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01.30 화요일 07시.
막 잠에서 깨어나 눈꼽을 떨어가며 밖으로 나오니 싸락눈이 살째기 내리고 있었다

기상대 예보에 위하면 오늘 경기 충청 지방에 폭설이 내리고
바람도 점차 강해져 허벌라게 추워진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날 조치원,청주,오창,증평,음성,충주로 간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어디 마땅한 술판이 벌어지는 곳에 가서 술이나 퍼 마실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근디 점심때쯤 되어가자 눈꼽만큼 떨어지던 싸락눈도 그치고 햇볕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
물론 눈도 금새 다 녹아 차도는 말짱하게 말라 있었고 날씨도 장사 해먹기 좋게끔 따뜻했었다
이런 우라질...
기상대 눔들은 도대체 뭐 하는 눔들이가 ?
매일 같이 하늘을 쳐다보며 꾸벅 꾸벅 졸고 있었나 ?
요 몇일간 기상대 일기예보가 몇번 빗나가기에 반신반의 했지만
이번 일기예보를 할때는 목에 힘줄이 튀어 나오도록 강력하게 말을 하기에 조금더 기두려 보자
그 눔들 말대로 이제 조금만 있으면 눈 발이 점점 굵어지면서 바람 또한 점점 강해 지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쮜그만 더 기두려 보자...
근디 점심때쯤 되자 햇볕만 따뜻하게 나오는것이 아이가 ?
이런 닝기리 !
맷돌에 집어넣고 박박 갈아 묵어도 시원치 않을 기상대 눔들 !
내 니눔들의 턱도 없는 노가리만 믿고 술 마실 궁리만 하고 있었으니
내가 나를 생각해도 참 한심 스러웠다
그렇다고 이렇게 날씨가 화창하게 좋은날
낮술 마시러 다닌다는것은 주변사람들에게 을매나 송구스러운 일인가
할수없이 송탄에서 이불공장하는 칭구집에 놀러가서
" 야 ~ 아거들아 !
오늘 기분도 꿀꿀한디 일 집어 치우고 쐬주나 퍼 마시자 ! "
" 아자씨 ! 벌건 대낮에 뭔 잠꼬대 같은 말씀을 그리 섭하게 하신다요 ?
고연히 남들 쎄빠지게 일하는데 바람넣지 마시고 아자씨나 혼자가서 마시라요 "
" 이런 닝기리 !
이제는 탯줄 끊어진 자리 여물지도 않은 피래미 같은눔들까지 날 무시하네
니들이 내가 이야기 하는데 감히 이럴수가 있냐 ?
절구통에 집어넣고 빡빡 갈아 술 안주 해먹어도 시원치 않을눔들 ! "
구시렁 구시렁...쓰벌 쓰벌...닝기리 닝기리...
투덜투덜 거리며 서정리,평택,성환시장을 거쳐 천안까지 왔는데
아오 ~ 재수에 옮이 붙어도 이렇게 붙어 버릴수가 있는가 ?
주머니에 돈이 일원한장 들어오지 않았다
에라이 ~ 닝기리, 기상대 눔들 !
내 오늘 니눔들의 턱없는 노가리만 믿고 있다가 이거이 뭔 꼬라지냐 ?
집에 돌아와 라면하나 끓여서 쐬주 반병정도 마신다음 뒤비져 부렸다
얼마나 뒤비져 잤을까
전화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 모시 모시....어쩌구 저쩌구....
지금 송탄에서 회식이 있으니 어여 오란다
푸시시한 머리를 침 발라 빗고 눈꼽을 떼면서 밖으로 나오니

우리집 앞 놀이 공원에는 깊어가는 겨울 밤풍경 속으로
베토벤의 비창처럼 눈발이 하염없이 이렇게 날리고 있는것이 아닌가 ?

