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시인님 산은 내게 신앙이며 희망이었다(12/18, 백두대간 소백산구간; 죽령~비로봉~국망봉~상월봉~늦은맥이재~율전 산행일기)

[梅谷堂 김 경숙]

   
산은 내게
신앙이며 희망이었다

     /梅谷堂 김 경숙

 
*일시: 12/18, 07시 40분 신갈 출발
*날씨: 맑음
    (10:49) 죽령(696m) 도착
    (10:52) 산행 시작
    (11:43) 전망대(도솔봉 삼형제봉 조망)
    (12;18) 백두대간 제2연화봉 표지석
    (12;29) ▲제2연화봉 전망대
    (13;04) 천문대(이정표, 죽령6.9Km/연화봉 0.2Km/ 비로봉 4.3Km/ 희방사 2.6Km)
    (13;21) ▲연화봉
    (13;50) 점심(제1연화봉 전위봉 오르는 중에 너럭바위)    
    (14;22) 제1연화봉(1,394m)
    (15;30) ▲비로봉(1,439.5m)
    (15;45) 국망봉 갈림삼거리(국망봉 2.7Km/ 어의곡 4.7Km/ 비로봉 0.4Km)
    (17;04) 초암사 갈림길(국망봉 0.3Km/ 비로봉 2.8Km/ 초암사 4.1Km, 
                                   돼지바위 0.6Km)
    (17;12) ▲국망봉(1,420.8Km)
    (17;30) ▲상월봉(이정표, 늦은맥이재 1Km/ 국망봉 1.1Km/ 비로봉 4.2Km)
    (17;51) 늦은맥이재(1,272m), 이정표(율전 4.5Km/ 국망봉 2.1Km, 비로봉 5.2Km/ 
                                                     고치령 9.0Km)
    (19;19) 율전(700m)
    (19;50) 율전 출발

  지금은 아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83년 2월의 어느날, 남편이 군대를 제대
하고 첫 발령지인 가평땅을 찾아 마석고개를 넘던 생각이 난다. 2톤 트럭에 바리바리 
살림살이를 싣고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안계시지만, 시아버님 되실 분과 함께 굽이굽
이 산길을 따라 신혼의 단꿈을 꾸며 산골길을 가던 그 때가.. 

  고려산 밑에서 자란 내가 산을 동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요
즈음에야 춘천으로 향하는 그쪽 도로가 새길이 뚫려 가까운 거리가 되어있지만, 사실
그 때는 그 길을 가며 고갯마루에 올라설 때마다 트럭이 엔진에 열을 받아 몇번씩 쉬
어 가곤 하였었다.

  지금 생각 해보면 겹겹이 포개고 끝없이 이어지던 높은 산들을 올려다 보며 막연한
그리움을 띄워 보내기 시작한 때가 그 때쯤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 보다
훨씬 빠른 9살 나이에 백령도를 떠나와 강화도에 정착하여 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일 때마다 고려산을 오르내리며 아픈 마음을 달래던 그 때부터 일 수도 있겠다.

  27살의 나이에 잉태 된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이곳에 내가 뿌리를 내리고 살게되면
산수 좋은 땅의 정기를 받아 건강하고 똘똘한 사내아이 하나 점지해 주십사 하고 산을
향해 빌던 그 때가 생각 나 이 시간 슬며시 미소를 지어본다.

  그렇다. 이 때다 하고 정확하게 짚어 말할 순 없겠지만, 성당 문을 내집 대문 드나들 듯
하며 천주님을 섬기던 내가 어쩌면 그보다 더 산을 숭배하고 의지하였을런지도 모를 일
이다. 눈으로 확인 되지 않는 신앙의 대상이다 보니 내 마음에 깊이 뿌리를 내려 안식을
주고 믿음을 안기우던 산이 어쩌면 현실적인 신앙의 대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 자라 이미 부모의 능력을 능가하고 있는 내 아이들을 바라보고 "세월 참 빠르구나!"
하며, 어린 아이 둘을 한꺼번에 유모차 태워 가평거리를 오가던 때가 생각 나 이 글을 쓰
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산과 가까이에서 산을 숭배하며 살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들어와 신
의 자리를 차지해 버린,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어쩌면 남편 보다도 정신적인 안정을 안겨
주던 산이 내게는 벌써 신앙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인 것 같다. 내 인생길에 가장 비극
을 맛보던 한 때도 난 산을 찾아 위로를 받고 눈물을 삼켜왔으니까..

