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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17
S#1. 어느 야외 공간 (플래시백/ 16부 57씬에서 이어지는) (*16부 57씬을 실사 화면으로)
커다란 나무에 매달린 기다란 그네가 햇빛 사이로 시계추처럼 허공을 오가고,
그네를 타고 있는 어린 리진. 그 위로,
민서연 : (E) 도현아, 위험해! 얼른 내려와!
민서연의 목소리에 그네를 멈추고 탁 내려서는 어린 리진.
엄마! 부르며 저만치 서있던 엄마(민서연)에게로 달려가 덥석 안긴다.
민서연 : (애정 어린 야단) 도현아, 저 그네는 낡아서 위험하댔잖아. 도현이 니가 다치면, 엄마 맘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
어린 리진 : 알았어, 엄마. 앞으론 조심할게.
민서연 : (환한 미소로) 아우, 착한 도현이, 요렇게 이쁜 게 어디서 나왔을까?
어린 리진 : 어디서 나왔기인. 엄마 뱃속에서 나왔지이?
민서연 : 아우, 똑똑해....우리 도현이 너무 똑똑해.
어린 리진을 꽉 끌어안고 너무나 행복한 엄마 미소를 짓다가,
멈칫, 뭔가를 발견하고는 얼음처럼 정지되는 민서연!
아이에게 몸을 떼며 천천히....몸을 일으키는 민서연.
그런 엄마가 이상해서 엄마의 시선을 따라가 보는 어린 리진.
보면, 모녀를 바라보며 서있는 차건호와 수행비서!
민서연 : 아...아버님....여긴 어떻게....무슨 일로....
차건호 : ...... (대답 없이, 시선 내려 어린 리진을 바라보는)
민서연 : ......! (반사적으로 아이를 얼른 뒤춤으로 감추는)
어린 리진 : ......? (엄마 뒤에 숨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차건호를 바라보는)
S#2. 어느 야외 공간 (낮/ 플래시백)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한 얼굴로 호수 위를 떠다니는 오리에게 먹이를 던져주며 혼자 놀고 있는 어린 리진.
일각. 어린 리진을 바라보며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차건호와 민서연.
그 주변에는 수행비서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서있고.
차건호 : 어떻게 된 거냐...저 아이는...설명해 봐.
민서연 : (담담히) 질문에 이미 답이 있는 거 같은데요. 설명이 필요 없는 아이라면, 제게 설명을 요구하지도 않으셨겠죠.
차건호 : (그래도 확인 받듯이 보면)
민서연 : (시선은 아이에게 둔 채) 결혼 전 그 남자 아이가 맞습니다.
차건호 : ......(충격은 없고, 일이 복잡해지는군. 성가실 뿐)
민서연 :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차건호 : 회사로 돌아와라.
민서연 : (짐작한 바다) 할 만큼 했습니다.
차건호 : 회사가 위험해. (한숨 섞어) 홍수에 떠내려갔는지, 가뭄에 씨가 말랐는지, 눈 씻고 찾아봐야 너 만한 인재가 없어.
민서연 :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 승진가의 며느리도 아니고,
차건호 : (OL) 니들 이혼서류 아직 내 손에 있다.
민서연 : ! (순간 탁 보는)
차건호 : (담담히) 법적으로 넌 아직 내 며느리고, 준표의 아내고, 승진가의 사람이다. 함께 회사를 지켜야 할 의무와 당위가 있어.
민서연 : ! (기막힌) 아버님.
차건호 : 너 결혼할 때 가져간 재산, 니 부모가 사업으로 말아먹고, 저 아이 아빠 병원비로 쑤셔 박고,
동냥 받을 깡통 하나 남았다는 거 알고 왔다.
민서연 : (자존심 상하는, 표정 식으며, 차갑게) 지주 밑에 마름 노릇, 더 이상 안합니다. (일어나는데)
차건호 : 저 아일 준표 호적에 올려주마.
민서연 : ! (봤다가, 좀 웃으며) 아무리 아버님 말씀이 승진가의 법전이구 성전이래도, 준표씨가 받아들일만한 일일까요, 이게?
차건호 : 그 놈은 안 돌아와. 자식으로도 인간으로도 포기했다. 원래부터 싹수가 노랬던 놈이었어.
민서연 : 태어날 땐 누구나 파릇파릇해요. 누군가 밟았으니 색이 변했겠죠.
차건호 : (피식) 남의 말이라 쉽구나. 니 아이가 남의 발에 밟힐 수도 있다는 건 생각 못해봤니?
민서연 : (보면)
차건호 : 혼외자식에, 사생아야. 남들이 안 밟을까? 부모가 밟지 않는다고, 저절로 파릇파릇하게 커주는 세상이 아니란 말이다.
민서연 : (노려보듯 보는데)
차건호 : 아이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주마. 너를 닮아 잘만 커준다면 훗날 승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겠지.
민서연 : ......!
차건호 : (보며, 떡밥을 던지듯) 준표 놈 가출로, 승진의 후계자 자리가 공석이 되었으니 하는 말이다.
민서연 : (동요되는데서)
S#3. 구 승진가 저택 외경 (낮/ 플래시백)
서태임 : (E) 이....이게....누구라구?
S#4. 구 승진가 저택 / 거실 (낮/ 플래시백)
민서연, 어린 리진의 손을 잡고 서있고,
서태임, 멍....한 얼굴로 어린 리진을 바라보며 서있다.
그 뒤로, 고용인들이 민서연의 미국 짐을 들여오며 옮기고 있다.
(*민서연과 어린 리진은 여름에 승진가에 들어왔으므로, 여름 의상 부탁합니다)
서태임 : 요게...요 예쁜 강아지가...우리 준표 거라고?
민서연 : ......(복잡한 심경 숨기고, 딸에게) 할머니한테 인사해야지?
어린 리진 : (배꼽인사 꾸벅) 안녕하세요, 할머니?
서태임 : (눈물 왈칵해서 어린 리진을 와락 안아주며) 그래. 안녕 못했어도 안녕해야지.
우리 준표한테 자식이 있었다는데, 안녕하다마다.
민서연 : .....(차마 할 짓이 못 된다...시선 돌리고)
서태임 : (안은 채로 울먹울먹) 지 새끼가 이렇게 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아비라는 놈은 대체 어딜 헤매고 있는 거야...
어린 리진 : (안긴 채로, 난감한 표정으로 엄마를 돌아보면)
민서연 : (애매하게 미소지어주는데서)
S#5. 구 승진가 저택 / 서재 (낮/ 플래시백)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차건호이고.
남편 앞에 찻잔을 내려놓다가 멈칫, 바라보는 서태임.
서태임 : 애를 밖에 내놓지 말라니, 무슨 뜻이에요 그게?
차건호 : (서류 보는 채로) 괜히 호사가들 입에 먹이 물려주지 말라는 뜻이야.
서태임 : (영문을 모르겠는 얼굴 위로)
차건호 : (E) 남편도 없는 집에 갑자기 애가 생겼는데, 씹을 거 찾던 입들이 얼마나 근질거릴 거야?
회사 안정 찾을 때까지, 차건호 준표놈 돌아올 때까지, 안에서만 놓구 키워.
서태임 : 애가 무슨 화초도 아니고 어떻게 집에서만,
차건호 : (E) 토 달지 말고 나가. 싫어하는 거 몰라?
서태임 : ......(보다가, 찻쟁반 들고 나가고)
차건호 : ......(그제야 시선 들고, 찻잔 들어 마시며, 담담한 얼굴로, E) 떡밥을 물었으니, 회사 문젠 일단 한시름 놨고....
아이는...일단 가르쳐놔 봐야 쓸 만한 물건인지, 내칠 물건인지 판단이 서겠지... (다시 차 한 모금 마시며, 속엣 생각에) ......
S#6. 지방 거리 일각 (낮/ 플래시백) (*여수 거리라고 치고 갑니다)
어린 도현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는 차준표!
손에는 낚시도구 따위가 들려있고, 3부 페리박과 비슷한 옷차림.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다정하게 걸어오는 부자인데,
이웃 사내 : (가게에서 나오다가 발견하고는) 어이, 박씨!
차준표 : (돌아보면)
이웃 사내 : 아그랑 낚시갔다등만 괴기는 쫌 잡았당가?
차준표 : (웃으며) 소식 듣고 도망갔는지 한 마리도 없던데요?
이웃 사내 : 매운탕 얻어먹울중 알고 눈깔 빠지게 기다렸는디, 날 새부렸네이. (가고)
차준표 : 하하하하. (웃는데)
어린 도현 : 아빠.
차준표 : 어? 왜?
어린 도현 : 아빠는 차씬데 왜 사람들이 아빨 박씨라고 불러?
