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욱 칼럼-귀주 소수민족
귀주 소수민족 탐방기
(貴州少數民族 探訪記)-16.
발문(跋文: epilogue).
2008.5.7.
空慧
나라가 넓고 산(山)이라는 한자 글씨의 모양답게 산이 모두 도토리를 세워놓은
듯 능선이 없다할 정도로 가파르고 높다. 중국 한족(漢族)과 동화되기 싫어서
해발 2000m나 되는 오지의 심산 1000~1900m에 마을을 만들어 은거(隱居)하는
중국 소수민족들은 참으로 끈질긴 종족들이다.
그 56개 소수민족 중에서 귀주성에 거주하는 묘족(苗族)을 위시한 49개 부족들은
고유문화를 지켜오지만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그들마저
독립을 위친다면 중국은 와해될지도 모른다 . 그들의 한족으로의 동화(同化)를
갈망하는 중국 행정당국은 그들을 위하여 심산 오지에까지 전기와 그리고 비록
좁지만 도로를 만들었다. 참으로 큰일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도시화와
근대화라는 미명아래 청정지역을 오염시키고 있고 전통문화를 아류(亞流)로 전환
시키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민심 또한 도시의 상업인처럼 야박하게
변하고 있으니 문명의 자연(自然) 침습(侵襲)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인간의 지연 침습으로 하루에 160여종의 생물들이 멸종하고 있다고 한다.
이집트(Egypt)의 아스완(Aswan) 지방과 동일하게 중국 제일의 채석장(採石場)
이라고 할 귀주성의 석림(石林)도 이제 돌의 반출을 금하고 있으니 만시지탄이
있지만 다행이다. 우리는 지자제 운운하면, 지역이기주의적인 경제논리로만
일관하여 자연훼손 쯤은 아랑곳 하지 않는데 그런 몰지각한 태도를 일소해야
하겠다. 인간으로서의 우리는 너무 생을 즐기려고만 하지 말고 자연의 고마움을
생각하여 근검절약의 검소한 생활양식을 감내(堪耐)하여야 마땅하리라. 인간들은
일상의 고마움을 모르다가 병마나 재화(災禍)를 당한 후에야 그 고마움을 안다.
하여 늘 사후 약방문격인 대책만 강구하는데, 미리 미리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습성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온 세계를 여행해도 중국같이 영어가 안통하고, 필담(筆談)에 있어서도 그들의
숙어(熟語) 술어(術語)가 다를뿐더러 간자체(簡字體)를 쓰고 있어 번자체
(繁字體)만 배워온 우리들의 한자(漢字)가 잘 소통되지 않아서 아쉽기 그지없던
일도 없다.
하기사 중국어를 안다 해도 이들 소수민족에게는 중국어 통역이 필요했다.
문자는 없지만 그들의 문화는 직조술 나염술(捺染術), 건축, 음악 등 참으로
대단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가 목조건물의 수명을 오래 유지한다고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삼나무(杉木)가 재료다. 아마도 습기(濕氣)가
원인인 게다. 삼나무로 건축한 동족(侗族)들의 높은 고루(鼓樓)와 풍우교
(風雨橋)는 현대 기술을 능가한다고도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은 매우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나라 사회같이 단순
하고 감정적이며 즉흥적인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듯했다. 매사 느리더라도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듯 보였다. 아마도 이런 점을 이해 못하는
성급하고 단순한 일본인들이 이들을 폄하(貶下)하여 만만디((慢慢的: 중국어
manmandi)라고 하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중국의 소수민족들은 채식 위주였고 남쪽으로 갈수록 음식은 맛있었으며
북경(北京), 산동(山東), 또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천(四川)요리 보다도
광동(廣東)요리에 가까웠다. 우리나라 중국음식과는 달리 그들의 요리엔
msg(미원)등 조미료가 안 들어가 있었고 호빵(포즈:包子)은 진미여서 밥보다
좋았다. 또한 그들의 전통주(소위 민속주)도 단백하고 좋았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근면하고 얼굴이 밝았다. 돈 없이는 못살고 늘 돈벌이
에만 급급하여 찡그리고 매서운 눈초리의 도시인들도 이들의 삶을 본받았으면
하는 실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직도 향로제(鄕老制)가 지속되는 가부장 사회의 전통을 고수하는 그들의
생활이 그들의 심성(心性)을 맑고 밝게 해주는 것이라 믿고 싶다.
빈부의 격차 또한 막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이 아우성소리로 시위하는
행패 등 비지성적인 행동은 없었다. 해 봐야 안 되고 또한 세금만 많아지니
단념했는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제일 가난한 주(州)에 속하는 귀주(貴州)의
소수민족들의 수입은 제일 작지만 향복지수는 제일 높다.
운남(雲南)과 사천(四川)등지의 소수민족도 탐방해야하는데 지진이 났으니...
다른 지구촌 가족들의 사람 냄새를 맡으며 다른 모습 다른 문화를 찾아
빈 머리를 채우기 위해 또다시 길을 떠나련다.
땅은 널고 갈 길은 멀다. 저 넓은 대지를 향해 발을 띨 수 있는 한 땅을 밟으리...
ps: 캠코더로 60분짜리 tape6개 반을 촬영하여 72분짜리 비디오를
편집하였다. DVD는 3장, MPEG1은 2장의 CD로 편집하였으니.
필요한 분은 연락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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