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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NSP로? 전례 없는 변화 속의 러시아 패션시장
러시아 KOTRA 2022/12/07
- Nike 등 글로벌 브랜드 현지 매각 후 새로운 브랜드로 탈바꿈
- 해외직구 대행, 병행수입시장 급성장에 짝퉁도 증가
- 저가 시장 확대, 멀티브랜드 스토어 확산 전망
막대한 손실에도 러시아를 떠나는 글로벌 패션기업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많은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영업을 중단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국민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패션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Zara, Bershka, Massimo Dutti, Oysho, Stradivarius 등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스페인의 Inditex를 비롯하여 Nike, Adidas, H&M, Puma, Reebok, Victoria’s Secret, Decathlon, Crocs, Marks&Spencer, Mango, Levi’s 등 글로벌 회사(브랜드)들이 일시적 또는 완전히 러시아 시장을 떠났으며 럭셔리 브랜드인 Hermes, Chanel, Louis Vuitton, Dior, Fendi, Loro Piana, Gucci, Saint Laurent 등도 러시아 매장 영업을 중단했다.
러시아 경제지 Kommersant는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이들 글로벌 기업이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발생할 손실이 총 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례로 지난 7월 러시아 사업 철수를 발표한 H&M은 러시아 내 전 매장 폐쇄에 따른 손실이 1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 발표했으며 이외 제기된 소송 규모만 23억 루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향후 손실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당장의 손실뿐만 아니라 러시아 철수 시 매년 포기해야 하는 매출액 규모는 더 크다. 2020년 Statista에 따르면 Indetex와 H&M의 매출 중 러시아의 비중은 각 8.5%, 4%로 이들의 해당연도 매출이 약 250억 유로, 200억 유로임을 감안하면(2020년) 대략 연 약 21억 유로와 8억 유로 내외의 매출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 철수 결정을 내리는 해외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일부 투자금 회수, 직원 고용 유지 등을 위해 러시아 비즈니스 부분을 현지 또는 타국 기업에 매각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이를 인수한 기업은 새로운 브랜드로 이름을 바꿔 매장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Nike의 경우 Sport Point가 인수해 NSP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탈바꿈했으며 캐나다의 Helly Hansen은 러시아 경영진에 의해 인수돼 사명을 'Retail RC'를 변경했고 브랜드명도 'Move'로 변경할 예정이다. Inditex는 레바논 Daher에 매각을 추진 중이며 이후 Zara가 New Fashion(Новая Мода)으로 변경돼 운영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전 공급된 재고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데 재고가 소진된 이후에는 제품을 어떻게 조달할지 등은 미지수이다. NSP에서는 2023년 5월 이후 재고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며 Helly Hansen은 현 보유 재고 소진 후 Move 브랜드 매장에서 Nike, Adidas, Puma, Mont, Geox, Under Armour 등의 제품을 판매할 예정인데 원활한 제품 공급이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할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떠난 기업들의 공백을 메우는 다양한 방법들
많은 해외 기업이 러시아 시장을 떠났지만 반대로 시장에 남아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기업들도 있다. 컨설팅사 NF Group에 따르면 현재 152개의 해외 브랜드가 일반 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지속 운영 중으로 이 중 31.4%가 패션 브랜드다. 여기에는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기업도 있으나 튀르키예, 중국, CIS 국가 브랜드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상기 브랜드 중 Perspective(튀르키예), Li-Ning, ANTA Sports(이상 중국)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2022년 러시아 시장에 최초 진출한 브랜드들로 많은 해외 기업들, 특히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철수를 추진한 것과 반대로 이들이 떠난 틈새시장을 기회로 인식, 시장에 진출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러시아 자국 브랜드들도 해외 브랜드가 떠난 빈자리를 메우는 주요 역할을 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유명 패션기업인 Melon Fashion Group은 클래식 라인 Zarina, 트렌디 라인 Love Republic, 영스타일 라인 Befree 등 브랜드 라인을 내세워 다양한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의류 및 신발의 수입 의존도는 75~90%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우려했던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는 자국 산업 육성의 결과라기보다는 빠른 공급망 대체 구축 대응의 결과로 볼 수 있다. Fashion Consulting Group(FCG)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는 대표 우방국인 중국으로부터 전체 의류 수입의 약 45%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어 방글라데시, 베트남, 튀르키예, 인도 등과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으로 이들 우호국과의 협력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CIS 국가와의 협력도 증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등도 새로운 옵션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단순 브랜드 수입보다는 원할한 원자재 보급, 금융 제재 회피, 수출 등을 위한 생산 기지 이전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해외 직구와 병행수입의 증가도 서방 패션기업이 떠난 자리를 메우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는 CDEK Forward, Boxberry, LiteMF, Euro Zakaz 등 다수의 러시아 업체가 해외 직접 구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 글로벌 유명 브랜드 상품에 대한 주문, 결제, 배송 등 전 프로세스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의 매출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수백 퍼센트 증가했다. CDEK Forward가 발표한 해외 온라인 구매 인기 브랜드에는 Calvin Klein, Tommy Hilfiger, Michael Kors, DKNY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대다수 포함돼 있다. 또 그동안 러시아는 수입 상품 국내 소진국으로서 해당 브랜드 소유주의 승인이 없을 경우 병행수입을 금지했으나 2022년 3월 30일 병행수입 허가에 대한 연방정부 결의안과 5월 6일 의류, 섬유제품, 신발류, 모자류 등이 포함된 병행수입 허가 품목 지정 명령을 발표하며 국제 사회의 수출 통제에 따른 물품 부족과 가격 급등 현상을 타개코자 했다. 러시아 연방 관세청은 10월 말 현재 126억 달러, 160만 톤 규모의 제품이 병행수입 제도를 통해 국내로 수입됐으며 올해 말에는 이 규모가 150억 달러, 2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의류는 전자 제품, 가정용품, 향수 등과 더불어 병행수입 주요 품목으로 꼽힌다.