차준표 : (쉿! 하고는, 짐짓 심각하게) 아빠 이름은 밝혀지면 안 되거든.
어린 도현 : (긴장해서, 덩달아 작은 소리로) 왜?
차준표 :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어린 도현 : 이름을 숨기면 자유로워져?
차준표 : 어느 정도는.
어린 도현 : 자유롭게 사는 게 뭔데?
차준표 : 음...남이 이렇게 살아줬으면 좋겠다싶은 대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생긴 대로 사는 거.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 그렇게 살아도 안 혼나는 거.
어린 도현 : 아빠가 하고 싶은 게 뭔데?
차준표 : 음....배 하나 사서, 여기 저기 여행도 다니고...낚시도 하고...책도 읽고...그림도 그리고...글도 쓰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내려서 일도 하고....그렇게 사는 거...
어린 도현 : 내가 사줄게.
차준표 : 뭘?
어린 도현 : 배.
차준표 : (좋아서, 놀라는 척) 진짜? 진짜 아빠한테 배 사줄 거야?
어린 도현 : 응. 배에 이름도 새겨줄게. 뭐라고 새겨줄까?
차준표 : 음.... (생각해보는 척 하다가, 퍼뜩) 페리박. 페리박호! 어때?
어린 도현 : 오케이! 페리박호!
차준표 : 너 아빠랑 약속했다? 꼭 사줘야 돼? (사람 좋게 웃어주고)
어린 도현 : (천진하게 웃는데서)
S#7. 차준표의 살림방 (밤/ 플래시백)
어린 도현은 잠들어 있고, 앉은뱅이책상 앞에 스탠드를 켜고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차준표.
문이 열리더니, 식당일을 마치고 퇴근한 신화란이 들어온다.
모른 채로 책에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차준표.
신화란 :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보다가, 외투 벗어 걸며) 애 학교 보내야 돼.
차준표 : ? (그제야 보고는) 왔어?
신화란 : 애를 학교에 보내야 된다구요. (이 답답한 양반아)
차준표 : ? (영문을 몰라) 보내. 뭐가 문제야?
신화란 : 뭐가 문제야? 애가 무호적자라 취학통지서가 안 나오잖아!
차준표 : ......
신화란 : 이제 더는 못 버텨. 본가로 들어가. 그만큼 방황했으면 충분해.
차준표 : (열 번도 더 한 소리다) 본가랑은 인연 끊었다고 했잖아.
신화란 : 사춘기 아직 안 끝났어? 칠순 되서도 사춘기 할래? (터지며) 애를 언제까지 무호적자로 둘 거야?
차준표 : 그러게 일단 당신 호적에 올리자고 했,
신화란 : (OL,앙칼지게) 당신 아들을 왜 자꾸 내 호적에 올리래! 당신 호적에 올라가면 깨끗할 일을!
차준표 : 당신 왜 이러는지 모르는 거 아냐. 근데 꿈 깨. 그 집안 사람들 당신 취급 안 해 줘. 그냥 살던 대로 살자고.
신화란 : (허!) 그래서, 당신은 내가 식당에서 벌어다주는 돈으로 일생을 살고, 애는 무호적자로 평생을 살고?
차준표 : ......집 나올 때 핏줄이고 탯줄이고 연줄이고 다 끊고 나왔어. 살아있는 동안 내 발로는 못 가.
신화란 : (꽥) 자식 일에 부모가 자존심 앞세워? 그러고도 당신이 아버지야?
어린 도현 : (싸우는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며) 아빠....
차준표 : (보며, 찔리고) 어? 괜찮아...괜찮아....싸우는 거 아니야.
신화란 : 두 번 말 안 해, 나? 본가로 들어가. (왈칵 터지며) 쟤한테 제삿밥 얻어먹고 싶으면,
자존심 한 번 꺾고, 허리 한 번 굽히란 말이야!
S#8. 달리는 고속버스 안 (낮/ 플래시백)
나란히 앉아 있는 어린 도현과 차준표. 심란하고 무거운 차준표의 얼굴.
(*차준표와 어린 도현은 승진가에 겨울에 들어왔으므로, 겨울 의상 부탁드려요)
어린 도현 : (살피며) 아빠...집에 가기 싫어?
차준표 : (얼른 표정 바꾸며) 어? 아니야. 집에 가기가 왜 싫어? 거기 가면 할아버지도 있고, 할머니도 있는데.
어린 도현 : (걱정되는) 그럼 엄마는.....?
차준표 : 응? (다시금 심란해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일단은 우리부터 인사드리고....곧 데려와야지....
어린 도현 : (그제야 안심하는 표정으로 끄덕이고)
차준표 : ......(무거워지는 표정 위로)
차준표 : (E) 저 여자가 왜...여기....있습니까?
S#9. 구 승진가 저택 / 거실 (낮/ 플래시백) (*15부 53씬 편집 + 이어지는 상황)
당혹스런 표정으로 서 있는 민서연이고,
엄마 뒤에 숨듯이 치맛자락을 붙들고 서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어린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리진!
차준표, 차가운 분노로 민서연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천천히 시선 내려 어린 리진을 보며 묘하게 비틀리는 표정.
차준표 : (어린 리진에게 서늘한 시선 둔 채) 누굽니까, 저 아인....
서태임 : 누구긴 니 자식이지. 서연이가 미국에서 낳아 데리구 들어왔어.
차준표 : (비식) 내 아이....? (서늘한 시선 들어 민서연을 보면)
민서연 : ......(시선 피하듯 고개 외로 돌리는)
차준표 : (배신감에 눈빛 서늘해지며 광기를 띠고)
어른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교차 따윈 전혀 모른 채 그저 호기심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는 어린 도현과 리진.
이때, 서재 문을 열고 나오는 차건호.
차준표 : !!! (순식간에 경직되는,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 숙여 인사하는)
차건호 :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데서)
S#10. 구 승진가 저택 / 서재 (낮/ 플래시백)
소파에 마주 앉아있는 차건호와 차준표.
교무실에 끌려온 학생처럼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는 차준표.
그 앞으로 서류봉투 하나를 툭 던지는 차건호.
차준표 : ? (보면)
차건호 : 찢어. 니 손으로.
차준표 : (열어보면, 민서연과 차준표의 도장이 찍힌 이혼서류다) 아버지!
차건호 : 이 집안에 쓸 만한 물건 서연이 쟤 하나야.
차준표 : (언성 조금 높아지며) 아버지!
차건호 : 니 어머니를 생각해서, 너랑 니 아들은 받아주마. 허나, 이 집 며느리는 서연이 하나야. 다른 여잔 필요 없으니까 정리해.
차준표 : 육 년 전 집을 나갈 때, 저 여자랑은 이미 끝났습니다.
차건호 : (일어나며) 그럼 니 아들 데리고 나가. 호적에 못 올려줘.
차준표 : (눈빛이 흔들리는)
차건호 : 결정을 해. 니 아들이라도 건질래, 아니면, 어디서 근본도 모르는 천박한 여자 구제하려다
아들이랑 여자 둘 다 놓치고 말래.
차준표 : (눈빛이 서늘해지며) 그럼....아버지 말씀대로 할 테니까, 민서연이 데리고 들어온 저 아이부터 정리해주세요.
차건호 : 뭘 정리해? 니 새끼를 정리해?
차준표 : (비식) 제 아이일리가요....
차건호 : (책상을 향해 움직이며) 잔말 말고 내 말대로 정리하고 들어와.
차준표 : (OL) 제 자식일 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서늘하게 보며) 저는, 저 잘난 여자를, 단 한 번도, 안은 적이 없으니까요.
S#11. 구 승진가 저택 / 서재 문 앞 (낮/ 플래시백)
두 개의 찻잔이 놓인 찻쟁반을 들고 문 앞에 서있는 서태임!
그 동안 남편과 며느리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찻쟁반을 든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고....
S#12. 구 승진가 저택 / 정원 (낮/ 플래시백)
어린 도현 쭈그리고 앉아 막대기로 땅을 파며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문득 어떤 느낌에 옆을 돌아보면,
언제 왔는지 옆에 나란히 앉아 어린 도현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어린 리진.
어린 리진 : (호기심과 호감의) 너...이름이 뭐야?
어린 도현 : 준영이....차준영. 너는?
어린 리진 : (예쁘게 웃으며) 내 이름은 도현이... 차도현.
어린 도현 :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도현이.....
어린 리진 : 준영아. 우리,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저거 같이 탈래?
어린 도현 : ? (검지 방향을 따라가 보면)
정원 한 가운에 놓여있는 트램펄린!
어린 도현, 좋아서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벌떡 일어나 트램펄린을 향해 달려가는 두 아이.