  이제야 지난 날을 돌아보며 열심히 살아 각자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해준 남편과 두 아
이를 생각하면서, 못견디게 아팠던 순간들까지도 지금은 내 삶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1년 반여에 걸쳐 걸어온 대간길에서의 희노애락을 감사하
는 마음으로 돌아본다. 그렇게 산은 내게 신앙이었고 앞으로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사진;2010.1/16, 비로봉을 뒤로 하고 국망봉으로 이동중..)


 
  소백산은 소백이라는 이름 때문에 작은 산이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큰 명산이며, 주
봉인 비로봉은 수많은 야생화의 보고로 희귀식물인 외솜다리(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있는 봉우리이다. 철쭉이 만개하는 봄이면 연분홍의 은은한 자태를 드러내고, 천연기념
물 제244호인 주목군락과 함께 어우러져 고고하고도 부드러운 멋을 자아낸다. 철쭉꽃과
주목이 내어놓는 아름다움은 능선의 우아한 곡선미와 잘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이룬다. 
  (사진;2008.5/25, 제1연화봉 오르는 계단길 옆 철쭉꽃..)



  주목은 제1연화봉에서부터 비로봉 사이의 북서사면(해발 1,200∼1,350m)에 분포하고 
있으며, 주목의 평균 수령은 350년(200∼800년)으로 총 본수는 3,798본(천연기념물 제
244호 1,999본 포함)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주목군락지이다.
  (사진;2010.1/16, 비로봉에서 연화봉을 배경으로..)



  국망봉에서 시작되는 죽계구곡은 고려 경기체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죽계별곡
의 배경이며 연화봉에서 이어진 희방계곡은 높이30m의 웅장한 희방폭포와 더불어 뛰어난 
경관을 보여 주고 있고, 북으로 흐르는 계곡들은 단양팔경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사진;2008.5/25, 희방계곡의 희방폭포..)



  소백산 국립공원의 식물자원은 한반도 온대중부의 대표적인 식생을 갖는 지역으로 낙엽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식물자원은 철쭉 등 관속식물 1,067종, 동물자원은 멧돼
지등 1,708종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2010.1/16 비로봉에서..) 



  주요 문화재는 국립공원 내인 경북 영주시 부석사 지구와 이에 인접한 순흥 일대에 집중
되어 있으며, 일부가 충청북도 단양읍에 분포하고, 국보5점, 보물6점, 경북지방유형문화재 
8점이 이에 포함 된다.(사진;2010.1/16, 남동쪽 삼가동에서 오르는 계단길..)



  * 산행코스 ; 죽령~제2연화봉~연화봉~비로봉~국망봉~상월봉~늦은맥이재~율전
  * 산행거리 : 대간거리 17.4km/접속거리 4.5km= 21.9Km(8시간) 


 GPS 궤적도





  봄에 이 길을 가고 오래간만에 다시 찾은 소백산이다. 소백산이 설산도 좋지만, 야생
화가 한창인 늦은 봄날의 소백산을 특히 나는 좋아 한다. 그늘진 숲길을 오르며 각종 수
목들과 키낮은 야생화들의 속삭임을 들어주고 함께 호흡할 수 있음을 큰 즐거움으로 알
던 한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발돋음 하여 일어선다.



  백두대간 32구간인 죽령~늦은맥이재까지 잇기 위해 2개월만에 다시 찾은 죽령이다.
소백산맥을 넘는 이 고개는 문경새재와 추풍령 등과 함께 영남의 삼관문 중 하나이고, 
그 중 으뜸으로 손꼽혀 왔다. 소백산 제2연화봉과 도솔봉이 이어지는 잘록한 지점을 정
상으로 해발 696m를 기록하고 있다.



