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여자인 것이 눈물 나게 억울할 때가 있다. 사회적으로 차별받을 때가 아니라, 호감
가는 남자를 만났을 때가 그렇다. ‘고백의 자유’를 갖지 못한 ‘여자’기 때문이다. ‘고백의 자유’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소개팅에 나가서 100% 애프터에 성공한 여자 후배 A도, 대한민국 평범남인 후배 B도 “마음에 쏙 들더라도 절대
먼저 사귀자고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남자는 단순하다. 여자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남자는 여자가 마음에 들면
저돌적으로 다가선다. 남자가 대시하지 않을 때는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호감이 없어서다”라는 것이 B를 비롯한 다수 남자의 말이다.
“처음 만났을 때 호감이 있었더라도, 여자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매력이 반감된다”는 얄미운 남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내가 조선 시대 창경궁에 살던 무수리도 아닌데, 왜 왕의 간택을 기다리는 그녀처럼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지. A와 B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두 번째 데이트에서 그에게 덜컥 “우리, 사귈래요?”라고 프러포즈를 하고 말았다.
실수였다. 만약 내가 그때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자연스러운 몇 번의 데이트 끝에 지금 연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연애에도 전략이
필요한 법. “호감을 충분히 표시하되 고백은 그의 몫으로 남겨두어라”는 A의 조언대로 해야 했다. 그가 ‘NO’라고 단호하게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가 데이트하는 동안 나는 그에게 ‘사랑받는 여자’이고 싶었는데, 그는 나를 ‘쿨하고 당당한 여자’로 대접해주었다.
어느 날 그는 “매일 전화하는 사이를 원하는 거야?”라고 물었고, ‘쿨한 여자’로 낙인찍힌 나는 마지못해 “뭐, 그런 건 아니야”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나 좀 사랑해주라”라고 당당하게 들이댄 적은 있었지만, “대체 우리 관계는 뭐야?”라고 묻지는 못했다.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 유형인 ‘질척거리는 여자’가 되는 거니까. 내 꾀에 내가 넘어간 셈이었다.
그후로 ‘이성보다 감성이 지배하는 밤 시간을 이용하라’ ‘요즘 남자는 여자의 고백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는 등 세상에 떠다니는
수만 가지의 고백의 기술을 하나도 믿지 않게 되었다. 남자는 여자의 고백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즐기거나 둘 중 하나기 때문이다.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남자 후배 C는 “고백의 기술은 없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이 기술이다”라고 말하여 나의 믿음을 굳건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 연애의 달인으로 소문난 D는 “나는 항상 내가 먼저 고백했고, 성공했다”고 말해 노처녀 에디터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그녀의 조언은 이렇다. “레스토랑에서 고백하는 것은 바보 짓이다. 차 안처럼 단둘이 있는 곳,그리고 폐쇄된 장소가 고백에
성공하는 최적의 장소다. 누군가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장소나 분위기 전환이 빠른 곳에서 고백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녀의 바람둥이
C의 주장과 연장선상에 있는 전략이 숨어 있었다. “어떻게 무턱대고 고백을 하나. 고백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게
될 때까지 여자는 충분히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에 여자가 무엇을 하느냐가 무척 중요한데, 두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그에게 추파를 던져야 한다. 미끼를 던져야 고기가 떡밥을 물고 잡히지 않겠나”라는 것이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죠’라는
말도 실효성 없게 들리지만 10번 이상 반복하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 언젠가 꼭 한 번 만나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생긴다.
D는 “상대에 따라서 여자가 고백을 해주어야 하는 남자가 있다. 여자를 어려워하는 남자, 소심한 성격의 남자, 내성적인 남자는 여자가
적당히 나서주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고백하기 전에 적어도 10번 이상 만나면서 그가 어떤 성격인지, 평소 여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의 눈을 보면 대충 알지 않나. 그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라고 덧붙였다.
그가 소심병이라든지 여성 공포증이라든지 성격적 결함이 있고,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먼저 대시하는
것은 자제하라. 대부분의 남자가 이런 희귀병에 걸려 있지 않다. 연애를 하고 싶다면 고백하는 주체적 태도보다는 고백을 유도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효과적이다. 당당하게 대시하는 것은 스스로의 발등을 찧는 지름길이다. 당신이 남자처럼 쿨하게 사랑할 자신이 없다면, 어떻게든
그의 고백을 받는 것이 장기적인 연애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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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에게 대쉬한 여자가 여럿 있다.. 그런데 나는 회피하기만 햇는데 후회된다.. 이게 남자의 심리인가보다
펌
↑ 저렇치 만은 안은것 같아요.ㅋㅋ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