S#13. 구 승진가 저택 / 정원 (낮/ 플래시백) (*4부 24씬에서 리진이 꿨던 꿈/ 기촬영씬) (*아이들 옷 연결 체크해주세요)
퉁--- 천진한 웃음소리와 함께 어린 리진이 푸른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가 내려오면,
퉁--- 이번엔 어린 도현이 하늘로 솟았다 내려온다.
퉁--- 어린 리진이 솟아올라 만세를 부르고 내려오면,
퉁--- 이번엔 어린 도현이 태양이라도 잡을 듯이 높이 솟아올라 만세를 부른다.
어린 리진 : (E) 준영아! 좀 더 높이 뛰어봐! 쫌만 더!
S#14. 도현의 집 / 침실 (16부 59씬)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어린 리진을 바라보고 있는 도현.
도현 : 니 이름은.....? (말해보라고)
어린 리진 : 내 이름은....차도현.
도현 : !!!! (충격)
S#15. 쌍리 / 리진의 방 (16부 58씬)
완전 패닉상태에 빠진 리진이고.
리진 : (E) 뭐야....? 내 이름이....왜....왜.....
S#16. 도현의 집 / 침실 (밤)
역시 패닉상태에 빠진 도현.
어린 리진 : (검지로 도현을 가리키며) 니 이름은....차준영.
도현 : !!! (충격)
S#17. 쌍리 / 리온의 방 (밤)
도서관에서 모아 온 승진가의 자료들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앉아 노트북에 소설을 쓰고 있는 리온.
잠시 타이핑을 멈추고 모니터를 응시하는 채로 커피 잔 들어 마시는. 그 위로,
도현 : (E-16부 21씬의) 오리온씨. 승진가를 배경으로 했던 그 소설....
# 인서트 (16부 21씬)
도현 : 계속 쓰실 생각 없습니까?
리온 : ! (본다)
도현 : (일어나며) 쓰세요, 소설. 자료는 제가 제공하겠습니다.
리온 : (놀라는) 차도현씨!
도현 : (보며) 대신....꼭...베스트셀러를 만드세요.
# 현재
모니터를 바라보는 리온의 눈빛. 마시던 커피 잔 내려놓고 다시 타이핑을 하려는데,
리진의 방에서 들려오는 절규와도 같은 울음소리!
순간,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뛰어나가는 리온!
S#18. 쌍리 / 리진의 방 (밤)
방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리온.
방구석에 머리를 감싸 쥐고 앉아, 소리 내어 울고 있는 리진.
리온 : !!! (심장 덜컹해서) 리진아! 왜 그래? (리진의 양어깨를 잡아서 보며) 무슨 일이야? 정신 좀 차려봐!!
충격과 혼란스러움에 눈물만 뚝뚝 흘리는 리진이고,
뒤이어 놀라 뛰어 들어오는 오대오와 지순영.
오대오 :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디가 아퍼?
지순영 : 리진아! 리진아!
오대오 : (리온에게) 너 안정제 좀 찾아봐. 얼르은!!!
리온 뛰어나가다가 침대 위에 흩어져 있는 펜던트와 사진을 발견한다.
찢어지는 심정으로 리진을 보면, 엄마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리진의 모습에서.
S#19. 도현의 집 / 서재 (밤)
역시 패닉상태에 빠진 채로 멍하니....서있는 도현.
어린 리진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고 바닥에 곰 인형만 놓여 있는.
도현 : (충격으로 멍한 채로, E) 차준영이었던 나에게...그 아이의 호적을 주었다. 왜?
# 인서트 (11부 58씬 편집)
서태임 : 21년 전 그 날, 불 속에서 어린 널 구한 건 니 아버지였어.
세기 : 그 아이를 구했어야지! 나대신 그 아이를 구했어야지! 그래야 사람이지!
# 현재
도현 : (멍한 채로, E) 나는 구했으나....그 아이는 구하지 못했다....
# 인서트 (4부 48씬)
신화란 : 잘 모르겠네요, 저는. 민서연 그 여인이 세상을 하직할 때, 참 잘 놀다 갑니다,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어요 하며 갔을지,
두고 보자 두고 보자 피눈물을 삼키며 갔을지.
# 현재
도현 : (멍한 채로, E) 아이는 화재로 인해 사망했거나 실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호적에....
사망신고나 실종신고는 없었다.....
#인서트 (4부 48씬)
신화란 : (사악한 미소로, 정시하며) 전 다 기억하거든요. 승진가(家) 저택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세상엔 알려지지 않은 추악한 비밀을....
#현재
도현 : (충격으로 떨려오는, E) 그 아이의 호적을...무호적자였던 나에게 준다...승진가의 저택 지하에 살고 있던 아이는 그렇게...
세상에서 흔적이 지워진다. 그렇게 학대의 증거가 없어진다....!
소름끼치는 진실 앞에 멘탈이 붕괴되며 휘청하는 도현. 사이드 테이블을 짚으며 겨우 지탱하며 서 있다가,
아아아아악---! 상처받은 짐승처럼 비명을 지르며 테이블 위의 물건을 쓸어버리는 데서......F.O
S#20. 서태임의 저택 외경 (아침)
S#21. 서태임의 저택 / 서재 (아침)
책상을 탕! 치며, 벌떡 일어서는 서태임!
서태임 : 자네는 대체 뭐하는 인사야!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대체 뭘 하고 있었어!!!
비서 : (조아리며) 면목 없습니다.
서태임 : (노여운) ....그래서 우리 쪽 대처 방안은?
비서 : 각 언론사에 관련 기사 철회를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들도 내리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서태임 : (요동치는 심정을 누르며) 차 대기 시켜!
S#22. 서태임의 저택 / 거실 (아침)
서태임, 비서와 함께 다급히 서재에서 나오다가,
소파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는 신화란을 보고 멈칫 선다.
신화란 : 벌써 나가시게요?
서태임 : 니 짓이야?
신화란 : 또 생사람 잡으시네. 제가 또 뭘 어쨌는데요?
서태임 : ......(심증은 있으나, 확증이 없는) 신문 좀 읽고 살아. (나가고)
신화란 : (그제야 비식 웃는 데서)
S#23. 카페 (아침)
태블릿 화면에 뜬 차준표의 기사들!
‘차준표 전 회장 21년 간 요양 중’ ‘스위스에서 요양 중으로 알려졌던 차준표 전 회장 21년 간 뇌사상태로 밝혀져’
‘차준표 전 회장의 재기 가능성 희박’ ‘승진그룹 주가 폭락’
‘후계자 전쟁 수면 위로’ 등등의 기사들을 손으로 넘겨가며 보고 있는 채연!
탁자 위에 올려둔 진동벨이 지이이잉— 소리를 내며 울리지만,
내버려둔 채로 뭔가 골똘히 생각해보는 채연. 그 위로,
신화란 : (F) 제가 드린 패를 아주 지대루 터트리셨던데요?
S#24. 기준의 사무실 (아침)
기준과 마주앉아 차를 마시며, 신화란과 통화 중인 차영표.
신화란 : (F) 본전은 뽑고도 남겠어. 암튼 저랑 한 약속 잊으면 곤란해요.
차영표 : 자동차와 백화점을 통째로 걸고 사들인 팬데 허투루 쓸 리가 있나요.
기준 : (차를 마시다가 멈칫 보는)
차영표 :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기대하세요. 그럼. (끊고는, 찻잔 드는)
기준 : 뭘 사들였길래 자동차랑 백화점이 전화기 너머로 왔다갔다해요?
차영표 : (마시며) 알 필요 없다. 모른 채로 있다가 결과나 즐겨.
기준 : 도현이 어머니와 손을 잡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요? 실수하시는 거 아니에요? 결국 뒤통수는 제가 맞을 거 같은데.
차영표 : 전시엔 말이다. 적군과 아군이 수시로 변하게 마련이다. 그 흐름을 빨리 읽고, 적시에 공략 포인트를 찾아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지. (비릿한 미소로) 아이러니하지 않니. 종국에 적장의 목을 치는 건, 아군이 아니야.
적장 가까이에 있던 수하 중 하나지.
기준 : .....! (서태임 회장의 목을 치려는 것인가?)
S#25. 승진그룹 / 로비 (아침)
서태임 비서진의 비호를 받으며 들어온다.
직원들 저희들끼리 수군대다가 서태임을 보고 놀라 목례를 하고 지나간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서태임의 단단한 눈빛.
이때, 뒤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던 비서가, 서태임에게 다가와 귀엣말을 하고는, 휴대폰을 넘긴다.
서태임, !!!, 휴대폰을 받아 귀에 붙이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차영표와 시선이 마주친다.
