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속초여자가 되고 싶었지 그리워만하기도 애처로
워 그리움에 관한 세상의 통속한 말들을 모두 다 합친 게 바
로 속초여자인 그런 속초여자가 되고 싶었지 눈이 오면 어
스름 눈 속에 내리고 비가 오면 빗물에 몸 섞어 당신 어깨
뼈를 다 적시고 초록 팔찌에 매달린 두개의 나뭇잎이든 나
뭇잎맥에 새겨진 은빛의 의자든 그 무엇이든 되어 다시 당
신에게 닿고 싶은 그런 속초여자가 되고 싶었지 당신의 선
잠 속 먼지 낀 거미줄에 살아 무심한 바람에 허랑허랑 찢겨
져도 좋았지 이제 얼음 섞인 눈발은 한량없이 쌓이고 진눈
깨비 폭설 어디쯤 속초는 파묻혔나 억새로 엮은 비뚜름한
다리 건너 한 줌뿐이라도 한숨뿐인 당신의 속초여자가 되
고 싶었지
--리산 시집<<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문학동네 p.030
첫댓글 그 무엇이든 되어 다시 당신에게 닿고 싶은 그런 속초여자가 되고 싶었지
한 줌뿐이라도 한숨뿐인
폭설 어디쯤 속초는 파묻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