  삼국사기에 아달라왕(阿達羅王) 5년(158년) 3월에 열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동국
여지승람에는 『아달라왕 5년에 죽죽(竹竹)이 죽령길을 개척하고 지쳐서 순사(殉死)했
으며, 고갯마루에는 죽죽을 제사하는 사당(竹竹祠)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와 온갖 애환이 굽이굽이 서려있는 죽령은 삼국시대 한동안 고구
려와 신라가 대치해 불꽃튀는 격전을 펼치기도 하였다.



  고구려가 죽령을 차지한 것은 장수왕 때인 서기 470년경이며, 그 후 신라 진흥왕 12년
(551년)에 신라에 복속되자, 영양왕 1년(590년)고구려 명장 온달(溫達)장군이 왕께 자
청하여 "죽령 이북의 잃은 땅을 회복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등의 기록(삼국사
기)과 함께, 소백산 북쪽 자락에 온달산성이 전해오고 있다.




  이후에도 영남 내륙의 여러 고을이 서울 왕래를 모두 이 길을 거쳐야 했기에, 나라의 
관리들은 물론, 온갖 물산이 보부상들의 등에 업혀 이 고갯길을 넘나들었다. 그래서 고
갯길 양쪽의 단양과 청풍, 영주와 풍기 등지에는 길손들의 숙식을 위한  객점, 마방들이 
들어섰고 이들 장터는 늘 성시를 이루곤 했다는 것이다.



  줄잡아 2천여년 유구한 세월에 걸쳐 영남 내륙을 잇는 동맥의 역할을 해온 이 길이 
2001년 터널이 뚫리면서 이제 다시 호젓한 옛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



  더욱이 그동안 숲 덩굴에 묻혀있던 그 옛날 오솔길을 영주시에서 옛 자취를 되살려 
보존하자는 뜻에서 1999년 5월 이 길(2.5km)을 다시 뚫어, 안내판과 함께 단장을 마쳤고, 
새 터널까지 열려, 시대를 달리 하는 3가지의 길 모습들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역사의 
뒤안길을 장식하게 되었다.



  이같은 내력을 되새기며 넘는 맑고 한적한 죽령고개는 두고두고 멋진 고갯길 드라이브
코스로 길이 남았으면 해진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밟으며 죽령에 이르게 되니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듯 하다. 전
구간의 반 이상을 넘어섰다는 안도감에서일 것이며 다른 고개와는 달리 교통편이 편리하
다는 것도 그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또한 죽령은 지원장소로나 또는 단양과 영주쪽 
탈출지점으로도 좋은 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



  산행기점은 단양쪽에서 올라와 휴게소 왼쪽 매표소로부터 시작된다. 매표소를 지나 북
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50분 가량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동쪽으로 영주시 풍기읍 일대가 내려다 보이고 남쪽으로는 삼형제봉가 도솔
봉이 조망된다. 



  전망대에서 25분 더 오르면 해발 1,357m인 제2연화봉에 닿게 된다. 제2연화봉 서쪽은 
행글라이딩 훈련장소여서 북서쪽 천동리 방면 하늘 위로 둥실 떠다니는 행글라이더가 
심심찮게 눈에 띄기도 한다.

  연화봉으로 오르는 중 연화봉 3.7Km지점에서 올려다본 연화봉 능선.. 오른쪽으로 높이
솟은 봉우리가 연화봉이고, 좌측 중간부분에 천체관측소가 우뚝 솟아있는 곳이 천문대
이다.



  같은 위치에서 뒤돌아본 도솔봉 삼형제봉 능선..





  제2연화봉을 향해 오르며.. 



  백두대간 제2연화봉 표지석에 도착한 시간 12;18이다.



  제2연화봉이 있는 곳에서 능선은 서쪽으로 뻗는 듯 하다가 다시 북쪽으로 돌아 이어진
다. 표지석 있는 곳에서 10분 후면 제2연화봉 전망대에 닿는다.




  가슴 터지도록 울고싶은 날이 있었다.



  잡힐 듯 하다가도 비껴가는 파랑새를 쫓아
  정신 없이 달려가다가

 

  파랑새가 날아가버린 허공을 바라보며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에 주저앉아 
  한없이 눈물을 쏟던 그 날



  일어서 뒤돌아서는  그 자리에서
  땅이 꺼질세라 터져나오려는 한숨조차도 
  두려움에 삼켜버리려 하면



  하얀 설원 저 끝에서 다시 날아오르는 파랑새 한 마리
  어느새 가슴에 들어와 
  슬픈 내 영혼을 위로하려 들더라.