목례를 하는 차영표.
서늘하게 무시하고 지나가는 서태임.
비식 웃는 차영표.
S#26. 승진그룹 / 회장실 (낮)
서태임, 안으로 들어서면,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가 일어나 목례를 하는 채연!
서태임 :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채연 : (야무진 말투) 네. 도현이와 저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서태임 : ......(봤다가, 소파로 와 앉고는, 보며) 말해 봐요. 이왕이면 간단히.
S#27. 도현의 집 / 침실 (아침)
어젯밤 그대로 밤을 샌 듯 침대 옆구리에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는 도현. 바위처럼 꼼짝도 않고 앉아 있는 모습 위로,
안실장 : (F) 말씀하신 호적 정정 기록을 조사해봤는데요, 부사장님 말씀대로, 1994년 6월, 호적 정정 신청이 있었고,
그로부터 한 달 뒤 부사장님의 호적상 성별이....여자에서, 남자로 바뀌었습니다.
그제야 천천히...고개를 드는 도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서늘한 눈빛!
도현 : (E) 이거였습니까....? 21년 전 참극에서 회장님이 맡았던 역할이? (분노와 증오로 더욱 서늘해지는 눈빛에서)
S#28. 승진그룹 / 회장실 (아침)
서태임 : ......(모든 말을 들은 후, 채연을 보고 있다)
채연 : ......(담담히 보고 있다)
서태임 : ......(보다가, 좀 웃으며) 차사장과 파혼을 한 이유가, 차부사장 때문이었다?
채연 : 그렇습니다.
서태임 : 그 말을 하는 저의를 모르겠군.
채연 : (예의바르지만 당돌한) 제가 회장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서태임 : (미간 미세하게 꿈틀) 그 말은 더 모르겠군.
채연 : 차기준 사장은 주주총회에 끝날 때까지, 대외적으로 저와의 약혼이 유지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 집안이 보유한 승진그룹 주식 때문이겠죠.
서태임 : (관심이 생기는) 그런데?
채연 : 회장님이 저를 도와주시면, 저 또한 회장님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서태임 : 도와달라... 채연양 집안이 보유한 주식을 미끼로 쓰면서까지 내게 도움을 청할 일이 뭐지?
채연 : 먼저 도현이와 제 관계를 회장님께 인정받고,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서태임 : (재밌어서 피식) 남녀문제는 내 소관이 아니지만, 굳이 내 인정과 도움이 필요하다면 해주지. 다음은?
채연 : 제 미래를 함께 할 남자가 시시한 건 재미없습니다. 도현이한테 힘을 실어주세요.
승진그룹 내에서의 포지션, 회장님 친손자로서의 사회적 포지션도 같이요.
서태임 : 아트팀장으로만 있기엔 아까운 머리구나. 또 있니?
채연 : 저한테 시댁 식구는 회장님 한 분이면 좋겠습니다.
서태임 : 얘기가 좀 길어지겠구나. (인터폰 누르고) 여기 차 좀 내와.
채연 : (담담하지만, 단호한 표정에서)
S#29. 도현의 집 / 체력단련실 (아침)
도현,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다. 순한 기운이 빠진 서늘한 눈빛.
이때 다급히 들어오는 안실장.
안실장 : 여기 계셨습니까.
도현 : (계속 달리기만)
안실장 : 오늘 새벽 차준표 전 회장의 근황에 대한 기사가 매스컴에 일제히 실렸습니다.
도현 : (러닝머신을 멈추며) 알고 있습니다.
안실장 : 차영표 사장 쪽에서 폭로한 게 분명합니다.
도현 : (한 쪽에 걸어뒀던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회장님의 입지를 무너뜨리기 위한 카드로
그만한 게 없죠.
안실장 : (좀 달라진 도현을 살피다가)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도현 : (담담히) 뭘 말입니까?
안실장 : 회장님은 지금 고립무원상태입니다. 부사장님께 먼저 도와달라 손을 내미실 분도 아니구요.
도현 : (비식) 그래서 제가 먼저 나서서 도와드려야 한다?
안실장 : 선택의 문제죠. 승진그룹이 저들 손에 넘어가도 상관없겠습니까?
도현 : 상관없다니요. 절대 안 될 일이죠. 제 걸로 만들 겁니다.
안실장 : ......! (너무 낯설어서) 부사장님.....?
도현 :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눈빛) 좀 더 애가 끓게 만들어야죠. 회장님이 직접 제 앞에 나타나 부탁하기 전까진 안 움직입니다.
(수건 어깨에 걸치고, 음료수병 들어 마시며 나가고)
안실장 : ......! (어쩐지 달라진 도현을 불안해서 보며)
S#30. 도현의 집 / 거실 (아침)
도현 음료를 마시며 체력 단련실에서 나오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도현 : ? (현관문 쪽을 보는데)
안실장 : (체력 단련실에서 나오며) 퀵 배달일겁니다. (하며 현관으로)
안실장 현관문을 열면, 퀵맨이 서류봉투 하나를 건네고 간다.
도현 : 뭡니까 그게?
안실장 : (다가오며) 저번에 만난 외식업체 직원이 보내준 사진입니다.
(서류봉투를 도현에게 내밀며) 취임축하 가든파티가 있었던 화재 당일 아침에 찍은 단체사진이랍니다.
도현 : ! (받아서는, 봉투의 봉인을 풀며 소파 쪽으로)
안실장 : (따르며, 도현의 맞은편에 앉는)
소파에 앉아 서류봉투 안의 사진을 꺼내 보는 도현. 천천히 살펴보다가, 뭔가를 발견한 듯 커지는 두 눈에서!
S#31. 쌍리 / 리진의 방 (낮)
지순영을 비롯한 가족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고,
침대에 누워 팔에 링거줄을 매단 채 잠들어 있는 리진.
석호필이 옆에서 수액 떨어지는 양을 조절해주고 있다.
지순영 : 괜찮을까요, 교수님?
석호필 : 건강에 별 이상이 있는 건 아니고....그냥 좀 탈진한 것 같은데....
(거의 초상집 분위기인 가족들을 둘러보다가) 혹시....뭔가 오선생이 충격을 받을 만한 일이라도....있었던 겁니까?
가족들 : ! (당황해서 잠시 서로 시선이 마주치고)
석호필 : (무슨 일이 있긴 있었구나 싶어 보는데)
오대오 : 그...그게.... (변명거리를 찾느라, 눈이 헤매며) 어...얼마 전에 재벌 주치의 자리에서 짤렸다더니
그 충격이 제법 컸나 봅니다. 얘가 그 일에 나름 자부심을 느꼈던 모양인데....하하....
석호필 : ! (짤려? 몰랐던 일이다. 묻듯이 얼른 리온 쪽을 보면)
리온 : (시선 피하듯 가만 고개를 숙이며) ......
지순영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는데)
S#32. 도현의 집 / 거실 (낮)
멍...한 표정으로 손에 쥔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도현.
안실장 : (살피며) 왜 그러십니까? 아는 얼굴이라도 있는 겁니까?
도현 : (충격으로 멍한, E) 화재 사건 당일...저택에서 오리진씨를 구해준 사람이 바로...
(INS) 가든파티가 열리기 전의 정원을 배경으로 대 여섯 명의 외식업체 직원들이 찍은 단체 사진 속에 서있는 지순영의 모습!
지순영 : (E-14부 26씬) 우리 리진이...어때?
# 인서트 (14부 26씬)
지순영 : 내가 엄마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애 진짜 괜찮아, 사람 진국에, 유능하고, 당당하고, 우리한텐 넘치는 자식이지 뭐.
도현 : (충격으로 멍...할 따름인데)
안실장 : (살피며, 걱정스러운) 왜 그러십니까, 부사장님? 무슨 일입니까?
하는데,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도현의 휴대폰이 울리는.
안실장, 멍...해있는 도현을 대신해서, 확인하고, 건네며,
안실장 : 석박사님이십니다.
도현 : (멍...한 표정으로, 받으며) 네, 박사님.
석호필 : (F) 오선생을 해고했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S#33. 쌍리 일각 + 도현의 집 거실 (낮)
석호필 : 어제 나 만났을 때만 해도 그런 얘기 없었잖아.
도현 :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석호필 : 뭐...나한테 죄송할 필욘 없고. (머리 북북 긁으며) 내가 지금 쌍리에 와 있는데 말이야.
(한숨) 어젯밤 오선생이 갑자기 쓰러진 모양이야.
도현 : !!!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쓰러지다니, 갑자기 왜요?
석호필 : 오선생 오빠 말로는, 뭔가 기억을 떠올리고 그 충격으로 쓰러진 거 같다는데...
