
로스쿨 도입 초창기에는 사회 경력·봉사 활동·학부 전공·나이 등의 정성적 평가 요소가 중요했지만 2017년 이후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점과 리트 점수 등 정량적 평가요소의 비중이 높아졌다. 리트는 언어 이해, 추리 논증, 논술 등 3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고등학생이 수능 국어 점수를 올리기 위해 리트 시험지를 풀어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리트의 언어 이해와 연관성이 높은 과목은 고등학교 국어의 독서영역이다. 리트 지문의 소재는 사회탐구 과학탐구 과목들과 관련 있다.
강 원장은 "리트는 출제 범위도 없고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어서 고득점을 노려야 하는 시험"이라며 "점수가 오르는 속도가 빠르기도 느리기도 한 차이는 그전까지 닦은 개인의 독해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은 독서를 통해 많은 글을 접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학생 가장 선호하는 진로 '검클빅' = 2023학년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 중 서울대 학부 출신이 1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세대(23명), 고려대(15명)였다.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출신이 전체의 91.4%에 달한다. 나머지는 카이스트 4명, 성균관대 4명, 경찰대 3명, 한양대 1명, 존스홉킨스대 1명이었다.
대학생들은 자기가 졸업한 학교 로스쿨을 지원해야 합격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 더 좋은 로스쿨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로스쿨 1학년 재학 중에 리트를 다시 보는 '반수생' 도 늘고 있다. 자퇴와 미복학 등 중도 이탈한 학생은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매년 200명 안팎이다. 로스쿨 반수에는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한몫했다.
2023년 법무부가 공개한 변호사 시험 로스쿨별 합격률(응시자 대비)은 서울대 82%, 고려대 76%, 연세대 74% 등으로 합격률 상위 10위는 모두 서울지역 로스쿨이 차지했다. 반면 지방에 있는 로스쿨은 30~50%의 합격률을 나타냈다. 다만 변호사 시험을 보는 재수생과 N수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해 졸업한 학생들만의 합격률은 좀 다를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국내 12대 로펌에 입사한 신입 변호사 235명 중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로스쿨 출신이 79%를 차지했다.
로스쿨 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진로는 '검클빅' 즉 검사, 재판연구원(로클럭), 대형 법무법인(빅로펌)이다. 셋 다 로스쿨 안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