  1시간 하고 10분만에 제2연화봉 전망대에 섰다.(12;29)



  제2연화봉에서는 천문대를 거쳐 연화봉 제1연화봉 비로봉까지 오르는 대간능선이 한눈
에 조망된다.



  제2연화봉에서 능선은 북동쪽으로 굽돌아든다. 이 능선길을 따라 20분 거리에 이르면 
천체관측소가 자리한 1,383m봉 바로 밑에 닿게 된다. 



  제2연화봉에서 천문대까지 35분만에 도착 하여..(13;04)




  ▲ 천문대(1383m) : (소백산 천문대의 연혁)
  1972-05 국립천문대 설립위원회에서 24" Boller & Chivens 반사망원경을 연화봉에 건설
하기로 결정 
  1974-01 Boller & Chivens 24 인치 반사 망원경 도입 
  1974-11 국립천문대 설립 (1974. 9, 대통령령) 및 망원경 설치작업 시작 
  1978-09 소백산천체 관측소 준공 (국립천문대 단위부서) 
  1980-10 광전증배관 및 Dry Ice 냉각장비를 이용한 측광관측연구 시작, 상시관측체체 
구축 
  1986-05 국립천문대가 천문우주과학연구소(정부출연연구소)로 변경됨에 따라 소백산
천문대로 개칭 
  1992-01 CCD 영상관측 장비 (액체질소 냉각장치 부착)를 이용한 정밀측광 관측연구 
시작 
  1993-01 DIPHO (DIffrential PHOtometry) 개발로 자동 차등측광 관측연구 시작 
  1997-06 연구관리동 신축공사 시작 
  1999-06 연구관리동 완공 및 이전 
  2001-01 광시야 2K CCD 카메라 도입 



  앞서 오른 일행들이 천문대에서 라면을 끓여 식사준비를 하고 있기에 그대로 지나쳐 연
화봉 정상으로 올라..



  연화봉 정상은 천문대에서 200m거리에 있다. 5분 거리로 남쪽 희방사로 내려서는 갈림
길이 있다.



  연화봉에서 1,383m봉을 뒤로 하면 능선은 제1연화봉으로 방향을 든다. 연화봉이정표,
(비로봉 4.3Km/ 죽령주차장 7.0Km/ 희방사 2.4Km, 희방1주차장 3,7Km, 희방사역 5.9Km)



  연화봉에서 급경사 너덜길을 내리고 계단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제1연화봉 전 봉우
리까지는 비교적 편안한 능선길을 걷게 된다.




  제1연화봉 전위봉 오름길에 점심 먹기 좋은 너럭바위가 있기에 잠시 쉬어도 갈겸 간단
하게 요기를 하고서..(13;50)




  비로봉 2.0Km 지점에서 뒤쳐졌던 일행들과 만나 제1연화봉 계단길을 오르며..



  제1연화봉 오르기전 안부에서 올려다본 비로봉..



  제1연화봉 정상에 이르면 사방으로 탁트이는 파노라마가 볼만하다. 여기서는 남동쪽
아래로 풍기와 영주시가 멀리 안동 학가산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제1연화봉을 지나며..(14;22)



  제1연화봉 부터는 거의 평지길이나 다름 없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약간 돌출된 1,382m
봉과 1,395m봉을 지나 약 40분 거리에 이르면 비로봉으로 오르기 직전 주목관리소 건물
이 나타난다. 이 관리소 북쪽 아래로 3분 거리에 있는 주목군락지로 내려가면 시원한 식
수를 구할 수 있다.






  1,395m봉을 내려서면 주목관리소가 있는 봉우리 오르기전 안부에 천동리계곡으로 내리
는 갈림길이 나온다. 




  1,395m봉을 지날 때 예전에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건너 뛰어 지나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
공간이 눈으로 메워져 있어서인지 쉽게 지나칠 수가 있었다. 뒤쫓아 오르시던 박잎푸른님
이 한컷 눌러주시기 바라면서 철쭉 옆에 서보았다. 바위와 철쭉꽃이 잘 어우러지는 이곳의 
아름다운 봄 풍경을 박꽃향기는 특히 좋아한다. "박잎푸른님 감사합니다~"



  천동리 갈림길 안부를 지나고,(15;16), 이정표(비로봉 0.6Km/ 천동리주차장 6.2Km..)