도현 : !!! (또다시 쿵 심장이 내려앉고)
석호필 : (조심스레) 혹시 두 사람...잃어버렸던 기억의 접점을 찾은 건가?
도현 : (차마 말을 할 수가 없고)
석호필 : 별로...안 좋은 일로 얽혔어?
도현 : (말로 할 수 없는 슬픔이고)
석호필 : (대충 짐작이 가고) 그래서 서로 피하려는 거구만...
도현 : 오리진씨는....괜찮습니까?
석호필 : (대충 짐작이 가는) 지금은 괜찮은데....앞으로가 문제지. 제대로 치유가 안 되면 반복강박이 생길 수도 있거든.
도현 :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괴롭고)
안실장 : ......(그런, 도현을 보며 걱정스럽고)
S#34. 쌍리 / 리진의 방 (낮)
리진 시야가 흐릿한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눈을 뜬다.
문득 옆을 돌아보면, 밤새 옆을 지켰는지, 지순영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리진 : ......(찡해져서 보다가) 엄마.
지순영 : (퍼뜩 깨며) 리진아, 정신이 들어?
리진 : (일어나 앉으며, 짠해서) 방에 가서 편하게 자지 왜.
지순영 : ......(보다가, 안쓰러워서) 이럴 거면서...이렇게 힘들어 할 거면서... 왜 물어봤어.
(울컥해서) 그렇게 힘들었으면 차라리 말을 하지... 엄마한테 와서 울지 왜 혼자 울었어, 왜에....
리진 : 엄마...
지순영 :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먹고 싶은 거 있어?
리진 : 그때...나...지하실에서 꺼내준 사람이....
지순영 : ! (멈칫 보고)
리진 : 불속에서 구해준 사람이...(붉어진 눈으로 미소 지으며) 엄마였지?
지순영 : ......! 기억이....나 그게?
리진 : (끄덕이고) 그때...내 이름이...도현이었어?
지순영 : ......!
리진 : 맞아? 내 이름이....도현이였어?
지순영 : (울컥해서) 그거까지 기억이 나?
리진 : (끄덕이고는) 근데...근데 말이야. 왜 그 사람이 차도현이 됐을까?
지순영 : 그 사람이라니....누구?
리진 : 그 사람은...어쩌다가 자기 이름을 잃어버리게 된 걸까? 우리는...왜...뭐 때문에...이름을 뺏기게 된 걸까? 응?
지순영 : (영문을 모르겠는) 그 사람이라니....? 우리라니....?
리진 : (눈물 꽉 찬 얼굴로) 엄마, 나 있잖아, 내 이름이 너무 좋았어. 날 리진이로 만들어준 엄마, 아빠한테 감사했어.
그리고... 그리고 있잖아, (왈칵 울음이 터지며) 그 사람 이름도 되게 좋아했어.
지순영 : 리진아....?
리진 : 근데, 이제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르지? 응? 뭐라고 불러야 돼?
엉엉 울음이 터지는 리진이고, 그런 딸을 안아주는 지순영.
엄마 품에 안겨 아이처럼 맘껏 우는 리진. 그 위로,
리진 : (E) 이름이...뭐예요?
# 인서트 (3부 64씬)
도현 : ......차도현. (리진의 눈을 보며) 이 얼굴을 하고, 이 눈빛을 한 저는....차도현입니다....
# 현재
엉엉 울음소리 더 커지는 리진이고, 마음이 찢어지는 지순영.
S#35. 도현의 집 / 욕실 (낮)
도현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를 고스란히 맞으며 서있다. 그 위로,
도현 : (E) 오리진이라는 이름은....무슨 뜻입니까?
# 인서트(16부 23씬)
리진 : 아, 영리할리, 보배진...영리한 보배라는 뜻이구요, 리온인 영리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라고 지어주신 이름이래요.
도현 : 영리한 보배라....참 좋은 이름을 주셨네요. 리진씨한테 아주 잘 어울려요.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 현재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서 마음이 찢어지는 도현이고...
S#36. 도현의 집 / 침실 (낮)
젖은 머리의 도현, 물잔을 들고 안으로 들어온다.
물잔을 사이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서랍을 열면, 안에 각종 약들이 들어있다.
수면제를 꺼내려다가, 멈칫 정지되는 도현.
예쁜 메모지 위에 USB메모리가 붙어있다.
도현, 꺼내서 보면,
(INS/E) 약이 필요할 때 보시라!
S#37. 도현의 집 / 서재 (낮)
도현, 노트북을 열고, 전원 스위치를 켠다.
리진이 남긴 USB를 노트북에 꽂으면, 화면에 폴더가 뜨고, 폴더 속 ‘Origin’s Zone’
파일명 클릭해보면, 노트북 화면에 리진의 모습(16부 3씬에서 남긴)이 나타난다.
리진 : (영상 속에서) 보고 있나, 차도현? 듣고 있나, 차도현?
도현 : (리진의 얼굴을 보자, 도현이란 이름을 듣자, 울컥해지는)
리진 : (다 알고 있다는 듯, 화면 밖의 도현을 검지로 척 가리키며, 예의 그 밝음으로) 지금 또 약 먹으려고 했죠? 딱 걸렸어.
거짓말 할 생각 말아요. 지금 이 동영상을 보고 있다는 건, 뭔가 또 힘든 일이 있었다는 거고,
약빨에 의존하려고 했다는 거니까.
도현 : ......(울컥하면서도 피식 웃는)
리진 : (웃으며) 약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차도현씨가 그랬잖아요.
S#38. 쌍리 / 리진의 방 (낮)
창문을 열어놓고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로 서서,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리진.
리진 : (E) 뭐가 됐든 모두 나와 함께 극복하고 싶다고. 안 좋았던 기억은 나와의 좋은 기억으로 지우고 싶다고.
리진 : ......(똑같이 힘들어하고 있을 도현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S#39. 도현의 집 / 서재 (낮)
리진 : (동영상 속에서) 그래서 요는 뭐냐! 오늘 눈꽃 열차 타러 가서 좋은 추억을 아주 많이많이 만들어오자 말이지.
차도현씨 서랍 속에 있는 약들을 싹 몰아내고, 대신 좋은 기억들만 가득가득 채워놓을 수 있게. 아유레디? 아임 레디!
도현 : ......(미소 짓고)
리진 : 아, 그리고 한 가지 고백할 게 있는데...(큼큼 헛기침하며 옆으로 돌아서더니,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뭐...그동안 고백하지 못했던 건, 의사로서의 프로페셔널한 자각이 있었기 때문인데,
(느닷없이 정면을 확 돌아보며) 듣고 놀라기 있기? 없기? (허공에 크게 X표하며) 없기!
도현 : (웃는데)
리진 : (느닷없이, 진지하게) 좋아합니다.
도현 : ! (그대로 정지되는)
리진 : (진지한) 제가 차도현씨를 아주 많이 좋아해요.
도현 : !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눈가가 확 붉어지는)
리진 : 그러니까....뭐냐....앞으로도 저한테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하다가, 쪽팔린) 아씨, 뭐래? 아이돌이야?
(하며 전원 팍 끊는데서)
순간 도현 참았던 눈물이 왈칵 터지고 만다.
고개를 숙인 채로 소리 없이 오열하는 도현.
S#40. 쌍리 / 리진의 방 (낮)
리진 침대를 놔두고 방구석에 무릎을 감싸 안은 채로 앉아있다.
똑똑 노크소리 들리고. 잠시 후 리온이 들어온다.
리온 : 내려와 밥 먹어.
리진 : (움직임 없는) ......
리온 : 여기루 갖다 줘?
리진 : ......
리온, 보다가, 조용히 나가려는데, 울컥 화가 난다.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리진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운다.
리온 : 일어나.
리진 : (뻗대며) 리온아.
리온 : 언제까지 방에 처박혀있을 거야?
리진 : 나 좀 가만히 놔둬 줘.
리온 : 언제까지 가만 놔둬. 죽을 때까지?
리진 : (터지며) 제발 내버려두라고 쫌!!
순간 리온 잡고 있던 리진의 팔을 확 뿌리친다. 리진 바닥에 던져지듯 쓰러진다.
리온 : 너 혼자 아프면 다야? 그럼 우린 뭐야? 너 준다고 하루 종일 음식 만든 엄마한테 뭐라 그래?
혼자 힘들 거래요, 모른 척 하세요 그래? 너 때문에 심장이 찢어진다고, 숨어서 몰래몰래 우는 아버지한텐 뭐라 그래!
혼자 아플 거래요, 무시하세요, 그래?
리진 : (마음이 아프고)
리온 : 왜 너한테 아무 것도 못해 주게 만들어! 왜!! 니가 뭔데!!