저가시장 비중 확대와 모조품(짝퉁) 유통 증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서방의 제재 부과와 러시아의 경기 침체 이후 가격은 러시아 소비자들의 가장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2022년 현재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FCG에 따르면 러시아 의류 시장에서 중간 가격 시장 비중은 2014년 40%에서 2022년 20%로 감소한 반면 저가시장 비중은 50%에서 72%로 확대됐으며 고가 시장은 10%에서 8%로 소폭 감소했다.(구체적인 가격 범위는 확인 불가). 가장 상위 시장인 고가 부문은 위기 상황에도 고소득층과 초고소득층의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으나 대체 공급망 구축, 물류비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 등으로 인해 중산층 이하의 구매자들의 수요는 더 낮은 가격대의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하향 흐름은 현재 러시아 패션 시장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한편 병행수입 제도 도입은 공급망에 일부 안정을 가져다 주었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사전에 우려한 바와 같이 모조품(짝퉁) 유통 확대도 유발했다. National Shoe Union의 Natalia Demidova 사무총장은 현재 러시아 의류 및 신발 시장은 우호국인 중국, 튀르키예 제품들과 비우호국가 유명 브랜드의 짝퉁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며 우려 섞인 시각을 드러냈다. 과거에는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이 짝퉁 유통 방지를 위해 이를 유통하는 러시아 유통망들에 소송을 제기했었으나 현재는 병행수입 허용과 글로벌 브랜드들의 철수로 소비자와 브랜드의 권리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소비자들이 같은 가격이라면 이름 없는 러시아 브랜드 제품보다는 가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며 현지 생산의 경우 제재로 고무, 직물, 지퍼 등의 조달에 애로를 겪는 반면 해외 모조품들은 이러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국내 산업 육성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점
러시아 패션산업은 2022년 전례 없는 변화의 흐름을 겪고 있다. 많은 서방 브랜드 매장들이 사업 매각 후 새로운 브랜드들로 변모했으며 이들이 철수한 300만㎡의 오프라인 쇼핑몰 공실에서는 현지 기업들이 멀티 브랜드 스토어 등 새로운 형식의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 보유하고 있는 재고 또는 병행수입 등을 통해 수입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들을 유통할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중국, 튀르키예, CIS 국가 브랜드 제품들로 취급 품목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명품과 같은 고가 시장에서의 소비자 이탈 수준은 크지 않으나 인플레이션, 소비 여력 감소에 따른 중간 가격 시장에서 저가 시장으로의 소비자 이동 증가에 주목해야 하며 병행수입 제도 도입에 따른 짝퉁 유통이 증가하면서 현지 브랜드 권리 보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외 직접 구매 대행 성행, 중앙아시아 등으로의 제조기반 이전 및 위탁 생산, 새로운 브랜드 발굴을 위한 온라인 유통망의 튀르키예 사무소 개소 등 러시아 내 패션 비즈니스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므로 이러한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고 이들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새로운 협력 방법을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료원: MSK1.RU, New-retail, Nikefans, Kommersant, Sovkomblog, NF Group, Perspective, Mavi, TRUSSARDI, Abricot, Li-Ning, Tezenis, Alex YVN, United Colors of Benetton, ANTA Sports, Melon Fashion Group 홈페이지, shopandmall, Newprospect, Tass, RDT-INFO, National Shoe Union, Fashion Consulting Group(FCG), NSN, KOTRA 블라디보스톡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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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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