  주목관리소를 좌측으로 두고 지나서..(15;19)



  불과 2년전의 일, 소백산의 능선길이 평지라 생각하고 이 능선을 뛰어서 오르던 때가 
바로 엊그제만 같은데 왜 이리도 힘이 드는지? 



  일단 비로봉까지는 무난히 올라온 듯 한데..(15;30)



  비로봉정상에 올라서니 잔잔하던 바람이 돌연 칼바람으로 몰아친다. 그래도 오늘은 소
백산이 배려를 많이 해주는 듯 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칼바람이라고 해야 소
형칼의 바람정도이니 예전에 맞던 장칼바람의 맛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비로봉은 비로봉
이다. 제법 살을 에이는 바람에 목도리를 꺼내 감아야 했으니까..




    비로봉에 올라

    저 벌떼처럼 몰려드는
    무리를 좀 보오
    숨을 헐떡이면서도 무언가에 홀린 사람들처럼
    오르고자 하는 一念으로
    그리도 그대 품이 그리웠던가 

    왜 아니 그러하겠소
    北風寒雪 제 가슴 이엉이엉 울먹여가면서도
    눈꽃으로 얼음꽃으로 
    가슴 시린 이들을 위로하며 싸안더니

    끝내는 아픈 가슴 핏빛으로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선혈(鮮血)로 솟구쳐 오르던 날
    하늘만한 그대 등짝엔
    화려한 쌍무지개 걸치우듯
    사람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어라.

    작고 여린 자 낮고 안온한 곳에
    화려하거나 강인한 자 높고 우람한  곳에
    낮은 곳으로 임하게 하고
    높은 곳을 우러르며
    때론 섬세한 손길로
    또는 거센 회초리 엄한 훈육으로
    보듬고 후려치는
    외유내강을 지닌 군자의 자세로

    그렇다고 어찌 그대인들
    가슴 시리지 아니한 날만 있었겠는가
    유하게 흘러내린 펑퍼짐한 가슴팍엔
    쓰라린 날들의 희생물인냥
    화창한 5월 뜨거운 태양빛에도
    만개하지 못하고 피풍(皮風)을 앓다
    스러져가는 눈물의 꽃처럼

    누렇게 뜬 꽃망울들
    상처 안은 영혼들의 허물이
    흐느적이며 입증이라도 하듯
    멈추어 섰던 햇살마저도
    소름 돋는 냉한 바람에 씻겨가며 외면 하는 
    비로봉 산등성이에 서서

                       (08.05.26)  

  비로봉정상에서 동쪽방향 순흥면 죽계계곡의 조망이다.



  역시 소백산은 백두대간이 거느린 명산 중에도 명산이다. 동쪽에서부터 국망봉
(1,421m), 비로봉(1,439m), 제 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죽령 너머의 도
솔봉(1,314m)을 연결하는 장쾌한 능선이 20km 이상 뻗어 있다. 



  이중 도솔봉을 제외한 나머지 봉우리들은 13km 가량 떨어진 채 일렬로 쭉 솟아 있다. 
해발 천미터도 넘는 봉우리들이 이렇게 가까이 모여 운무에 휩싸인 채 빚어내는 광경
은 소백산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낮은 봉우리들은 모두 안개 속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하고, 큰 봉우리들은 망망대해의 섬인 듯 갖가지 모양으로 구름 속에 떠도는 모습
이 보통인데, 오늘은 맑은 날씨 덕에 작은 봉우리와 골짜기 구석구석까지도 한눈에 조
망이 된다.