리진 : (왈칵 눈물이 고이고)
리온 : 알았어. 니 마음대로 해. 난 울기만 하는 동생 싫어. 씩씩한 동생이 좋아. 안 그럼 동생 안 해! (확 나가려는데)
리진 : (순간 벌떡 일어나 뒤에서 리온을 와락 붙잡으며) 그러지 마! 내가 널 얼마나 의지하는데!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데!
니가 뒤에 있다 생각하면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인데, 내가!
리온 : (이씨...눈물이 차오르고)
리진 : 잘못했어. 안 그럴게. 그러니까 오빠 안 해준다는 말 하지 마. 어릴 때도 그 말이 제일 무서웠단 말이야!
리온 : (눈물 흐르는 주제에, 짐짓 엄하게) 그럼 밥 먹을 거야?
리진 : 응.
리온 : 아프면 아프다 소리 할 거야?
리진 : 응.
리온 : 힘들면 힘들다 소리 할 거야?
리진 : 응.
리온 : 그럼 밥 먹고 나랑 같이 리나 산책시키러 갈 거야?
리진 : 응.
리온 : 됐어. 그럼 오빠 따라와. (뒷모습인 채로 리진의 손을 잡고 나가고)
리진 : (리온을 보며 따라 나간다)
S#41. 초등학교 운동장 (낮)
리진과 리온, 리나 백 미터 경주 라인 위에 서있다.
리온의 시작~!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하는 리온, 리진, 리나!
뭔가, 내기를 걸었는지 필사적이다.
당연히 리나가 일등이고, 리온이 이등으로 달리고 있다.
리진 뒤에서 리온의 후드티를 잡아당기며 반칙을 건다.
리온이 비틀하는 사이 추월하는 리진.
뒤에서 리진의 옷을 잡아당기는 리온.
아예 리온의 등 위에 올라타는 리진.
그제야 마음이 편해지는 리온. 리진이 웃는다. 이런 모습들 위로,
리진 : (E) 헤이, 브라덜....
리온 : (E) 와이, 씨스털....
리진 : (E) 내가...너한테 많이 고마워하는 거 알지?
리온 : (E, 장난) 잘 모르겠는데?
리진 : (E) 너 혼자 받아야 될 부모님 사랑...나한테 나눠줘서 고맙고.... 가족이 돼줘서 고맙고...든든한 오빠가 돼줘서 고맙고...
리온 : (E) 대패 좀 줘봐. 닭살 좀 밀게.
리진 : (E) 내가 많이 사랑한다, 오리온. 그건 알지?
리온 : (E) 어... (쓰린 마음 감추고, 애써 담담히) 사랑해줘서 고마워....
S#42. 도현의 집 / 서재 (낮)
도현 꺼진 노트북 앞에 엎드려 있다. 죽은 듯 미동이 없다.
이때 밖에서 들리는 초인종소리.
여전히 움직임이 없는 도현.
또다시 이어지는 초인종소리.
그제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 도현. 얼굴에서 모든 표정을 지운 듯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얼굴이다.
S#43. 도현의 집 현관 + 집 앞 (낮)
도현 현관문을 열면, 문 앞에 서있는 서태임 회장의 비서.
도현을 향해 목례하는 비서.
도현, 짐작하고 시선을 돌려 보면, 저만치에 정차되어 있는 서태임의 차.
도현 : ......(보다가, 문을 닫으려는데)
비서 : (그 문을 잡으며) 잠깐이면 된다고 하십니다.
도현 : ......(서태임의 차를 노려보다가, 나와서, 서태임의 차로 걸어가는)
도현이 서태임의 차 앞에 가서 서면,
지이잉--- 차창이 내려가고 드러나는 서태임의 옆모습.
서태임 : 애먹이지 말고 타.
도현 : 부탁하는 방법을 잘 모르시네요. 지금 아쉬운 사람은 고립무원 상태에 놓인 회장님이실 텐데요.
서태임 : (날카롭게 탁 보는)
도현 : 부탁 정도로는 승진 못 지키세요. 돌아가셨다가 애원할 마음이 생기면 그때 다시 오세요. 생각해볼 테니까. (가려는데)
서태임 : (OL) 21년 전 저택에서,
도현 : ! (멈칫 서는)
서태임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마.
도현 : 어느 정도 간파했고, 나머지도 스스로 알아낼 생각입니다. 미끼도 다시 준비해오세요. (가려는데)
서태임 : 알아낸다 한들 알아질 리가 없지. 그 일을 온전히 아는 사람은 이제....나 하나뿐인데.
도현 : ! (그제야 돌아보는데서)
S#44. 차준표의 병실 (낮)
조용히 병실 문이 열리고 서태임이 안으로 들어선다.
잠시 후...들어서는 도현. 침대 위에 누운 아버지를 애증의 눈으로 바라본다.
서태임 : (아들의 침대 앞으로 가 앉는) ......(차준표를 바라보다가) 세상 사람들이 뭐라 손가락질한다 해도
니 아비는 하나 밖에 없는 내 자식이다. 니가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니가 니 아비의 자식인 것처럼 말이다.
도현 : .....(분노와 연민으로 아버지를 보는)
서태임 : 니 아버지 앞에서 약속하거라. 21년 전 그날의 진실을 듣는 대가로 다시 회사로 들어오겠다고.
도현 : 그건....모든 진실을 다 듣고 난 후에 대답하겠습니다.
서태임 : (도현을 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차준표를 바라보더니) 21년 전 그날은....
내 아들 인생에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날이었다....
S#45. 구 승진가 저택 가든 (플래시백)
자막 – 1994년 5월, 화재 발생 당일
회장 취임 축하파티가 열리는 가든.
한쪽에 얼음조각상이 서있고, 와인과 음료가 놓인 코너.
그에 맞게 준비된 알록달록한 핑거 푸드.
중앙에 설치된 단상과 그 옆에 관현악단이 보인다.
서태임과 함께 차준표가 환한 얼굴로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모처럼 활기찬 차준표.
아들을 바라보는 서태임의 흐뭇한 표정.
차영표 저도 모르게 비틀린 표정으로 차준표를 보고 있다.
윤자경 표 안 나게 그런 차영표에게 눈치를 주면 표정을 풀고 짐짓 미소로 차준표에게 다가가는 차영표와 윤자경.
차영표 : 형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윤자경 : 아주버님... 저두요.
차준표 : (차영표의 어깨를 툭 치며) 와줘서 고맙다, 영표야. 제수씨도요.
백진숙 :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준표 오빠 인상 너무 편해 보인다.
포스가 완전 달러. 딴 사람 같어.
차준표 : (피식 웃고는) 진숙이 너도 여전하구나. 하나도 안 변했어.
백진숙 : 안 변하긴 뭐가.. 애가 벌써 일곱 살이우. 근데 기준이가 어째 안 보이네. 큰아버지 회장 취임하는 좋은 날에.
윤자경 : (난감한) 안 그래도 꼭 데려오려고 했는데, 애가 편도염이 너무 심해서요. 죄송합니다, 아주버님.
차준표 : 죄송은요, 잘하셨어요.
백진숙 : 그럼 채연인 어뜩해. 꿈에 그리는 기준오빠 만난다고 이쁘게 꽃단장하고 왔구만, 어우 불쌍한 우리 공주.
일동 : (백진숙의 말에 미소 짓거나 웃는데)
저만치에서 차준표에게 인사를 건네는 남자.
차준표 양해를 구하는 눈짓을 하고 남자를 향해 간다.
윤자경은 백진숙 손에 이끌려 다른 곳으로 가고.
혼자 우두커니 서서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차준표를 보며 표정이 굳는 차영표.
S#46. 구 승진가 저택 / 주방 (플래시백)
파티 음식을 만들고, 꺼내고, 내가느라 정신없이 분주한 주방.
서태임 : (이것저것 살피다가 도우미에게) 오신 손님들 불편함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 특히 청결에 유의하고.
도우미 : 네, 사모님.
서태임 : (외식업체 직원들을 돌아보며) 그럼 부탁해요들.
외식업체에서 출장 나온 직원들(*공통적으로 하얀색 가운과 모자를 착용), 일제히 ‘네, 사모님.’ 인사를 한다.
그 속에 지순영이 있다!
서태임, 흡족한 얼굴로 나가고 나면, 잠시 후 어린 도현이 배낭을 메고 조심조심 들어온다.
어린 도현 : (도우미에게) 아줌마, 먹을 거 좀 주세요.
도우미 : 어우 배고파? 뭐 줄까요, 도련님?
어린 도현 : 아무 거나... 많이 주세요.
