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조작 가능성'이라는 말이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꽤 있구나 그렇게 여기게 됩니다. 미국 전 대통령의 유죄평결과 관련된 트럼프의 반응과 여론조사 무용론을 다시 꺼집어낸 여당인 국민의 힘 주요 인사의 반응이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성 추문 입막음 돈 제공 의혹과 관련된 회사 회계 장부 조작 건으로 유죄평결을 받은데 대해 재판이 매우 불공정했다면서 조작된 재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불공정한 재판이 바이든과 그의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며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론조사 무용론을 다시 언급하면서 여론조사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홍 시장은 SNS에서 과거 여론조사기관이 특정 후보의 대세론을 만들어주기 위한 작위적인 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 22대 총선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경향을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응답률 15% 이하는 발표를 금지하고 이른바 보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응답율 10%도 안 되는 여론조사는 설계하기 따라서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시장이 여론조사 무용론과 조작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국민의 힘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사결과와 대통령 지지율이 21%로 최저라는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 언급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인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밝히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존재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주장에는 일관됨이 존재해야 합니다. 주장하는 바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막연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은 정치 리더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할 수 있습니다. 그냥 기분학상으로 느끼는 것을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냥 대외적으로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특히 자신의 편에게 불리할 때만 조작 가능성을 운운하는 것은 정치 리더로서의 책임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왜 그런 평결이 내려졌는지 또 왜 그런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는지 잘 생각해 보고 그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먼저 갖춰져야 유능하고 책임감있는 정치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평결은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 검찰의 숱하게 많은 조사를 거친 뒤 나온 결과입니다. 그런 결과를 무시하고 조작 운운하는 것은 미국의 법체계를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여론조사기관은 한국에서 인정받는 조사기관입니다. 여론조사의 조작 가능성 운운에 앞서 왜 여론조사가 이렇게 나왔을까 생각하고 지지율 상승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판단됩니다. 자신의 편에 유리한 여론조사결과는 흠쾌히 수용하면서 불리하게 나오면 조작 운운하는 것은 그다지 합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아 보입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조작 가능성이 주는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2024년 6월 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