그때 시각은 밤 8시
밖은 이미 어둠에 잠겨 있었고

저물어 가는 겨울밤의 하얀 눈발 맞으며 전철역으로 향하는데
목메이는 그리움처럼
회한의 눈물처럼
부질없는 사랑처럼
하늘 가득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이렇게 사정없이 눈발이 날리자 간간히 다니던 사람들의 모습도 자취를 감추고
편안히 겨울잠을 자고 있는 나무들위로 눈 보라가 휘날린다
소나무들이 푸른 솔잎을 푸르게 드러낸체 눈 내리는 밤 하늘을 묵시하고 있었다

살을 에이는 바람이 예리한 비수처럼 날아와 박히고
차디찬 눈 보라가 청산가리처럼 배어 들어도
소나무 들은 푸르는 솔잎을 피워내고 있었다
모든 나무들이 마음을 비우고 겨울안거에 들어가 있는데
나만이 오도방정 떨어가며 부산하게 술 퍼 마시러 가는 중이다
술은 일종의 마약과 같은 것이다
조금씩 절제하며 마시면 혈액순환을 도와 주지만
이판사판 공사판으로 무작하니 퍼 마시면 한 방에 아작 나는 수가 있다
하지만 소문에 듣기로는 물에 빠져 탈상한 사람보다 술에 빠져 탈상한 사람들이 더 많다 한다
그러나 술은 때로 친구와의 의리를 더 돈독히 해주기도 하고
파바로티의 노래처럼 사랑을 불 붙게 해주는 사랑의 묘악이 되어 주기고 하며
거북이등처럼 메마르고 갈라진 마음을 촉촉히 적셔 주기도 한다
어떤 시인들은 술 속에서 보석 같은 시의 언어를 건져 낸다고 하는데
나는 술 속에서 부어오른 간뎅이만 건저 올릴 뿐이다

눈 보라가 휘몰아치는 전철역앞 버스정류장을 지나

오랫만에 전철을 타고 서정리까지 올라가 송탄 동지들과 회담을 했다
이불이 장사들 회담이라고 해바야 일년중에 가장 장사가 안되는
1월과 2월을 어떻게 무사히 넘길수 있는가에 대하여 의견을 주고 받는 이야기다
나는 눈 내리는 창밖을 종일토록 바라보며 쐬주 한병 퍼 마신다음 방석을 베게 삼아 뒤비져 부렸다
한참 뜨거워진 토론에 열들을 받았는지 내가 뒤비져 있는데도 아랑곳 없이
" 그려 ! 요즘같은 비수기는 가게세만 내도 잘 하는겨 "
" 일단 무조건 팔고 봐야되. 나중에 바꾸러 오면 바꾸어 주는 한 있더라도 "
" 요즈음은 하루 잘해야 삼십만원 밖에 못 팔아 "
" 에이 ~ 요즘같은때 그러면 됐지. 뭘 걱정이여 "
어쩌구 저쩌구....
한 참 이야기 하다 말고 평택에서 매장하는 한 아즈매가
" 어? 이 아자씨 주무시네 ! "
" 나 귀 않먹었어 ! 계속들 혀바 ! "
" 오랫만에 만나서 잠만 주무시네. 어여 일루와 잔 받으시소 "
" 에이~ 닝기리. 한 잔씩들 마시고 일어들 서자구 "
" 집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사람이 왜 가자고 난리를 치고 그라노 ? "
" 집에 꿍쳐논 사람있어. 안 가면 한 방에 아작나는 수 있어 "
그러고는 노래방 가자, 호프집가자 하는것을 겨우 물리치고
서정리 전철역으로 부랴부랴 달려 갔더니 12시 06분 막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30여분을 달려 천안 전철역에 도착하니

눈 발은 점점 더 거세어 지고 있었다

12시 자정 조금 넘은 시간 사람들은 택시를 타려고 총총 걸음으로 뛰어가고 있었고
나는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천천히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가서 베토벤의 비창이나 들으며 잠들려고....