도우미 : 그래? 그럼 잠깐만 있어봐. (접시를 들고 챙기러 가면)
어린 도현 : (가방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음식들을 담기 시작한다)
지순영 : ....? (그런 도현을 유심히 보는데)
도우미 : (음식 접시를 가져오며) 아줌마가 이층으로 올려다 줄까?
어린 도현 : (비닐봉지를 얼른 가방에 넣고) 아뇨, 혼자 할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꾸벅하고는 접시를 양손으로 들고 밖으로 나가는)
지순영 : (보다가) 방금 나간 그 꼬마는 누구예요?
도우미 : 이번에 취임한 회장님 아들. (소근) 실은 세컨드가 낳은 아이.
지순영 : (무심히) 세컨드요?
도우미 : 쉿! (주변을 살피며) 있어, 이 집안 애물단지. 그나마 쟤 덕분에 아직 안 쫓겨나긴 했는데,
혹시 모르지. 앞으론 어떻게 될 런지.
지순영 : 가정사가 복잡하네....
도우미 : 이 정도야 보통이지. (혼잣말로) 가만 쟤 또 지하실 가는 거 아냐?
(하다가 지레) 아무리 어린 게 생각 없대두 이런 날 설마....
지순영 : ....?! (지하실....? 보며, 뭔가 마음에 걸리고)
S#47. 구 승진가 저택 가든 (플래시백)
차준표가 단상 위로 올라가자 연주되던 음악이 멈춘다.
차준표 : (마이크에 대고)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참석해주신 귀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공식 일정은 없습니다. 그냥 자유롭게 즐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만, 잠시 후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미소로) 장차 제 뒤를 이어 승진의 후계자가 될, 제 아들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아들이 있었어?’, ‘소문으로 듣던?’ 하는 식의 웅성임 좀 있다가,
이내 박수를 치거나 건배를 외치는 둥 축하의 소리가 이어진다.
S#48. 구 승진가 저택 / 어린 도현의 방 (플래시백)
방문이 열리며 음식 접시를 들고 방으로 들어서는 어린 도현인데,
기다리고 있다가 도현의 팔을 확 잡아채 한쪽으로 끌고 가는 신화란.
그 바람에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면, 어! 안타깝게 보는 어린 도현.
어린 도현의 양 팔을 확 붙잡아 침대에 앉히고 눈을 맞추는 신화란.
신화란 : 엄마 말 잘 들어. 오늘 아빠가 준영일 사람들한테 소개하실 거야.
어린 도현 : ......
신화란 : 그동안은 준영이가 이 집에서 사는 걸 할머니랑 엄마, 아빠, 그리고 고용인들만 알았지만,
오늘만 지나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널 알아보게 돼. 좋지, 좋겠지?
어린 도현 : .......그럼 엄마는?
신화란 : (아들의 머리를 매만지며) 엄마는 나중에.... 준영이가 커서 아빠 회사 물려받으면 그때...
엄마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뽐내면서 살 수 있어. 엄마가 그렇게 되려면, 준영이는 어떻게 해야 된다 그랬지?
어린 도현 : (기계처럼) 승진가의 주인이 돼야 해.
신화란 : (흐뭇한 미소로) 그래, 맞어. 똑똑하네, 내 아들.... (품에 꼭 안으며) 그러니까 니가 잘 해야 돼....
그래야 엄마가 세상 밖에 나설 수 있어.
S#49. 구 승진가 저택 가든 일각 (플래시백)
일각에 차영표와 윤자경을 둘러싸고 서있는 남녀 하객들.
남1 : 승진의 미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요. 고 민서연 사장의 부재를 대신할 사람은
차영표 상무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차영표 : (짐짓 겸손한) 과찬의 말씀입니다.
남2 : 솔직히 6년 넘게 밖으로만 돌던 사람이 경영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민사장이랑 차상무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심보죠.
차영표 : 고 차건호 회장님의 자제가 아닙니까. 형님은 잘 해내실 겁니다.
남1 : 차상문 지나친 겸손이 최대 약점이라니까..하하...
차영표 : (심중을 숨긴 채 그저 웃기만)
여1 : 그나저나 아들이라면....밖에서 만난 여자한테서 봤다는 그 애죠? 윤여사님은 그 아이, 보셨어요?
윤자경 : 저두 소문으로만 들었네요. 본가 일은 워낙 철저히 차단하시니까.
여2 : 먼저 간 민서연 사장만 불쌍하게 됐지 뭐예요.
여1 : 근데....그룹의 실세 두 사람이 한날한시에 사고를 당했다는 게, 쫌 미심쩍지 않아요?
사실 그 사고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겠어요.
여2 : (소근) 저도 그 소문 들었어요. 아들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싶은 모성이 벌인 참극이 아니냐는.
윤자경 : (눈 흘기며) 조여사님도 참, 아예 가십기살 직접 쓰지 그러세요.
일동 : (웃으면)
차준표 : (일각에서 듣고 있다가 표정 서늘하게...내려앉는)
S#50. 구 승진가 저택 / 어린 도현의 방 앞 복도 (플래시백)
방문이 빼꼼 열리며, 배낭을 멘 어린 도현이 고개를 쏙 내민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살금살금 방에서 나오는 어린 도현. 지하실 쪽으로 향해 가는데,
지순영 : (뒤에서, E) 저기, 꼬마야....
멈칫, 섰다가 천천히 돌아보는 어린 도현.
앞에 지순영이 서 있고.
지순영 : 너, 이 집에 살지?
어린 도현 : (낯선 사람이라 좀 경계하듯) 그....런데요?
지순영 : 뭐 좀 물어봐도 될까? 혹시.... 여기 지하실이 어딨는지 알아?
어린 도현 : !!! 지하...실이요?! (했다가, 지순영 뒤편을 보더니 하얗게 질리고)
저만치 막 모퉁이를 돌아 걸어오는 차준표를 보고 기겁해서 얼른 달아나는 어린 도현.
얘....하고 붙잡으려다, 뒤돌아보면, 턱시도 차림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차준표다.
지순영을 발견하고 멈칫, 서는 차준표.
지순영, 얼른 정중히 고개 숙이고는 차준표와 스쳐서 지나가고.
차준표 지순영을 무심히 일견했다가 어린 도현의 방문 앞에 서서,
차준표 : (노크하고) 준영아, 준비 다 됐니? 나가서 손님들한테 인사해야지? (대답이 없자) 준영아.
(하며 방문을 열어보면, 안에 아무도 없고) !!!!
어떤 느낌에 급격히 표정 서늘해지는 차준표, 방문을 쾅 닫더니, 이내 빠른 걸음으로 어린 도현이 사라진 쪽을 향해 걸어간다.
모퉁이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지순영 긴장된 표정으로 차준표 몰래 뒤따르기 시작한다.
S#51. 구 승진가 저택 / 지하실 (플래시백)
지하실 구석에 앉아 곰인형을 안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어린 리진.
그때 지하실 문이 열리며 안으로 달려 들어오는 어린 도현.
어린 도현 : (숨을 헐떡이며) 늦어서 미안. 많이 기다렸지?
어린 리진 : (반가워서 미소 짓고) 준영아!
어린 도현 : 얼른 짐 챙겨. 이 집에서 도망치자.
어린 리진 : 도망쳐? 어디루?
어린 도현 : 기차 타고 멀리.
어린 리진 : (좋아서) 기차? (했다가 이내 시무룩) 근데....나 돈 없는데.
어린 도현 : 나한테 있어. (재촉하며) 얼른 일어나. 아빠 오기 전에 빨리 나가야 돼.
어린 도현, 곰인형을 안은 리진의 손을 붙잡고 지하실 문을 여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는 차준표.
놀라는 두 아이!
차준표 : (서늘한 표정) 준영이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어린 도현 : !!! (하얗게 질려) 아...아빠....
차준표 : (가만히 도현이 메고있는 배낭을 봤다가...어린 리진을 보면)
어린 도현 : !!! (어떤 일이 닥칠지 알기에, 겁에 질리는) 아빠....잘못했어요...! 하지 마세요, 제발 하지 마세요....!!! (빌기 시작하는데)
순간 어린 도현의 뒷덜미를 확 낚아채는 차준표.
S#52. 구 승진가 저택 / 지하실 문 앞 (플래시백)
악!!! 밖으로 내던져지며 바닥에 쿵 처박히는 어린 도현.
이내 지하실 문이 쾅 닫히면, 벌떡 일어나 문에 달라붙는 어린 도현.
어린 도현 : (탕탕탕! 문을 두드리며, 공포에 질린) 아빠...아빠...하지 마세요!
안에서 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새어나오는 어린 리진의 울음소리!
어린 도현 : (미칠 것 같은, 울부짖는) 아빠!!! 제발....도현이 때리지 마세요!!! 아빠!!!! 아빠!!!!
