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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4월 20일까지 답변 달라’ 요구
인수위 ‘검토하겠다’라며 지하철 시위 자제 촉구만 반복
시위 현장에 ‘탈시설 반대’ 부모들 찾아와 피케팅 하기도
‘탈시설 반대는 지역사회 서비스 부족으로 생겨난 일, 탈시설 요구와 다르지 않다’
28일 오전 7시 40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8일 오전 7시 40분, 드디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만났다. 30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인수위 측은 명확한 답변보다는 여전히 ‘검토해보겠다’라면서 장애인 지하철 시위 중단만을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전날 장애계가 인수위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답을 가져와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음에도 확답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전장연이 인수위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관한 약속을 요구하며 25번째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를 진행한 끝에 이뤄졌다. 간담회는 인수위 인근에 있는 경복궁역 지하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간담회에 장애계 대표로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참석했으며, 인수위에선 임이자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 김도식 인수위원이 참여했다.
인수위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간담회 내용을 기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사진 강혜민
- ‘기재부 실링 예산에 장애인권리예산 포함해달라’ 4월 20일까지 답변 요구
간담회 서두에 김도식 인수위원은 “더는 20년을 기다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이제 장애계의 의견은 충분히 전달됐고 많은 국민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더이상 장애인 이동권 때문에 다른 분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이자 간사 또한 “20년간 해결되지 못했던 부분을 지금 하나씩 검토하고 있다.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고, 여러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이니 이해해달라”면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윤석열 새 정부는 소통과 통합을 내걸고 있다. 장애인 권리 쟁취도 중요하지만 다른 시민들 출근에 지장을 주는 부분은 오늘 중으로라도 지양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권리예산을 설명하며 기재부가 ‘실링 예산’(정부 부처별 다음 연도 예산 요구 한도액)을 잡는 현시기에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전장연은 이 자리에서 내년도 장애인권리예산과 올해 추경으로 반영되어야 할 예산을 다시 한번 전했다.
박 대표는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은 이미 있는 제도에 대한 자연증가분일뿐이다. 이동권 예산은 국토부와 수많은 논의를 하였고 많은 교감이 있었음에도 기재부의 예산에서 막혔다. 이것은 많은 검토가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보조금법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29일 간담회 후 26번째 지하철 타기를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 사진 강혜민
현재 장애계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운영비에 관한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법 시행령 별표2에서 이에 대한 부분이 ‘국고 지원 제외 사업’으로 되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
이어 박 대표는 “기재부가 2월~4월에 실링 예산 지침을 잡는다. 이 지침이 각 정부 부처에 내려가면 정부 부처는 실링 예산 내에서만 예산 편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임이자 간사는 “서로 다 잘 아는 내용이다. 심도 있게 고려하겠다”고 말을 가로막으며 “계속 소통할 테니 시민들에게 여러 불편 주는 부분은 풀고 하나씩 해결해나가자”며 또다시 지하철 시위 중단만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인수위의 원론적 태도에 최용기 회장은 “저희도 지하철 시위를 풀려면 나름의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갑갑함을 표하기도 했다.
박경석 대표는 “오늘 이야기한 부분은 국가 차원에서 4월에는 다 정해져 있어야 하는 문제다. 4월 20일(장애인차별철폐의 날)까지 빠르게 답을 받을 수 있기를 요청한다”고 기한을 제시했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 중단에 관해서는 전장연 내부 논의 후 입장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넓은 단차. 이로 인해 휠체어 탄 사람들은 바퀴가 종종 단차 사이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경사로를 이용해 이동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전장연, 이준석 대표 사과 요구에 인수위 측 “전달하겠다”
박 대표는 인수위 측에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대한 사과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지속해서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폄하하며 혐오 세력을 부추기는 내용의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이러한 이 대표의 태도는 당내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8일에는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이 지하철 시위 현장에 찾아와 무릎 꿇고 사과하기도 했으며, 당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 대표에게 발언을 자중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보다 더 타격인 것은 없다” “당 차원이 아닌 제 개인 자격으로 하는 이슈 파이팅”이라면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준석 대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곧 여당이 되는 공당의 대표가 사실도 아닌 왜곡된 방식으로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말씀하신 것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임이자 간사는 “그 말씀 전달해 올리겠다”면서 또다시 “여러분들의 절박함을 충분히 알았으니 다른 시민들께 피해 끼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양해 주시길 바란다. 오늘 중으로 (지하철 시위를) 중단해주시고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풀어가자”고 답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최용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무척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각 정당을 찾아다니며 정책 제안을 하고 예산안도 이미 몇 번이나 전달했다. 당연히 인수위에도 전달했다. 오늘 인수위의 답변을 기대했는데 우리의 요구안을 또다시 설명해야 했다”고 허탈함을 토로했다.
동대문역 방향의 혜화역 승강장에서 선전전해야 하는 활동가들이 정작 혜화역에 도착했음에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도 한 정거장 더 가서 한성대입구역에서 혜화역으로 돌아오는 경로를 택했다. 휠체어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고 설치한 엘리베이터로 인해 양방향 환승통로가 있는 역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사진 강혜민
- 탈시설 반대 부모들 피케팅… 전장연 “탈시설은 유엔 권고 사안”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전장연 활동가들은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탈시설을 반대하는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소속 부모 5명이 찾아오기도 했다.
부모들은 소복을 입고서 전장연이 선전전하는 곳 바로 옆에서 피케팅을 했다. 피켓에는 “장차연과 탈시설을 논하지 말라” “탈시설의 당사자는 거주시설 장애인과 그 보호자다”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을 알기나 하는가? 듣지도 보지도 않고 만든 무책임한 탈시설 및 시설폐쇄 법안 즉각 철회하라”라고 적혀 있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대표단이 기자들에게 결과를 알리던 중 박경석 대표가 부모들에게 “옆에 서 계시지 말고 앞으로 오시라”고 손짓하자 부모들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탈시설에 반대하는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소속 부모들이 소복을 입고서 전장연 기자회견장 바로 옆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탈시설 문제와 관련해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에 권고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가입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에는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권리’가 명시되어 있으며, 일반논평5에는 ‘탈시설을 해야 한다’는 명확한 문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기에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탈시설 반대 부모들의) 이야기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환경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국가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든든히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했다면 시설에서 왜 격리된 채 살아가겠나. 따라서 이것은 국가 책임의 문제다. (탈시설 반대 부모들이) 탈시설의 문제는 부모와 시설 운영자의 몫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거주시설 운영비는 6222억 원인 반면, 탈시설예산은 24억 원에 그친다. 현재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에는 탈시설 예산에 대한 증액도 담겨있다.
많은 취재진들에 둘러싸인 채 지하철에 탑승하는 장애인 활동가들. 사진 강혜민
아침 8시 40분경, 이들은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26번째 출근길 지하철 타기를 진행하면서 혜화역으로 향했다. 3호선 지하철 내 시민들은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거나 조용히 핸드폰을 보았다.
충무로역에 내려서 4호선 명동역 방향의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한 시민이 문 앞에 줄지어 선 장애인들을 보고 “한두 번도 아니고 스물다섯 번씩이나 이러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일부 시민이 한숨을 쉬거나 짜증을 내는 등 불편함을 표하기는 했으나 커다란 충돌은 없었다. 혜화역 승강장에 도착한 활동가들은 78일 차 혜화역 선전전을 진행했다.
한편, 29일 오전 이준석 대표는 또다시 페이스북에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문제 삼는 게시물 두 개를 올렸다.
혜화역에 도착한 장애인 활동가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이날 지하철 선전전은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과 정의당 서울시당이 함께했다. 사진 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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