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 조성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하철 출근 시위에 대한 비판 글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시민불편’ 프레임을 씌운 ‘질서 유지’라는 선거전략도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첫 글을 시작으로 오늘(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진행 중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차기 당 대표가 나흘 동안 장애인 투쟁을 저격하는 글을 무려 10개씩이나 썼다는 점에서 단순히 ‘불통’을 넘어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장애계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국회의원들의 규탄과 사과 요구에도 이 대표는 오히려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지난 주말에도 “‘불특정한 최대 다수의 불편이 특별한 우리에 대한 관심’이라는 투쟁방식을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의 질서는 무너진다”며 “조건 걸지 말고,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 삼는 시위방식을 중단하라”는 글을 게재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8일 오전 8시, 전장연의 장애인 지하철 시위 현장인 경복궁역을 찾아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무릎을 꿇은 뒤에도 여러 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이어갔다. ©더인디고
심지어 오늘 오전 8시, 자당 소속 김예지 국회의원이 경복궁역 전장연 시위에 참석해 “헤아리지 못해, 공감하지 못해 죄송하고,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소통을 통해서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대신 무릎까지 꿇으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예지 의원) 개인 자격의 행동에 대해 평가할 일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오전에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준석 당대표(사진 가운데)는 전장연을 향해 ‘반문명적 시위’로 규정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각종 단체가 집회와 시위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전장연 시위를 ‘비문명적 관점의 불법 시위’로 규정한 뒤,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해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장애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국회 관계자는 더인디고와 전화 통화에서 “최근 언론들도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 앞에서 집회와 시위가 늘어가는 점을 부각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 대표의 발언은 다분히 사전에 이를 차단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앞으로 전개될 여러 집회나 시위에 대해 다수의 ‘시민불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여기에 그 본보기로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도 엄벌의 대상임을 강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별, 이념 등 갈라치기 프레임이 대선 정국에서 상당히 작용했다. 오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도 국민의힘은 아무리 언더도그마이더라도 ‘질서’와 ‘엄단’을 통한 다수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며,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부정적 여론전과 같은 맥락”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통합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청와대 이전뿐 아니라 시민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불통의 이미지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장연은 오전 8시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시작해 충무로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 9시를 넘어 혜화역 동대문 방향 승강장에서 시위를 종료했다. 혜화역 ‘지하철 선전전’은 오늘로 77회째다.
▲전장연은 28일 오전 8시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시작해 충무로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 혜화역 동대문 방향 승강장에서 시위를 마무리했다. 사진은 박경석 대표(사진 왼쪽)과 이형숙 대표(사진 오른쪽). ©더인디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탑승에 앞서 이준석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이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조건 없이 시위를 중단”하라며, “순환선 2호선은 후폭풍이 무서워 못 건드린 채 지하철 3·4호선 위주로 시위를 지속하는 것은 결국 4호선 서민주거지역 시민의 불편을 끼치는 것” 등의 또 다른 갈라치기 발언을 이어갔다.
박 대표는 “2호선도 출근길 여러 차례 탔다. 3호선 경복궁역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가장 가까운 역이라는 점, 4호선 혜화역은 99년도에 이규식 현 서울장차연 대표가 혜화역 리프트에서 떨어져 중상을 당함에 따라 최초로 장애인이동권 투쟁의 목소리가 퍼진 곳”이라면서, “조건 없이 멈추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조건 없는 예산보장’이 먼저”라고 받아쳤다.
이어 지하철 이동 중에도 시민들을 향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21년 동안 싸워왔지만, 장애인은 마이너스(-)의 삶의 연속이었다”면서, “이제는 영(0)의 조건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동하고, 교육받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가 기재부를 통해 예산으로 답을 하면 된다”고 호소했다.
▲28일 전장연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현장에는 김예지 의원뿐 아니라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도 함께했다. ©더인디고
한편 경복궁역 지하철 탑승에 앞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이동권 투쟁에 대한 공감과 국회의원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릎을 꿇었다.
김 의원은 이어 “(저는) 인수위원장도 당선인도 당 대표도 아니지만, 대신해서 (장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특히 출근길 불편을 겪는 시민들께도 정말 죄송하다”며, “(정치권은) 잘못된 워딩과 표현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조정하고 조율하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한 편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로 시선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인수위에 여러분 입장을 잘 전달하고, 100%는 아니더라도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__________________
[관련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