  눈속에 덮인 비로봉 정상에 이렇게 서고나니 따뜻한 봄날 붉은 얼굴의 소백산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5, 6월에 소백산을 찾으면 철쭉꽃 바다에 빠져볼 수 있으리. 그날을
다시 기약하며,,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에는 풍기방면 삼가동으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뚜렷하게 나 있
다. 비로봉 북쪽 초원지대로 5분 정도 내려가면 예전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던 북서쪽 아
래로 갈라지는 능선길은 어의곡리 율전(새밭)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던 자리에서 대간 마루금은 국망봉을 향해 북동진한다. 이제까지와
는 달리 굴곡이 심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이어지는데, 5~6분 가량 가면 철쭉나무군락지
가 있다.(이정표, 비로봉 0.9Km/ 국망봉 2.2Km)(16;02)



  국망봉으로 향하는 길이 생각보다는 적설량이 많아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발자국을
따라 내리다 다리가 꼬이는 바람에 주저앉고 말았는데 상야님께서는 특종 잡으셨다 하면
서 '꼼짝마라' 하신다. "다리에 쥐가 나려는데 그래도 꼬인 다리는 풀어야지요~~"ㅎㅎ..



  철쭉나무군락지에서 북서쪽 지능선으로 갈라지는 산길도 있다. 이 길은 어의계곡 합수
점인 벌바위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곳의 탈출로들이 눈에 덮여 보이지를 않아 오늘은 죽
으나 사나 늦은맥이재까지 가야할 것 같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던 자리에서 국망봉이 빤히 바라다 보이더니만 눈길에 2.7Km의 능선
길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



  갈림길을 지나 국망봉을 향해 약 1시간 거리에 이르면 주능선이 정북으로 꺾이는 지점
상의 삼거리가 나타난다. 삼거리에서 남동쪽 아래로 내려서는 산길은 배점리 초암사로 
내려서는 탈출로가 될 수 있다.

  초암사 갈림길 오르는 중에..




  노을에 젖는 초암사 갈림길에서..(17;04)



  지난 겨울 이곳에서의 좋았던 생각이..ㅎ(국망봉 0.3Km 지점)



  초암사로 내리는 길..



  국망봉을 배경으로..



  국망봉 오르는 길에 뒤로 펼쳐지던 파노라마.. 비로봉 뒤로 연화봉 그리고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하늘금이 조망된다.



  국망봉(1420.8m)은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佳谷面)과 경북 영주시 순흥면(順興面)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 1,421m이며 소백산맥 중의 비로봉(1,439m) 다음가는 고봉으로, 
남서쪽으로 연화봉(蓮花峰:1,394m)에 이어지며, 낙엽수의 숲이 아름답다. 산의 남동쪽 
기슭에는 부석사·초암사(草庵寺)·석륜암(石崙庵) 등이 있으며, 유명한 석천폭포(石川瀑
布)가 있다. 선조(宣祖) 때 수철장(水鐵匠) 배순(裴純)이 왕이 승하하자 이곳에 올라와서 
왕성을 바라보며 3년 동안 통곡하였다 하여 불리워진 이름이다.



  국망봉에서의 동쪽방향과 북동쪽(상월봉쪽)방향의 조망이다.




  삼거리를 뒤로 하고 10분 거리인 바위지대로 이뤄진 국망봉에 오르면 다시 북동쪽으
로 달아나는 대간 위로 거대한 독립암봉인 상월봉(1,394m)이 시야에 들어온다. 소백산 
줄기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이 펼쳐지는 곳이라면 국망봉과 상월봉 사이 1Km구간이 아
닌가 해진다. 이 구간에서는 매년 8월 15일을 전후하여 각양각색의 여름꽃 향연을 볼
수 있다.



  상월봉 암봉을 오른쪽으로 한 능선길을 타고 상월봉을 넘어서면 능선은 다시 정북으
로 향한다. 거의 내리막길인 북쪽 능선길을 따라 약 1Km 거리에 이르면 충청도 가곡면
어의곡리와 경상도 단산면 좌석리를 나누는 늦은맥이 고개 안부에 닿는다. 이곳에서
북쪽방면으로 오르면 신선봉(1,289m)과 1,272m봉 갈림길로 오르게 되는데, 대간은
오른쪽 1,272m봉 오르기 직전에서 북동쪽으로 90도 꺾이는 산길을 타야 한다. 오늘 우
리는 늦은맥이재에서 어의곡리(율전)로 하산 하면 된다.

