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에 직원 870명인 회사의 사장이 됐다.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 큰 회사가 설립될 때부터 참여해 성공했는데, 무슨 사업을 하든 못할까." 호기롭게 회사를 나와 직접 창업에 도전했다. 결과는 연전연패(連戰連敗).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에 보이는 사업 아이템, 돈이 되는 아이템 다 좋다. 하지만 정말 성공하는 창업을 하려면 '이 사업을 하면 어떤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를 고민해야 하더라."
요즘 젊은 직장인과 구직자들이 한 번쯤은 이용해본다는 기업 평가 서비스 잡플래닛의 황희승 공동대표가 3일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에서 열린 중소기업청 주최 청년 창업 콘서트에서 숨겨진 자신의 '실패 스토리'를 통해 창업 성공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그루폰 사장으로 벌은 돈, 두 번의 사업실패로 탕진하고 사업철학을 익혀
황 대표는 2011년 독일 로켓 인터넷 한국 지사 소속으로 인터넷상거래 업체인 '그루폰 코리아' 설립에 뛰어들어 1년간 대표로 일했다. 그러다 본사가 한국 법인을 정리하자 직접 창업에 나섰다. "첫 창업 사업은 신용카드 포인트를 모아 현금 대신 모바일 게임 아이템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였어요. 그런데 개발을 마치고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애플과 구글에서 연락이 왔어요. 자신들을 거치지 않고 (카드사와 게임 업체 간에 직접 결제를) 하면 계약 위반이라더군요. 결국 포기했습니다. 개발비만 날리고 망했죠."
두 번째는 영·유아의 울음소리가 무슨 뜻인지 해석해주는 착용형 스마트 기기였다. 아이 울음소리만 듣고도 무얼 보채는지 척척 알아맞히는 엄마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이 울음소리를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워치 크기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나름 작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갓난아이에겐 너무 큰 거예요. 채워놨더니 애가 울고, 발도 못 들고…. 더 작게 만들려고 했더니 45억원이 든대요. 또 망했죠."
황희승 잡플래닛 공동대표가 출연한 앱으로 여는 세상 방송. /한국직업방송 유튜브 채널
두 번의 연이은 실패로 벌어 놓은 돈의 대부분을 날렸다. 황 대표는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애를 키우는 사람도 아닌데 '뜨는 아이템'이라는 이유로 시작한 사업이었다"면서 "나 스스로 자만(自慢)의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시장을 물색중 '일자리 정보' 서비스를 착안, "창업에는 니즈 파악이 중요"
그는 한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을 살펴보고 "(시장이 작은) 한국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시장이 큰 분야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 '일자리 정보' 서비스였다. 황 대표는 "연간 이직자가 600만, 신입사원 채용이 100만명 정도인 국내 기업 채용 및 취업 정보 시장은 약 2조3000억원 규모"라며 "솔직하고 정확한 기업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파고들면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잡플래닛은 창업 1년 반 만에 월간 방문자 300만명의 사이트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다. 황 대표는 "우리는 창업의 황금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창업에 도전하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 모두가 무엇을 필요로 할지 고민해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