이렇게 하얀 눈발이 날리자 우리집 들어가는 입구의 나이트 클럽에선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부지런히 들락 거리고 있었고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베토벤의 비창을 들으며 잠 들었다
어서 꽃피는 봄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겨울잠을 자는 한 마리 벌레처럼....
봄날이 오면 꽃밭을 훨훨 날아 다니는 나비가 되는 꿈이나 꾸면서....
첫댓글 눈이 오는 일상에서 이리 흐흐...하는 글을 쓰실 수 있는 나먹통님이 부럽소.. 아지매가 되어지니 빨래 걱정..세차걱정...집 나간 식구들 무사귀환(?)걱정..잡다한 일상의 걱정으로만 하루를 보내는 이몸은 갑자기 슬푸요. 나 한테도 첫눈오는 날 만나자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이미 그런 일은 자식들의 일이되고...빨래 건조대를 거실에 들이고 온도 조절기를 높이는 날 .....눈 오시는 날...
나두 이불장시 안하구 집에서 밥하구 빨래나 해 봤음 조켔눼...일하기 싫여서리...^_^
맞다~~ 피곤한 하루 보내고 송탄까지 눈 맞으며 갖다와 그냥 뒤비지지(나먹통의 표현을 빌림).....클클클 이런 글까지 올릴 재주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녀^^ 수고했슈~~
갱생도 솨람들이 그러 드라고요..." 확 차 삘라...뒤비지게스리" ^_^
장사하랴 술 마시랴 사진 찍으랴 보통 바쁜게 아니구만유...
뒤비지랴...^_^
팔자는 늘어진 팔자들이네... 장사가 안 되먼 까짓거 하리 늦개 난 셈 치먼 되는 거제 뭐~! 올 삼동에는 앙거서는 제대로 눈귀경을 못 했는디, 솔찬허니 눈속을 달리는 봤그마~!^^
이번에 천안에 세번째 눈인가 네번째 눈인가 그런것 같고마요...앞으로 점점 올라가는 고온현상 때문에 눈구경 하기 힘들날이 올것 같은 예감도...^_^
그래도 배짱하먼 나먹통 사장 이란가...요즘은 소림사 애기가 잘안나오요 무림평정이 아마도 힘든모양이구만요
그러잖아도 지금 " 먹텅아님 무림천하 평정기 " 라는 무협을 쓰고 있는 중입네다...곧 바루 1부에서 3 부까지 개봉할 예정이오니...기대하시라...개봉박두..." 먹텅아님 무림천하 평정기 " ^_^
나사장 그대 허벌나게 보구 잡다 ^^
옥 ? 널쭉한 마빡님 ! 충주엔 자알 다녀 오시고요 ? 충주 무학시장에서 김치만두하고 순대국밥에 쐬주 한 서너병...캬아 ~ 했었어야 했는디....^_^
ㅋ.ㅋ.ㅋ. 맞습니다. 요즈음엔 관상대가 어쩌면 이리도 거짓말을 잘 하는지.... 지난 주에는 폭설이 내린다는 거짓말에 겨울등산 계획도 취소했는데... 지나고 나니 정말 억울하더군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시기를...
글궤요...기상대에서 기상청으로 승진을 시켜 주었더만 올 들어와서 날씨를 제대로 맞춘적이 벨로 없는것 같슴네다...낼은 눈이 올지 오지 않을지 낼 가바야 하니까 알아서들 일 나가시든지 말든지 하십쇼...이렇게만 이야기 했으면 적어도 꽁치지는 않았을 텐디...^_^
ㅎㅎㅎ~ 저러코롬 돌아다니시는데 우찌 내눈엔 한번도 안 보일까나...??? 요즘은 길에 나서면 혹시 사진에서 많이 본 비단이 실은 차 보일까 가끔 두리번 한답니다...ㅎㅎㅎ
중앙시장 들어가는 입구에서 두번째 생선 파는 할매....매일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게진 얼굴로 닭다리하고 생선 파는 할매...단골이라면서요..내도 왕년에 그 할매 단골이였었는고 그 앞에 하루에 골백번도 더 지나가는디...^_^
눈이 와도 전철타고 걸어서 저리 즐길곳이 있다니 엄청 부럽구만요. 운전을 안하면 갈곳이 없는데..... 부럽소이다. 그런데 밤에 찍은 사진이 어찌 저리 잘 나오남요?
조약돌님 올만에 뵙십니더. 동안 기체는 만강 일양하시쥬 ? 시애틀은 운전을 하지 않으면 꼼작 못하는 모냥인가 보네요 ? 아........글구요 사진은 현상을 할때 명암을 조절을 했심니더 ^_^
나먹통아님 매력에 빠져 듭니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