  상월봉을 향해 가며, 죽령에서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을 오를 때는 비로봉 위로 보이
던 낯달이 어둠이 내리는 이 시간 내 오른쪽 어깨 위에 와 있다. 국망봉에서 동북으로
향하던 대간능선이 서북으로 돌아내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상월봉에 이르러..(국망봉에서 0.9Km지점)



  지난해 1월 상월봉을 오르며..



  상월봉에 올라..  상월봉(1394m)은 암질이 돌출하여 다양한 경관을 보이고 있는 봉우
리로 정상에서는 백두대간 북동으로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끝머리(왼쪽)에 선달산이 보
인다.(사진;2010.1/16)



  상월봉에서 뒤돌아본 국망봉..



  소백산 국립공원은 행정구역상으로 충청북도 단양군의 1개읍 · 3개면, 그리고 경상북도 
영주시의 1개읍 · 4개면과 봉화군의 1개면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 12대 명산중의 하나로 
1987년 12월 14일 건설부 고시 제 645호에 의하여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되었
으며 1998년 3월1일에 공원관리가 환경부로 이관되어 관리되고 있다. 토지는 총면적이 
322.383㎢ 로서 경북지역에 173.56㎢, 충북지역에 148.823㎢가 분포되어 있다. 

  소백산 국립공원은 한반도의 등뼈와도 같은 태백산맥의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내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갈라 큰 산계를 이루는 소백산맥의 어깨격인 영주 
분지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비로봉(1,439m), 국망봉(1,421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
(1,314m), 신선봉(1,389m), 형제봉(1,177m), 묘적봉(1,148m)등의 많은 영봉들이 어울
려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로 수려한 경관을 보여 주고 있다.

  상월봉을 오른쪽으로 두고 우회로로 1Km 늦은맥이재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상야님께서 먼저 내려가셨기에 어두워지기 시작한 그 내리막길을 '상야님~'
하고 부르면서 달려내려갔던 그 길, 그 길을 지난 겨울 사진으로 뒤돌아 본다.



  상월봉에서 10분후면 신갈나무가 아치형으로 가지를 드리운 급경사를 두번 거듭 지나게 
되고,



  다리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그 때도 급경사길을 엉덩이썰매로 내렸던 기억이 아직도 즐거움
으로 남아있다.



  이번에도 고통의 그 길을 그 때의 즐거움으로 슬기롭게 대치하면서..



  상월봉에서 20분 내려와 뒤돌아보는 상월봉의 모습이다.(사진;2010.1/16)



  그 이후 잡목숲을 내려서,(사진;2010.1/16)



  상월봉 이후 45분만에 늦은맥이재에 도착..



  이번에도 먼저 내리신 상야님의 "심봤다~~" 소리를 들으며 달려내려간 늦은맥이재에서



  17;51분에 도착하여 뒤쫓아내려온 은비님 흑장미님과 함께 그동안 지친 몸에 약간의 에
너지를 보충한 후, 랜턴을 켜고 율전으로 어둠의 길을 내려야 했다. 급하기도 하고 어둠속
이라 사진을 찍지 못하였기에 늦은맥이재에서 율전으로 내리는 길의 분위기를 지난 겨울 
사진으로 뒤돌아보면서..






  늦은맥이재에서 1시간가량 내리면 낙엽송숲길을 걷게 되고, 어둠속에 배웅나와준 윤대
장님과 몇시간만의 반가운 포옹을 나눈 후, 꽁꽁 언 계곡물길을 2-3번 건너고 나니 은빛
대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마지막 물길이 끝나는 자리엔 율전마을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5분정도 더 내려오면



  비로봉에서 율전으로 내리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닿게 된다.



  눈길인데다 어두워진 계곡길을 내리자니 생각보다는 시간이 초과되었다. 정신없이 달려
서 내려왔건만, 먼저 내려와 기다려준 일행들이 고맙기만한 대간길에 이번에도 팀원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힘든 일정을 마무리 짓는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
면서, 늦은 시간 어둠을 뚫고 마중 나와주신 두분 대장님과 후미에서 애써주신 산조아대장
님께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한해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해동안 대간길에 함께 해주신 2기님들과 긴글 성원해 주신 모든 님들께 그동안 보내주
신 사랑에 감사를 드리면서,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좋은 성과 거두시는 한해
되시옵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