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음에 대하여
2024107045 생물학과 전유빈
익숙한 낯설음이라는 단어는 처음 봤을 때, 난 이 모순된 단어에 아주 의아해했다. 익숙한데 어떻게 낯설게 느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처음 과제에 대한 안내를 들었을 때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최근에 익숙한 낯설음에 걸맞은 경험을 하게 되어,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은 내가 최근에 겪었던 익숙한 낯설음의 경험담이다.
난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 육지로 여행을 갔던 경험이 5번 있었다. 처음 육지에 갔을 땐 제주도에 비해서 모든게 크고 복잡해 보였던 육지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심지어는 공기도 낯설어 피부에 트러블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한 번씩 갔다 오니 신기하게도 이런 육지가 익숙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육지 여행 중 5번째 여행이다. 이 여행은 아주 최근에 친구들과 서울과 대구에 갔다오는 여행이었다. 내가 느낀 낯설음은 5번째 여행에서 시작되었다.
난 마지막 여행 이후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타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긴 바다를 가로질러 점차 제주도의 밝은 야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항상 보던 익숙한 제주도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비행기를 잘못 타 다른 지역으로 가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날은 늦은 밤에 비행기를 타서 그렇게 느껴진 걸까? 확실한 것은 내가 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낯설게 느꼈던 것은 낮이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난 내 고향이 예상할 수 없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게 된 것이다. 마치 게슈탈트 붕괴 현상을 겪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는 집에 돌아오자, 이번엔 고향에서 피부에 트러블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난 낯설음을 느끼는 것은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낯설음은 곧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처음 가보는 곳에 가게 된다면 무조건 낯설음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안전이 보장된다면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곳을 여행하게 된다는 설렘과 기대로 변화된다. 그렇기에 나는 여행 이후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 새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가슴이 뛰는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분명 날 비웃을 수도 있지만 내게 낯설음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렇게 내가 최근에 겪었던 익숙한 낯설음에 대해서 설명해 보았다. 낯설음은 익숙하지 않다는 것에서 두렵거나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일상생활을 하며 보는 평범한 풍경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으로 설렘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이는 모순된 감정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낯설음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난 이번 글을 작성하며 낯설음과 관련된 부정적인 생각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첫댓글 풍경 하나 하나에 집중하다보면 전체적인 부분에 대한 기억과 연결되지 않아서 완전히 낯선 상황처럼 느껴지고, 결과적으로 세계관이 붕괴되는 현상을 게슈탈트 붕괴라고 말합니다. 전문적인 용어는 아니고, 재팬에니메이션에서 주로 사용한 용어로 알고 있습니다. 철학하기의 시작으로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라고 하는 것은 평소 당연하게 생각해서 의미 없게 생각되고, 더 나아가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에 대해서 돌이켜 봄으로써 그것의 의미를 재발견하라는 말입니다. 물론 어느날 문득 고향이 낯설게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은 고향이 변해서가 아니라 내가 변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철학하기에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당연히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자주 타면 목적지까지 가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얼마나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큰 것이 어떻게 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면 비행기와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