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교단체의 봉안당(납골당) 설치가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한 장례상품 사기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특히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지하방·떳다방 형태의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종교단체가 설치하는 봉안당은 유골 안치 규모가 5,000기 이하일 경우 ‘허가’가 아닌 ‘신고’만으로 설치·운영이 가능하다. 이 제도는 종교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상업적·사기적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봉안당 계약하면 사후 장례까지 책임진다”는 거짓말, 최근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사찰 포교원장 또는 종교 관계자를 사칭하거나 실제 직함을 가진 인물들이 봉안당 계약을 미끼로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금액을 편취한 사건이 연이어 적발됐다.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한 사찰 포교원장은 70~80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봉안당을 미리 계약해 두면 사망 후 즉시 안치되고 장례 절차까지 한 번에 진행된다”고 속여 1기당 500만~65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아 챙긴 혐의로 검거됐다. 피해자들은 계약서와 예약확인증만 받았을 뿐, 실제 봉안당은 존재하지 않거나 이미 타인 명의로 계약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사후 안치와 장례를 약속하며 12명으로부터 1억 5천만 원을 가로챈 포교원장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불사(佛事)를 하면 자식의 병이 낫는다”, “의식을 치르면 조상 업장이 소멸된다”는 등의 종교적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발언으로 추가 금전을 갈취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하방·떳다방 형태로 은밀하게 접근, 문제는 이러한 범행이 대부분 공식 사찰이나 종교시설이 아닌 지하 공간, 임시 사무실, 노인정 인근 떳다방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사기범들은 무료 상담, 기도 모임, 건강 강연 등을 가장해 접근한 뒤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영수증이나 완납증명서조차 발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례업계 한 관계자는 “정식 봉안당은 설치 신고 여부, 안치 가능 기수, 사용 대상(교인 한정 여부) 등이 명확해야 한다”며 “현금 거래를 유도하거나 ‘곧 마감된다’,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는 식의 압박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제도 개선과 이용자 경각심 시급” 전문가들은 종교단체 봉안당에 대한 사후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장례상품 사기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봉안당 계약은 ▲지자체 신고 여부 확인 ▲사찰·종교법인 명의의 공식 계약서 ▲완납증명서 발급 ▲현금 거래 지양 등 기본적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조언이다.
경찰 관계자는 “봉안당 계약이나 장례상품 판매를 빌미로 한 사기는 대부분 조직적·상습적으로 이뤄진다”며 “의심스러운 경우 즉시 가족이나 지자체, 경찰에 상담해 달라”고 당부했다.
종교의 이름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범죄는 단순한 금전 피해를 넘어 노년의 삶과 존엄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회 문제다. 종교단체 봉안당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부 불법 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사회적 감시와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