S#53. 구 승진가 저택 가든 (플래시백)
정원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서태임, 누군가와 인사를 나누고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차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음식 세팅을 하던 도우미를 넌지시 불러 세우고.
서태임 : (작게) 손님들 기다리시는데, 차준표 회장은 어딜 간 거야?
도우미 : 아까 전에 아드님 불러오신다면서 들어가시는 것 같았는데요...
서태임 : ....그래? (왠지 불길한 느낌에 저택으로 향하고)
S#54. 구 승진가 저택 일각 (플래시백)
저택 안을 돌아다니며 차준표를 찾고 있는 서태임. 어쩐 일인지 멈칫 선다.
석유 냄새...! 서태임 코를 큼큼 거리다가 문득 바닥을 내려다보면,
마치 나를 따라와 보라는 듯 바닥 위에 실지렁이처럼 길게 이어진 물줄기 자국....!
어쩐지 불길해지는 서태임. 그 물줄기 자국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가....후미진 일각에서 멈춰 선다.
순간, 뭔가를 목격한 듯 두 눈이 커지는 서태임! 이때,
윤자경 : (E, 찾는 소리) 큰어머님! 큰어머님!
서태임 : ! (홱 돌아보고는, 얼른 윤자경을 향해 다가간다) 어, 왜?
윤자경 : 여기서 뭐하세요? 명성그룹 사모님이 아까부터 찾으시는데. 얼른 오세요.
서태임 : 그래.... (함께 걸어가며 왠지 께름칙한 느낌에 한 번 더 돌아보는데)
S#55. 구 승진가 저택 건물 입구 (플래시백)
윤자경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는 서태임.
서태임 : (여전히 불길한 표정이고)
윤자경 : (모른 채로) 근데 그 여자 말이에요. 승진가 호적에 올려주실 거예요?
하는 순간, 저택 안쪽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소리!
도우미 : (다급하고 절박한, E) 불이야!!! 불이야!!!!
서태임 : !!! (순간 하얗게 질려서 확 돌아보는 데서)
S#56. 차준표의 병실 (낮 / 현재)
도현 : !!! (몰랐던 사실이다) 그럼...21년 전에 일어난 그 화재가, 단순한 누전 사고가 아닌,
누군가의 방화에 의한 것이었단 말씀입니까?
서태임 : 그렇다...
도현 : 누구였습니까, 그게.
서태임 : ......
도현 : 회장님은 분명 그날 석유통을 들고 가는 사람을 목격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서태임 : ......
도현 : 대답해보세요! 그게 누구였습니까?
서태임 : (천천히...고개를 돌려 도현을 본다) 그때 내가 본 사람은....
도현 : (대답을 기다린다)
서태임 : 바로 너다.
도현 : !!!! (충격)
서태임 : (애증으로 붉어진 눈) 너였다.
# 인서트 (56씬을 서태임의 시점으로/ 플래시백)
바닥에 그려진 실지렁이 같은 물줄기를 따라 걸어가다가...
후미진 일각에서 멈춰서는 서태임.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한 손에 플라스틱 석유통을 들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어린 도현의 뒷모습!
놀라 두 눈이 커지는 서태임!
인기척을 느꼈는지 우뚝 멈춰서더니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어린 도현! 이제껏 본 적 없는 표정이 없는 얼굴!
어떤 충격에 멍....하니 어린 도현을 바라보는 서태임인데,
윤자경 : (E) 큰어머님! 큰어머님!
서태임 : ! (순간 홱 돌아보는데서)
# 현재
도현 : !!! (충격으로 멍한)
서태임 : 21년 전 그날....불을 지른 건 너였다. (눈가 붉어지며) 너만 아니었다면...니 아비가, 내 아들 차준표가,
이렇게 산송장이 되는 일은 없었단 말이다.
도현 : !!! (멍한 채로)
서태임 : 나는 덮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손자의 방화사실을, 그로 인해 밝혀질 내 아들의 치부를,
지하실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을, 실종된 그 아이의 존재를, 덮을 수밖에 없었어. 그게 너를 살리고, 내 아들을 살리고,
승진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S#57. 차준표의 병실 앞 복도 (낮)
멍....한 얼굴로 병실문을 열고 나오는 도현. 패닉상태에 빠져 비틀비틀....복도를 걸어가는데.....
순간 지잉- 시작되는 두통!
머리를 감싸 쥐는 도현. 그 순간 팟! 섬광처럼 떠오르는,
S#58. 구 승진가 저택 / 지하실 문 앞 (플래시백)
악!!! 밖으로 밀쳐지며 바닥에 쿵 처박히는 어린 도현.
이내 지하실 문이 쾅 닫히면, 벌떡 일어나 문에 달라붙는 어린 도현.
어린 도현 : (탕탕탕! 문을 두드리며, 공포에 질린) 아빠...아빠...하지 마세요!
안에서 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새어나오는 어린 리진의 울음소리!
어린 도현 : (미칠 것 같은, 울부짖는) 아빠!!! 제발....도현이 때리지 마세요!!! 아빠!!!! 아빠!!!!
안에서 들려오는 어린 리진의 목소리에 괴로운 듯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는 어린 도현!
어린 도현 : (마음의 소리, E) 나 때문이야....나 때문이야...나 때문이야!
공포와 분노와 절망이 정점에 이른 순간, 지잉..이명과 함께 두통을 느끼는 어린 도현.
그 위로 어디선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세기 : (E) 저 아이를 구하고 싶어? 그런데 겁이 나서 못하겠지? 용기가 없어서 못하겠지? 그럼 내가 해줄게.
두통으로 일그러진 어린 도현의 시선에 들어오는, 팔각 성냥곽!
C.U하면, 겉 표면에 적힌 ‘NEW CENTURY MATCHES’
순간 겁에 질린 표정이 지워지더니, 가만히...성냥을 손에 쥐고 어딘가로 걸어가는 어린 도현.
그 위로 마치 환청처럼 희미하게 겹쳐지는 마더구스 선율.
S#59. 구 승진가 저택 / 복도 (플래시백)
마치 노래 따라 부르듯 아이의 흥얼거리는 허밍음 이어지고...
하얀 플라스틱 석유통을 바닥에 드르륵 끌며 걸어가는 누군가의 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뒤로 뚜껑이 덜 닫힌 석유통에서 흘러내린 기름이 꼬리처럼 이어지며 바닥에 점점이 흔적을 남기고.
카메라,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올라가면,
석유통을 끌고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가고 있는 어린 도현(세기 인격)!
S#60. 구 승진가 저택 / 지하실 앞 계단 일각 (플래시백)
탁,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지는 석유통.
쏟아진 기름이 계단을 타고 지하실 쪽으로 길게 흐르기 시작하고.
그 위로 탁, 켜지는 성냥(신세기 성냥)!
기름 위로 떨어지는 성냥불!
순간 화르륵 치솟는 불길!
흘러내린 기름을 따라 뱀처럼 꿈틀대며 기어가는 불꽃!
주위에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하고.
타오르는 불꽃과 연기 뒤로 어른거리는 무표정한 얼굴의 어린 도현(세기 인격).
마침내 서늘하게 미소 짓는 얼굴에서.... 그 눈동자로 쑤욱 들어가면,
S#61. 차준표의 병실 앞 복도 (낮)
헉!!!! 충격으로 커지는 도현의 눈동자!
세기 : (E) 그때 니가 나를 만들어냈잖아. 내가 그 아이를 구했어. 그 아일 구한 건 나였다고!!!
순간 팟! 암전되는데서.
S#62. 쌍리 뜰 (낮)
리나의 목줄을 잡은 리진과 리온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리진 : 하루 종일 끌고 다녀서 리나 배고프겠다. 사료 좀 갖고 와봐.
리온 : 이게 오빠를 막 시켜먹고 있어, 근데.
리진 : (요나 흉내) 아우우, 오빠아아--- 나 사료 필요해요오.
리온 : 너 죽는다? (에잇! 하며 집을 향해 가며) 기다려!
리진 : (웃고는, 리나를 개집 앞에 묶는다) 오늘 수고 해쪄요.
하며 리나를 쓰다듬어주는데, 문득 리진의 앞에 와서 서는 남자의 구두발!
리진, 멈칫했다가, 천천히...시선을 들어 보면,
리진을 바라보며 서있는 도현! (과연 도현일까?)
리진 : ......!!! (자석에 끌리듯 천천히....일어난다) 차도...
세기 : 늦게 와서....미안.
리진 : ......!!!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신세기?
세기 : ......(보다가, 눈가가 확 붉어지며) 빙.고.
리진 : !!!!
-<킬미 힐미> 17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